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것도 읽히지 않았다.
어도비의 페이지 편집 프로그램 인디자인.을 설치하려다가 실패했다. 뒷문으로 하려다가 그랬다. 예전에는 잘 해서 썼는데 그 동안 뭐가 달라졌나 보다. 덕분에 같은 시리즈로 묶여 있는 포토샵까지 폭파됐다.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새로 나온 최신버전을 구해야겠다.
책 주문했다. 개인적으로 욕심나는 책들, 스터디 때문에 볼 책들을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한참이 지났다. 지나는 동안 책은 한 권씩 두 권씩 불어나서 걷잡을 수 없게 되었다. 내 책 구입은 전통적!으로 어머니와 누나에게 제법 신세를 졌는데, 이번에는 누나가 반쯤 해주기로 약속했다. 그 말만 믿고 이 책 저 책 막 주워담았다. 그런데 결제하려고 보니 얼마 이상은 공인인증서를 내라느니 막 복잡하게 해서, 어쩔 수 없이 한국 내 통장에 있는 돈으로 계좌이체하고 말았다. 책값이 60만원이다. 저녁이 우울했다. 다음에 한국 가면 대신 다른 책들을 사고, 누나 카드로 긁어야겠다. 봐주겠지 뭐.
은행카드를 잃어버렸다. 일 년에 두어 번은 꼭 현금인출기 안에 넣어두고 그냥 온다. 대부분의 경우는 은행에 가서 되찾아 오는데, 이번에는 없었다. 재발급을 신청하고, 손에는 현금 천 원이 남았는데, 새 카드를 받을 때까지 일주일 동안 천 원이면 충분하니까 별로 걱정은 안 했다. 조수 월급을 주긴 해야되는데 사정을 이야기하고 다음주에 주기로 했다. 그리고 어제, 인터넷이 끊겼다. 한 시간쯤 기다렸는데 복구가 안 되어서 전화해 물어보니 전화비가 넉 달이나 밀려 있었다. 인터넷은 써야 되니까, 자전거 타고 전화국에 가서 전화비를 냈다. 두어 달만 우선 내고 어떻게 해보려고 했는데 정지된 회선은 밀린 요금 전부를 납부해야 된다고 했다. 넉 달치 600원 조금 넘는 돈을 내고 나니 남은 돈은 채 100원이 안 됐다. 통장 들고 은행가서 찾으려니까 막상 간 곳이 VIP서비스 전용 지점이란다. 별 게 다. 같이 있던 바람소리 누나가 500원 빌려줘서 그냥 그걸로 쓰기로 했다. 이자 쳐서 줘야겠다.
방학이다. 나는 일하는 사람이니까 방학이 없는데,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 중에 학생들이 많아서(석박사 과정이라도 학생은 학생이다) 그들이 방학이니까 덩달아 방학이다. 진행하던 스터디들이 멈추고, 사람들이 한국으로 돌아간다. 몇 달 동안은 등떠밀려 읽어야 되는 어려운 책이 없어진다. 그러니까 그 동안, 다른 밀린 책들을 좀 보려고 한다. 마음은 그렇다. 순서를 짜고, 매일 두어 시간은 음악 틀어두고 그 앞에서 책을 보겠다는 각오. 그래서 몇 사람 뭉쳐서 일지. 프로젝트를 진행해 보자고 말했다. 게으르기 좋은 무렵이니까, 하루에 읽은 책, 하루에 들은 음악, 하루에 찍은 사진, 하루에 먹은 음식 따위를 제맘대로씩 적어서 여러 사람이서 하루를 기록해 보자고, 그걸로 서로에게 좀 부담감을 주고 자극이 되자고 말했다. 다시 생각하니 좀 우스운 짓이기는 한데, 그래도 내가 확실히 신뢰하는 몇 가지 중에 하나가 내 게으름이니까, 극복할 수 있는 모든 시도를 해보려고 한다.
별 것도 아닌데 괜히 마음을 막아서서 다른 일을 못 하게 만드는 것들이 있다. 엑스포 원고도 그랬다. 특별히 어려운 것도 아니고, 취재도 다 해두었고, 내용도 있었고 사진도 있었다. 그냥 쭉 이어서 쓰고 말의 앞뒤만 이어두면 되는 것이었는데, 오래 걸렸다. 마음에 숙제처럼 걸려서 그 동안 괜히 다른 일도 못 하고, 마감은 벌써 넘겼고 그랬다. 다 적었고, 어쨌든 보냈다. 엑스포는 오래 하니까, 이번 달에 안 나가면 아마 다음달에 나갈 수도 있겠다. 청탁한 친구에게 미안하다.
새벽에 사진스터디 맴버들과 타이캉루에서 사진 찍었다. 상업촬영 아닌 촬영은 참 오랜만이었다. 세 시간쯤 찍었는데 도대체 아무 것도 읽히지 않았다. 돌아와서 보니 역시나 마음에 드는 사진은 한 장도 없다.

나도 오늘부로 방학......아.... 겨울이면 졸업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