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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Y

6pm. 집 감자. 고구마. 호박. 당근. 버섯. 마늘. 피망. 두부. 쌀뜨물 받아서 끓이고 된장 풀어서 끓이고 재료 넣어서 끓이면 된장찌개가 된다. 별 생각없이 대충 집어넣은 것들이, 재료마다의 맛을 국물 속에 풀어놓는 것을 보면 기특하다. 방학 마치고 돌아온 미학스터디 맴버들을 만났다. 송지윤에게 웹진의 전체 방향을 설명하고 편집맴버가 되어달라고 부탁했다. 몇 명의 필진을 더 모았다. 웹진 페이지의 전체적인 레이아웃을 정했다. 일 좀 하려니,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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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Y

5pm. 이케야 문화원에서 빌린 책을 반납하고 새 책 두 권을 빌렸다. 동호회 전시회에서 추가 프린트한 사진들을 오늘 마지막으로 전달했다. 읽은 책에 대한 감상문을 적어야 되는데, 이 달부터 새로 쓰기로 한 독서리스트 원고의 컨셉을 잡아야 되는데, 책 원고를 빨리 정리해야 되는데, 웹진 시안을 잡아야 되는데, 포트폴리오 마무리 작업을 마저 해야 되는데, 빌려온 프로젝터를 연결해서 영화 보며 짜파게티 두 개를 끓여먹으니 밤이다. 끝발을 휘날리며 눈가루가 날리고, 바람은 성벽을 넘는 점령군처럼 호되게 창 밖에서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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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Y

오전에 물건을 전해주고 오후 내내 카페에서 책 읽었다. 카페에는 컴퓨터가 없고, 카페는 겨울에 춥지 않다. 나른하게 앉아 오래 읽으니 책은 진도가 많이 나갔다. 저녁에 바람소리 누나와 성현 형과 연주회에 갔다. 작년 교향악단 촬영 때 말해두었던 표다.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했다. 작곡가에 대한 선입견이 피아노를 도드라지게 했다. 백건우는 익숙한 길을 걷는 연륜 있는 아저씨처럼 입장했다. 사방을 둘러보며 무대를 단정하게 하고 피아노에 앉았다. 오케스트라는 넋두리하는 주인공을 둘러선 동네 주민들 같았다. 악단은 피아노에게 맞서는 역할도 아닌 듯했고, 완벽한 거리 너머에서 다만 듣는 청중도 아닌 듯했다. 피아노의 신세한탄이 좀 더 수월하도록 가끔은 추임새도 넣고, 피아노의 말을 되새김질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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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Y

4:30pm 엑스포 오스트레일리아관 한참동안 별다른 이유도 없이 미루어두었던 택배 몇 개를 보냈다. 신장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냈다. 출장 다녀와서 11월이면 보내주겠다던 사진들을 해 넘기고 봄이 가까워서야 보냈다. 짧은 편지를 함께 넣었다. 벌써 보내야할 영수증을 보냈다. 음식 컷 몇 개 찍은 것이 고작이라 큰 금액이 아니라서 그런가. 책상 한켠에 밀어두던 영수증이다. 며칠 전 찍은 사진들을 씨디에 구워서 보냈다. 별로 내키지 않는 촬영이었는데, 마음에 두었던 CDP 살 작정으로 찍었던 사진이다. 마침 어시스턴트 월급 줄 무렵이라, 그것 주고 왕복 교통비에 밥값 하니 빈손이더라. 오후에 공사가 한창인 엑스포 전시구역에 가서 촬영했다. 오스트레일리아관의 영상을 담당하는 인물이었다. 어시가 개인사정으로 못 와서 혼자 갔는데, 비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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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웹진 아이디어 Ver. 1.0

웹진.이라는 단어를 입에 달고 지낸 것이 제법 몇 년 되었다. 아이디어만 내고 접은 것도 있고, 제법 시안도 만들어 보고 사람도 모았던 것이 또 두어 번이다. 될지 안 될지 모르는 시도를, 또 한다. 상하이에서 출간되고 있는 한국어 활자매체들이 다루는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아무래도 다양한 독자층을 아우르는 기사를 구성하려다 보니 나오는 기사라는 것이 우선 소비지향적이고 바탕은 흐리고 내용은 깊지 못 하다. 나부터 생각해 보아도, 조금 미안한 말이기는 하지만 교민매체에 보내는 글은 대충 날림으로 쓰는 것들이다. 만족시켜야 할 기대치같은 것이 없으니, 못 쓴다고 해도 어떤 피드백도 없으니 그 때 그 때 떼우는 식으로 쓰고 만다. 그렇게 쓴 문장들은 여간해서는 다시 들춰보지 않는다. 웹진은 상하이의 문화와 예술에 대한 깊이있는,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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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Y

3:30pm. 뚜오룬루 흐리고 바람이 불고 빗방울이 조금씩 날렸다. 오전에 사진액자 작업을 맡기고 오디오 매장에 갔다. 어떤 음악, 어떤 오디오 장비에서 나오는 현소리는 근육을 그 결대로 찢어낸다. 결마다 풀려난 근육의 가닥들이 사방으로 펼치고 음들이 그 사이 마다에서 팽창한다. 오후에 뚜오룬루에서 사람들과 사진 찍고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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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Y

4pm. 하미루 오전에 흐리고 오후에 맑고 밤에 번개가 치고 비가 왔다. 어제 밤에 늦게 자고 아침에 일찍 깨서 종일 졸렸다. 전시사진을 찾으러 온 바람소리 누나가 충청도쌀, 경상도쌀, 강원도쌀, 전라도쌀 햇반을 사다 주었다. 사람들 불러놓고 블라인트 테스트를 할까 보다. 오후에 이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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