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rtfolio/Architecture

라로망스



제주 공항에서 서쪽으로 차를 몰아 가면 하귀에서부터 시작되는 해안도로가 있습니다. 하귀를 출발해서 한담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 가운데, 언덕 위에 우뚝 선 숙소를 촬영했습니다. 벌써 한 달도 더 된 촬영 이야기를 이제야 적습니다. 






라 로망스.라고 이름 지은 이곳은 본래 세컨하우스 개념으로 설계했었다가 이후 부띠끄호텔 성격으로 바꿨습니다. 전체 14개 동에 이르는데, 회색 벽돌로 마감한 외관에 올망졸망 자리잡고 들어선 모양까지 더해져서, 꼭 언덕 위에 아무렇게나 놓아둔 현무암 돌멩이 여러 개를 보는 것 같습니다.





촬영을 해야 하니까 우선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 보아야지요. 클라이언트가 보여주고 싶어 하는 특징들을 파악하고 좋은 시간대와 각도를 찾아야 합니다. 




해안도로의 높은 언덕 자리니까, 이 특별한 뷰를 강조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개성있는 형태가 필요했고, 설계를 맡은 건축가는 14개 동이 모두 바다를 볼 수 있도록 5각형의 건물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배치했습니다. 각각의 건물 내부는 4층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좁은 대신 높은 형태의 내부는 단정한 나무 계단으로 오르내립니다.





1층은 다이닝룸, 2층은 거실 개념, 3층은 침실, 4층은 누워서 하늘을 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그러니까 이곳에 도착하면 우선 3층에 짐을 풀고, 1층에서 식사를 하고, 2층에서 영화를 보고 수다를 떨고, 4층으로 가서 밤하늘을 보다가 다시 3층으로 와서 바다가 보이는 욕실에서 피로를 풀고 잠드는 겁니다. 다음날은 새벽 일찍 일어 나야지요. 동쪽부터 물들어 오는 새벽 하늘을 봐야 하니까요.









클라이언트는 그냥 여기라서 좋은 숙소를 주고 싶었답니다. 라로망스. 때문에 제주를 찾는 사람들이 있기를 바라고, 특별히 바쁘게 제주를 여행하지 않아도 그냥 이 숙소에서 며칠 보내는 것만으로 충분한 휴식이 될 수 있도록,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었답니다. 외관은 물론이고, 꼼꼼하게 챙겨 넣은 실내 디자인을 보면 그 말에 공감이 됩니다.















찍어야 할, 드러내어야 할 것들이 대충 정리 됩니다. 우선 주변의 지형적인 특징을 보여주어야 하고, 인상적인 외관과 꼼꼼한 내부까지 잘 보여주어야 합니다. 외관은 최대한 질감을 살리는 방향으로, 내부는 5각형이 만드는 다양한 각도를 재미있게 보여줄 수 있도록 신경 썼습니다. 촬영은 이른 새벽과 늦은 오후 시간에 진행합니다. 재미난 모양으로 난 4층의 지붕창으로 들어온 빛은 반대편 벽에 닿는데, 이 벽이 5각형이니까 빛이 만드는 모양도 시시각각 변합니다. 하루 종일 빛이 어떻게 집 안을 돌아다닐 지, 낮게 뜨고 지는 겨울에는, 높게 솟는 여름에는 또 어떤 빛이 들어올까? 빛이 궁금한 집입니다. 안에 가만 머물러봐야 할 이유가 하나 더해지네요.







별똥별이라도 떨이지는 날이면 제법 멋진 여행의 기억을 남길 수 있을 겁니다. 제주 바다를 가득 채우는 여름 밤의 한치잡이 배 불빛은 덤입니다.




라로망스 예약은 인스타그램에서 laromance.aewol 을 검색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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