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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리니까 아무 말이나.

졸린데, 사진 카피하는 동안 잠시만.

 

며칠 동안 드문드문 이어졌던 영상 촬영이 오늘로 끝났다. 별 것 없는 동네사진관 사진가 한 명을 위해서 여러 스탭이 고생해주었다. 오늘은 조환진 선생을 찾아가 돌에 대해 이야기하며 사진찍는 장면, 공천포 바닷가에서 카페지니의 최유진 대표를 모델로 풍경사진같은 인물사진을 찍는 장면을 촬영했다. 

 

이제 요청받은 사진 몇 장을 전해주면 내 일은 끝난다. 내가 하는 작업, 내가 생각하는 사진에 대해 말했는데 아직 서툰 생각들이지만 단어를 써서 문장으로 구축하다 보니 괜히 커졌다. 가진 것보다 너무 좋게 보여질까봐 겁난다. 빈 것을 아닌 척한 것은 아닌가 싶어서.

 

졸리니까 아무 말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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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것보다 너무 크게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연하게, 한 명의 사진가로 방송에 소개된다. 미팅을 하고, 일정을 잡고, 촬영팀이 와서 몇 번에 나누어 내 사진작업과 생활과 생각에 대해 묻고 찍는다. 평소의 생각, 평소의 작업을 보여준다고 마음 먹었지만 촬영이 이어질 수록 불안한 마음이 커진다. 나는 한낱 작은 사진관의 사진가이고 겨우 말하려는 것을 서툰 작업으로 내보이는 것이 고작인데,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너무 크게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내가 찍는 사진보다 너무 대단하게 보여주려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그렇게 보이고 싶지 않은데, 말과 행동은 보이고 싶지 않다는 생각보다 더 깊은 곳에서 나오면 어쩌나 싶다. 행동하는 나와 지켜보는 나 사이의 간격을 줄이는 일이 나는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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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은 드러나고 기만은 물러가라.

마루는 열 살이다. 아침에 깰 때마다 아이를 바라본다. 같이 아침을 먹고, 학교까지 가는 3분 남짓한 길을 손잡고 걷는다. 걸으면서 매번 말해준다. “아빠가 마루 손잡고 학교 가는 거 얼마나 좋아하는 지 알지?” 마루의 대답은 간결하다. “네!” 횡단보도까지 바래다준 후에는 “인사 잘 하고, 오늘도 멋진 하루를 보내.” 인사한다. 마루는 또 “네!” 하고 학교로 뛰어간다. 

요즘은 매일 태권도를 다녀서 5시를 조금 넘겨 집에 온다. 씻고, 게임하고, 저녁먹고, 영상보고, 아내가 읽어주는 책을 듣는 것이 마루의 일상이다. 대부분 셋이 같이 잠드는데, 어쩌다가 마루가 먼저 잠드는 날이면 아내와 조용히 아이 옆에서 잠든 아이의 얼굴을 본다. 어쩌면 저렇게 예쁜지 감탄하면서.

그렇게 자란 아이가, 날마다 나를 조금씩 닮아가는 아이가 열 살이다. 저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얼마나 힘들까. 그게 만약 당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부당하게 당한다면 얼마나 억울할까 생각한다. 하물며 목숨이야,

그런 아이들이 침몰하는 배 안에서 빠져나오지 못 하고 죽은 것이 8년 전이다. 죽음을 예감한 아이들이 학생증을 꺼내 목에 걸었다는 이야기를 하며 아내는 울었다. 다시, 그날이다. 감당하기 벅찬 어려움이 닥쳤을 때 마루는 아빠엄마를 찾는다. 언제 어디에 있든 내가 찾으면 아빠엄마가 나타나서 나를 구해줄 것이라는 확신이 마루에게는 있다. 세상 대부분의 아이들은 비슷한 확신을 갖는다. 답을 주지 않더라고, 언제든 부모가 옆에 있을 것이라는 믿음. 그리고 모든 부모는 그런 아이들의 기대에 기꺼이 부응한다는 각오가 있다. 

무슨 말을 더 하랴. 그 아이들을 가슴에 묻고 여전히 한을 품고 사는 그 부모님들이 너무 마음 아프다. 온몸과 마음으로 아빠엄마를 찾았을 때 그 부름에 대답해주지 못 했다는 그 한의 크기는 가늠할 수 없이 크고 깊은데,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그 원통함은 조롱의 대상이 되어 있다. 그들이 죽은 아이를 조금이라도 편하게 마음에 내려놓을 수 있도록, 비밀은 드러나고 기만은 물러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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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데우스

호모데우스
210204-220402

32 좋은 통찰. 지식이 가장 중요한 경제적 자원이 되면서 전쟁의 채산성이 떨어졌고
38 우리사진의 힘에 내재된 위험들
40 죽음의 최후 체호프의 법칙
44 죽음의 평등이 깨진다
51 행복
74 신성을 획득하기
87 죽음을 극복하려는 시도를 사진으로 소화하는 법은?
106 인류의 시대
117 그렇다면, 육종에 길들여진, 스트레스 받지 않는 동물의 종도 탄생할까?
118 유전자의 선택과 저항
122 알고리즘
126 감각과 감정이라는 알고리즘
132 잔디밭에서 바비큐를 먹으며 축일을 기념하는 현대 유대교 가정
134 신과 인간의 약속. 나머지를 배경으로 만드는
138 수렵시대-동물들의 욕구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이 생존과 직결. 그래서 애니미즘이 자연스럽게. 농경-신과 인간의 1:1 만남. 그래서 성경, 길가메시 서사 등은 농경시대의 산물
140 과학혁명은 신도 침묵시켰다
159 의식의 진화적 이점
172 튜링테스트
187 호모사피엔스의 지구정복-여럿이 소통하는 능력. 집단지성
203 상상의 질서에 대한 믿음
246 고통을 느끼지 않는 허구. 허구도 중요하다. 그러나 허구는 도구다. 도구를 위해 피흘리지 마라.
277 근대의 계약. 인간은 힘을 가지는 대가로 의미를 포기하는데 동의한다.
279 고통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288 경제 성장은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해 줄까?
290 자유시장 자본주의는 과학의 땅에서 종교의 땅으로 건너왔다.
295 과학의 가장 위대한 발견은 무지를 발견한 것
326 중세유럽 지식=성경*논리 / 과학혁명 지식=경험적 데이터 * 수학 / 인본주의 지식 = 경험 * 감수성
331 인본주의는 삶을 경험이라는 수단을 통해 무지에서 계몽으로 가는 점진적인 내적변화 과정으로 본다.
3332 중세의 주인공은 내적 변화를 겪지 않았다. 그러나
346 민주적 투표는 기본에 동의하는 사람들 사이의 의견 불일치를 해결하는 방법
362 양차 세계대전은 종교전쟁
369 1914-2014 백년 동안 이데올로기의 부침
379 전통종교가 장초적 힘을 가졌던 시대
435 남는 인간은 뭘 하나?
451 21세기는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외부 알고리즘이 있을 것
459 구글 기준선 연구 - 완벽하게 건강한 인간의 유전자 프로필
497 인간의 다운그레이드. 빠른 결정, 문제 해결은 그 사이의 고민과 의심의 지대를 지운다
509 중앙집중식 데이터 처리보다 분산식 데이터 처리가 더 효과적
529 경험은 공유되지 않으면 가치 없고, 우리는 자기 안에서 의미를 발견할 필요가 없다. 경험을 데이터로 전화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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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고 서럽고 무력한 날이다.

닭 우는 소리가 들린다. 아직 밖은 어두운데 멀리서 운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진 빚을 못 갚았다. 새벽에 대선 결과를 확인하고 잠이 안 와서 컴퓨터를 켜고 밀린 작업을 한다. 밀린 일만 열심히 생각하면 조금 괜찮을까 싶어서. 안타깝고 서럽고 무력한 날이다.

 

마루도 곧잘 이재명 대통령 이야기를 했다. 이제 아이가 잠에서 깨면 어떤 일이 있었는지 설명해 주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이재명이라는 이름 뒤에 붙는 대통령이라는 수식어를 떼어줘야겠다. 열살 아이에게 어떻게 알려주어야 할까. 권력의 폭력과 비밀스러운 부정이 만연할 것인데, 약한 것들을 짓밟고 다른 것들을 비웃는 것이 당연해 보일 텐데. 아이에게 해줄 말을 한 마디씩 생각하다가 가슴이 막힌다. 왜 정의로워야 하는지, 왜 혐오와 조롱의 시대 속에 물들면 안 되는지 나는 잘 설명해 줄 수 있을까. 가진 모든 것을 내어놓고 조금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싸워왔던 사람들이 이렇게 패배하는 장면을 앞에 두고, 나는 마루를 잘 설득할 수 있을까. 

@Jeju/Backstage

웃는 눈이 닮았다.

부녀가 다녀갔다. 사진관의 프로그램은 1시간 동안 1명을 찍으니까, 두 개 일정을 예약해서 진행했다. 딸은 이번에 대학원을 졸업했고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아빠와 제주 여행을 왔다. 여행은 아빠가 제안했고, 사진관 촬영은 딸이 정해서 예약했다. 아빠에게, 딸이 가장 닮지 말았으면 하는 자신의 모습과 꼭 닮았으면 하는 모습은 무엇인지 물었다. 딸은 아빠가 이야기한 두 가지가 자신에게 모두 있다며 잠깐 울었다.

 

딸이 찍는 동안 아빠는 마을을 산책했다. 딸의 마지막 사진이 모니터에 떠 있을 때 아빠는 돌아와서 "포토샵이 너무 과하네." 웃으며 말했다. 원본인데. 뭐, 인생은 어차피 조명빨. 여러 조명을 비췄으니 그리 보였을까.

 

딸을 내보내고 아빠를 찍었다. 올해 쉰이 되는 아빠는 제주살이를 준비중인데, 이곳에서는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아보고 싶다고 했다. 그 준비가 시작되면 설랠 것 같다고 했다.

 

커플이나, 부모자식간이나, 친구사이가 함께 예약하면 각자의 사진과 함께 둘이 함께 있는 사진도 찍어준다. 서비스다. 아빠와 딸은 웃는 눈이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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