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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folio/Architecture

라로망스



제주 공항에서 서쪽으로 차를 몰아 가면 하귀에서부터 시작되는 해안도로가 있습니다. 하귀를 출발해서 한담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 가운데, 언덕 위에 우뚝 선 숙소를 촬영했습니다. 벌써 한 달도 더 된 촬영 이야기를 이제야 적습니다. 






라 로망스.라고 이름 지은 이곳은 본래 세컨하우스 개념으로 설계했었다가 이후 부띠끄호텔 성격으로 바꿨습니다. 전체 14개 동에 이르는데, 회색 벽돌로 마감한 외관에 올망졸망 자리잡고 들어선 모양까지 더해져서, 꼭 언덕 위에 아무렇게나 놓아둔 현무암 돌멩이 여러 개를 보는 것 같습니다.





촬영을 해야 하니까 우선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 보아야지요. 클라이언트가 보여주고 싶어 하는 특징들을 파악하고 좋은 시간대와 각도를 찾아야 합니다. 




해안도로의 높은 언덕 자리니까, 이 특별한 뷰를 강조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개성있는 형태가 필요했고, 설계를 맡은 건축가는 14개 동이 모두 바다를 볼 수 있도록 5각형의 건물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배치했습니다. 각각의 건물 내부는 4층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좁은 대신 높은 형태의 내부는 단정한 나무 계단으로 오르내립니다.





1층은 다이닝룸, 2층은 거실 개념, 3층은 침실, 4층은 누워서 하늘을 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그러니까 이곳에 도착하면 우선 3층에 짐을 풀고, 1층에서 식사를 하고, 2층에서 영화를 보고 수다를 떨고, 4층으로 가서 밤하늘을 보다가 다시 3층으로 와서 바다가 보이는 욕실에서 피로를 풀고 잠드는 겁니다. 다음날은 새벽 일찍 일어 나야지요. 동쪽부터 물들어 오는 새벽 하늘을 봐야 하니까요.









클라이언트는 그냥 여기라서 좋은 숙소를 주고 싶었답니다. 라로망스. 때문에 제주를 찾는 사람들이 있기를 바라고, 특별히 바쁘게 제주를 여행하지 않아도 그냥 이 숙소에서 며칠 보내는 것만으로 충분한 휴식이 될 수 있도록,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었답니다. 외관은 물론이고, 꼼꼼하게 챙겨 넣은 실내 디자인을 보면 그 말에 공감이 됩니다.















찍어야 할, 드러내어야 할 것들이 대충 정리 됩니다. 우선 주변의 지형적인 특징을 보여주어야 하고, 인상적인 외관과 꼼꼼한 내부까지 잘 보여주어야 합니다. 외관은 최대한 질감을 살리는 방향으로, 내부는 5각형이 만드는 다양한 각도를 재미있게 보여줄 수 있도록 신경 썼습니다. 촬영은 이른 새벽과 늦은 오후 시간에 진행합니다. 재미난 모양으로 난 4층의 지붕창으로 들어온 빛은 반대편 벽에 닿는데, 이 벽이 5각형이니까 빛이 만드는 모양도 시시각각 변합니다. 하루 종일 빛이 어떻게 집 안을 돌아다닐 지, 낮게 뜨고 지는 겨울에는, 높게 솟는 여름에는 또 어떤 빛이 들어올까? 빛이 궁금한 집입니다. 안에 가만 머물러봐야 할 이유가 하나 더해지네요.







별똥별이라도 떨이지는 날이면 제법 멋진 여행의 기억을 남길 수 있을 겁니다. 제주 바다를 가득 채우는 여름 밤의 한치잡이 배 불빛은 덤입니다.




라로망스 예약은 인스타그램에서 laromance.aewol 을 검색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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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folio/Architecture

[제주에 머물 집] 하소로 커피, 카페와 주택




안녕하세요. 사진찍는 모비입니다. 

또 한 곳, 좋은 공간을 촬영한 이야기입니다. 촬영 의뢰를 받으면 우선 현장에 가서 그곳의 주인을 인터뷰 합니다. 내용이 조금 다르기는 해도 인터뷰는 건축사진이든 인물사진이든 모두 진행합니다. 건물촬영의 경우에는 아무래도 건축 당시의 이야기, 가장 아름다운 빛과 시간대를 묻고, 이 공간과 이어진 특별한 기억을 묻습니다. 이번 촬영의 목적, 그러니까 이 사진의 용도에 대한 질문도 기본이지요. 그런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해서 꼭 찍어야 되는 장면이 결정되니까요. 그렇게 찍어서 완성한 하소로커피. 이제부터 소개합니다.








미끄럼틀이 있는 집


이번 촬영은 작은 로스팅 카페 한 곳과 그의 가족들이 살고 있는 주택입니다. 주택은 카페보다 몇 배 더 큽니다. 설계가 전공은 아니지만 설계 사촌 쯤 되는 토목을 전공하고 이런 저런 재주가 많은 주인은 집을 직접 설계했습니다. 가족 한 명 한 명에게 꼭 필요한 공간과 그들의 동선에 가장 어울릴 만한 모습으로 전체에서 세부에 이르기까지 배려한 집입니다. 촬영을 위해 집 안을 둘러보며 가족 구성원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공간 구성에 감탄했습니다.


집은 3층 구조인데,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싶은 공간들이 있습니다. 1층에서 3층까지 뚫려있는 수직공간은 면적의 효율성을 따지는 아파트나 작은 주택에서는 생각하기 어려울 겁니다. 집 내부 공기순환을 위한 공기굴뚝의 역할인데, 3층에서 들어본 빛도 이 통로를 따라 1층까지 내려옵니다.


아이들을 위한 아이디어도 돋보이네요. 우선 1층 거실에는 작은 실내 암벽이 있어서 아이들이 매달려 놀기에 좋습니다. 1층에서 2층으로 가는 계단 옆에는 미끄럼틀을 만들었고요. 아들 방으로 가기 위해서는 계단 없이 80cm 가까운 턱을 그냥 올라가야 합니다. 맞아요. 이게 남자 아이가 노는 방식이죠. 그리고 딸 방과 아들 방은 허리를 숙여야 들어갈 수 있는 구멍통로입니다. 아이들의 주문사항이었다는데, 아이들이 주문한다고 누구나 만들어 줄 수 있는 아이템은 아니지요. 2층 복도를 차지한 책장은 또 어떤가요. 수직과 수평 대신 이리저리 기운  책장은 생각이 만들어 지는 형태와 닮았습니다. 아이디어는 수직과 수평에 있지 않으니까요. 아, 못 만들어서 기운 거 아닙니다. 일부러 기울였어요. ㅎ


아직 채워지지 않은 3층은 본래 작업실로 쓸 용도였다고 합니다. 어떻게 변신할 지는 두고 보아야지요. 집은 뒷편으로 냇가에 접해 있습니다. 평소에는 말라 있어서 거의 물은 없지만 뒷마당에 앉아 고기라도 굽는 날이면 풍경이 제법 고기맛을 보탤 겁니다.


집이 뒷편 냇가에 가까운 반면, 카페는 2차선 길가에 있습니다. 동서로 길쭉한 땅에 길과 닿은 서쪽에는 카페, 동쪽은 집이 있는 형태지요.











































말이 커피 뜯는 풍경


집을 직접 설계했다면, 카페는 아예 직접 지었습니다. 고쳐지었다는 표현이 맞겠네요. 낡은 현지 주택이었던 곳이니까요. 재주 많은 주인장입니다. 사실 이곳은 카페라기 보다는 로스팅 공방에 가깝다고 해야 할까요? 좋은 원두를 볶아 내고, 그렇게 만든 원두를 맛보이는 공간입니다. 


커피 포대자루?가 카페 내부와 바깥 정원까지 꾸미고 있습니다. 하소로커피의 메인 테마인 목마도 여기저기 보이고요. 정원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나무 벽은 바닷가에서 직접 구해온 나뭇가지들을 직접 엮어서 만들었습니다. 여기저기 주인장의 섬세한 손길이 돋보입니다.


커피 맛에 대해 하소로의 로스터가 들려주는 공식은 대충 이렇습니다.

좋은 생두를 고르는 게 이미 90%이고요. 

좋은 로스팅이 5%. 여기에는 좋은 로스팅 기계와 로스터의 숙련도가 필요하겠지요. 

그리고 좋은 추출기계가 3% 정도, 

마지막으로 바리스타의 실력이 2% 정도가 아닐까 한답니다. 

개인적인 의견이니까 혹시 생각이 달라도 싸우지 마세요.


하소로의 원두 중에는 제주의 다른 곳에서 맛 볼 수 없는 것들이 여럿입니다. COE라는 저는 처음 들어보는 단어가 있더군요. 매해 가장 좋은 생두를 가리는 대회라는데 그 대회에서 수상한 스패셜티 생두를 수입해 옵니다. 적어도 생두에 대해서라면 제주에서 제일 좋은 생두를 갖도 있다는 자신이 엿보입니다.


그렇게 가져온 생두는 5Kg 용량의 반열풍식 PROBAT 머신에서 볶아냅니다. 사실 처음 듣습니다. 반열풍식? PROBAT? 잘 모르지만 저 기계, 육중한 게 비싸다는 인상을 강하게 풍깁니다. 비싼 것들이 온몸으로 내는 기운, 틀림 없을 겁니다. 머신 옆에 있는 작은 노트북은 주인장의 비밀병기입니다. 하루에 스무 번씩 로스팅하는 모든 데이터가 저기에 기록됩니다. 그렇게 쌓이는 노하우가 결국 더 좋은 원두를 만들겠지요.











































좋은 커피 한 잔을 내린다는 것



좋은 커피 한 잔을 내려 먹는다는 것에 대해 물었습니다. 로스터는 생두를 볶으며 어떤 마지막 장면을 상상할까요? 이렇게 힘들게 구한 생두를 귀하게 볶아서 기본에 충실한 추출로 마침내 한 잔의 커피를 만들어 냈다고 칩시다. 그 첫 모금을 마시는 손님에게서 로스터가 기대하는 건 무엇일지 궁금했습니다.


"

맛있게 먹어주는 거지요.


아, 이 간단하면서 깊은 답. 좋은 생두는 좋은 원재료겠지요. 로스터는 그 맛을 발현시키고, 마시는 사람이 그 맛을 읽어낼 때, 로스터 입장에서는 마냥 고마울 뿐이랍니다. 


그런 로스터가 요즘 추천하는 커피는 로미타샤Lomi Tasha! 이곳 주인장이 표현하려는 맛을 잘 담고 있다는 군요. 단맛과 꽃맛 그리고 적당한 산미까지. 개성 있지만 수용 가능한 범위 안에 있다나요?


아, 하소로 스패셜티 블랜딩도 있습니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의 블랜딩이 유명세를 떨치기도 했지요. 하소로 블랜딩은 엄선한 스페셜티 생두를 후블랜딩해서 만들어 내는 하소로만의 개성입니다.


 












참, 촬영 이야기니까 카페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더 했어야 하는데요. 커피는 생소한 부분이다 보니 궁금한 것이 많고, 대화는 어쩌다 보니 그쪽으로 흘러가 버려서 다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하소로 커피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는, http://blog.naver.com/syk4357




그리고 촬영문의는, 당연히 

반치옥사진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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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folio/Architecture

[제주에 머물 집] 애월가족숙소 별꿈팬션




안녕하세요. 사진찍는 모비입니다. 팬션 촬영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이번에 촬영한 곳은 애월 수산리에 있는 가족숙소, 제주별꿈팬션입니다.


바닷가도 아니고, 울창한 숲속도 아닙니다. 여기가 맞나? 싶은 작은 길 안으로 들어가면 별꿈팬션이 있습니다. 개구장이 큐빅들이 저들끼리 장난스럽게 포갠 듯한 외관은 서로 다른 각도의 그림자를 만듭니다. 팬션은 오른쪽 왼쪽 각각 한 동씩인데 왼쪽은 별꿈동, 오른쪽은 달꿈동입니다. 두 동을 잇는 가운데 부분은 호스트 부부가 게스트에게 조식을 대접하고 카페로 이용하는 공간입니다.


두 숙소동은 2층 침실만 조금 다를 뿐 거의 같은 구조입니다. 실내는 나무계단으로 이어지는 복층 구조인데, 1층은 주방과 화장실, 거실이고, 2층은 침실입니다. 별꿈동 2층은 낮은 지붕이 주는 안락한 느낌이고, 달꿈동 2층은 한라산과 바다를 동시에 볼 수 있는 창문이 매력적입니다.





























모자를 쓴 부부


별꿈팬션은 부부가 운영합니다. 남자는 야구모자를 쓰고, 여자는 둥근 창이 예쁜 캐플린 모자를 씁니다. 남자의 야구모자는 개구장이 같고, 여자의 모자는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자가 된 감상을 한껏 전해줍니다.


인테리어가 직업이던 남자는 집 설계부터 시공까지 모든 작업과정에 직접 참여했습니다. 집 곳곳에 액자처럼 바깥 풍경을 끌어들이는 창문, 에폭시로 마감해서 거울처럼 반짝거리는 바닥, 인테리어의 끝은 조명이라는 생각으로 세세하게 고른 전등 하나까지 모두 그의 색깔입니다.


서울에서 생활하던 부부는 8~9년 전 한 교회의 부부학교를 통해 생활의 많은 부분이 변했고, 자신들이 겪은 좋은 변화를 여러 사람과 공유하기 위해 제주도로 왔습니다. 팬션이라는 공간 역시 그런 생각의 연장선이고요. 별꿈이라는 이름은 '뭇별과 같이 흩어져 향기를 내라. '는 말에서 따왔습니다. 


다분히 종교적인 이유이지만 그들의 모습에서 부담스러운 종교인의 모습은 없습니다. 향기나는 뭇별처럼, 다만 좋은 영향력을 전하는 것이 그들의 뜻입니다.







































한라산을 담은 액자


한라산이 보인다는  사실 특별한 것은 아닙니다제주는 어디서든 조금만 신경쓰면 한라산을   있으니까요정말 산이 품은 섬입니다. 하지만 산을 보기 위해 이리저리 움직일 필요가 없는 공간은 또 많지 않지요. 달꿈동 2층 침실에서는 한라산이 꼭 액자 속에 든 그림처럼 보입니다. 다른 편 창문으로는 바로 아래 초록 밭과 멀리 바다가 보입니다. 아하, 이 위치에 별꿈 팬션이 들어와 앉은 이유를 비로소 알 것 같습니다. 액자 속에 저 산과 저 바다를 넣으려고 그랬군요.






































































































아침 드세요


별꿈팬션을 가장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아침식사입니다. 별꿈동과 달꿈동 사이에 있는 카페 공간에서 매일 아침마다 정갈한 밥상이 준비됩니다.


최근 이들 부부가 준비하는 메뉴는 몸잡떡국!

몸은 모자반이라는 해초를 제주에서 부르는 이름입니다. 이 몸과 잡채까지 넣어서 만들어 내는 것이 몸잡떡국. 따로 몸떡국 전문점을 차려야 할까 고민했을 정도로 반응이 좋습니다. 떡국 레시피는 대외비이고,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여기에서만 맛볼 수 있습니다.



부부는 아침 8시를 조금 넘겨 이곳으로 나와 아침상을 준비합니다. 떡국 끓이는 두 사람의 모습은 진지합니다. 저 모습은 누가 시켜서 나오는 게 아닙니다. 저 사람들, 떡국 만드는 걸 즐겨요!


별꿈동과 달꿈동 게스트의 식사 시간은 분리합니다. 이러면 각각의 게스트에게 더 집중할 수 있습니다. 약속한 시간에 카페 공간에 앉으면 소박하고 아름다운 몸잡떡국 한 그릇을 받습니다. 그렇게 시작되는 아침 수다의 시간. 


함께 제주를 여행하자고 약속한 후 세상을 떠난 남편. 그 남편을 대신해서 딸, 손녀와 함께 별꿈팬션을 찾았던 노부인. 

매년 휴가는 봉사활동으로 보내던 가족이 관계의 위태로움에 처했을 때 마침 찾아왔던 부부.


어떤 사람들은 다시 맑아져서 돌아갔고, 어떤 사람들은 상처 위에 반창고 하나 겨우 붙여서 돌아가기도 했습니다. 인상적인 한 명 한 명의 게스트들도 이 아침식사가 없었다면 만나기 어려웠을 겁니다. 카페 공간까지 게스트룸으로 쓸까 잠시 고민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꼭 있어야 하는 소통의 공간이 되었습니다.


그들이 보내고 간 시간은 방명록으로 남아서 다음에 오는 누구든 읽어볼 수 있습니다. 한 장씩 들춰보면 여기를 다녀갔던 사람들이 얼마나 좋은 시간을 보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방명록은 주로 호스트 부부에 대한 감사, 그리고 아침 밥상에 대한 감탄이 섞입니다. 그리고 게스트들이 제주까지 들고왔던 고민의 흔적들도 함께 적혀 있어서 팬션사용설명서 같기도 하고, 일상의 문제를 푸는 참고서 같기도 합니다.





















아, 몇 가지 주의사항!

커플이나 부부를 제외하면, 혼숙은 안 된답니다.

반려동물도 안타깝지만 입장할 수 없고요.

실내는 당연히 금연입니다.




제주별꿈팬션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는,  --> http://blog.naver.com/soon5161




그리고 팬션촬영 의뢰는? 

당연히, 

반치옥사진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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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folio/Architecture

[제주에 머물 집] 독채팬션 곰곰. 그 중에 모래곰.




  안녕하세요.


  사진찍는 모비입니다. 팬션 촬영 이야기를 이어가 보려고 합니다. 단순히 찍는 데 그치지 않고, 호스트를 만나서 집에 대해 묻고, 그 이해를 반영하는 촬영입니다. 궁금하잖아요. 호스트는 왜 이런 집을 마련했는지, 이 팬션만의 특징은 무엇인지. 그리고 제주의 많은 팬션 중에서 왜 여기여야 하는 지! 그래서 직접 만나 물어보기로 했습니다. 


  첫 번째 찾아간 곳은 제주도 독채팬션, 곰곰입니다. 곰곰팬션은 집을 통째로 내어주는 독채팬션입니다. 두 채를 운영 중인데요, 제주도 서쪽 용수 마을에 한 채, 금능마을에 한 채가 있습니다. 마침 저희가 짓고 있는 집에 쓸 난로 때문에 물어보려고 갔다가 인연이 시작된 곳이지요. 두 곳 중에 금능 마을에 있는 모래곰을 촬영했답니다.


촬영은 오후 시간에 진행했습니다. 서쪽에서 들어오는 빛을 최대한 활용해 보려는 의도였습니다. 그리고 그대로 저녁까지 촬영한 후 일몰 시간의 외관을 찍는다는 작전을 세워봅니다. 흐려서 실패! 내부 전체를 밝힐 메인 조명과 필요한 세부를 밝힐 LED 조명을 함께 준비합니다. 호텔이나 빌딩을 촬영하던 예전에는 훨씬 많은, 부피가 큰 장비가 필요했었지만 LED 조명과 USB 전원 덕분에 장비가 한결 가벼워졌지요.

































어쩌다 곰곰



곰곰은 부부가 함께 운영합니다. 정원 관리부터 내부 청소까지 다른 곳에 맡기지 않고 두 사람이 꼼꼼하게 직접 준비합니다. 뽀송뽀송한 이불 질감은 그런 노력으로 탄생한다는! 


제주 생활을 시작한 지는 몇 년 됐답니다. 공부하고 글 짓는 육지생활을 접고 왔습니다. 마침 낚시를 좋아하던 남자 때문에 제주 용수에 구해 둔 작고 낡은 집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여러 우연 끝에 용수와 금능 두 곳에 독채 팬션, 곰곰을 짓습니다. 어떤 이름을 붙일까 곰곰이 생각했는데요, 이런 곰 저런 곰 따져보다가 결국 곰곰이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이곳을 찾은 게스트가 고~옴곰, 일상의 쉼표를 누려주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두 채 있다는 거 아시죠? 바람이 많이 부는 용수에 지은 집은 바람곰, 모래해변이 가까운 금능에 지은 집은 모래곰입니다.

집을 계획하던 때 남자는 한참 영화와 소설을 주제로 글을 쓰던 때였는데, 전공 서적보다 건축 관련 책을 더 많이 읽었습니다. 여자는 도서관에 갈 때마다 수십 권씩 건축관련 서적을 빌려오던 남자를 기억합니다.





















구석 있어요



곰곰을 짓는데 가장 고민한 부분은 이곳을 찾아와 머무는 사람들에게 어떤 시간과 공간을 선사할 것인가.였답니다. 생각의 결론은 소통과 구석!


집의 정원은 대문이 없어서 마을길에서 바로 들어올 수 있습니다. 마을 할머니가 지나가시며 안부를 묻는 수준이지요. 집 내부도 소통이라는 주제에 맞도록 문은 꼭 있어야 할 자리에 최소한으로 있고, 1층과 2층 방문은 언제든 모두 열어둘 수 있게 설계했습니다. 거실은 2층까지 뚫려 있어서 1층에서 언제든 2층을 불러내릴 수 있지요. 


곰곰은 집 안에 숨을 수 있는 공간을 많이 만들고 싶었답니다. 숨바꼭질이 목적이었냐고 묻는다면, 혼자 살짝 들어가 머물 수 있는 틈을 선물하고 싶었다네요.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공간은 계단 밑에 만든 비밀통로입니다. 공간활용의 경제성으로 본다면 낭비에 가깝지만, 이곳을 찾는 아이들이 이 공간을 발견하고 정말 좋아합니다. 경제성? 그까짓! 


여행에서 숙소라는 것은 낮 동안 관광지를 돌아다니느라 기진한 몸을 이끌고 들어와서 밤새 술마시며 이야기 나누는 곳이기 쉽지요. 그래서 나중에 숙소를 생각하면 침대와 식탁의 기억만 남고요. 곰곰은 게스트가 이곳에 가능한 길게 머물러 주기를 바랍니다. 평소 그렇지 않았던 사람들 사이에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고, 때로 집안 곳곳에 숨겨진 작은 공간에서 무엇인가 발견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가능한 2박 이상의 예약을 권하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 촬영을 진행하면서 집이 만드는 복합적인 선과 여러 다른 크기의 창문에서 들어오는 빛이 만드는 그림자를 발견하는 재미가 좋았습니다.



































우연의 바다



포털에서 곰곰 팬션을 검색하면 아마도 함께 뜨는 단어가 우연의 바다일 겁니다. 

팬션에 손님이 묵으면 그날 남자는 낚시 장비를 챙겨서 바다로 갑니다. 그렇게 잡은 생선으로 회를 준비해서 게스트에게 배달해 주는 이벤트가 바로 우연의 바다. 이제는 제법 우연의 바다를 노리며 곰곰을 찾는 게스트도 있답니다.


어떤 고기가 잡힐 지, 잡히기나 할 지 알 수 없습니다. 바다는 뜻대로 되지 않으니까요. 잡히는 것 자체가 우연, 그러니까 복불복입니다. 물론 곰곰은 최대한 우연을 필연으로 만들기 위해 애씁니다. 아무 것도 못 잡는 날이면, 방파제에 나가면 언제든 약속이나 한 듯 만날 수 있는 낚시 친구들에게서 고기를 얻어다 주기도 하니까요. 친구들마저 빈 손이라면, 안타깝지만 그날 게스트는 꽝.입니다. 우연이란 게 그렇잖아요. 


이벤트의 탄생도 우연이었답니다. 따지고 계산해서 마케팅 포인트로 미리 계획된 것은 아니었던 거지요. 남자는 낚시를 제법 잘 했고, 냉장고에는 빈자리가 없었고, 잡아온 고기를 처리할 방법이 필요했던 겁니다. 그래서 어쩌다 게스트에게 배달된 회 한 접시.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지요. 두어 번 해 본 후에 정식 이벤트가 되었습니다.


덕분에 곰곰은 게스트를 더 얻고,

남자는 낚시를 꼭 가야만 하는 이유가 생겼습니다.

그가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가끔 몸살이 오거나 어깨가 아파도 낚시를 가는 것은, 

날마다 물때를 살피며 이 물때와 이 바람에 고기가 나올 곳을 상상하는 것은, 

새로운 낚시대는 얼마나 휨새가 좋고 감도가 우수하며 팔목에 피로가 덜 할까 따져보는 것도,

다른 이유 없습니다.

오로지 게스트에게 우연의 바다를 선물해야 한다는 호스트로서의 의무감 때문이지요.

보다 나은 팬션을 만들겠다는 눈물 겨운 노력! 이쯤 되면 절반은 어부지요.


아, 우연의 바다 이벤트는 용수에 있는 바다곰에만 해당합니다.






































촬영을 진행한 날, 저희 가족도 마침 그곳에서 하루를 묵고 왔습니다. 덕분에 뽀송거리는 이불의 질감, 새벽 빛과 어울리는 푸른 벽, 텅빈 새벽 바닷가 풍경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마루는 곰곰네 누나 둘과 새벽까지 놀았습니다. 태어나서 가장 늦게 잔 날이었어요. 마루가 누나들과 노는 동안 저희 부부와 곰곰네 부부는 늦은 시간까지 인터뷰를 빙자해서 수다를 떨었습니다. 시간에 비해 내용이 부족한 것은 다만 맥주 탓이고요.











제가 찍은 사진과 준비한 이야기는 이만큼입니다. 

겨우 몇 시간의 촬영과 하룻밤 이야기로 알 수 있는 것은 적지요.

제주독채팬션 곰곰이 더 많이 궁금하신 분들은,  --> http://blog.naver.com/jejugomgom

(여기에 없는 바람곰 사진도 볼 수 있어요. 바람곰도 대박 멋있어요!) 



그리고 팬션촬영 의뢰는? 

당연히, 

반치옥사진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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