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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은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도자기 빚는 곳에 다녀왔다. 바람소리 누나랑 보람이랑 같이 갔다. 보람이는 누나랑 친하다. 예전에 중국어를 배울 때 같은 학교에서 배웠다. 그리고 미국으로 그림을 공부하러 갔는데, 이번에 방학 동안 잠시 상하이 집에 왔고, 바람소리 누나랑 같이 놀았다. 나는 가가멜 스프같은 인도 커리를 먹는 집에서 누나 소개로 처음 만났다. 끼리끼리 논다고, 착한 속에 에너지를 품은 녀석이다. 누나랑 닮은 것도 같고 또 다른 것도 같다. 재미난 놀거리를 생각하는 두 사람 앞에서 툭 던진 말을 두 사람은 덥썩 물어서, 바로 떴다.

  흙을 반죽하면서 공기방울을 빼고, 덩어리로 만든 흙을 물레 위에 올려서 돌려가며 그릇을 빚는다. 나는 무얼 만들까 하다가 스피커와 전등갓을 만들기로 작정했다. 집에서 갈 때 컴퓨터 스피커 유닛 하나를 떼어 갔다. 도자기로 인클로져를 만들면 그 소리는 짐작할 수 없겠지만, 특별하고 재미난 스피커가 될 것 같았다. 그리고 오로지 반사광만 나오는 작은 전등을 만들겠다고 생각했다.

  흙은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세게 만지면 곧 망가졌고 약하게 하면 모양이 안 나왔다. 잘 안 되니까 오기가 생기기 보다는 될대로 되라는 심정이 되었다. 하다가 하다가 안 되니까 보기에 딱했는지 선생님이 다 해주다시피 도와주셨다. 스피커는 일찌기 포기했고, 전등도 될 게 아니더라. 가장 쉬운 걸로 하긴 해야겠는데 남들 다 하는 것은 또 하기 싫었다. 큰 쟁반을 만들었다. 가운데 작은 쟁반 하나가 더 담긴 모양이다. 그러니까 이게 완성되면 가운데는 밥을  담고 주변에는 반찬을 담을 수 있다. 가운데 국을 담고 주변에 밥이랑 반찬을 한꺼번에 담을 수도 있다. 그러니까, 밥 한 끼에 설거지 한 번만 하면 되는 놀라운 작품이 되는 거다. 도자기는 열흘 가까이 건조한 다음에 유약을 바르고 그림을 그려서 굽는다. 열흘쯤 뒤에 다시 한 번 더 소주로 가야한다. 보람이는 미국에 돌아가고 없을 테니까, 혼자 가거나 누나 꼬드겨서 가야겠다.

  일주일이나 밀린 스터디가 오늘 있었다. 푸코의 성의역사. 1권을 다뤘는데, 스터디 시작하고 두어 시간 지날 때까지 성.이라는 단어는 한 번도 안 나오고 이야기는 온갖 곳으로 흘렀다. 맴버들이 방학이라고 한국으로 다들 가서 세 명이서 했다. 다 못 하고, 다음 주에 마저 하기로 했다. 다음 학기에 할 책들을 거의 확정했는데, 이번 학기보다 더 재미없는 책들이다. 허. 주문은 해두었다만, 정말 재미는 없는 책들이다.

  암벽등반을 배우기로 했다. 지난주에 첫 모임이 있었다. 오후에 실내암장에 가서 실제 연습했는데 생각했던 것 보다 더 재미있다. 작년 여름 계림과 양숴로 1주일 동안 자전거 여행을 갔을 때 어깨를 다쳤다. 산에서 괜히 과속하다가 공중 2회전 해서 어깨로 추락했었다. 그 다음 날에 암벽 등반을 체험하는 코스를 예약했었는데, 결국 못 하고 왔다. 그리고 어깨 때문에 1년 동안 운동다운 운동을 할 수 없었다. 이제 거의 나아서 다시 해야겠는데, 검도를 다시 하자니 우선 너무 멀다. 게다가 검도는 일주일에 한 두 번 해서 되는 것도 아니니까 도저히 현실적으로 어렵다. 수영을 하자니 지금 체력으로 하기에는 또 부담이다. 재미도 있어야겠고, 일주일에 한 번 정도만 해도 무난한 운동을 생각하다가 암벽등반 모임의 시작 공지를 읽었다. 서너 달 정도 그냥 즐기는 수준에서 배우고 기본적인 장비 사용법만 익히려고 한다. 그 다음에는 주로 실내 암장에서 볼더링(로프를 쓰는 높은 벽을 타는 것이 아니라, 메트가 깔린 낮은 곳에서 암벽 스킬을 익히는 훈련을 말한다) 위주로 운동하려는 것이 계획이다. 우선 암벽화와 등산용 분가루만 구입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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