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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짧은 글 모음

2013.12.29 12:53

연말 파티가 있었다.




  



 연말 파티가 있었다. 사진을 가르치는 중국 친구들과 함께 소박하게 만났다. 본래 계획은 덩치를 조금 키워볼 생각이었는데, 다 만들어 둔 광고문구를 다른 곳에 올리는 게 귀찮아서 그냥 이 친구들만 초대한 꼴이 되었다. 테마는 이랬다. 


  미디어는 날마다 스타들의 매 순간을 비춘다. 그들의 사소한 것까지 대단한 것이라고 말하는 이면에는 스타가 아닌, 평범한 당신의 일상은 보잘 것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깔려있다. 과연 그런가? 아닐 것이다. 당신의 드라마를 보여달라. 지난 한 해 당신이 찍은 많은 사진들은 특별한 일이 없다면 그냥 컴퓨터 구석에서 썩을 것이다. 당신의 1년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자. 지난 1년의 사진을 정리해서 서로 나누자.



  덕분에 나도 지난 사진을 정리했다. 점심 때부터 파티 시작 전까지 꼬박 정리했다. 나는 3만 장이 조금 넘는 사진을 찍었더라. 그 중 열에 아홉은 돈을 버는 사진이었다. 힘든 한 해였다고 생각했었다. 맞지 않는 사진들을 찍으면서, 맞지 않는 사람들의 비위를 맞추며 날밤을 샌 일년이라고 생각했었다. 돌아보니, 좋아하는 사진도 제법 찍었던 일 년이었다. 좋은 일들도 제법 있었던 일 년이었다. 나는 세 가지 주제로 사진을 정리했다. 돈 번 사진들, 신장 출장에서 찍은 사진들, 그리고 아내와 마루 사진이었다.


  좋은 파티였다. 잉잉이 가져온 와인은 모처럼 맛 본 맛있는 와인이었다. 크리스티나의 요리 열전을 보고 우리는 내년 첫 모임은 크리스티나 집에서 하기로 했다. 새로 온 Joe는 재담꾼이었다. Sen은 자신의 심정을 대변하는 풍경들을 갖고 왔다. 



  신장 원고는 최후통첩을 받았다. 1월 중순까지 초고를 넘기겠다고 했다. 다른 말이 없어서 은근히 안심하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그동안의 독촉을 토니가 그 큰 몸으로 다 막아주고 있었다. 사람 좋은 토니는 독촉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래, 너무 오래 끌었지. 이제 끝내야겠다. 한국 들어가기까지는 보름 정도가 남는다. 아무런  일정도, 촬영도 잡지 않을 작정이다. 동굴에 든 곰처럼 원고만 만지작거릴 작정이다. 뭐, 각오는 그렇다. 


다양한 주제를 가진, 중국에 대한 연작 형식의 책을 만들자는 종철 형의 제안은 좀 뜬금없지만 너무 날카로운 공격이었다. 좋은 책을 만들자는 제안은 개인적으로는 몇 년 동안 꿈꾼 후에 몇 년 동안 접어두었던 꿈이었다. 마침 힘든 시간이었고 사진에 대한 능력의 한계를 절감하는 중이고 작업실 임대료는 여전히 무겁기만 한데 그 틈에 형이 그런 제안을 던졌다. 컬트 시장은 제법 성장했고, 어떻게 쓰든 색깔만 확실하게 낼 수 있다면 독자층은 있을 것이다. 통할 것이다. 게다가 종철 형이 함께 해준다면 강력할 것이다. 우리는 빵집에 앉아서 새 기획을 다듬었다. 속살속살 중국.이라는 제목은 솔직히 너무 마음에 안 들지만, 고민해서 얻어낸 제목 같아서 아무 말 안 했다. 제목을 듣는 순간 내 온 속살이 일어나는 것 같았다. 형, 저는 그 제목 반대요.


아무리 컬트적이라고는 해도, 지금 내 문장은 너무 우울하고 지루하다. 안다. 형은 술술 읽히는 문장을 쓰겠다고 했고, 나는 내 문장은 순간마다 막아서는 문장이면 좋겠다고 했다. 어떤 씁쓸한, 복잡적인 감탄사가 읽는 내내 따라붙는 그런 문장이면 좋겠다. 하지만, 내 문장은 좀 더 경쾌하고  유치발랄해야 한다.


작정하는 책을 쓰려면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 미뤄두었던 책들을 다시 꺼내야 한다. 새 책도 많이 사고, 여러 곳에 자문을 구해 물어야 한다.


그러자면 사진에 대한 비중이 지금과는 조금 달라질 테고, 새 컴퓨터가 정말 꼭 그 녀석이어야 하나? 잠시 고민했지만, 그냥 작정한 것으로 사기로 한다. 경험상, 나중에 두고두고 후회하더라.


한 해가, 끝났구나. 살아내느라 애썼다.


여전히, 한 마리 고래처럼 사는 세상을 꿈꾼다.







2013.12.16 20:22

이상.


오랜만에 반가운 친구가 다녀갔다. 안부를 묻고 답장을 적어야지 하는 사이에 안 보인다.


이름을 보고 '누구지?' 했었습니다. 섬.이라... 나도 잊었던 내 이름을 기억해 주어서 고맙습니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나는 왜 섬을 잊었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내가 생기고 아이가 생기고 나는 이제 섬이 아닌가? 생각하다가, 사는 동안은 누구나 섬이겠구나 싶었습니다.


나는 미안한 기억만 크게 남아있습니다. 두 번의 빙판길 말이지요. 왜 그렇게 서둘러야 했던지, 아마 말은 안 해도 깜짝 놀랐었지요? 나도 내가 빙판길을 그렇게 용감하게 (무모하게) 달려들 줄 몰랐습니다. 용케 차는 방향을 안 잃었고 덕분에 이렇게 지난 이야기를 합니다.


사람아, 아 사람아. 이름이 익숙해서 보니 책장에 있었습니다. 아, 또 사두고 안 읽은 책 중에 하나인 모양이다 싶었는데 책을 이리 저리 넘기다 보니 그 독특한 서술 방식이 기억이 났습니다. 사실, 내용은 하나도 기억이 안 나는데, 읽었다는 사실만 기억이 났습니다. 책 윗면을 보니 07년에 산 책이더군요. 오래 된 책입니다. 겉장이 제법 낡은 걸 보니 긴 시간에 걸쳐 이리저리 들고다니며 읽었던 모양입니다.


구불구불 가는 것은 맞는 듯한데, 나아가는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걷고 있다는 것만 해도 좋은 겁니다. 그 무거운 걸음걸음이 제법 폼 나잖습니까.


참 많이 반갑습니다. 이상.






2013.12.10 15:45

서점 가고싶다.


지난 영화 필름을 수집하는 수집가 인터뷰를 다녀왔다. 리터칭할 사진이 밀렸는데 그것보다 신장 여행  원고가 더 급해서(마감 기한을 넘긴 지가 더 오래 되어서) 마침 상황이 맞아서 오후 내내 카페에 앉아 있다. 원고 쓰다가 생각나서 다른 미디어에 전화해 보니 오늘이 마감인 인터뷰 원고는 아무리 늦어도 내일까지 받아야 한다고 해서 결국 다른 작업을 다 접고 어제 다녀온 인터뷰 원고부터 쓴다. 마감도 너무 지나버리니 감각이 없다. 다만 모호한 불안감의 덩어리만 남는다. 마감 지난 지 하루 밖에 안 된, 그러니까 순서로 생각하면 좀 더 미뤄도 되는 인터뷰 원고를 지금 쓰게 될 줄이야.


연말에 나가는 원고니까,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_________연말이다. 또 한 해가 기록의 창고로 들어간다. 다 쓴 수첩을 속지만 빼서 표지에 ‘~2013. 12’라고 쓰고 책장의 한 모퉁이에 쌓는다. 몇 년 먼저 와서 벌써 색이 바랜 수첩들이 제법 탑을 쌓고 있다. 지우지 못 하고 찢어내지 못 하는 수첩에는 지난 한 때의 내가 오롯이 남아 있다. 잊었으면 하는 날도 있다. 남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은 이름, 중요하다고 따로 접어두고 찾지 못 하는 메모도 있다. 부끄럽고 미안한 한 해였다._________


원고 쓸 때는 언제나처럼, 웹을 돌아다닌다. 다니다가 새로 나온 책 동향 기사를 읽었다. 서점 간 것이 참 오래됐다는 생각이 불쑥 든다. 새로 나온 책들이 낯설어 보여서 그런가. 예전에는 그래도 한국에 가면 하루 오후 정도는 온전히 서점에 있었다. 행복한 시간이었다. 이런 저런 책들을 뒤적거려 보고 제법 여러 권을 산 다음 박스로 포장해서 우선 한국 집으로 보내두는 것이 일이었다. 책은 나와 비슷하게 상하이에 도착하도록 했는데, 그러면 상하이 돌아와서 새 책을 한 권씩 꺼내서 뒤적거리며 책 바닥에 구입 날짜를 적는 것이 즐거운 일이었다. 사 두고 읽지 못 한 책들이 점점 늘어났지만 그게 대순가. 책은 우선 구입한 것만으로도 그 안에 있는 내용이 절반쯤은 내 것이 된 것 같은 만족감을 주곤 했었다.


핑계를 대자면 한두 개일까. 이제 서점은 스쳐지나고 만다. 들러도 긴 시간을 보내기 힘들고, 산다고 해도 한 두 권이다. 일 년에 한국은 한 번쯤 가니까, 일 년에 겨우 한 두 권을 사는 셈이다. 


인터뷰한 수집가는 정말 긁어모으듯이 무작위로 필름을 수집하고 있었다. 회사 곳곳에는 아직 포장도 뜯지 못 한 채 푸대자루에 담긴 필름들이 수북했다. 수집한 필름들을 다 볼 엄두를 못 낸다. 필름의 내용과 상태를 확인하기 위헤 중간중간 보는 것도 많다고 고백했다. 사실, 그 말을 들으면서 속으로 살짝 비웃었다. 그게 어제 일인데, 책을 대하는 나를 보니 그 비웃음을 비웃어야겠구나. 그 수집가의 즐거움을 진심으로 공감한다.


서점 가고싶다. 원고나 써야지.





2013.11.26 17:36

그러니까, 모든 사진은 자화상이다.


사진 스터디를 다시 시작했다. 이번에는 중국 친구들만 모아서 한다. 워낙 다양한 수준의 사람들이 오니까, 기술적인 부분은 거의 다루지 않는다. 주로 사진 숙제를 내고, 가져온 사진들을 강평한다. 그들이 어떤 기대를 가지고 시작했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다른 곳에서 얻기 힘든 사진에 관련된 생각을 얻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어쨌든 나는 결국 한 명 사진가이구나 싶다. 그들과 이야기하면서 나는 잊었던 사진의 문제들을 다시 떠올리게 되고, 미루어 둔 개인 작업에 대해 다시 욕심내게 된다. 당장 급하니까, 돈 벌겠다고 시작한 사진이 아닌데 돈 버는 사진만 생각하면서 지내게 된다. 이 상황을 부정하거나 미워할 생각은 없다. 성실하게 돈 벌고, 매번 촬영마다 처음 찍는 사진처럼 긴장하며 찍고 있다. 촬영은 매번 도전이고, 조명은 항상 어렵다.


어떤 피사체를 대하든, 결국 내 의식이 피사체에 반사되어 나오는 것이 사진으로 남는다. 그러니까, 모든 사진은 자화상이다.


신장 다녀온 원고 작업 때문에 진도도 안 나가는 컴퓨터 앞에 며칠을 앉아 있다. 엉덩이도 아프고 허리도 아파서 괜히 서서 작업하는 컴퓨터 작업대도 알아보고 또 의자 위에 꿇어앉아서 쓰기도 한다. 마음이 바쁘니까, 몸이 게으르게 쉴 때도 마음이 쉬지 못 한다. 비효율이다. 불끈불끈, 새 작업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건 꼭 이럴 때다.




2013.11.16 23:10

아내가 없는 낮잠


지난 수요일부터 걸린 감기가 아직 한참이다. 자꾸 몸 눈치를 본다. 감기니까, 얼마든지 쉬어도 좋은 거라고, 틈 날 때마다 잠자도 된다고 살살 나를 꼬드긴다. 아직 아내는 내가 감기 걸린 줄은 모른다. 알면 속상할 테니까, 뭐라 그럴 거니까 말 안 했다. 통화는 가능한 안 하고, 동영상도 안 보낸다. 카톡으로 쓰고 만다.


아내가 없는 낮잠을 잤다. 고장난 노트북 충전기를 사느라 시내에 나갔다가 버거킹에 앉아서 밀린 원고를 조금 썼다. 많이 쓸 작정이었는데 원고가 그렇지 뭐, 겨우 한 페이지 보탰다. 집에 돌아와서 침대에 엎드려서 다시 원고를 끄적이다가 귤 서너 개 까 먹고 잤다. 깨고 나니 밤이다. 아, 길게 잤구나.


아내가 없는 집에서 늦은 낮잠을 자고 일어나니 이상한 패배감이 감돈다. 잘 잤냐고, 차려둔 거 좀 먹으라고 말해 주는 아내가 없구나. 뭐든 다 못 한 것 같아서, 덜 한 것 같고 어설프게 한 것 같아서, 지금 벌려 둔 일들을 떠올리기가 무서웠다. 무기력하게 저녁을 보내고 내일 새벽에 나설 암벽등반 장비를 꾸렸다.


깊은 밤이다. 하루는 이렇게 가고 원고는 겨우 한 페이지가 보태졌다.






2013.11.07 10:17

아부지


잘 주무셨어요?


저는 어제도 작업실에서 잤어요. 아내 한국 들어가고 나면 널널하게 운동도 다니고 못 본 영화도 맘껏 볼 줄 알았거든요. 근데 아내 들어가니까 더 바빠요. 아무리 바빠도 집에 와서 밥 먹고 자고 나가라는 아내가 없으니까 이제 일하다가 그냥 여기서 자요. 아침에 일어나면 꾸질꾸질해요. ㅎㅎ 오늘 밤쯤이면 아마 두 달 가까이 끌어오던 작업을 다 마쳐요. 다음 작업들도 해야지만 우선 큰 짐은 내려놓네요. 결제받으려면 또 두어 달 기다리긴 하겠지만요.


아침에 여기 사무실 단지 관리 직원이 왔어요. 소방 감독하는 기관에서 무슨 검사 나왔다나 봐요. 촬영 없는 날은 작업실이 좀 엉망인데 어제는 여기서 잠도 잤으니 밤새 마신 음료수 병이랑 빵봉지랑 그런 거 막 책상 주변 바닥에 너저분하고요. 컴퓨터로 사진 고치는 작업하느라 커튼도 다 닫아놓았으니 꼬질꼬질한 냄새도 잔뜩 나요. 아직 아침 이도 안 닦았는데 손님이 와버렸어요. ㅎㅎ


두 사람이랑 이런 저런 이야기하다가, 관리팀 직원이 그 소방 감독관한테 제 이야기를 하면서 참 예의바른 친구다, 했어요. 아침에 출근하거나 저녁에 퇴근할 때마다 마주치는 단지 내 사람들한테 꼬박꼬박 목례 인사를 하는데 그게 그렇게 보였나 봐요.


아부지는 아마 기억 못 하실 것 같은데, 이게 제가 중국 올 때 공항에서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당부하신 거였어요. 


인사 잘 하고 다녀라.


그때 그 말 들었을 때는 좀 생뚱맞았어요. 아들 먼 길 떠나는데, 그것도 오래 떠나는데 갑자기 인사 잘 하고 다니라는 당부는 좀 이상했거든요. 그게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 상황에서는 뭔가 다른 이야기들이 더 어울리지 않나? 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근데요 아부지. 저 그 말대로 해요. 엘리베이터나 아파트 복도에서 갑자기 다른 사람이랑 마주치면 그게 참 어색하거든요. 그럴 때 아부지 충고 생각하면서 먼저 인사하려고 노력해요. 작업실 출근할 때도 앞에 수위 아저씨부터 청소 아주머니까지 전부 인사하고요. 옆 사무실 사람들 처음 이사왔을 때도 먼저 인사했어요. 그게, 그렇더라구요. 참 가벼운 것 같았던 아부지 당부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그리고 그 당부가 아버지 지나가는 말씀이 아니라 생활에서 참 많이 단련된 말이라는 걸 지나면서 알겠더라구요.


아부지, 항상 고마워요.


보고싶네요. ㅎ





2013.10.08 00:15

부끄럽지만, 그랬다.


  며칠 전에 읽은 내용이다. 잡스가 1984년 어느 행사에서 연설했다는 내용인데, 잡스는 사람들이 책 크기의 컴퓨터를 들고 다니는 세상에 대해 말한다. 전화도 되고, 배우기 쉽고, 순식간에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컴퓨터의 미래를 그린다. 그런 시대에 살고 있는 당신을 상상해 보라고 하고, 그런 것을 만드는 것이 자신의 꿈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꿈은 20년쯤 걸려서 마침내 아이패드로 이루어진다.


  20년이다. 20년을 한결같이 꿈꿀 수 있는 사람, 그 꿈에 대한 확신과 꾸준한 열정이 만들어낸 결과. 나는 한 번이라도 진지하게 내 20년 뒤를 꿈꾼 적이 있는지 생각했다. 없었다. 겨우 1년쯤이나 생각했을까. 부끄럽지만, 그랬다. 


 두 번에 걸쳐, 보름 가깝게 다녀온 신장 지역 출장 원고를 정리하고 있다. 애초에 책을 내는 것이 계약 조건이었으니까 약속한 시간 안에 써야 한다. 오늘 우선 한 토막을 정리했다. 가능한 이번 달 안에 초고라도 정리해 보려고 한다. 


  내 20년을 고민한다. 




2013.07.17 18:53

작업노트 130717


스튜디오 조명을 외부에서 쓸 수 있도록 돕는 베터리팩을 샀다. 600와트 출력 조명을 동시에 세 개까지 쓸 수 있다. 교환용 베터리 하나를 추가로 구입했다. 


내년쯤에 열고 싶은 개인전을 위한 작업은 600와트 조명 두 개를 쓴다. 생각하는 전시 컨셉은 세 개인데, 내년에 그 첫 번째 작업을 전시하고 싶다. 전통적인 사진전 형태다. 두 번째 작업은 비디오 작업이고, 세 번째 작업은 첫 번째 작업과 연결되는데 설치미술의 형식도 빌리려고 한다. 첫 번째 작업보다는 두 번째가, 두 번째 작업보다는 세 번째가 더 규모가 크기 때문에 차례로 단계를 밟아가야 한다.


나는 몇 년 동안 잡지에 실리는 포트레이트 사진을 주로 찍었다. 비슷한 형태의 사진을 일반인을 모델로 작업하려고 한다. 첫 번째 작업과 세 번째 작업은 미디어와 개인의 관계에 대한 생각을 다룬다. 두 번째 작업은 관람객에게 공포와 충격을 주려는 것이 의도인데 얼마나 받아들여질지는 더 고민해야 한다.


당장에는 일이 밀려있고, 날씨도 너무 더워서 야외작업이 쉽지 않다. 수월하게 작업하기 위해서는 차량도 필요하다. 우선 주변 사람들부터 하나씩 시도해 보는 것이 나을 것이다. 




2013.06.28 14:22

기억이 덧붙기 쉬운 사진이어야 한다


  미팅 다녀왔다. 옷과 홈데코 소품을 만드는 디자이너였는데, 브로셔와 간단한 책자 의뢰였다. 지난 달에 잡지 인터뷰 촬영으로 만났었는데 그때 내 사진이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우선 지난 주에 아내와 마루를 데리고 산책 겸 시내에 있는 매장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오늘은 인쇄 디자인을 맡을 승일이와 함께 그의 쇼룸으로 찾아갔다. 가격적인 부분을 떠나서 우리는 한참 이야기했다. 디자이너는 여러 가지 참고자료를 보여주고 나는 또 거기에 의견을 보탰다. 디자이너는 오래 남는, 소장하고 싶은 브로셔를 원했다. 이번에 만들면 오래 쓸 작정이라고 했다. 매장에서 사람들에게 나누어 줄 것인데, 새 제품은 계속 나오겠지만 브로셔를 따로 만들지 않을 테니까, 이 브로셔는 3년쯤 지나도 여전히 사람들에게 매력적이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니 다음의 모든 말들은 3년이라는 단어 속으로 잠겨버리는 듯했다.


  사진에 대한 반응이라는 것은 거의 사진을 보는 순간에 결정된다. 오래도록 보게 되는 사진, 또는 오래 지나서도 다시 꺼내보고 싶은 사진은 대부분 개인의 기억이 연관된 것이다. 내가 지나온 풍경이나 내가 만났던 사람 같은 것들. 신문의 사진은 하루를 버티면 된다. 달력의 사진은 한 달을 버티면 된다. 아, 도대체 어떤 사진이 3년을 버틸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떤 사진이 3년이 지난 후 다시 꺼내보고 싶어질까? 지난 사진들을 다시 열어 보아야겠다. 


  고객의 기억과 닿아있는 사진이 아니라면, 고객의 기억이 덧붙기 쉬운  사진이어야 한다. 아마 그런 방향에서 작업하게 될 것이다. 제법 시간이 걸리겠지만 신나는 작업이 될 것이다. 게다가 디자이너이자 회사 대표인 이 사람의 안목은 어찌나 까다로운지. 디테일을 볼 줄 아는 사람이다. 이 작업이 끝나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견적부터 어떻게 해결하고.








2013.06.25 11:10

마루, 먹이를 노리는 매의 눈빛


 


요즘은 곧잘 보행기에 앉는다. 예전에 몸을 가누지 못 할 때는 앉혀 두면 바로 쓰러지고, 보행기에 붙은 놀이기구들에도 아무 관심이 없었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 아직 버튼을 누르면 소리가 난다는 인과관계를 아는 것 같지는 않은데 그래도 이리 저리 누르고 돌리면서 잘 논다. 아직 뒤집지도 못 하면서 일어서는 것은 어찌나 좋아해서, 옆에서 잡아주면 걷고 구르며 논다.


  




  


  


  


  




 


  





2013.06.21 17:31

마루, 아빠가 안티


 



마루는 아직 뒤집기도 못 한다. 

뒤집어 놓으면 잠시 놀다가 힘들다고 끙끙거린다. 

그러면 가서 다시 뒤집어줘야 한다.


마루는 잠들면 온갖 몸부림을 치며 잔다.

기본 다리 하나는 침대 밖이다.



 





 



2013.06.21 17:21

내년에는 베이징에 가봐야겠다


 전국체전에 나가는 스포츠클라이밍 선수 선발을 겸한 클라이밍 대회가 베이징에서 있다는 소식을 얼마 전에 들었다. 시합 날짜는 토요일이었고, 그날 나는 촬영이 두 개 잡혀 있었다. 촬영이 없었다고 해도 지난 두어 달 암장에 나가지도 못 했으니 될 게 아니었다. 암장에 꾸준히 나갔다고 해도 지금 내 실력으로 입상권은 먼 이야기였을 것이다. 게다가 장소는 베이징이다. 그래도,


내년 중국 예선전에 나가고 싶다고 아내에게 이야기했다. 아내는 마루와 함께 응원가겠다고 했다. 


태권도를 처음 배운 건 초등학교 들어간 다음이었다. 기억에 아마도. 무척 다니고 싶어했었으니까 한참을 졸라서 겨우 허락을 얻었을 것이다. 그때 네 살 어린 동생도 함께 시작했다. 참 재미있었다. 작은 덩치에도 불구하고 몸은 제법 날랬으니까 곧 잘 했다. 그리고 나는 일 년을 채 못 다니고 그만 다녔다. 어느 날 관장님이 다음 대회에 나갈 사람들을 부르면서 내 이름도 불렀다. 그래보아야 시 군 대회쯤 되었을 텐데, 그래도 명색이 대회였다. 이 작은 몸을 격투기 대회에 내보내려 한단 말인가. 별도의 지정한 날 아침에 모여 승합차를 타고 다른 곳으로 가서 치르는 대회는 내가 상상할 수 있는 한계 밖의 세계였다. 가 본 적도 없는 곳에서 아마도 일생을 태권도만 수련한, 그래서 한 대 얻어 맞기라도 하면 곧바로 뼈라도 부러질 것 같은 강한 상대들이 즐비한 세상일 것이다. 아, 그런 곳에 저 관장님은 어째 나를 보내려고 하나? 지난 번 시범 때 관장님 엉덩이를 걷어찬 것 밖에 없는데.


어떤 핑계를 댔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부모님도 이상하셨을 것이다. 좋아하고 뛰어다니던 아이가 갑자기 이리 저리 피하며 도장에 안 가겠다고 했으니까. 어쨌든 여차저차해서 나는 태권도를 그만 뒀다. 길에서 혹시라도 만날까 무서워 도장 근처로는 가지도 않고, 먼길로 빙빙 돌아다녔다. 동생은 계속 태권도를 했고 3단까지 땄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 암벽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사실 안다. 그저 즐기는 수준이다. 밥 먹듯 운동하는 아이들과 비교할 수 없다. 그래도 가보고 싶다. (중국에서 암벽을 타는 한국인이 그리 많지는 않을 테니까,)운이 좋아서 선수라도 되면 전국체전이라는 곳에서 예선전이라도 뛰어볼 수 있는 거 아닌가. 또 안 되면 어떤가. 운동에 작은 동기부여라도 되지 않나. 열심히 운동해서, 내년에는 베이징에 가봐야겠다.


나중에 어쩌면 마루도 태권도장에서 도망칠 수 있고, 또 대회에 나가 예선전에서 떨어지고 상심할 수도 있다. 그때는 탈락 선배로서 마루 등을 토닥여 주고 까짓 것 그런 게 인생을 결정하는 건 아니라고 같이 웃어줄 수 있지 않을까. 웅변대회 결승에서 똑 떨어지고 서럽게 우는 내 손을 잡아주던 아버지처럼은 아니더라도. (아버지, 나만큼이나 서운해했던 아버지 표정이 생각날 것 같아요.ㅎ)






2013.05.28 17:55

마루. 아빠가 안티


 




마루는 주차중. 







  





내 어느덧 세상에 난 지도 다섯 달이 되었다. 살아보니, 세상은 별 게 없다.





  





낮잠을 위한 준비. 파리를 떄려잡을 죽도 한 자루, 숙면을 도와주는 공갈젖꼭지, 심심하면 흔들어 볼 노리개, 아이니까 아이패드. 작은 기린 인형은 놀이용이 아닌 식용으로 생각한다는 건 함정.




  




샤워하고 로션 바르다가,

어쩌다 보니 포청천 마루.







  





엄마 엄마!

나 이 났어요!

좁쌀같은 이가 두 개.





   




나에게 분유를 달라. 그렇지 않으면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난장을 볼 것이다.





  




20mm 광각 팬케익 렌즈에 맛들인 아빠 때문에 요즘 찐빵으로 찍히는 마루. 귀여워 귀여워.


아빠는 당분간 광각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




  




마루는 유모차에 누워 바라보는 나뭇잎을 좋아한다. 바람이 불어서 나뭇잎이 소리내며 휘날릴 때 마루는 자지러지듯 웃는다. 침대에 매달아 둔 작은 인형 모빌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거다. 햇살은 나뭇잎에 닿았다가 바람에 조각난다. 아직 뒤집기도 못 하는 마루지만, 마음으로는 벌써 몇 번이고 저 가지 끝에 닿았겠다.








2013년 5월 후반.

마루는 생후 다섯 달을 채워가고 있다.






2013.05.25 12:59

꿈. 태국에서 1년 살아보기


꿈.이라는 카테고리를 만들었다가 지웠다. 게시판 세부 사항을 설정하다가 귀찮아서 관뒀다. 그냥 짧은 글 안에 작게 작게 적어야겠다. 가지고 싶은 것이나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 따위를 산책하는 심정으로 적어두려고 한다. 적어둔 대로 되면 좋고, 안 된다고 해도 가끔 다시 읽어보면 봄날 산책처럼 한가로울 수 있을 거니까.


마루가 학교 들어가기 한 해 전에, 1년쯤 태국에서 살고 싶다. 마루가 이제 다섯 달 됐으니까 학교 가려면 6년이 남았고(7년인가?) 그러면 5년 뒤가 되겠다. 지금이 2013년이니까 그럼 2018년이 되겠구나. 아내와 나는 태국요리를 좋아하니까, 그곳의 사람들도 좋아하니까 너무 붐비지 않는 곳으로 가서 1년만 살다가 오면 좋겠다. 아내는 태국요리를 배우겠다고 했다. 나는 한 달에 절반은 태국에 있고 절반은 상하이에 있어도 좋겠다. 그 전에 태국어를 배우고, 생활을 안정시켜 두어야 한다. 태국 어디쯤에 가서 살지 지도도 부지런히 보고, 그곳의 물가를 고려해서 생활비도 따져보아야 한다. 태국에서 외국인이 집을 렌트하는 문제도 알아보면 좋겠다. 아, 태국이라...




2013.05.07 11:30

조금 알게 됐다. 그때보다는.


새 여권을 만들었다. 외우기 편한 여권 번호가 아까워서 가능하면 오래 쓰려고 했는데 더는 쓸 수 없어서 이번에 전자여권으로 바꿨다. 지금 여권은 군 제대 후에 만든 것이니 10년 만이다. 중간에 속지를 한 번 추가했고, 연장도 한 번 했다. 속지를 추가할 때 두꺼워진 여권을 보면서 괜히 으쓱하기도 했고 기간 연장 때는 스탬프 하나 찍어주는 걸 보면서 싱겁기도 했다. 워낙 낡아서 중국 공항에서 두어 번 주의를 받기도 했다. 여권 접합 부분이 떨어지면 출국도 입국도 할 수 없으니 조심하라고 했다. 그 뒤로는 아내가 여권 커버를 마련해 주었다. 새로 받은 여권은 종이가 빳빳해서 길들지 않은 구두 같다. 아직 외우지 못한 새 여권 번호가 생겼고, 앞으로 10년 동안 쓸 새 여권 사진이 생겼다.


의류 촬영이 있는 날이었는데, 모델이 도착하기 전 이른 아침이었다. 조명을 세팅해두고 보니 마침 증명사진 찍기에도 무난해 보여서 촬영 준비하다가 갑자기 앉아서 찍었다. 대충 세수를 하고 삐져나온 머리카락을 물로 얌전히 붙였다. 바람소리 누나가 찍고 내가 직접 포토샵 작업을 했다. 다른 것은 그대로 두고 피부를 정리했다.


새 얼굴이 마음에 든다. 10년 전 사진과 비교하니 나이가 들었고, 편해졌다. 사진 두 장을 유심히 봤다. 10년 전 얼굴은 서툰 나를 감추려는 것처럼 보인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나는 내가 어디에 있는지, 마땅히 어때야는지 몰랐다. 이게 좋아 보이면 따라 하고, 저게 좋아 보이면 흉내 냈다. 그 서툴고 불안한 마음을 들키기 싫어서 괜히 더 당당하려고 했던 것은 아닌지, 10년 전 나를 보면서 생각한다. 지금도 서툴지만, 그때보다는 낫다. 무엇을 해야는지 어디로 가야는지는 여전히 막막하지만, 어때야는지는 적어도 조금 알게 됐다. 그때보다는.


새 얼굴이 마음에 들어서 참 좋다.



2013.03.25 14:20

한 번씩,


  필요한 원고 사진을 찾느라 예전 사진들을 쭉 본다. 중간 중간 지워진, 지운 사진들이 적지 않아도 어느덧 10년 가까이 모인 사진들이 제법 된다. 자료 찾느라 열었다가 어디쯤에서 멈칫멈칫 하기도 하고 어디쯤은 얼른 넘어서기도 한다. 부끄러운 기억이 앞서고, 미안함 감정이 뒤따른다. 아, 다들 안녕하시겠지.


  사진은 너무 많은 것을 너무 또렷하게 기억한다고 적었었다. 그 미련함을 알면서도 지우지 않는다. 미련한 기억이라도 많으면 조금이라도 더 든든하다고 믿는 것일까. 아, 원고 써야지 하며 얼른 닫는다. 





2013.02.25 14:57

마루를 위한 여행 안내서


  어떤 아빠가 되어야 하나,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하나 하는 생각은 일찍부터 했다. 짐작은 했었다. 아이는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집착의 대상이 될 것이다. 세상에서 그보다 온전히 내게 속하는 것도 없을 테니까. 조금만 방심하면 아이에게 집착해서 내 뜻대로 휘두르려고 들 것이다. 참 위함하겠다 싶다. 오지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한다.


  부모의 마땅한 자리는 아마 여행 안내자 정도가 아닐까. 낯선 땅에 막 도착한 여행자가 스스로의 여행을 시작하기 전까지 그 땅의 대체적인 성격을 설명하고, 이곳에서 당신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소개하고 위험한 것들을 경고하고 비상연락망도 알려주고, 생존에 대한 몇 가지 시범을 보여주어도 좋을 것이다. 다양한 길을 알려주되 길마다에 있을 모험들을 가감없이 아는 만큼 알려주면 될 것이다. 내가 가 보지 못 했던 길을 더 좋은 것처럼 말하거나 내가 다시 가고 싶은 길을 더 길게 말하지 않아야겠다.


  언제가 되든 마루가 제 여행을 시작할 때, 그동안 전해들은 가이드의 말이 든든한 힘이 될 수 있어야 한다. 




2013.02.24 22:21

마루는 기억하지 못 하겠지


  마루 손톱을 깎았다. 목욕하고 분유 먹고 잠든 사이에 몰래 깎았다. 손톱은 얇아서 셀로판 종이처럼 누르는 대로 구부러졌다. 행여 손톱을 자르다가 손가락까지 다칠까 조심스러웠다. 마루는 깊은 잠을 자는 것 같다가 깨어서 울었다. 열 개 손톱을 한참만에야 다 깎았다. 제 부모가 저 잠든 사이에 손톱을 깎은 줄을 마루는 아마 모를 거다. 아, 나도 비슷한 기억이 있었다. 학교 들어간 지 얼마 안 됐을 무렵이었을 것이다. 여느 날처럼 학교 간다고 문지방을 내려서는데 부모님 두 분이 그 앞에 서 계셨다. 이상했다. 평소와는 다른, 무언가 기대하는 미소로 두 분은 서 계셨다. 그리고 새 운동화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아, 이것이었구나. 학교가는 아이가 새 신발을 보고 기뻐하는 표정을 보고 싶어서 두 분 새벽이 조금은 설랬겠구나. 운동화가 닳았는지 더러운지 신경도 안 썼던 때 이야기다.


어떤 신발이었는지, 정확한 배경이 어땠는지, 아버지가 앞서고 어머니가 뒤에 섰던지 그 반대였는지 아니면 나란히 서 계셨는지  사실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무언가 다른 기대감으로 밝게 빛나던 젊은 아버지 어머니의 인상만 남아있다. 마루는 오늘을 기억하지 못 하겠지.


잠든 마루 손톱을 깎다가 그때 생각이 났다.





  




2013.01.17 19:13

한 번도 땅을 디딘 적 없는 발이다


  



한 번도 땅을 디딘 적 없는 발이다. 아무 것도 제 의지로 디뎌보지 않은 발, 새 발이다. 무엇을 디디고 설 지, 어디에 디디고 설 지를 아직 정하지 않은 발이다. 저 발을 어떤 풍경으로 인도하고 어떤 사람 앞으로 데려가고 또 어떤 경험 앞에 안내해야 하나? 가만 쳐다보고 이런 저런 것을 생각한다.


마루.라고 지었다. 아내가 김훈의 수필에서 따왔다. 정확하게 어느 대목인지 나는 읽은 기억이 없는데, 안과 바깥을 잇는 소통의 공간, 더 넓은 곳과 소통하는 공간이라는 의미로 '마루'라는 단어를 풀어 둔 구절이 있다고 한다. 참 마음에 들어서 아내는 일찍부터 아이의 이름으로 점찍어 두고 있었다. 더 찾아보면 마루는 우리말로 '하늘'이라는 뜻도 있고, 산의 봉우리라는 뜻도 있다. 내 아이 세대는 국적의 경계를 우습게 여길 테니까 발음하기 쉬운 이름으로 했다. 아버지께서도 선듯 허락해 주셔서 반마루.가 되었다.


자고 있는 아이를 가슴에 안고


"마루야, 너는 어떤 세상을 살래?" 물었는데, 마루는 아무 말도 안 했다.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면서, 마루는 잘 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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