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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부를 전하고, 묻는다.

촬영 장비를 꾸렸다. 제주사람 스무 명의 사진을 찍는 이번 프로젝트의 첫 촬영이 내일 아침이다. 스무 명의 사람을 찾아내고 모델 요청을 하고, 한 명씩 시간을 조율해서 이곳으로 불러 컬러체험을 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제 그들이 고른 색깔로 그들의 배경천을 물들였고, 내일 새벽 첫 모델을 시작으로 보름 가까이 제주 섬 곳곳을 옮겨다니며 그들의 포트레이트를 찍는다. 

 

첫 사진이니까, 혹시 부족한 것은 없을까 따져보며 조금 넉넉하게 준비했다. 조명 스탠드도 하나 더, 조명도 하나 더, 렌즈도 혹시 모를 화각까지 하나 더. 지금까지의 과정이 준비였다면 내일부터 내 무대가 시작인 것인데, 지금까지의 과정이 너무 힘들어서 내일부터 잘 해낼 수 있을까 미리 걱정할 틈도 없었다. 짐을 몇 개의 덩어리로 꾸려놓고 나니 각오가 새삼스럽다. 잘 찍어야지. 그래야 지난 시간이 아깝지 않을 거니까. 좋은 사진을 위해서 제법 고생스러웠으니까. 엉망인 사진으로 전체 과정의 수고를 헛되게 만들지 말아야지. 잘 될 거야, 혼자 다독인다.

 

모델을 섭외하며, 나는 인간관계가 그다지 넓지 않고, 있는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애써 노력하는 사람은 아니구나 생각했다. 하루에 몇 통의 섭외를 주고 받고 시간을 조율하는 과정이 촬영보다 더 피곤했다. 아, 지난 번 작업도 비슷했구나 생각이 들며, 기억력이 나쁜 탓에 매번 새로운 작업을 이어나가는 구나 싶다. 

 

사진보다 말이 앞서면 낭패인데, 작업 컨셉을 설명하면 다들 '좋은 작업이다.', '멋있다.' 한다. 여보세요들, 그러니까 그 감탄이 사진을 보고 나와야 되는 건데. 이번 전시도 또 말로 쓰는 사진전 되나.

 

여기는 귤이 제철이다. 섬 사방이 온통 노란 귤을 매달고 있는 귤나무 천지다. 오늘 간 곳은 새 농법 중에 하나인 '타이백 재배'를 하는 곳이다. 건축자재로 쓰는 타이백은 일종의 투습방수포인데, 이걸 귤밭 바닥에 꼼꼼하게 깔아 둔다. 땅속의 습기는 공중으로 배출되지만 빗물은 땅으로 스미지 못 한다. 그러면 귤나무는 생존의 위협을 느끼고 열매에 당분을 모은다. 더 당도가 높은 귤이 나온다. 타이백 농법을 설명하던 농부는 인터뷰 말미에 말했다.

"나무한테는 못 할 짓이지요."

나무에 대한 연민은 없다. 다들 비슷하게 산다.

 

초상권 동의서만 얼른 만들어 두고 자야겠다. 새벽 갈 길이 멀다. 안부를 전하고,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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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바의 마음은 거칠 곳 없다.

조르바의 마음은 거칠 곳 없다. 기쁠 때는 몸을 떨며 춤추고 슬플 때는 마음의 바닥까지 무너진다. 그렇게 모든 감정의 한가운데를 통과하지만 휘둘리지 않는다. 닿기 어려운 경지다. 나는 그러질 못 해서 마음은 여러 사태의 경계선에서 온갖 감정을 기웃거린다. 조금 덜 다치고 가능한 안전하게 위태롭기 위해서 마음이 가도 되는 곳과 가서는 안 되는 곳을 살펴야 한다. 상대의 부족함으로 나를 위로하는 마음은 가서는 안 되는 곳이다. 불쑥불쑥 아침잠에서 깰 때 마주치는 무기력도 가서는 안 되는 마음이다. 어제보다 나아진 것 없는 오늘이라는 마음 쪽으로도 안 가는 것이 좋다. 가지 말아야 할 마음은 날마다 늘어나는데 어디로 가야 하는지는 계속 모호해서 마음은 갈피를 못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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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우리 이럴려고

  장마 중에 모처럼 날이 좋아서 늦은 오후에 의자 세 개와 테이블을 챙겼다. 아내와 마루가 특별히 좋아하는 치킨집에서 순살치킨을 하나 사서 아무 방파제에 앉았다. 닭 한 마리를 다 먹을 때쯤 해도 기울었다. 좋았다. 맞아, 우리 이럴려고 제주에 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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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조금 더 큰 도토리다.

사부작 사부작 다시 몇 줄 적어 놓으려고. 올 하반기는 제법 기대하며 기다렸는데, 어떻게든 뭐든 해봐얄 것 같아서. 몇 종류의 SNS와 블로그, 홈페이지, 글을 적으려고 일주일 일정표를 짜놓았다. 월요일에는 어디를 쓰고 화요일은 어디를 쓰고 하는 식으로 일주일을 채워놓았다. 화요일은 여기, 가장 애착이 가지만 구석에 숨겨둔 것 같은 내 홈피. 전에 쓴 글은 1월이네. 그러니까 상반기의 시작에 쓰고 반 년을 지나 다시 쓰는구나. 조금 더 자주 쓰려고 마음은 먹었는데 두고 보아야지. 주제도 없지만, 여기는 적으려고.

 

마루는 자전거 레벨4를 달성했다. 섬의 아이는 항구의 빈 주차장에서 자전거를 배운다. 워낙 넓고 비어서 제 세상인데, 그래도 한쪽에 바다가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 처음에는 주저했다. 네가 아무리 간들 바다까지는 한참이고 아빠가 그걸 그냥 보고 있을 리도 없단다. 몇 번 자전거를 타더니 자기는 몇 레벨이냐고 묻는다. 게임이 심취하신 초등 1학년이니까, 레벨이라는 개념이 재밌나 보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자전거 타기 레벨을 10단계로 정하고, 너는 그 중에 3레벨이라고 했다. 이제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는 아이가 1레벨, 보조바퀴가 달린 네발 자전거를 타는 게 2레벨, 보조바퀴를 떼고 더듬더듬 탈 수 있는 게 3레벨이라고 알려주었다. 지금 마루가 타는 자전거는 안장에 앉으면 발이 땅에 닿지 않는다. 까치발을 하면 겨우 닿을 듯 말듯. 그래서 균형 잡기가 쉽지 않다. 지난 몇 번의 연습으로 일단 처음에만 조금 잡아주면 제법 페달을 굴리며 잘 타는데, 균형을 잡아야 하는 출발은 아직 쉽지 않다. 그래서 비틀거리지 않고, 한 번에 출발할 수 있으면 레벨4가 된다고 알려주었다. 게임 같았을까? 아이는 갑자기 자전거 연습에 열이 올랐다. 레벨4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연속해서 10번! 넘어지지 않고 출발해야 한다. 웬 걸? 안 될줄 알았는데 아이는 한 번 두 번 하더니 어느새 10번을 채운다. 장하다, 아들. 너는 이제 자전거 레벨4다.

 

함께 자전거 타는 친구 이름을 들먹이며 그 친구는 아직 3이지 않냐고 묻는다. 그래, 하지만 그 친구도 금방 4단계가 될 거라고 알려주었다. 키재는 도토리 같은 것들. 아빠는 레벨8쯤 되는데. 내가 조금 더 큰 도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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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정사진

아흔일곱 할머니의 영정사진

 

제주 서북쪽 섬, 비양도에서 태어나고 자란 할머니는 일흔다섯까지 물질을 하는 해녀로 살았다. 무릎 수술을 한 후 물질도 그만 두고 목발을 짚어야 하지만 아직 정정하다. 젊을 때 이야기를 묻고, 가족 이야기를 물으니까 할머니 눈가가 젖는다.

 

"엄마, 또 우신다."

딸은 별일 아니라는 듯 슬며시 엄마의 눈물을 닦았다. 아이 여덞을 낳아서 셋은 죽었고, 지금은 다섯이 남았다. 막내가 마흔을 넘겼고, 손주들도 시집 장가를 갔다. 할머니의 소원은 남은 손자 장가가는 걸 보는 일이다.

 

비양도의 세세한 물길을 모두 알고 있는 할머니에게 한 번쯤 돌아가고 싶은 시절을 물었다.

 

"지금이 제일 좋아. 젊어서는 고생했지. 이제 아이들도 다 크고 말도 잘 듣고 나 잘 살펴주고. 지금이 좋아."

 

"우문에 현답이네요."

따라온 큰며느리가 말했다.

 

비양도 섬집에는 할머니 혼자 사시는데, 방 하나는 비었으니 꼭 비양도에 놀러와서 묵어가라고 하신다.

비양도가 갑자기 훅,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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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은 대세다

영상은 대세다. 아무래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들이 생겨서, 하긴 해야 할 모양이다. 일은 결국 장비가 하는 거니까 이리저리 알아보는데 이게 또 한짐이네. 이걸 언제 또 마련하며 언제 또 배우고 익히나. 죽는 순간까지 무엇이든 계속 배우겠지만, 한 영역에서 깊게 배워가는 것은 그나마 차분하게 하겠는데 또 새로운 영역을 배워야 하니 범위는 넓어지고 깊이는 썩 얕을 것 같아서 걱정이다. 돈을 받고 하는 작업이니까 하려면 좀 잘 해야 할텐데, 지금 내 사진 수준에 비추어 보아서 그 정도까지 영상으로 해내려면 앞이 막막하다. 우선 파이널컷부터 깔아서 유투브 영상강의를 따라가며 하나씩 해 본다. 

 

영상은 이미지를 다룬다는 점에서 사진과 닮은 것 같지만 문법구조는 다르다. 시와 소설의 차이 비슷할 것 같다. 사진은 백지 가운데 점 하나를 찍어놓고 보는 사람 마음대로 선을 확장시켜 가라는 방식이라면 영상은 아무래도 선을 그려주는 것 같다. 

 

자, 다음 장비는 뭘 사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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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책부터 본다.

일이 안 풀릴 때는 몸을 움직이는 게 좋다. 작업실에 앉아 있는데 좀처럼 되는 일이 없으면 마당으로 나온다. 겨울에는 장작을 해야 하니까 더 좋다. 체인톱으로 큰 나무토막을 썰고, 토막낸 나무는 다시 도끼로 가른다. 대충 10분만 넘겨도 이마에 제법 땀이 맺히고, 잡생각도 안 난다. 다행히 주변에서 나무 가져가라는 곳도 있어서 올 겨울은 어떻게 지날 모양이다.

 

된다면, 이번 겨울에는 나무요트 모형을 몇 개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 요트라고 할 것도 없고 그저 바닷가에 널린 나무토막에 막대기 하나를 수직으로 세우고, 천을 적당히 잘라서 돛 모양으로 매달면 된다. 본래 바다를 떠돌던 유목이니까 썩 어울리는 자리다. 만들어서 프레임 안에 넣으면 작업실 공중에 매달아야지.

 

만들겠다고 했던 사진관 잡지를 만들었다. 처음 계획은 제주에 여기저기 있는 독립서점에 보내서 팔아 볼 작정이었는데 조용히 숨겨두고 있다. 사진이나 글은 대충 되겠는데, 이번 첫호 편집은 망쳤다. 가제본이라도 해봤어야 하는데, 대충 되겠지 싶어 바로 인쇄 보낸 것이 패착이다. 혼자 다 하려니 많이 서툴렀다. 조금 더 잘 만들어서, 다음호부터 공개해야겠다.

 

죽음에 대해 읽고 있다. 도서관에 가니 생각보다 죽음을 주제로 삼은 책이 많다. 사진관은 영정사진파티를 준비중인데, 하려고 보니 뭐든 알아야할 것 같아서 우선 책부터 본다.

 

책 읽기 방법을 바꾼다. 이제 읽고 나면 내용은 하나도 기억이 안 난다. 인상적이었다는 감상 정도만 겨우 남는다. 그것도 오래 안 간다. 그래서 읽으면서 메모한 것들을 그대로 옮겨 두려고 한다. 그대로 옮겨둘 메모니까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적으려고 한다.

 

'니가가라 상하이' 원고를 다시 시작한다. 인스타에서 가끔 보는 계정 중에 인스타를 일기장처럼 쓰는 사람이 있다. 차분하게 쓰는 문장도 좋지만, 매일 꾸준히 그렇게 적는다는 게 참 좋고 부럽다. 무엇이든 써서 만들겠다는 욕심은 오래된 것이니까, 늦었다고 후회하기 전에 이제라도 다시 손에 쥔다. 우선 손현아 이야기를 먼저 적는다. 지난 번 출장길에 만나고 왔다. 먼저 쓰고, 다음 출장 때는 다른 사람을 소개 받아서 또 적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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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겠다고, 죽을 듯이 먹는다.

폭식. 짐승이든 사람이든 오래 굶주리면 폭식하는 습관이 생긴다고 한다. 언제 다시 먹을 지 알 수 없으니까, 일단 먹거리가 생기면 최대한 입 속에 밀어 넣는다. 살겠다고, 죽을 듯이 먹는다. 얼만큼 소화시킬 수 있을까, 계산 따위는 사치다. 우선 담아 넣어야 한다. 그러면 몸은 냉정하게 딱 가능한 만큼을 소화시키고 나머지는 내친다. 배탈이다.


11, 12월 촬영은 마감이다. 오는 촬영을 막지는 않겠지만, 조바심 내며 일거리를 찾아다니지 않아도 되겠다. 이런저런 프로젝트가 이어져서 다 해내려면 많이 바쁘겠다. 사진도 찍고 영상도 찍고 글도 쓰고 디자인 작업도 해야 한다. 내 몸과 실력과 시간이 얼만큼 감당할 수 있는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나는 내 시간과 기술을 현장에서 팔아서 먹고 사는 사람이니까, 딱 몸을 움직인 만큼 번다. 가만 있으면 아무도 돈을 안 준다. 그래서 앞뒤 안 가리고 촬영 스케줄만 비어 있으면 오는 대로 일을 받았다. 후반 편집작업이나 원고 작업 시간 같은 것들은 일정에 안 넣었다. 안 되면 밤새서 해내면 된다 싶었다. 


어제 종일 촬영을 마치고, 오늘 오전 미팅을 마치고, 오후에 잠시 눕는다는 게 저녁이 가까워서야 일어났다. 또 졸린다. 몸이 버거운 모양이다. 그리고 오늘 하겠다고 적어둔 일거리들은 하나도 못 한 채로 수첩에 고스란히 남았다. 


행동은 반복되면 습관이 되고, 습관이 이어지면 태도가 된다. 폭식하는 습관을 들인 것들은 상황이 개선되어도 좀처럼 먹는 방식을 고치기 어렵다. 일거리 앞에 조급하고 무엇이든 수주하고 보겠다는 절박함은 이제 태도가 되어버렸다. 어떤 작업이든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은 작가적 완성도의 문제가 아니라 다음 작업을 받아내야 한다는 일용노동자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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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목소리에게 나는 질문 하나라도 던질 수 있을까

마감해야 하는 작업 여럿이 앞길을 막고 있다. 덕분에 물에 들어가는 것도 낚시하는 것도 산에 가는 것도 요트 수업 가는 것도 미루고 있다. 닥친 마감 중에 독촉 연락을 받은 사진 작업을 마치니까 새벽 세 시가 넘었다. 유튜브로 이런 저런 음악을 틀어놓고 작업하다가 마지막 두어 시간은 최백호를 들었다.


최백호의 노래는 주저하는 마음이 부르는 것 같다. 내가 과연 이 마음을 말해도 되는 것일까, 내가 과연 이 뜻을 전해도 되는 것일까, 나는 정말 세상을 이만큼 안다고 해도 될까. 가수는 노래하는 동안 끊임없이 되묻는 것 같다. 그리고 확신이 아닌 조심스러운 허락으로 마침내 소리를 툭, 뱉어내는 것 같다. 속으로 되묻고 그 답을 기다리다 기다리다 내뱉는 그의 소리는 그래서 음보다 조금 느리게 따라붙는 것 같다. 저런 얼굴을 내 카메라 앞에 세울 수 있다면 나는 그에게서 무엇을 찍어낼 수 있을까. 평생을 대답 앞에서 물러서고 물러서며 겸손하게 다시 물어온 저 목소리에게 나는 질문 하나라도 던질 수 있을까.

전인권도 있다. 사자머리 가수의 소리는 그가 세상과 통하는 좁고 유일한 통로이거나 그가 골방 안에서 바깥을 보는 작은 창문 같다. 그에게서 소리를 지운다면 그는 사라져버릴 거다. 세상과 잇는 위태로운 줄 하나만 겨우 붙들고 있는 예술가다. 무엇이든 잘 하는 엔터테이너 예술가의 시대에, 그는 참 귀하다. 예술가에게 기대하는 간절함이 오롯이 담긴 소리를 내지르는 사람이다. 

탐나는 모델 두 목소리를 들어서 괜히 사진 작업 속도는 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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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가신 게 10년 전 일이란다. 그때 중국 매체도 여러 이야기를 다뤘다. 몇 달이나 지났을까, 길 가다가 중국잡지 낡은 포스터가 막 떨어져 나갈 참이었다. 가판대 주인에게 부탁해서 포스터를 얻었다. 몇 번의 이사와 귀국까지 갖고 왔다.

 

노무현, 스스로 사형을 선고하다.

 

잡지는 그렇게 적었다. 

 

드물지 않게 노무현을 떠올린다. 잘 되어가는 정치와 사회를 보면 고마워서 생각나고, 나쁜 정치와 속임수의 행태를 보면 너희 때문에 대통령이 가셨다 싶어서 또 생각난다.

 

무슨 말을 보탤까. 같은 시대를 살 수 있어서 영광이었어요. 덕분에, 지금 바르고 강한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세상이 좋아지고 있어요. 사람들이 참 많이 고마워해요. 

 

우리 대통령. 시대를 옮긴 거인. 다시 못 만날 사람. 

 

그 빚을 마음 속에 지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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