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ju/-Weather

170106

어제 비행기로 상하이에 들어왔다. 이번에는 조금 짧아서, 열흘만에 들어와서 보름 안 되게 머문다. 이 도시는 또 비온다. 여기 없었던 지난 열흘 동안 계속 내리고 있었던 것처럼. 당연하지 않냐는 표정으로 비 온다.

한결같이 비 오고, 골목길이며 낡은 집이며 허물고 짓는 장면도 한결같아서 끊이지 않는다. 어느 날 보면 익숙했던 건물 하나가 반쯤 허물어져 있고, 다음에 보면 그 자리에 번듯한 새 건물이 들어서 있다. 순식간이다. ​

손짓 한 번에 가면을 바꾸는 변검만큼 빠르다.

낯선 곳에 온 여행자는 낡은 골목을 걸으면서 생소한 음식을 맛보고 이방인을 만나고 서툰 잠을 자면서 여행지의 인상을 몸에 새긴다. 몇 장의 사진도 찍는다. 여행자가 낯선 곳을 기념하는 방식은 대게 비슷하다.

도시도 나름의 방식으로 그 자신의 예전을 기념한다. 철거하던 중에 잊어버리고 남겨둔 작은 돌기둥으로, 용케 살아남아서 도로를 조금 먹고 서 있는 나무 한 그루로, 내부를 고쳤더라도 외관만은 100년도 더 된 모습인 주택으로, 사라지는 것만 긁어 모아둔 박물관으로.

여전히 익숙한 상하이지만, 집을 제주로 옮겼으니 이제 이 도시에 오는 것은 형식상 출장이다. 신분이 바뀌니 인상도 변한다. 나는 이 도시를 어떻게 기념해야 되는지 고민이다. 이렇게 몇 해가 더 지나고, 내가 이 도시에 머무는 시간이 조금씩 짧아질 때가 올 텐데.

나는 어떤 길, 어떤 음식, 어떤 사람, 또 어떤 장소와 냄새로 이 도시를 기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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