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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다시 보자

계절이 바뀌었다, 불쑥. 더운 하루를 각오하고 땀흘려 일할 준비를 마치고 현관문을 열었는데 아침 기온이 훅, 다르다. 또 한 번의 여름이 간다. 올 여름은 집지으며 잘 놀았다. 아마 가을도 비슷한 일상이 이어지고, 제법 손 시릴 때쯤 되어야 마무리되겠지만, 여름 집짓기는 마무리될 모양이다. 카약은 꺼내지도 못 했고, 새벽 바다수영도 못 했다. 요트도 겨우 한 번 다녀왔다. 그렇게 보낸 여름이지만 꽉 채웠다는 감상으로 적을 수 있는 것은, 집짓는 일이 정말 재미있기 때문이다. 구상을 하고, 구상을 구체화시키는 계산을 하고, 필요한 자재와 장비를 사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자르고 용접하고 나르고 쌓고 허물고 바르고 닦아내는 과정이 정말 재미있다. 스케일을 아주 많이 키운 레고놀이. 팀은 합이 잘 맞고 아내는 필요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고 마루는 한결같이 잘 놀고. 대출받은 통장 잔고가 아직은 바닥나지 않았고.

여름, 내년에 다시 보자. 내년에는 하던 대로 바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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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블렛이 말썽이네.

새벽 6시부터 작업을 시작했다. 나는 절단기를 연결해서 데크 프레임을 잘랐다. 아내는 뒷마당에 보도블럭을 깔았다. 중간에 태연이 와서 도와줬다. 12시 조금 전에 마쳤다. 뜯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게 어제 밤 6시쯤이었으니까, 만 하루도 안 돼서 데크 해체를 모두 마쳤다. 스스로 대견했다.

 

주말 학교동아리 활동을 마치고 온 마루와 아내와 태연과 함께 하귀에 갔다. 철물점에 들렀는데 찾는 제품이 없어서 L앙카 추가분만 구입해서 왔다. 점심으로 갈비탕과 냉면을 먹었다.

 

돌아와서 남은 해체 작업을 한 시간쯤 더 하고, 샤워하고 잠깐 누웠다. 몸은 피곤했는데 잠은 들지 않았다. 그래도 쉬니까 훨씬 나아졌다. 건축사진 작업을 조금 더 하다가 수산리 주택 추가 촬영을 갔다. 마치고 당근으로 예약한 스킬쏘를 구입했다.

 

돌아와서 다시 컴퓨터 작업하다가 저녁을 먹고 다시 작업실에 왔다.

 

내일은 새벽 건축촬영을 다녀와서 오전은 아내와 또 작업하고, 오후에는 리터칭 작업을 하고 밤에는 출장 준비를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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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지를 써야겠다고

하루를 돌아보고 정리하는 일지를 써야겠다고 얼마 전부터 생각했다. 그런데 저녁이면 컴퓨터 앞에서 더 바빠지고 그러다가 너무 늦거나 지치면 자러 가니까 잘 안 된다. 가능하면 밤 10시에는 다른 하던 일을 멈추고 그날을 정리해서 적어야겠다 생각한다. 그런데 어느새 자정이 넘었네. 그러니까 어제 이야기가 된다.

 

아침에 조금 늦게 깼다. 체력이 떨어지니까 새벽에 눈뜨기가 어려워진다. 장기 출장이 며칠 앞인데 아직 마무리 못한 일들이 많아서 하루하루가 바쁘다. 어제 작업복 벗은 후 팔에 발진이 생겼다. 잠자는 동안 가려워서 옆구리를 긁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발과 옆구리에 빨간 점들이 솟았다. 아내는 거두절미. 병원 가자고 했다. 거의 보름간 한국을 떠나 있어야 하는데 아프면 답이 없으니까.

 

피부과에 갔다. 근처에 동백나무가 있었냐고 묻는다. 동백나무에 사는 송충이 털에 닿았을 때 증상과 비슷하다며. 주사 맞고 연고와 먹는약 처방을 받았다. 

 

구입예약해 둔 컨테이너가 있는 곳으로 가서 정확한 치수를 다시 쟀다. 근처 나무시장으로 가서 아내는 토분을 살펴보고 로즈마리 하나를 더 사 왔다. 

 

철물점에 가서 철판과 L앙카, 새 용접기를 샀다.

 

하귀에서 아내는 냉면, 나는 갈비탕으로 점심을 먹었다. 옆 마트에서 계란을 샀다.

 

돌아와서 오후 리터칭 작업을 했다. 중간에 정호씨가 다녀가서 집 건축에 대해 이것저것 물을 수 있었다. 창호는 프레임 없이 유리만 할 경우 감당할 만한 견적이다. 작업실 내부 벽체 마감도 제법 할 만한 견적으로 들었다.

 

저녁 먹고 사진관 데크 철거 작업을 시작했다. 태연이 와서 도와줬다. 바닥 나무판을 다 드러내고 나니 제법 단정하게 맞춰두었던 프레임이 드러났다. 나름 꼼꼼하게 신경써서 만들어두었었구나. 몇 년 전의 내가 기특했다.

 

밤 늦게까지 철거하고, 샤워하고 돌아와서 컴퓨터 작업을 시작했다. 혜영씨에게 보낼 엽서 시안을 만들었고, 논산 건축사진 작업을 계속했다. 계속하고 있는 중이다.

 

내일은 새벽에 철거작업을 조금 더 하다가 철물점에 가서 주름관을 사오고, 아연코팅제도 하나 사야겠다. 오전까지 작업을 마무리하고, 오후에는 컴퓨터 작업을 마저 하고 늦은 오후에는 수산리 주택 추가촬영을 하러 가야 한다.

 

고압세척기와 진공청소기, 종이엽서와 잉크를 구입하고 로밍 신청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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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저당잡히는 기분

은행에 들러 서류를 마저 썼다. 열흘쯤 전에 와서 대출관련 서류들을 쓰고, 오늘 다시 와서 통장 발급을 위한 업무를 처리했다. 지난 번에 이어서, 정체가 모호한 수십 장의 서류에 주소와 이름을 썼다. 주소는 내 집과 땅을 담보잡힌다는 것이고, 이름은 모든 사태의 책임을 내가 진다는 뜻이다. 서류를 가득 채우고 있는 글자들은 빼곡한데, 설명은 두어 마디로 끝난다. 간단한 설명과 복잡한 서류 사이는 멀어 보이는데, 그 간격을 제대로 따져볼 수 없다. 대충 눈대충하며 적어넣는 내 이름들. 인생을 저당잡히는 기분.

 

이렇게라도 내가 원하는 돈을 얻고, 그 돈으로 집을 짓고, 그 집으로 다시 돈을 모아야지. 뭐든, 해봐야지. 안 하고 내려놓으면 안 되니까. 시도하는 것만으로 의미는 생기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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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은 밥상을 덮는 한 장의 조각보를 겨우 들고,

사진리뷰 세 개를 해야하는데 겨우 하나를 마쳤다. 하기로 한 다른 잡무는 거의 마쳤다. 더 하면 너무 늦어질 것 같으니 오늘은 여기까지 해야 한다. 

 

기티는 아침에 발을 다쳐서 절뚝거리며 왔다. 내일부터 며칠 자리를 비우니까 심하면 오늘 병원에 데려갈까 하다가 두고보기로 한다. 다행히 저녁 때가 되니 아침보다 훨씬 수월하게 걷는다. 

 

민박등록에 필요한 점검을 나왔는데, 마침 보일러실 문이 잠겼다. 필요한 설비를 다 설치하고 문을 닫는다는 것이 문고리가 고장나며 안에서 잠겨버렸다. 한참 열쇠를 찾았는데 못 찾았다. 담당 주무관은 헛걸음했다. 미안했다. 오후에 기술자를 불러 문을 따고 손잡이를 갈았다. 

 

어머님 아버님이 오셨다. 곧 아버님 팔순인데, 가족 다 같이 해외여행 간 적이 없다고 아쉬워하셔서 짧게 대만을 다녀오려고 한다. 두 분을 모시러 공항에 가며, 오늘이 우리 결혼기념일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오늘 뭔가 있었는데? 하며 아내가 겨우 떠올렸다. 사납지 않아도 멈추지 않는 파도가 이는 바다처럼, 날마다 눈앞에 닥친 일들을 해치우며 살다 보니 오늘이다. 나보다 나은 점이 참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평소 생각대로 말해줬다. 고맙다. 

 

내일 점심비행기로 대만으로 가서 목요일에 돌아온다. 마루와 새벽수영을 할 테고, 아버님 다리가 쉽게 지치시니 많은 것을 보기보다 맛있는 것들을 먹는 일정으로 잡았다. 

 

오래된 인연들과 한참만에 다시 연락이 닿으면 마음과 기억은 순식간에 그때 언저리로 달려간다. 온전치 않은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겠지만, 어쩌면 그때는 하나의 색을 가진 한 장 보자기 같았을 수도 있었을까. 하나의 색이라고 믿고, 또 하나의 색으로 쭉 살 수 있을 거라고 믿었던 시간이 있었던가. 찢어지고 기우는 온갖 시간을 지나서, 식은 밥상을 덮는 한 장의 조각보를 손에 들고 선 것 같다. 부끄럽지도 밉지도 않고, 기워낸 자리마다 연민과 애정의 기억들. 

 

자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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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가 유튜브를 시작했다.

마루가 유튜브를 시작했다. 예전에 내가 개설해서 제주에서 사는 마루의 일상을 몇 개 올린 채널이 있었는데, 마루는 그게 싫댄다. 자기가 직접 원하는 영상만 올리고 싶다고 고집을 부렸다. 결국 새 채널을 하나 팠다. 이름은 구국이새. 도대체 무슨 뜻인지 모르겠지만 해달라는 대로 해줬다.

 

패드에서 낙서(내가 보기에는...) 비슷한 그림을 몇 개 에니메이션으로 묶어서 올리고서는 재밌다며 혼자 낄낄거리며 웃는다. 아빠는 구독자가 160명도 넘는다고, 아빠를 우러러보라는 식으로 이야기해줬다. 마루도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우리 아빠는 구독자 100명도 넘는다고 자랑을 하곤 했다. 그랬는데, 그랬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갑자기 실실 웃으면서 거실로 나온다. 또 무슨 사고를 쳤을까 싶어 물어보니, 어제 밤에 마루가 올려놓고 잔 짧은 영상이 오늘 아침에 확인해 보니 조회수가 1500회를 넘겼다는 거다. 그럴 리가? 잘 못 봤겠지. 

 

낚시터에서 고기 손질하다가 생선심장이 뛰는 것을 찍어둔 것이 있는데, 그걸 올렸더니 글쎄 조회수가 그렇게 나왔다고 한다. 이런. 나는 공들여 준비하고 찍고 편집하고 올린 것들 중에서도 400회 좀 넘는 것이 제일 많이 본 것인데...

 

재미를 붙인 녀석이 별 요상한 것들을 만들어 올린다. 별 것 아닌 것 같으면서도 가만 보면 나는 도저히 만들 수 없을 것 같은 기괴하고 창의적인 것들이다. 아, 시대가 이렇게 다른 거구나 싶다.

 

그나저나, 마루 구독자가 나를 넘어서는 날이 어쩌면 생각보다 빨리 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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