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rtfolio/Architecture

[제주에 머물 집] 독채팬션 곰곰. 그 중에 모래곰.




  안녕하세요.


  사진찍는 모비입니다. 팬션 촬영 이야기를 이어가 보려고 합니다. 단순히 찍는 데 그치지 않고, 호스트를 만나서 집에 대해 묻고, 그 이해를 반영하는 촬영입니다. 궁금하잖아요. 호스트는 왜 이런 집을 마련했는지, 이 팬션만의 특징은 무엇인지. 그리고 제주의 많은 팬션 중에서 왜 여기여야 하는 지! 그래서 직접 만나 물어보기로 했습니다. 


  첫 번째 찾아간 곳은 제주도 독채팬션, 곰곰입니다. 곰곰팬션은 집을 통째로 내어주는 독채팬션입니다. 두 채를 운영 중인데요, 제주도 서쪽 용수 마을에 한 채, 금능마을에 한 채가 있습니다. 마침 저희가 짓고 있는 집에 쓸 난로 때문에 물어보려고 갔다가 인연이 시작된 곳이지요. 두 곳 중에 금능 마을에 있는 모래곰을 촬영했답니다.


촬영은 오후 시간에 진행했습니다. 서쪽에서 들어오는 빛을 최대한 활용해 보려는 의도였습니다. 그리고 그대로 저녁까지 촬영한 후 일몰 시간의 외관을 찍는다는 작전을 세워봅니다. 흐려서 실패! 내부 전체를 밝힐 메인 조명과 필요한 세부를 밝힐 LED 조명을 함께 준비합니다. 호텔이나 빌딩을 촬영하던 예전에는 훨씬 많은, 부피가 큰 장비가 필요했었지만 LED 조명과 USB 전원 덕분에 장비가 한결 가벼워졌지요.

































어쩌다 곰곰



곰곰은 부부가 함께 운영합니다. 정원 관리부터 내부 청소까지 다른 곳에 맡기지 않고 두 사람이 꼼꼼하게 직접 준비합니다. 뽀송뽀송한 이불 질감은 그런 노력으로 탄생한다는! 


제주 생활을 시작한 지는 몇 년 됐답니다. 공부하고 글 짓는 육지생활을 접고 왔습니다. 마침 낚시를 좋아하던 남자 때문에 제주 용수에 구해 둔 작고 낡은 집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여러 우연 끝에 용수와 금능 두 곳에 독채 팬션, 곰곰을 짓습니다. 어떤 이름을 붙일까 곰곰이 생각했는데요, 이런 곰 저런 곰 따져보다가 결국 곰곰이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이곳을 찾은 게스트가 고~옴곰, 일상의 쉼표를 누려주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두 채 있다는 거 아시죠? 바람이 많이 부는 용수에 지은 집은 바람곰, 모래해변이 가까운 금능에 지은 집은 모래곰입니다.

집을 계획하던 때 남자는 한참 영화와 소설을 주제로 글을 쓰던 때였는데, 전공 서적보다 건축 관련 책을 더 많이 읽었습니다. 여자는 도서관에 갈 때마다 수십 권씩 건축관련 서적을 빌려오던 남자를 기억합니다.





















구석 있어요



곰곰을 짓는데 가장 고민한 부분은 이곳을 찾아와 머무는 사람들에게 어떤 시간과 공간을 선사할 것인가.였답니다. 생각의 결론은 소통과 구석!


집의 정원은 대문이 없어서 마을길에서 바로 들어올 수 있습니다. 마을 할머니가 지나가시며 안부를 묻는 수준이지요. 집 내부도 소통이라는 주제에 맞도록 문은 꼭 있어야 할 자리에 최소한으로 있고, 1층과 2층 방문은 언제든 모두 열어둘 수 있게 설계했습니다. 거실은 2층까지 뚫려 있어서 1층에서 언제든 2층을 불러내릴 수 있지요. 


곰곰은 집 안에 숨을 수 있는 공간을 많이 만들고 싶었답니다. 숨바꼭질이 목적이었냐고 묻는다면, 혼자 살짝 들어가 머물 수 있는 틈을 선물하고 싶었다네요.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공간은 계단 밑에 만든 비밀통로입니다. 공간활용의 경제성으로 본다면 낭비에 가깝지만, 이곳을 찾는 아이들이 이 공간을 발견하고 정말 좋아합니다. 경제성? 그까짓! 


여행에서 숙소라는 것은 낮 동안 관광지를 돌아다니느라 기진한 몸을 이끌고 들어와서 밤새 술마시며 이야기 나누는 곳이기 쉽지요. 그래서 나중에 숙소를 생각하면 침대와 식탁의 기억만 남고요. 곰곰은 게스트가 이곳에 가능한 길게 머물러 주기를 바랍니다. 평소 그렇지 않았던 사람들 사이에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고, 때로 집안 곳곳에 숨겨진 작은 공간에서 무엇인가 발견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가능한 2박 이상의 예약을 권하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 촬영을 진행하면서 집이 만드는 복합적인 선과 여러 다른 크기의 창문에서 들어오는 빛이 만드는 그림자를 발견하는 재미가 좋았습니다.



































우연의 바다



포털에서 곰곰 팬션을 검색하면 아마도 함께 뜨는 단어가 우연의 바다일 겁니다. 

팬션에 손님이 묵으면 그날 남자는 낚시 장비를 챙겨서 바다로 갑니다. 그렇게 잡은 생선으로 회를 준비해서 게스트에게 배달해 주는 이벤트가 바로 우연의 바다. 이제는 제법 우연의 바다를 노리며 곰곰을 찾는 게스트도 있답니다.


어떤 고기가 잡힐 지, 잡히기나 할 지 알 수 없습니다. 바다는 뜻대로 되지 않으니까요. 잡히는 것 자체가 우연, 그러니까 복불복입니다. 물론 곰곰은 최대한 우연을 필연으로 만들기 위해 애씁니다. 아무 것도 못 잡는 날이면, 방파제에 나가면 언제든 약속이나 한 듯 만날 수 있는 낚시 친구들에게서 고기를 얻어다 주기도 하니까요. 친구들마저 빈 손이라면, 안타깝지만 그날 게스트는 꽝.입니다. 우연이란 게 그렇잖아요. 


이벤트의 탄생도 우연이었답니다. 따지고 계산해서 마케팅 포인트로 미리 계획된 것은 아니었던 거지요. 남자는 낚시를 제법 잘 했고, 냉장고에는 빈자리가 없었고, 잡아온 고기를 처리할 방법이 필요했던 겁니다. 그래서 어쩌다 게스트에게 배달된 회 한 접시.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지요. 두어 번 해 본 후에 정식 이벤트가 되었습니다.


덕분에 곰곰은 게스트를 더 얻고,

남자는 낚시를 꼭 가야만 하는 이유가 생겼습니다.

그가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가끔 몸살이 오거나 어깨가 아파도 낚시를 가는 것은, 

날마다 물때를 살피며 이 물때와 이 바람에 고기가 나올 곳을 상상하는 것은, 

새로운 낚시대는 얼마나 휨새가 좋고 감도가 우수하며 팔목에 피로가 덜 할까 따져보는 것도,

다른 이유 없습니다.

오로지 게스트에게 우연의 바다를 선물해야 한다는 호스트로서의 의무감 때문이지요.

보다 나은 팬션을 만들겠다는 눈물 겨운 노력! 이쯤 되면 절반은 어부지요.


아, 우연의 바다 이벤트는 용수에 있는 바다곰에만 해당합니다.






































촬영을 진행한 날, 저희 가족도 마침 그곳에서 하루를 묵고 왔습니다. 덕분에 뽀송거리는 이불의 질감, 새벽 빛과 어울리는 푸른 벽, 텅빈 새벽 바닷가 풍경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마루는 곰곰네 누나 둘과 새벽까지 놀았습니다. 태어나서 가장 늦게 잔 날이었어요. 마루가 누나들과 노는 동안 저희 부부와 곰곰네 부부는 늦은 시간까지 인터뷰를 빙자해서 수다를 떨었습니다. 시간에 비해 내용이 부족한 것은 다만 맥주 탓이고요.











제가 찍은 사진과 준비한 이야기는 이만큼입니다. 

겨우 몇 시간의 촬영과 하룻밤 이야기로 알 수 있는 것은 적지요.

제주독채팬션 곰곰이 더 많이 궁금하신 분들은,  --> http://blog.naver.com/jejugomgom

(여기에 없는 바람곰 사진도 볼 수 있어요. 바람곰도 대박 멋있어요!) 



그리고 팬션촬영 의뢰는? 

당연히, 

반치옥사진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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