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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성한 호기심으로 매번 새로운 앎의 대상을 찾아나서는 정신의 여행자들에게, 망각이란 나아가는 속도만큼이나 빨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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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또는 어떤 존재를 미워한다.고 말하지 마라. 말은 마음을 만든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말하면 하게 되고 사랑한다 사랑한다 말하면 사랑하게 된다. 그러니까, 숨이 끊기는 그 날까지 일생 일말의 의심도 없이 미워할 작정이 아니라면 함부로 미워한다.고 말하지 마라. 말이 반복되면 기운이 동.하고 밉지 않을 일까지 미워진다. 아픈 일 많은데, 좋은 일 만들기도 부족한 시간인데. 그러니까, 미워도, 미워한다.고 말하지 마라. - 지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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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도했다. 오랜만이다. 방심한 탓에 두어 군데 붉은 빛이 돌았다. 상처. 상처는 힘이다. 날카롭게 베어나 갈라진 살갗은 더 큰 간절함으로 상대를 부여잡는다. 한 번 생겨난 상처는 매끈한 피부보다 자극에 약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상처는 간절한 껴안음이다. 양편의 살갗이 서로의 안까지 껴안아 만들어내는 흉터가 그것을 증명한다. 내가 약한 것은 상처가 없는 까닭임을 오늘 비로소 알았다. -지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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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에 대해 생각하고 말하던 무렵이 있었다. 망나니의 주변 없는 칼과 고수의 있는듯 없는듯 감추어둔 칼.에 대해 말하고 생각하던 무렵이었다. 새삼 다시 칼.이 생각나는 것은 다시 한 자루의 칼을 품겠다는 뜻은 아니다. 그 때 품었던 한 자루 칼은 내 사진 속에 내 글 속에 또 내 걸음 속에 오롯이 날 세웠다. 디테일에 집착하는 사진은 서툴고 얕다. 디자인을 거쳐 이미지의 사진으로 가기에는 아직 멀었지만, 적어도 닿아야 할 곳은 그 곳이다. 화려하기만 한 수식과 걸러내지 않은 잡설의 문장은 얕다. 안다고 말하기 위해 딛고 선 자리를 장식하는 문장은 거친 동시에 지루하고 읽는 사람의 살갗을 아프게 찌른다. 삶에 장식이 많은 사람은 얕다. 이미 오래 전에 목적을 잊고 대신 그 자리에 수단을 모셔둔 사람은 안타깝고 밉다. 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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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즈는 한 장의 유리로 구성되지 않는다. 적게는 서너 장, 많게는 열대여섯 장의 유리가 합쳐 하나의 랜즈를 만든다. 빛은 유리를 통과하며 굴절되고 왜곡되고 퍼지고 모아진다. 필름에 맺히는 상은 굴절되고 왜곡되고 퍼지고 모아져 마치 본래의 빛인 양 담겨진다. 들어가는 유리가 많으면 빛의 손실과 왜곡이 크고 다시 그 왜곡을 보정하기 위해 새로운 유리를 넣는다. 속에 담긴 생각이 말로 행동으로 걸음으로 나오기까지 몇 장의 유리를 거쳐올까? 순수인 듯, 진심인 듯 보이는 말과 행동과 걸음은 또 몇 장의 유리를 거치며 얼마나 진실을 가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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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끊임없이 새로움을 찾아 떠나는 것만은 아닐 겁니다 설사 매 순간마다 걷는다고 해도, 사실은 그 순간마다에 머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편한 숨을 한 뜸 한 뜸 심어가며 공간마다에 머물러 보면 그 안에는 참 많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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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리했다. 책꽂이 가득한 책들을 한 권 한 권 꺼내 제목을 받아적고 작가이름을 받아적었다. 존재를 몰랐던 책과 존재를 잊었던 책. 새삼스럽게 손에 잡혀드는 책들은 제각기 사연을 품고 있었다. 어떤 책은 페이지 사이에 쪽지를 끼우고 있었고 어떤 책은 표지 속에 철지난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꽃잎처럼. 치옥 동무! 꽃잎처럼 살자 1997. 5. 2 성욱 동무가. 다음에 다음에 겨우겨우 인연이 닿아 다시 볼 수 있다면, 그 때는 물어보아야겠다. '성욱아, 우리 꽃잎처럼 살고 있나?' 글을 위한 공간을 다시 배려한다. 간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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