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고 화를 내지 않을까.

몇 년 전에 쓰던 홈페이지에 문제가 생긴 것을 오늘 알았다. 이제 쓰지 않는 공간이지만 접근만 차단되어 있을 뿐, 여전히 있기는 한 곳이다. 스팸 댓글을 생성하는 프로그램에 걸려서 게시물마다 댓글이 적게는 수 십 개에서 많게는 수 천 개씩 붙어 있었다. 현재 홈페이지와 블로그 역시 같은 서버를 쓰고 있어서 여기까지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 부분이었다. 다른 게시판들은 그나마 쓰기 권한이 내게만 있어서 나았는데, 방명록 게시판은 난장이었다. 제로보드 사이트에서 해법을 찾아보았지만 뾰족한 수는 없는 듯했다. 결국 스팸 댓글이 많이 달린 게시물을 삭제했다. 몇 년 동안 모였던 안부 인사 중에 1/3 정도를 삭제했다. 안타깝고, 미안했다. 내가 기록에 집착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알았다.
몇 시간 동안, 잊었던 그 곳을 찬찬히 다시 보았다. 다 보지는 못 했다. 그 때, 나는 참 부지런하고 에너지가 있었던 모양이다. 누가 시키지도 않은 짓을 어찌 그리 열심히 했는지. 사진 에세이도 많이 썼다. 문장들은 어찌나 닭살스럽게 억지 멋을 부렸는지. 지금 다시 그렇게 못 하는 이유를 생각하니까, 우선 사진을 좀 더 알게 되어서 그렇다. 부지런히 찍어도 좀처럼 마음에 드는 사진이 잘 안 나온다. 물론 그 때보다는 카메라를 무겁게 느끼고, 항상 휴대하지 않는 게으른 탓도 있다.
가장 애착이 남는 게시물들은 역시 사람에 대한 것이었다. 사람들이 남겨준 안부인사를 살피다가, 한국에 있는 텃밭 누나에게, 지미에게, 우수님에게 전화했다. 통화는 텃밭 누나만 됐다. 이 녀석이 왜 갑자기 전화를 하나 싶었겠다. 다들 그리워서 그랬는데.
이미지는, 게시판들 중에 사람에 대한 이야기만 따로 모아서 올려두던 게시판의 메인 이미지다. 실루엣으로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과 얼굴과 목소리와 느낌을 선명하게 떠올릴 수 있다.
그 무렵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본다면 뭐라고 할까? 그 좋은 카메라로, 그 실력으로, 그 한가함으로, 그렇게 좋은 피사체들이 많은 땅에서 왜 너는 그렇게도 게으른 사진을 찍고 있냐고,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고 화를 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