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요배 작업노트 170317 2pm.
강요배 작업노트 170317 2pm.
오후 2시에 작업실 앞에 도착했다. 작업실은 큰 길에서 빗겨난 작은 길에 있다. 입구는 낮은 나무 대문이다. 대문 너머로 마당까지는 가파른 내리막이다. 이 내리막 덕분에 작업실은 길 밖에서는 지붕만 보인다. 엎드려서 감춘 작업실이다. 덩굴로 덮인 옛 작업실 옆에 새 작업실을 지었다. 2014년에 새로 지은 작업실은 노출콘크리트다. 보기 좋으라고 만든 것하고 달리, 아무 것도 덧대지 않은 그냥 콘크리트다.
선생은 마당에 서 계셨다. 한쪽 평상에는 한라봉 몇 개, 낫 하나와 방금 벗은 듯한 장갑이 놓여 있었다. 그림을 그리거나 정원 일을 하신다고 했다.
“차 갖고 오셨어요?”
선생의 첫 질문이다. 주변에서 전해 들어서 알고 있었다. 선생은 술을 많이 좋아하신다고 했다. 그러니까, 저 질문은 음료 선택을 위한 것이다. 술이냐? 아니냐?
다행히(?) 나는 차를 갖고 왔다. 낮술은 피한 셈이다.
작업실 안에는 작업중인 그림 몇 개가 있었다. 1993년 제주신문이 그림 아래 놓여있었다. 연동 개발을 시작한다는 기사가 메인이었다.
마당 평상에 앉아서 커피 마시면서 이야기했다. 선생은 빗겨 앉으셨다. 작업 의도를 설명하고, 고래를 위한 포트레이트. 글을 보여드렸다. 내가 찍을 사진에 대해 그보다 나은 설명이 없을 듯해서였다.
“허허, 그럼 내가 고래고, 반 선생이 에이헤브 선장인가?”
선생님, 싸우자고 제가 온 건 아니고요.;;
30분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중국 가봤더니 거기 술이 참 좋았더라는 말씀도 빼놓지 않으셨다.
40대에 10여년을 산으로 들로 다녔어요. 제주의 거의 모든 땅을.
이런 바다 저런 바다, 수백의 나무를 보았습니다.
이제는 끄집어 내어 쓰지요. 화면에 쏟아낸다, 관찰은 큰 문제가 아닌 시기지요.
율만 형성되면.
제주 구름, 제주 나무, 제주 돌.
몇 마디 말을 받아 적고, 첫 인사를 마쳤다.
1년쯤 찍어보자고 선생께 말씀드렸다.
서로 부담 안 되게 합시다. 나도 편하게 할게요.
어디 한 번 해봅시다.
원하던 답이다.
강요배. 작업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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