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스러운 사람이 되기위해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얼마 전부터 생각이 나서 페이지를 열어두고 적지 못 했던 메모를 이제야 적어둔다. 적고 정리할 것이 많은데 그것들은 좀 더 큰 시간 덩어리가 필요하니까, 아침 잠깐 틈에는 이것만.
나는 별로 재미있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진지함이 나쁘다고 생각해 본 적은 별로 없었는데.
일상의 유쾌함이 중요하고 또 필요하다는 생각이 점점 더 커진다. 특히 AI시대에, 내가 원하는 정확한 답을 빠르게 내어놓는 것은 나보다 AI가 훨씬 더 잘 한다. 순식간에 완벽한 답을 내놓을 테니까. 그럴 수록 인간에게 더 필요하고 또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핵심 중에 하나는 유머가 아닐까 생각한다.
유머Humor와 휴먼Human은 닮았다. 마치 하나의 뿌리처럼. 찾아보니 어원은 다르다. humor는 몸안에 흐르는 체액을 뜻하는 라틴어 후모르humor에서 왔다고 하고, 인간을 총칭하는 human의 어원은 라틴어 humus이고 ‘흙’을 뜻한다고 한다. 흙과 채액이라... 거리가 제법 된다. 그럼 두 단어가 닮은 것은 단지 우연일까. 뭐, 세상에 우연 아닌 것이 어디 있을까만.
좀 더 재미있는, 유머스러운 사람이 되기위해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말이 많으면 필연적으로 실수가 는다. 그래서 말 많은 나를 경계한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말을 많이 하는데도 밉지 않고, 상대를 상처입히거나 상황을 비꼬지 않으면서도 끊임없이 유쾌하게 말한다. 그런 사람들은 천부적 재능을 가진 것같다.
좀 더 많이 말하고, 이야기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유쾌한 웃음을 다 같이 웃을 수 있는 말하기를 틈틈이 연습하고 있다. 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작업이 걸린 풍경
새 전시 준비를 시작했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에 하나는 전시공간이었는데, 원하는 전시공간을 연결해줄 수 있는 방법을 탐색했고, 담화헌의 강승철 작가가 도와주어서 미팅할 수 있었다. 현장에 찾아가서 자료를 보여주며 미팅했고, 어제 해보자는 답을 받았다.
최종 전시까지는 또 여러 난관이 있겠지만, 하나씩 풀어나가다 보면 어느새 작업이 걸린 풍경을 마주할 수 있을 거다. 그 장면을 벌써부터 상상한다.
나에게만 보이고,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고 믿으며 사진을 찍는다. 누군가는 해야할 이야기인데 아무도 하지 않으니까, 이걸 나라도 꼭 해야한다는 간절함으로 찍는다.
염두에 두었던 공간의 기분 좋은 허락. 첫 단추는 좋다.
재밌을 거야. 이번 작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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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재밌어
좋아, 재밌어.
요즘 어때요? 라는 질문에 잠시 머뭇거리다가 나온 대답.
여전히 되지 않은 것이 많고, 막힌 난관도 있지만 나는 요즘을 이렇게 보내고 있구나.
무엇이 얼만큼 좋은 것인지, 누구와 무엇을 하는 것이 재밌는 것인지 일일이 따져보지 않았지만 순간적으로 내뱉은 대답이 괜히 반갑다.
좋아, 재밌어.
여전히 둔탁하고 지끈거리는
왼쪽 머리에 작은 편두통이 며칠 째 가시질 않는다. 아마도 소화 문제인 듯해서 가볍게 먹고 있긴 한데 잘 낫지 않는다.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오늘은 괜찮나 하며 머리쪽에 신경을 집중해보면 여전히 둔탁하고 지끈거리는 왼쪽 머리가 있다.
오늘은 중학교 학생들 사진수업이 있다. 어떤 내용을 어떻게 전달하면 저 아이들에게 잘 와닿을까 이런저런 고민을 했다. 할 수 있는 진심으로 아이들의 눈을 바라보아야지.
오늘 저녁은 돈까슨가?
마루랑 습관 이야기를 시작할 때,
아빠는 매일 아침 운동과 두 줄 글쓰기를 하겠다고 했다.
오늘 아침 운동을 마치고 아침을 먹는 중,
마루야, 아빠가 오늘은 글을 아직 못 썼어. 오늘 중에 쓸 거야.
마루의 이어진 반응은,
오, 그럼 오늘 저녁은 돈까슨가?
습관에 이어졌던 약속. 못 지키면 그날은 네가 먹고 싶은 걸 사 줄게 했던 것.
아니, 아직 오늘이 다 가지 않았는데. 나는 아침 먹고 쓸 생각이었는데!
아내가 좋아하는 돈까스 집이 저녁 영업을 하지 않아서 저녁은 치킨으로 대체하기로.
덕분에 나는 치킨을 내어주고 오늘의 두 줄 문장을 얻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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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 박달씨의 이력
봄, 마당 한켠에 진한 초록잎으로 가득찬 나무는 박달씨다.
집을 짓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뒤편에 깔아둔 보도블럭 사이에서 나무줄기 하나가 솟았다.
저건 뭔가? 한 동안 두고 보았는데 제법 발목을 넘어 무릎 가까이까지 자라 올라간다.
기특한 식물들을 가만 못 보는 아내가 보도블럭을 치워내고 꺼냈다. 딱 블럭의 틈만큼 얇고 긴 뿌리를 내려자란 녀석.
어디서 날아온 나무 씨앗일까? 그 틈에서 그만큼 자란 것이 기특해서 마당 한쪽으로 옮겨두고 잊었다.
그런데 웬걸, 해 지날 수록 이 아이가 쑥쑥 큰다. 이름도 모를 것이 쭉쭉 자라서 수형도 번듯하다.
그때쯤이었을 것이다. 이 나무의 정체를 알아겠다고 마음 먹은 것이.
아마 가을 끝무렵이었다. 잎이 다 떨어진 나무를 수피만 보고 나무도감에서 찾아보았으나 실패.
어서 다음해 봄이 오기를, 녀석의 잎이 돋아나고 이름을 알아낼 수 있기를 기다렸다.
이윽고 봄,
비슷한 것들 중에서 찾고 찾아서 우리가 내린 결론은 박달나무!
잎 모양부터 수피 형태까지 도감에서 알려주는 박달나무가 똑 너구나.
그때부터 나는 이 나무를 박달씨라고 부른다.
마당 반대쪽에 있는 유칼립투스와 함께 우리집 양대산맥이 된 박달씨.
작년 팬션공사 때문에 집 앞으로 잠깐 옮겨심었는데, 주방에서 바라보면 창 밖에 떡하니 박달씨가 보인다.
그 느낌이 참 좋아서, 그냥 이 자리에 붙박기로!
기다린 손님 오듯, 박달씨 가지에 연초록 잎이 오른다.
아, 봄이구나.
어서와, 박달씨. 올 한 해도 이 마당에 신나고 멋진 일들이 많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