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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조금 더 큰 도토리다.
사부작 사부작 다시 몇 줄 적어 놓으려고. 올 하반기는 제법 기대하며 기다렸는데, 어떻게든 뭐든 해봐얄 것 같아서. 몇 종류의 SNS와 블로그, 홈페이지, 글을 적으려고 일주일 일정표를 짜놓았다. 월요일에는 어디를 쓰고 화요일은 어디를 쓰고 하는 식으로 일주일을 채워놓았다. 화요일은 여기, 가장 애착이 가지만 구석에 숨겨둔 것 같은 내 홈피. 전에 쓴 글은 1월이네. 그러니까 상반기의 시작에 쓰고 반 년을 지나 다시 쓰는구나. 조금 더 자주 쓰려고 마음은 먹었는데 두고 보아야지. 주제도 없지만, 여기는 적으려고.
마루는 자전거 레벨4를 달성했다. 섬의 아이는 항구의 빈 주차장에서 자전거를 배운다. 워낙 넓고 비어서 제 세상인데, 그래도 한쪽에 바다가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 처음에는 주저했다. 네가 아무리 간들 바다까지는 한참이고 아빠가 그걸 그냥 보고 있을 리도 없단다. 몇 번 자전거를 타더니 자기는 몇 레벨이냐고 묻는다. 게임이 심취하신 초등 1학년이니까, 레벨이라는 개념이 재밌나 보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자전거 타기 레벨을 10단계로 정하고, 너는 그 중에 3레벨이라고 했다. 이제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는 아이가 1레벨, 보조바퀴가 달린 네발 자전거를 타는 게 2레벨, 보조바퀴를 떼고 더듬더듬 탈 수 있는 게 3레벨이라고 알려주었다. 지금 마루가 타는 자전거는 안장에 앉으면 발이 땅에 닿지 않는다. 까치발을 하면 겨우 닿을 듯 말듯. 그래서 균형 잡기가 쉽지 않다. 지난 몇 번의 연습으로 일단 처음에만 조금 잡아주면 제법 페달을 굴리며 잘 타는데, 균형을 잡아야 하는 출발은 아직 쉽지 않다. 그래서 비틀거리지 않고, 한 번에 출발할 수 있으면 레벨4가 된다고 알려주었다. 게임 같았을까? 아이는 갑자기 자전거 연습에 열이 올랐다. 레벨4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연속해서 10번! 넘어지지 않고 출발해야 한다. 웬 걸? 안 될줄 알았는데 아이는 한 번 두 번 하더니 어느새 10번을 채운다. 장하다, 아들. 너는 이제 자전거 레벨4다.
함께 자전거 타는 친구 이름을 들먹이며 그 친구는 아직 3이지 않냐고 묻는다. 그래, 하지만 그 친구도 금방 4단계가 될 거라고 알려주었다. 키재는 도토리 같은 것들. 아빠는 레벨8쯤 되는데. 내가 조금 더 큰 도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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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 후보자 촬영을 마치고,
# 1.
이제 날이 밝으면 아내와 아이와 함께 투표장으로 간다. 곰곰 생각해서 결정한 후보에게 앞으로 몇 년 잘 부탁한다고 투표할 작정이다.
# 2.
이번 지방선거에 나서는 세 명의 후보자를 촬영했다. 동등한 후보자의 지위는 오늘까지다. 투표일 저녁이 지나면 누구는 의원이 되고 누구는 야인으로 돌아가야 할 지도 모른다. 사진은 대상에게 애정이 생기는 작업이니까 나는 세 후보가 모두 잘 되기를 바라지만, 내 사진이 그 세 명의 소망을 이루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지만 꿈이 언제나 이루어 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투표일 하루 앞서 사진을 전했다. 당선되는 이에게는 선거 기간의 각오를 잊지 말라고, 또 낙선하는 이에게는 그 패기로부터 다시 응원받으라고 전하고 싶었다.
# 3.
최선을 다해서 찍었다. 찍은 사진 중에 선거문법에 맞는 사진들은 뽑혀서 명함도 되고 현수막도 되고 공보물도 되고 선거벽보도 되었다. 그리고 내 컴퓨터에는 아깝게 탈락한 사진이 수 천 장이다. 그 중에 마음에 드는 것들 몇 장을 골라서 작게 프린트하고 봉투에 넣었다. 봉투 겉에는 후보들에게 전하는 이야기를 몇 줄 적었다.
# 4.
촬영장에 동행한 후보의 가족들은 참 든든해 보였다. 아버지는 내가 아주 어릴 때부터 김영삼을 외치며 대통령 선거운동을 하셨고, 내가 중학생일 때 시의원 선거에 낙선하셨고, 내가 고등학생일 때 당선되셨다. 너무 어려서, 집 떠나 살아서, 아버지 선거를 한 번도 도운 적이 없다. 사진을 시작한 것은 한참 뒤의 일이니까 사진 제법 찍는다면서 아버지 선거 포스터 한 장 찍어드리지 못 했다. 아버지, 아버지.
# 5.
윤춘광 후보는 그 중에 가장 마음이 가는 후보다. 그에게 전하는 메모는 특히 마음 쓰였다.
"옳은 것을 마음껏 말할 수 있는 오늘이, 얼마나 많은 선배들의 헌신으로 얻어낸 것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꿋꿋한 세상의 선배로 남아주십시오."
# 6.
좀처럼 안 될 것 같은, 예쁘기는 하지만 이상적인 공약을 들고 나오는 후보들이 있다. 몽상가들이다. 흙을 움켜쥔 나무 뿌리처럼 현실에 처절하게 붙들려 사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말은 멀다. 그런 말보다는 생활에 가까운, 당장 눈에 보이는 변화를 주겠다는 말이 설득력 있다. 나도 당장 힘을 보태서 변화를 만들 수 있는 후보에게 투표할 작정이다. 그러나 한 걸음씩 걷는 자들의 도도한 흐름이 역사를 살려왔다면 걸음의 방향을 바꾸는 도전을 멈추지 않은 자들이 역사의 지향점을 만들어 왔다. 먹고 사는 일이 시급해서, 당장 내 지역과 내 나라가 처한 현실이 긴급해서 나는 표를 던지지만, 방향을 바꾸려는 자들의 목소리도 응원한다. 다음 선거 때는 그런 사람들의 포스터라도 찍어주고 싶다. 시켜만 주면.
# 7.
대통령이 가셨을 때 나는 한국에 없었다. 바다 건너 차려진 분향소만 겨우 들렀다. 그 뒤로 한참 동안 마땅히 있었어야 할 자리와 시간에 못 있었다. 여러 사람들이 애써 외치고 노력해서 만든 좋은 시절에 나는 공으로 실려 간다. 빚진 거다. 그러니까 나도 내가 가진 힘을 보태야 마땅하다. 좋은 사람을 만나서 그 사람이 더 나아갈 수 있도록 사진 몇 장 만들어 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렇게라도, 시대에 분노하고 촛불을 들고 노란 리본을 매달던 사람들에게 진 신세를 갚을 수 있으면 좋겠다.
# 8.
이번 선거 프로젝트는 배경완과 함께 했다. 그는 서귀포 항이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책을 만드는 사람이다. 오래 만나지 않았지만, 말이 헛도는 것을 경계하고 실체를 구하는 사람이다. 좋은 작업을 믿고 맡겨 주어서, 까다롭게 전체 과정을 감독해 주어서 순조롭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번 작업의 진행과 결과는 모두 배경완 덕분이다.
# 9.
후보에게 전하지도 았았고 어디에도 쓰이지 않았지만, 이번 작업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사진은 임시 스튜디오에서 텅 빈 공약판을 들고 선 후보의 사진이다. 텅 빈 감귤선과장에 급하게 차린 촬영세트에 후보는 서 있다. 정치인이라면 무릇, 보는 사람 없어도 신념을 지키고, 들어주는 이 없어도 신념을 외쳐야 한다. 부디 그래 주기를, 그래서 바르고 선한 정치인이 다시는 외롭게 쓰러지는 일 없기를 바라고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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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HADAI 라는 옷이 있는데요,
OSHADAI라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중국 브랜드이고요. 매장은 상하이에만 있습니다. 작은 독립 브랜드죠. 주로 옷을 만들고, 주방이나 거실에 쓰는 패브릭 제품이나 소품을 만듭니다. 한글로는 오사다이. 중국어로 쓰면 哦沙袋입니다. 哦는 '오!'라는 감탄사가 되고요. 사다이沙袋는 모래주머니라는 뜻입니다.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작은 모래주머니, 바로 그겁니다. 그러니까, 오!모래주머니! 라는 브랜드입니다.
한 명의 디자이너가 모든 것을 디자인하고, 고향의 작은 공장에서 수공예로 제품을 만들어 냅니다. 디자이너가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영감을 수집하고, 유럽과 일본 등지에서 패브릭을 구해 오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오사다이의 디자이너를 인터뷰하는 잡지의 에디터와 함께 포토 자격으로 갔었습니다. 그리고 한참 뒤에 연락 받았습니다. 제가 찍은 사진이 참 마음에 들었다고, 기존에 찍혔던 다른 많은 잡지의 사진과 달랐다고. 그러니까 자기 브랜드 화보 작업을 같이 하자는 제안이었습니다. 그게 벌써 몇 년 전입니다. 그 뒤로 우리는 1년에 두 번씩, 시즌 화보를 찍고 있습니다. 이제는 사는 이야기 나누는 친구 사이가 되었습니다. 시즌 촬영이 끝나면 보통 찜해 둔 외투를 아내에게 선물합니다. 물론 조금 할인은 받습니다. 소재가 무척 좋아서 입고 있으면 보기 좋습니다.
대규모 브랜드가 아니어서 작업의 자유도는 훨씬 큽니다. 우리는 함께 모여서 아이디어를 산처럼 쌓아댑니다. 그렇게 쌓인 생각의 산에서 한 삽씩 퍼내면서 꼭 찍어야할 사진, 꼭 필요한 느낌만 남깁니다. 물론 현장에서 찍다보면 어느새 생각도 못한 계곡도 생기고 숲도 생기는 건 어쩔 수 없고요.
나중에 한 마디 덧붙이더군요.
네 사진, 참 좋아.
그런데 그거 좋아할 사람, 많지 않을 걸?
칭찬인 지 욕인 지, 안타깝게도 지금까지는 대충 맞는 말 같네요.
오사다이의 여러 사진에 대해 나중에 더 적을 일이 있겠지만, 우선 오늘 적는 것은 2017 S/S 시즌 작업입니다. 2016년 겨울에 찍었으니까 한참 전이네요. 보통 한 시즌에 20장 조금 넘는 사진을 씁니다. 찍은 사진들 중에 몇 번 걸러내고 나면 그래도 200여 장 넘게 남는데, 그 사진들을 모두 프린트해서 펼쳐놓고 같이 스토리를 짜면서 남길 사진과 순서를 결정해 갑니다. 보여줘야 되는 옷, 드러나야 되는 디테일이 있으니까 선택의 기준은 냉정하고 잔인합니다.
이번 시즌에는 유난히 남기고 싶은 이야기가 따로 있었습니다. 찍어두고 보니 그렇더라구요. 그래서 최종 인쇄 선택과 상관없이 별도의 스토리라인 하나를 적고 싶었습니다.
저기, 나 따로 사진 좀 추려서 블로그에 올려도 될까?
그럼, 물론이지.
그래서 골랐습니다. 물론 이 대화는 몇 달 전이었고요. 하하.
덧붙일 이야기는 없습니다.
다만, 사진가로서 이야기 하나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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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션 카페 촬영 할인 이벤트 !!
!! 인테리어 촬영 할인 이벤트 !!
안녕하세요. 사진찍는 모비입니다.
반치옥사진관은 오픈을 위해서 열심히 달리고 있습니다. 한참 짓는 중이라 가을에나 되겠지만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 팬션 카페 주택 촬영 할인 이벤트 !!
오픈 전까지 8월 9월 두달 간 이벤트를 진행합니다.
반치옥사진관의 모든 사진은 상담이 먼저입니다.
내 팬션, 카페에서 꼭 부각시켜야 하는 부분을 살려내야지요.
그리고 상담내용과 촬영한 사진은 에세이로 만들어서 공유합니다.
최근 작업한 내용을 참고해 주세요. 클릭하시면 새창으로 열려요.
[제주에 머물 집] 하소로 커피, 카페와 주택 http://forgogh.net/61
[제주에 머물 집] 애월가족숙소 별꿈팬션 http://forgogh.net/59
[제주에 머물 집] 독채팬션 곰곰. 그 중에 모래곰 http://forgogh.net/58
중요한 가격은,
일괄 40만원에 진행합니다.
- 촬영 일정이 다 찰 경우 조기 마감될 수 있습니다.
- 8월 9월 두 달간 한시적으로 진행하는 이벤트입니다.
- 카페, 팬션, 주택 등 모두 동일 가격 적용됩니다.
- 방 5개 이상 또는 3동 이상의 건물로 이루어진 단지형 팬션은 이벤트 가격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촬영문의
전화 010 2771 9911
카톡 forgogh
이상, 이벤트 공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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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머물 집] 하소로 커피, 카페와 주택
안녕하세요. 사진찍는 모비입니다.
또 한 곳, 좋은 공간을 촬영한 이야기입니다. 촬영 의뢰를 받으면 우선 현장에 가서 그곳의 주인을 인터뷰 합니다. 내용이 조금 다르기는 해도 인터뷰는 건축사진이든 인물사진이든 모두 진행합니다. 건물촬영의 경우에는 아무래도 건축 당시의 이야기, 가장 아름다운 빛과 시간대를 묻고, 이 공간과 이어진 특별한 기억을 묻습니다. 이번 촬영의 목적, 그러니까 이 사진의 용도에 대한 질문도 기본이지요. 그런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해서 꼭 찍어야 되는 장면이 결정되니까요. 그렇게 찍어서 완성한 하소로커피. 이제부터 소개합니다.
미끄럼틀이 있는 집
이번 촬영은 작은 로스팅 카페 한 곳과 그의 가족들이 살고 있는 주택입니다. 주택은 카페보다 몇 배 더 큽니다. 설계가 전공은 아니지만 설계 사촌 쯤 되는 토목을 전공하고 이런 저런 재주가 많은 주인은 집을 직접 설계했습니다. 가족 한 명 한 명에게 꼭 필요한 공간과 그들의 동선에 가장 어울릴 만한 모습으로 전체에서 세부에 이르기까지 배려한 집입니다. 촬영을 위해 집 안을 둘러보며 가족 구성원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공간 구성에 감탄했습니다.
집은 3층 구조인데,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싶은 공간들이 있습니다. 1층에서 3층까지 뚫려있는 수직공간은 면적의 효율성을 따지는 아파트나 작은 주택에서는 생각하기 어려울 겁니다. 집 내부 공기순환을 위한 공기굴뚝의 역할인데, 3층에서 들어본 빛도 이 통로를 따라 1층까지 내려옵니다.
아이들을 위한 아이디어도 돋보이네요. 우선 1층 거실에는 작은 실내 암벽이 있어서 아이들이 매달려 놀기에 좋습니다. 1층에서 2층으로 가는 계단 옆에는 미끄럼틀을 만들었고요. 아들 방으로 가기 위해서는 계단 없이 80cm 가까운 턱을 그냥 올라가야 합니다. 맞아요. 이게 남자 아이가 노는 방식이죠. 그리고 딸 방과 아들 방은 허리를 숙여야 들어갈 수 있는 구멍통로입니다. 아이들의 주문사항이었다는데, 아이들이 주문한다고 누구나 만들어 줄 수 있는 아이템은 아니지요. 2층 복도를 차지한 책장은 또 어떤가요. 수직과 수평 대신 이리저리 기운 책장은 생각이 만들어 지는 형태와 닮았습니다. 아이디어는 수직과 수평에 있지 않으니까요. 아, 못 만들어서 기운 거 아닙니다. 일부러 기울였어요. ㅎ
아직 채워지지 않은 3층은 본래 작업실로 쓸 용도였다고 합니다. 어떻게 변신할 지는 두고 보아야지요. 집은 뒷편으로 냇가에 접해 있습니다. 평소에는 말라 있어서 거의 물은 없지만 뒷마당에 앉아 고기라도 굽는 날이면 풍경이 제법 고기맛을 보탤 겁니다.
집이 뒷편 냇가에 가까운 반면, 카페는 2차선 길가에 있습니다. 동서로 길쭉한 땅에 길과 닿은 서쪽에는 카페, 동쪽은 집이 있는 형태지요.
말이 커피 뜯는 풍경
집을 직접 설계했다면, 카페는 아예 직접 지었습니다. 고쳐지었다는 표현이 맞겠네요. 낡은 현지 주택이었던 곳이니까요. 재주 많은 주인장입니다. 사실 이곳은 카페라기 보다는 로스팅 공방에 가깝다고 해야 할까요? 좋은 원두를 볶아 내고, 그렇게 만든 원두를 맛보이는 공간입니다.
커피 포대자루?가 카페 내부와 바깥 정원까지 꾸미고 있습니다. 하소로커피의 메인 테마인 목마도 여기저기 보이고요. 정원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나무 벽은 바닷가에서 직접 구해온 나뭇가지들을 직접 엮어서 만들었습니다. 여기저기 주인장의 섬세한 손길이 돋보입니다.
커피 맛에 대해 하소로의 로스터가 들려주는 공식은 대충 이렇습니다.
좋은 생두를 고르는 게 이미 90%이고요.
좋은 로스팅이 5%. 여기에는 좋은 로스팅 기계와 로스터의 숙련도가 필요하겠지요.
그리고 좋은 추출기계가 3% 정도,
마지막으로 바리스타의 실력이 2% 정도가 아닐까 한답니다.
개인적인 의견이니까 혹시 생각이 달라도 싸우지 마세요.
하소로의 원두 중에는 제주의 다른 곳에서 맛 볼 수 없는 것들이 여럿입니다. COE라는 저는 처음 들어보는 단어가 있더군요. 매해 가장 좋은 생두를 가리는 대회라는데 그 대회에서 수상한 스패셜티 생두를 수입해 옵니다. 적어도 생두에 대해서라면 제주에서 제일 좋은 생두를 갖도 있다는 자신이 엿보입니다.
그렇게 가져온 생두는 5Kg 용량의 반열풍식 PROBAT 머신에서 볶아냅니다. 사실 처음 듣습니다. 반열풍식? PROBAT? 잘 모르지만 저 기계, 육중한 게 비싸다는 인상을 강하게 풍깁니다. 비싼 것들이 온몸으로 내는 기운, 틀림 없을 겁니다. 머신 옆에 있는 작은 노트북은 주인장의 비밀병기입니다. 하루에 스무 번씩 로스팅하는 모든 데이터가 저기에 기록됩니다. 그렇게 쌓이는 노하우가 결국 더 좋은 원두를 만들겠지요.
좋은 커피 한 잔을 내린다는 것
좋은 커피 한 잔을 내려 먹는다는 것에 대해 물었습니다. 로스터는 생두를 볶으며 어떤 마지막 장면을 상상할까요? 이렇게 힘들게 구한 생두를 귀하게 볶아서 기본에 충실한 추출로 마침내 한 잔의 커피를 만들어 냈다고 칩시다. 그 첫 모금을 마시는 손님에게서 로스터가 기대하는 건 무엇일지 궁금했습니다.
"
맛있게 먹어주는 거지요.
아, 이 간단하면서 깊은 답. 좋은 생두는 좋은 원재료겠지요. 로스터는 그 맛을 발현시키고, 마시는 사람이 그 맛을 읽어낼 때, 로스터 입장에서는 마냥 고마울 뿐이랍니다.
그런 로스터가 요즘 추천하는 커피는 로미타샤Lomi Tasha! 이곳 주인장이 표현하려는 맛을 잘 담고 있다는 군요. 단맛과 꽃맛 그리고 적당한 산미까지. 개성 있지만 수용 가능한 범위 안에 있다나요?
아, 하소로 스패셜티 블랜딩도 있습니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의 블랜딩이 유명세를 떨치기도 했지요. 하소로 블랜딩은 엄선한 스페셜티 생두를 후블랜딩해서 만들어 내는 하소로만의 개성입니다.
참, 촬영 이야기니까 카페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더 했어야 하는데요. 커피는 생소한 부분이다 보니 궁금한 것이 많고, 대화는 어쩌다 보니 그쪽으로 흘러가 버려서 다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하소로 커피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는, http://blog.naver.com/syk4357
그리고 촬영문의는, 당연히
반치옥사진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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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머물 집] 애월가족숙소 별꿈팬션
안녕하세요. 사진찍는 모비입니다. 팬션 촬영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이번에 촬영한 곳은 애월 수산리에 있는 가족숙소, 제주별꿈팬션입니다.
바닷가도 아니고, 울창한 숲속도 아닙니다. 여기가 맞나? 싶은 작은 길 안으로 들어가면 별꿈팬션이 있습니다. 개구장이 큐빅들이 저들끼리 장난스럽게 포갠 듯한 외관은 서로 다른 각도의 그림자를 만듭니다. 팬션은 오른쪽 왼쪽 각각 한 동씩인데 왼쪽은 별꿈동, 오른쪽은 달꿈동입니다. 두 동을 잇는 가운데 부분은 호스트 부부가 게스트에게 조식을 대접하고 카페로 이용하는 공간입니다.
두 숙소동은 2층 침실만 조금 다를 뿐 거의 같은 구조입니다. 실내는 나무계단으로 이어지는 복층 구조인데, 1층은 주방과 화장실, 거실이고, 2층은 침실입니다. 별꿈동 2층은 낮은 지붕이 주는 안락한 느낌이고, 달꿈동 2층은 한라산과 바다를 동시에 볼 수 있는 창문이 매력적입니다.
모자를 쓴 부부
별꿈팬션은 부부가 운영합니다. 남자는 야구모자를 쓰고, 여자는 둥근 창이 예쁜 캐플린 모자를 씁니다. 남자의 야구모자는 개구장이 같고, 여자의 모자는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자가 된 감상을 한껏 전해줍니다.
인테리어가 직업이던 남자는 집 설계부터 시공까지 모든 작업과정에 직접 참여했습니다. 집 곳곳에 액자처럼 바깥 풍경을 끌어들이는 창문, 에폭시로 마감해서 거울처럼 반짝거리는 바닥, 인테리어의 끝은 조명이라는 생각으로 세세하게 고른 전등 하나까지 모두 그의 색깔입니다.
서울에서 생활하던 부부는 8~9년 전 한 교회의 부부학교를 통해 생활의 많은 부분이 변했고, 자신들이 겪은 좋은 변화를 여러 사람과 공유하기 위해 제주도로 왔습니다. 팬션이라는 공간 역시 그런 생각의 연장선이고요. 별꿈이라는 이름은 '뭇별과 같이 흩어져 향기를 내라. '는 말에서 따왔습니다.
다분히 종교적인 이유이지만 그들의 모습에서 부담스러운 종교인의 모습은 없습니다. 향기나는 뭇별처럼, 다만 좋은 영향력을 전하는 것이 그들의 뜻입니다.
한라산을 담은 액자
한라산이 보인다는 게 사실 특별한 것은 아닙니다. 제주는 어디서든 조금만 신경쓰면 한라산을 볼 수 있으니까요. 정말 산이 품은 섬입니다. 하지만 산을 보기 위해 이리저리 움직일 필요가 없는 공간은 또 많지 않지요. 달꿈동 2층 침실에서는 한라산이 꼭 액자 속에 든 그림처럼 보입니다. 다른 편 창문으로는 바로 아래 초록 밭과 멀리 바다가 보입니다. 아하, 이 위치에 별꿈 팬션이 들어와 앉은 이유를 비로소 알 것 같습니다. 액자 속에 저 산과 저 바다를 넣으려고 그랬군요.
아침 드세요
별꿈팬션을 가장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아침식사입니다. 별꿈동과 달꿈동 사이에 있는 카페 공간에서 매일 아침마다 정갈한 밥상이 준비됩니다.
최근 이들 부부가 준비하는 메뉴는 몸잡떡국!
몸은 모자반이라는 해초를 제주에서 부르는 이름입니다. 이 몸과 잡채까지 넣어서 만들어 내는 것이 몸잡떡국. 따로 몸떡국 전문점을 차려야 할까 고민했을 정도로 반응이 좋습니다. 떡국 레시피는 대외비이고,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여기에서만 맛볼 수 있습니다.
부부는 아침 8시를 조금 넘겨 이곳으로 나와 아침상을 준비합니다. 떡국 끓이는 두 사람의 모습은 진지합니다. 저 모습은 누가 시켜서 나오는 게 아닙니다. 저 사람들, 떡국 만드는 걸 즐겨요!
별꿈동과 달꿈동 게스트의 식사 시간은 분리합니다. 이러면 각각의 게스트에게 더 집중할 수 있습니다. 약속한 시간에 카페 공간에 앉으면 소박하고 아름다운 몸잡떡국 한 그릇을 받습니다. 그렇게 시작되는 아침 수다의 시간.
함께 제주를 여행하자고 약속한 후 세상을 떠난 남편. 그 남편을 대신해서 딸, 손녀와 함께 별꿈팬션을 찾았던 노부인.
매년 휴가는 봉사활동으로 보내던 가족이 관계의 위태로움에 처했을 때 마침 찾아왔던 부부.
어떤 사람들은 다시 맑아져서 돌아갔고, 어떤 사람들은 상처 위에 반창고 하나 겨우 붙여서 돌아가기도 했습니다. 인상적인 한 명 한 명의 게스트들도 이 아침식사가 없었다면 만나기 어려웠을 겁니다. 카페 공간까지 게스트룸으로 쓸까 잠시 고민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꼭 있어야 하는 소통의 공간이 되었습니다.
그들이 보내고 간 시간은 방명록으로 남아서 다음에 오는 누구든 읽어볼 수 있습니다. 한 장씩 들춰보면 여기를 다녀갔던 사람들이 얼마나 좋은 시간을 보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방명록은 주로 호스트 부부에 대한 감사, 그리고 아침 밥상에 대한 감탄이 섞입니다. 그리고 게스트들이 제주까지 들고왔던 고민의 흔적들도 함께 적혀 있어서 팬션사용설명서 같기도 하고, 일상의 문제를 푸는 참고서 같기도 합니다.
아, 몇 가지 주의사항!
커플이나 부부를 제외하면, 혼숙은 안 된답니다.
반려동물도 안타깝지만 입장할 수 없고요.
실내는 당연히 금연입니다.
제주별꿈팬션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는, --> http://blog.naver.com/soon5161
그리고 팬션촬영 의뢰는?
당연히,
반치옥사진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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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머물 집] 독채팬션 곰곰. 그 중에 모래곰.
안녕하세요.
사진찍는 모비입니다. 팬션 촬영 이야기를 이어가 보려고 합니다. 단순히 찍는 데 그치지 않고, 호스트를 만나서 집에 대해 묻고, 그 이해를 반영하는 촬영입니다. 궁금하잖아요. 호스트는 왜 이런 집을 마련했는지, 이 팬션만의 특징은 무엇인지. 그리고 제주의 많은 팬션 중에서 왜 여기여야 하는 지! 그래서 직접 만나 물어보기로 했습니다.
첫 번째 찾아간 곳은 제주도 독채팬션, 곰곰입니다. 곰곰팬션은 집을 통째로 내어주는 독채팬션입니다. 두 채를 운영 중인데요, 제주도 서쪽 용수 마을에 한 채, 금능마을에 한 채가 있습니다. 마침 저희가 짓고 있는 집에 쓸 난로 때문에 물어보려고 갔다가 인연이 시작된 곳이지요. 두 곳 중에 금능 마을에 있는 모래곰을 촬영했답니다.
촬영은 오후 시간에 진행했습니다. 서쪽에서 들어오는 빛을 최대한 활용해 보려는 의도였습니다. 그리고 그대로 저녁까지 촬영한 후 일몰 시간의 외관을 찍는다는 작전을 세워봅니다. 흐려서 실패! 내부 전체를 밝힐 메인 조명과 필요한 세부를 밝힐 LED 조명을 함께 준비합니다. 호텔이나 빌딩을 촬영하던 예전에는 훨씬 많은, 부피가 큰 장비가 필요했었지만 LED 조명과 USB 전원 덕분에 장비가 한결 가벼워졌지요.
어쩌다 곰곰
곰곰은 부부가 함께 운영합니다. 정원 관리부터 내부 청소까지 다른 곳에 맡기지 않고 두 사람이 꼼꼼하게 직접 준비합니다. 뽀송뽀송한 이불 질감은 그런 노력으로 탄생한다는!
구석 있어요
곰곰을 짓는데 가장 고민한 부분은 이곳을 찾아와 머무는 사람들에게 어떤 시간과 공간을 선사할 것인가.였답니다. 생각의 결론은 소통과 구석!
집의 정원은 대문이 없어서 마을길에서 바로 들어올 수 있습니다. 마을 할머니가 지나가시며 안부를 묻는 수준이지요. 집 내부도 소통이라는 주제에 맞도록 문은 꼭 있어야 할 자리에 최소한으로 있고, 1층과 2층 방문은 언제든 모두 열어둘 수 있게 설계했습니다. 거실은 2층까지 뚫려 있어서 1층에서 언제든 2층을 불러내릴 수 있지요.
곰곰은 집 안에 숨을 수 있는 공간을 많이 만들고 싶었답니다. 숨바꼭질이 목적이었냐고 묻는다면, 혼자 살짝 들어가 머물 수 있는 틈을 선물하고 싶었다네요.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공간은 계단 밑에 만든 비밀통로입니다. 공간활용의 경제성으로 본다면 낭비에 가깝지만, 이곳을 찾는 아이들이 이 공간을 발견하고 정말 좋아합니다. 경제성? 그까짓!
여행에서 숙소라는 것은 낮 동안 관광지를 돌아다니느라 기진한 몸을 이끌고 들어와서 밤새 술마시며 이야기 나누는 곳이기 쉽지요. 그래서 나중에 숙소를 생각하면 침대와 식탁의 기억만 남고요. 곰곰은 게스트가 이곳에 가능한 길게 머물러 주기를 바랍니다. 평소 그렇지 않았던 사람들 사이에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고, 때로 집안 곳곳에 숨겨진 작은 공간에서 무엇인가 발견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가능한 2박 이상의 예약을 권하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 촬영을 진행하면서 집이 만드는 복합적인 선과 여러 다른 크기의 창문에서 들어오는 빛이 만드는 그림자를 발견하는 재미가 좋았습니다.
우연의 바다
포털에서 곰곰 팬션을 검색하면 아마도 함께 뜨는 단어가 우연의 바다일 겁니다.
팬션에 손님이 묵으면 그날 남자는 낚시 장비를 챙겨서 바다로 갑니다. 그렇게 잡은 생선으로 회를 준비해서 게스트에게 배달해 주는 이벤트가 바로 우연의 바다. 이제는 제법 우연의 바다를 노리며 곰곰을 찾는 게스트도 있답니다.
어떤 고기가 잡힐 지, 잡히기나 할 지 알 수 없습니다. 바다는 뜻대로 되지 않으니까요. 잡히는 것 자체가 우연, 그러니까 복불복입니다. 물론 곰곰은 최대한 우연을 필연으로 만들기 위해 애씁니다. 아무 것도 못 잡는 날이면, 방파제에 나가면 언제든 약속이나 한 듯 만날 수 있는 낚시 친구들에게서 고기를 얻어다 주기도 하니까요. 친구들마저 빈 손이라면, 안타깝지만 그날 게스트는 꽝.입니다. 우연이란 게 그렇잖아요.
이벤트의 탄생도 우연이었답니다. 따지고 계산해서 마케팅 포인트로 미리 계획된 것은 아니었던 거지요. 남자는 낚시를 제법 잘 했고, 냉장고에는 빈자리가 없었고, 잡아온 고기를 처리할 방법이 필요했던 겁니다. 그래서 어쩌다 게스트에게 배달된 회 한 접시.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지요. 두어 번 해 본 후에 정식 이벤트가 되었습니다.
덕분에 곰곰은 게스트를 더 얻고,
남자는 낚시를 꼭 가야만 하는 이유가 생겼습니다.
그가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가끔 몸살이 오거나 어깨가 아파도 낚시를 가는 것은,
날마다 물때를 살피며 이 물때와 이 바람에 고기가 나올 곳을 상상하는 것은,
새로운 낚시대는 얼마나 휨새가 좋고 감도가 우수하며 팔목에 피로가 덜 할까 따져보는 것도,
다른 이유 없습니다.
오로지 게스트에게 우연의 바다를 선물해야 한다는 호스트로서의 의무감 때문이지요.
보다 나은 팬션을 만들겠다는 눈물 겨운 노력! 이쯤 되면 절반은 어부지요.
아, 우연의 바다 이벤트는 용수에 있는 바다곰에만 해당합니다.
마루는 곰곰네 누나 둘과 새벽까지 놀았습니다. 태어나서 가장 늦게 잔 날이었어요. 마루가 누나들과 노는 동안 저희 부부와 곰곰네 부부는 늦은 시간까지 인터뷰를 빙자해서 수다를 떨었습니다. 시간에 비해 내용이 부족한 것은 다만 맥주 탓이고요.
제가 찍은 사진과 준비한 이야기는 이만큼입니다.
겨우 몇 시간의 촬영과 하룻밤 이야기로 알 수 있는 것은 적지요.
제주독채팬션 곰곰이 더 많이 궁금하신 분들은, --> http://blog.naver.com/jejugomgom
(여기에 없는 바람곰 사진도 볼 수 있어요. 바람곰도 대박 멋있어요!)
그리고 팬션촬영 의뢰는?
당연히,
반치옥사진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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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의 현장] 클라이머의 등근육 구경하세요.
안녕하세요. 모비입니다.
간밤에 이상하게 잠을 못 잤네요. 한밤중에 깨어서 잠시 뭔일인가 상황 파악을 하고, 곧 잠이 오겠지 생각하면서 두어 시간 뉴스를 보다가, 들어가서 다시 누웠는데 결국 잠은 안 오고, 내 이불을 아내와 마루에게 덮어주고 나오니 어느새 창 밖에 푸른 빛이 돕니다. 새벽 낚시라도 가 볼까 하다가 시간이 어중간하고, 안 되겠다 싶어 글이나 쓰려고 준비해둔 사진들을 엽니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차라리 처음부터 글 썼을 걸요.
[사진가의 현장] 세 번째군요. 오늘 하려는 이야기는 실내 암장 사진입니다.
암벽은 개인적인 취미이기도 해서 오래도록 지켜봤습니다. 클라이머를 지켜보고 있으면, 동작은 마치 벽 위에서 춤추는 것처럼 아름답습니다. 비교적 낮은 3~4미터 높이의 벽에서 고난이도 동작을 구사하는 형태를 볼더링이라고 하는데요. 높이가 낮은 대신 하나하나의 동작(클라이밍에서는 무브라고 부릅니다.)이 클라이머의 한계를 시험하는 정도인데 힘과 균형을 모두 요구합니다. 손가락 하나 겨우 버티는 동작에서 발끝으로 체중을 지지하며 몸을 움직여 갈 때, 저것은 춤이구나. 싶습니다.
사진가의 마음이 어디 갈까요. 저거 저, 꼭 찍어봐야겠다. 벼르고 있었습니다. 상업사진을 직업으로 하면, 찍고 싶은 사진보다 찍어야 하는 사진이 월등하게 많습니다. 내가 원하는 사진보다는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사진이지요. 종일 촬영하고 파김치가 되어 돌아오면 카메라는 무겁기만 하고 다시 쳐다볼 힘도 없습니다. 없는 힘으로 다시 카메라를 드는 것은 결국 다음 클라이언트가 부를 때지요. 그러다 보면 상상하는 이미지를 만들 기회는 점점 줄어듭니다. 점점 소모되는 겁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욕심나는 프로젝트를 따로 만듭니다. 컨셉을 구상하고, 적당한 모델을 찾고, 부탁하고, 내 돈을 써서 준비하고, 촬영합니다. 개인작업은 우선 원하는 조명을 내 마음대로 써도 되고요. 결과물에 대해 평가받을 일도 없으니 마음 편하게, 놀이하듯 찍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한 번씩 이렇게 내 맘대로 찍어서 쓸 만한 사진 몇 장 만들고 나면, 아, 나 사진가구나.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상하이에 있을 때 자주 가는 암장 주인장과 제법 친해졌을 무렵입니다. 컨셉을 설명하고 제안했더니 당연하게 환영합니다. 설명했다고는 했지만 아직 세상에 없는 사진을 만들 텐데 그게 말로 제대로 설명이 되지는 않습니다. 괜찮습니다. 상상하는 이미지를 만들어 내서 보여주면 아마 깜짝 놀랄 겁니다. 그 감탄의 예상까지 즐거운 게 개인작업이지요. 난장판을 벌여놓고 엄마의 등장을 기다리는 마루의 심정이 그럴 겁니다.
Part 1.
이 암장은 쇼핑몰 꼭대기층에 있어서 위쪽으로 자연광이 들어옵니다. 의도한 사진은 주변이 완전히 어두워야 되니까, 늦은 오후쯤 도착해서 장비를 준비하며 해가 지기를 기다립니다.
조명은 두 개를 씁니다. 하나는 길쭉한 소프트박스를 장착해서 암벽 위에 올렸습니다. 이 조명이 근육의 질감을 최대한 강조해서 보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왼쪽에 있는 조명은 탑조명 하나만 썼을 때 생길 단조로움과 암부의 위험으로부터 사진을 구할 겁니다. 위에 있는 조명에는 푸른색 젤을 쓰고, 왼쪽에 있는 조명은 좀 더 푸른색 젤을 씁니다. 서로 다른 색의 젤을 쓰는 이유는 지난 번 글에서 설명드린 적이 있는데, 색의 깊이는 더하기 위해서입니다.
오늘 주제는 클라이머의 등입니다. 클라이밍은 온 몸의 근육을 쓰는데, 오래 운동한 클라이머들의 등근육은 특히 탐스럽습니다. 여러 동작 중에서도 특히 등근육을 최대한 긴장시킨 포즈를 같이 연구합니다. 조명도 물론입니다. 만약 위에서 내려오는 조명이 밋밋하다면 근육의 질감을 묻어버릴 겁니다. 가로로 긴 형태는 클라이머의 다양한 동작에 대응해서 클라이머가 어디로 움직여도 빛이 닿을 수 있도록 하고, 앞뒤로 좁은 형태는 내가 원하는 클라이머의 등에만 수직으로 빛이 떨어지도록 돕습니다. 다른 곳까지 너무 밝아버리면 사진을 보는 시선이 산만해 질거니까요. 그건 제가 원하는 게 아닙니다. 옆에서 들어오는 조명도 빛을 끊어내는 반도어를 장착해서 최대한 좁은 범위로, 원하는 부분만 빛이 닿도록 합니다.
조금씩 조명과 포즈, 카메라의 세팅을 수정하며 준비가 완료됩니다. 자, 쇼타임! 무심한 듯했지만, 오늘 머리 새로 하고 온 암장 마스터입니다. 옷 입고 있을 때는 좀 마른듯 보이지만 벗겨보면 군더더기 없는 몸. 딱 필요한 근육만 남겼습니다.
암장의 신흥 주력입니다. 처음 암장 오픈할 무렵에는 암장 스탭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듯도 했는데 몇 년 사이 성실하게 운동한 표가 납니다. 평소 행동은 참 겸손한데 몸은 전혀 겸손하지 않네요.
암벽 동작 중에 다이노라고 부르는 동작은 아무리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 곳으로 가는 동작입니다. 점프죠. 조명 위치와 홀드 거리를 체크한 후 손 보다 더 높은 곳에 목표지점을 정합니다. 하나, 둘, 셋. 날아요! 마스터! 왼쪽을 비추던 포인트 조명은 이때 오른쪽으로 옮겨왔습니다. 아래쪽으로 그림자를 만드는 등근육의 조명은 위에서, 척추 홈에 그림자를 만드는 조명은 오른쪽에서 오고 있습니다.
촬영 위치를 바꿔서 탑조명이 있던 위치까지 올라갑니다.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촬영하고, 모델에게 겨우 잡을 만큼 높은 곳에 있는 홀드를 잡아달라고 부탁합니다. 상상하던 이미지하고는 조금 다르게 나오더군요. 이걸 제대로 수정하려면 조명 위치부터 시작해서 바꿔야 할 게 참 많아 보입니다. 아쉽지만 이 정도로 찍고 오늘은 마무리합니다.
Part 2.
두 번째 촬영을 진행합니다. 한 번 더 찍어야 하는 이유는 한 가지! 여성 클라이머를 꼭 찍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처음 촬영 때 남성 여성 클라이머를 모두 찍겠다고 마스터에게 말해두었는데 마스터는 아무래도 가볍게 생각하고 넘겼던 모양입니다. 마침 마음에 드는 친구가 있어서 부탁하고 한 번 더 날을 잡았습니다. 탱크탑 상의에 청바지를 입어달라고 주문했습니다. 모델은 몸풀기 중.
라이팅으로 없는 근육을 만들어 낼 수는 없습니다. 다만 조금 있는 근육을 많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가능합니다. 첫 번째 촬영과 같은 세팅으로 촬영합니다. 가능한 팔을 멀리까지 뻗은 후 체중을 실으면 어깨와 등근육이 도드라집니다.
예쁘장하게 포즈만 잡는 친구는 아닙니다. 실제 아마추어 대회에도 나가는 열혈 클라이머입니다.
예정에 없던 컷입니다. 연속으로 이어진 어려운 동작을 마치고 다음 촬영을 진행하기 전, 벽에 기대어 쉬는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철수하려던 조명을 잠시 멈추고 얼른 찍어둡니다.
이번엔 기울기 각도가 더 큰, 상대적으로 복근을 더 많이 써야하는 벽 앞에 세웠습니다. 조명은 거의 같은 형태로 씁니다. 역시 머리 위에 하나를 설치하고, 측면에서 하나를 더 씁니다.
몸풀기를 주문하고 모델의 동작을 살피면서 어떤 자세가 가장 어울릴까를 생각합니다. 이 컷은 얼굴은 예쁘게 나오는데 전체적인 선이 어지러워서 탈락한 B컷입니다.
이 벽에서 나온 A컷입니다. 시원스럽게 화면을 나누는 몸선, 잘 드러난 복근, 공중에 매달린 자세인데도 나른하게 늘어진 몸, 살짝 드러난 눈빛도 마음에 듭니다. 힘겹게 버티는 게 아니라 벽 위에서 유영하는 저 느낌이 좋습니다. 왼팔이 조금 더 보였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긴 합니다. 화면 왼쪽 바깥에서 들어온 조명이 하이라이트 조명입니다. 배경에 수직으로 걸린 등반로프는 지금 모델이 매달린 벽의 각도가 어느 정도인지 알려줍니다. 본래 아래 바닥이 조금 보이는 컷인데 후반 작업에서 바닥을 지워내고 이미지를 완성합니다.
마지막 세팅입니다. 양쪽에 푸른색과 더 푸른색 조명을 준비합니다. 본래 의도대로라면 완전히 검은 배경이 나와야 하는데, 현장 이 생각보다 넓지 않아서 조명이 뒷배경에 닿습니다. 이게 클라이언트가 있는 상업촬영이라면 어떻게든 장비를 동원에 빛을 끊어내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같이 놀아보자고 진행하는 촬영이니 현장에서 수습 가능한 수준으로 진행합니다. 저, 주문 받아서 찍을 때는 그냥 넘어가지 않습니다. 하하.
이 사진에서 강조하고 싶었던 부분은 외줄 로프입니다. 현장에서 해결하지 못 한 부분들을 후작업으로 덮었더니 효과가 과해보이는 부분도 없지 않습니다.
구경하던 마스터도 이 벽에서 한 장 남깁니다. 설렁설렁하는 것 같아도, 벽에 있을 때 저 사람 표정은 언제나 진지합니다. 안 시켰는데도 가능한 어려운 홀드를 잡고 고난이도 자세를 만들어 내는 당신은, 이 시대의 진정한 참 모델인입니다! 아, 아래 바닥 보이시나요? 저 바닥을 여자 클라이머 사진에서는 지워냈던 겁니다.
Part 3.
개인작업한 사진들을 중국 SNS에 공유했습니다. 중국은 웨이신微信, 영어로 위챗이라는 SNS를 가장 많이 씁니다. 카카오스토리처럼 개인의 이야기를 적는 것도 같습니다. 모델들도 자기 사진을 많이 좋아해서 자신의 계정에 모두 올려댔습니다. 그리고 한참 후 프랑스 인공암벽 회사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난징에 인공암벽 공사가 있는데 촬영을 의뢰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선순환. 좋습니다. 재미있고 싶어서 진행한 개인작업이 누군가의 눈에 들고 그게 상업촬영으로 연결됩니다. 시간낭비, 돈낭비는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알아주는 사람 없어도 괜히 혼자 흐뭇합니다.
난징 현장에 도착해 보니 아직 공사가 한창인데, 여기 오너는 이 암벽에 홀드를 박아넣기 전 모습을 찍어두고 싶었답니다. 태국에서 온 그래피티 아티스트가 막 그림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이걸 어떻게 찍을까 생각하다가 작은 조각사진들의 조합으로 진행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현장 실무자와 상의합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클라이언트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소용 없습니다. 촬영자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기존의 이미지와 다른 신선한 한 장을 만들고 싶지만,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는 대상을 홍보할 수 있는 안정적인 이미지를 요구할 때가 많습니다. 그때는 최대한 의견을 낼 수 있지만 최종 결정은 클라이언트의 몫이고 사진가는 그 부분을 존중해야 합니다.
다행스럽게도 1.조각 이미지의 합성 느낌으로 간다. 2. 푸른색 색감을 부분적으로 더해서 찍는다.는 두 가지 의견 모두 받아들여졌습니다. 인공암벽은 수십 조각의 면을 조금씩 각을 비틀어 가며 붙인 형태입니다. 어떻게 하면 이 다이나믹한 면의 조합을 잘 살려낼 수 있을 지, 동시에 그래피티를 잘 표현할 지가 숙제입니다.
촬영하기로 했던 첫 날은 한참 공사중이라 도저히 촬영을 진행할 수 없었습니다. 아쉽지만 대충 각도만 확인하고 다시 상하이로 돌아왔습니다.
푸른색 조명을 쓰겠다고 말했지만, 주제와 배경의 밝기 차이를 어느 정도 둘 지에 대해 의견이 갈렸습니다. 클라이언트는 가능한 배경도 밝기를 바랬습니다. 그에 따라 세팅을 조절합니다.
작업 중인 그래피티 작가 아미지를 촬영합니다. 우선 왼쪽에 조명 하나를 넣어서 다양한 각도로 조합된 벽면의 선이 잘 드러나도록 합니다.
그리고 작업대 위에 조명 하나를 올려서 작가 상반신에 떨어지는 빛을 하나 더 준비합니다. 저 빛이 너무 넓게 퍼지면 안 되니까 앞에 반도어를 달아서 빛의 범위를 제한합니다.
그렇게 해서 첫 번째 컷이 완성됩니다.
바닥을 정리한 후 기념사진 한 장 남기자고 작가를 벽 앞에 세웠습니다. 그래피티 작가인 동시에 클라이머이기도 한 모델은 클라이밍장비 브랜드인 블랙다이아몬드의 후원을 받고 있답니다. 로고가 꼭 나와야 된다며 후원사의 외투로 갈아입었습니다.
클라이언트에게 전달한 최종 이미지 중 메인컷입니다. 벽면의 입체감이 잘 살도록, 그러나 너무 넘치지 않도록 사진을 더하고 빼면서 최종 이미지를 만듭니다. 클라이밍의 역동적인 에너지가 드러나도록 사진의 바깥 테두리는 울퉁불퉁하게 남겼습니다.
다양한 입면을 볼 수 있는 디테일 컷도 필요합니다.
배경에 조명 하나, 모델의 오른쪽에 조명 하나를 두고 찍은 포트레이트입니다. 거대한 벽을 함께 볼 수 있도록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며 촬영합니다.
촬영이 끝난 벽에 프랑스 스탭이 홀드를 설치하고 있습니다. 홀드가 다 준비되고 사람들이 클라이밍을 시작하면 저 벽은 금방 때가 묻을 겁니다. 온전한 벽을 촬영해 두려는 클라이언트의 뜻을 이해할 법도 합니다.
암벽 촬영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생각해 둔 컨셉이 두엇 더 있기는 한데 당장 갈증은 풀었으니 아마 다시 암벽을 찍는다면 한참 지난 후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다음에는 인물사진과 함께 제 주 촬영대상인 인테리어 촬영 이야기를 적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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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의 현장] 그룹사진을 찍을 때 고민할 것들
안녕하세요.
이번에는 그룹사진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네, 여러 사람을 한 장에 찍는 그 사진입니다. 인물을 찍는다는 면에서는 공통점이 있겠지만, 그룹사진은 개인 포트레이트와는 또 다른 분야입니다.
포트레이트는 주로 한 명을 찍지요. 한 명의 모델에게 질문을 거듭하면서 그 사람에게 있을 것 같지만 발견되지 않았을 표정을 찾으려고 애씁니다. 집중하기에 좋고, 1대1의 구도로 모델과 겨루는 그 순간의 느낌도 제법 즐길 만합니다.
하지만 그룹사진은 여럿이 대상입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의 표정이 아니라 군집의 표정입니다. 군집의 표정은 개인 표정의 총합이 아니고, 새로운 하나의 표정일 겁니다. 사진 속의 개개인은 모두 웃고 있어도 군집의 표정은 무겁게 가져갈 수도 있고, 반대의 경우도 가능한 겁니다. 가족이라면 화목함을 강조할 수 있겠고, 스타트업 기업이라면 젊은 에너지를 연출할 수도 있겠지요. 일반적인 기업 사진에서는 당당함과 편안함을 동시에 요구합니다. 기업으로서의 도전정신, 모험정신을 보여주어야 하고, 동시에 부드러운 기업문화를 놓치지 않으려는 의도입니다.
그런데, 그게 쉽지는 않습니다. 적게는 대여섯, 많게는 백 명 단위의 사진에서 사람들의 개별 표정을 통제하기는 어렵고, 하나의 순간에 모든 사람의 얼굴을 최고의 표정으로 묶어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그룹사진이라고 해도, 그 규모에 따라 촬영 방식을 다르게 해야 합니다.
우선 규모가 큰 단체사진의 경우, 개인적으로는 안전하게 가는 게 상책인 것 같습니다. 백 명 단위의 단체사진에서 온갖 새로운 시도를 해보았지만, 실패하고 수습하느라 힘들었던 기억이 많습니다. 우선 인원이 많으니 통제가 어렵고, 포즈 하나 바꾸거나 위치를 조금만 옮기고 싶어도 시간이 너무 걸립니다. 그리고 모델들이 조금씩 귀찮아하고 지루해하기 시작하면 그날 게임은 답도 안 나오는 겁니다.
보통 대형 단체사진의 경우 사전답사를 통해 미리 위치를 선정하고, 의자 등 필요한 소품을 준비시키고, 조명을 어떻게 쓸지 계산하고 필요한 전력을 끌어오는 것까지 사전단계로 진행합니다. 그리고 촬영 당일에는 최대한 신속하게 촬영을 진행시켜야 합니다. 전체 분위기가 지루해지기 전에, 다들 괜찮은 기분일 때 마무리 지어야 합니다.
가까이에서 광각렌즈로 찍는 것 보다는 가능하면 거리를 확보해서 표준 렌즈로 촬영하는 것이 더 안정적인 느낌을 만듭니다. 사다리를 써서 높은 곳에서 촬영하는 것도 쉽고 강력한 방법 중에 하나이고요. 아예 건물 위에 올라가서 찍기도 합니다.
인물사진이란 그 인물의 특별한 인상이 드러나는 순간을 포착하는 작업입니다. 그 순간에 사진가의 인상까지 보태서 최종적인 이미지를 만들지요. 그래서 저는 촬영 때 가능하면 모델을 가만히 두는 편입니다.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면서 그 모델이 제가 생각하지 못 했던, 또는 상상했으나 구체적으로 떠올리지 못 했던 표정을 만들어 내 줄 때를 기다립니다. 하지만 대형 그룹사진에서 이런 접근법은 쉽지 않습니다. 촬영 초기에는 어떻게든 해보려고 했지만 안 되더군요. 그래서 대형 그룹사진에서는 저도,
"김치~!"
이런 거 합니다. 그리고 퇴근하고 밥먹으러 가는 이야기하면서 다들 웃기를 기다리거나 그럽니다.
건물 지하에 있는 공간을 촬영 장소로 결정했습니다. 의자를 하나씩 놓아가며 스탭들을 앉혀서 구도를 짜 봅니다.
기본 조명을 맞추고, 모델들을 차례로 맞춰 봅니다.
촬영 후에는 가능하면 비어있는 공간을 한 장 더 찍어두는 게 좋습니다. 후반 포토샵 작업에 유용하게 쓸 수 있거든요.
현장 조명이 노란 색이니까, 역시 조명 앞에 노란색 젤을 붙여서 조명 색이 잘 어울리도록 합니다.
대형 그룹사진이 직업사진가로서 어쩔 수 없이 찍어야 하는 사진이라면, 그보다 규모가 좀 작은, 10명 내외의 그룹사진은 한 번 놀아볼 만한 작업입니다. 화면을 짜고 모델들을 요리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서두가 길었지만, 사실 오늘 이야기하려는 주제는 이 정도 규모의 사진입니다.
이 규모의 그룹사진을 찍을 때 제가 가장 중요하게 고민하는 것은 화면의 구도를 짜는 일입니다. 모든 인물을 하나의 선상에 세우거나 V자 형태로 배치하는 그런 사진은 별로 안 좋아합니다. 자연스럽게 흩어진 듯 모인 듯 배치하되 그 안에서 리듬감이 있어야 합니다. 낮고 높고, 앞서고 뒷서고, 크고 작고, 밝고 어두운 것이 모두 조화로워야 합니다. 이 작업은 어렵지만 재미있기도 합니다. 우선 너무 산만하지 않은, 좋은 배경을 찾습니다. 의자는 몇 개를 놓을 지, 몇 명을 세울 지 간단하게 개념을 잡고, 현장 스탭들을 데리고 시험 촬영을 합니다. 모델을 지금부터 세워버리면 너무 오래 걸리니까요. 그런 다음에 조명을 세우고, 화면을 확인해서 대충 준비가 된 것 같으면 모델들을 불러들입니다.
인물들은 중요도에서부터 생김새, 몸집, 그 날의 의상에 이르기까지 모두 고려의 대상이 됩니다. 이 변수들을 조합해서 마침내 가장 그럴 듯한 배치를 찾아야 합니다. 촬영보다 오히려 더 많은 시간을 쓰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 시간 동안 모델 한 명 한 명과 눈맞추고 위치나 포즈를 이야기하면서 관계를 만듭니다.
모델의 위치를 수정하는 과정과 동시에 조명 세팅도 체크합니다. 단체사진에서는 가능한 모든 인물에게 고른 빛이 들어오도록 합니다. 현장 조명이 오로지 자연광 뿐이라면 문제 없습니다. 맑으면 맑은 대로, 흐리면 흐린 대로 대체로 동일한 빛이 떨어지니까요. 다만 이때는 배경도 역시 동일한 빛을 받아서, 인물을 강조하기가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요. 그래서 자연광에서 단체사진을 찍을 때는 자연광을 주로 쓰고, 약간의 하이라이트 조명을 보태서 입체감을 드러내는 방법을 주로 씁니다.
우선 현장에서 스탭을 세워 대충의 느낌을 파악합니다.
조명과 소품이 자리를 잡고요.
지난한 수정 과정을 거치면서 모델의 최종 위치, 조명의 최종 광량을 결정합니다.
자, 준비됐나요? 찍습니다. 하나, 둘, 셋!
실내 인물사진에서는 보통 대형 사이즈 소프트박스나 엄브랠러 등을 써서 여러 사람에게 비슷한 정도의 빛이 떨어지도록 합니다. 스냅 촬영일 경우 천장 바운스 조명을 쓸 때도 있지만, 이 경우 빛은 약간 심심한 인상이 있어서 제대로 세팅해서 찍는 사진의 경우 저는 바운스 형태의 조명은 잘 쓰지 않습니다. 그것보다 대형 소프트박스를 양쪽에 배치하고, 필요에 따라 광량을 조절하면서 대비를 만드는 방식을 선호합니다. 배경을 함께 밝혀야 할 경우에는 반투명 엄브랠러를 쓰면 좋습니다. 인물들 주변의 배경을 최대한 살릴 지, 아니면 누를 지, 자연광을 살려서 찍을 지, 아니면 인공광으로만 찍을 지에 따라 광량과 조명 악세사리를 선택합니다. 광량 선택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조리개값입니다. 그룹사진이니까 여러 사람이 앞뒤로 설 경우가 많고, 지나친 개방조리개는 앞 사람만 선명하고 뒷사람은 흐린 참사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전체 인물들을 선명하게 보여줄 수 있는 심도를 확보해야 하고, 그만큼의 광량을 준비해야 합니다.
야간조명이 켜진 상하이 와이탄이 배경입니다. 몇 시간 전부터 와서 미리 위치와 각도를 살피고 조명을 준비합니다. 비가 내려서 조명에는 급하게 구해온 쓰레기봉투를 씌웠습니다.
우선 스탭들을 세워서 대충의 느낌을 파악합니다. 그런데 왜 건너편 빌딩들은 불을 안 켤까요? 마음이 불안하기 시작합니다.
다행스럽게 건너편 건물들은 조명을 밝혔습니다. 이제 다양한 분위기를 만들며 좋은 표정을 잡아내는 것만 남았습니다.
좋아요. 부어요. 마셔요.를 외칩니다. 에디터의 OK 사인은 아직 안 나왔습니다.
아마 최종 컷이었습니다. 최대한 카페 현장 조명이라는 생각이 들도록, 오른쪽 왼쪽 조명에 각각 노란색, 파란색 젤을 붙였습니다.
꼭 모든 인물을 동시에 조명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럴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요. 경우에 따라서는 두 세 명 단위로 끊어서 조명하기도 합니다. 카메라를 삼각대에 고정한 후, 조명을 들고 이동하면서 원하는 인물에 따로 조명한 후 포토샵에서 여러 사진을 합성합니다. 주로 컨트라스트가 강한 사진을 만들어야 될 경우 이 방법은 적은 개수의 조명으로 강력한 효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모델들이 제자리에 섰고, 조명 세팅도 다 됐습니다. 자, 이제 쇼타임입니다. 최대한 모델들과 소통하면서 개개인의 표정을 살피고, 나아가서 군집의 표정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물론, 이 경우도 필요하면 좋은 표정의 사진들을 모아서 합성하는 가능성도 열어 두어야지요. 없는 표정을 만들어 낼 수는 없지만, 있는 표정을 조합할 수는 있으니까요. 저는 그렇게 작업합니다.
다음 번에는 실내 클라이밍 사진 이야기로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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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오는 길,
안녕하세요.
사진찍는 반치옥입니다.
STUDIOMOBE (스튜디오 모비.라고 읽습니다;;) 반치옥사진관은
제주시 애월읍 장전리 332-3번지에 있습니다.
구주소 외우기 어려우시죠? 지도로 검색해 보면 이상한 비닐하우스 몇 동만 보입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지금 막 건축 시작했거든요.
아마 2017년 10월 가까워야 작업실이 완성될 것 같습니다. 새 길이름 주소도 그때 되어서야 나올 테고요.
그러니까 그때까지는 출장 촬영입니다. ㅎ
어떤 촬영이든 가능하지만 무조건 출장촬영이어야 한다는 것.
작업실이 완성되면 깔끔한 새 주소와 사진들을 올릴게요.
촬영 문의는,
forgogh@gmail.com
010 2771 9911
이렇게 연락주시면 됩니다.
어떤 촬영이든 문의해 주세요.
반치옥사진관, 사진은 참 잘 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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