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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ju/제주마루

다섯 살 마루, 만년필을 가지다

"아빠, 놀아주세요.
"잠시만, 아빠 이거 메모 좀 해야 해.

혼자 놀기 심심한 마루는 슬며시 아빠 옆으로 온다.

"이건 뭐예요?
"만년필
"나도 해 볼래요.

어떻게 쥐는 지, 왜 색연필처럼 누르면 안 되는 지 알려준다. 조심스럽게 마루가 그리는 글씨같은 그림. 딴에는 글자를 쓰는 거다. 세게 눌러쓰면 안 된다니까 겨우 닿을 듯 말 듯 종이 위를 지나는 만년필의 촉.

"아빠, 나 안 누르고 잘 했지요?
"마루, 만년필이 재밌어?
"네!
"마루 만년필 하나 줄까?

중국 마트에서 급하게 샀던, 여권지갑에 넣어두었던 만년필을 꺼냈다. 잉크는 벌써 말랐다. 물에 넣어서 굳은 잉크를 푼 다음 새로 잉크를 넣었다.

"마루야, 만년필은 손에 잉크가 묻고 불편한데, 글 쓰는 사람한테 참 멋있는 거야.

스케치북 몇 장을 크레파스 대신 만년필로 채우더니 이내 손에 묻은 잉크를 씻겠다며 나간다. 만년필은 아무렇게나 놓아두고. 다 쓴 후에는 꼭 캡을 닫으라고 알려주고 슬쩍 다시 회수해서 서랍에 넣었다. 어디에 두더라도, 이제 마루 만년필이다.

만년필이라...
마루는 어떤 글을 쓸까.




@Jeju/제주마루

창문을 열어 두니 침대 위로 빛이 떨어진다



섬 날씨는 종횡무진한다. 

바람이 오고 가기를 멈추지 않고 해는 났다가 숨었다가 한다. 

계속 흐리다가 잠시 빛이 났다. 

창문을 열어 두니 침대 위로 빛이 떨어진다. 

추워서 못 나가니까, 방에서 놀았다.


 







@Jeju/제주마루

170122 마루 촬영노트










마루가 찍고 아빠가 고르다.

아빠, 엄마는 이불 찍은 저 사진이 참 좋다.



@Jeju/제주마루

바람은 나무에서 태어나지요





바람은 나무에서 태어나지요 

나무가 흔들리니까요 

아, 그럼 바람은 새똥을 먹고 살겠다

새가 나무에 똥을 싸고 가니까요



- 바람에 대한 마루의 생각.

@Jeju/제주마루

조개껍질은 단골이다.

다섯 살 아이는 스폰지처럼 인식하는 모든 것을 빨아들인다. 제주로 내려온 그래피티 아티스트 한디는 최근 자주 만나는 이웃이다. 한디 부부는 곽지 근처 길가 집을 얻어서 소품을 만들며 지낸다. 마루는 한디 삼촌 집에 가면 바로 앞에 바다가 있어서, 한디 삼촌이 잘 놀아줘서, 갈 때마다 구워먹는 고기가 맛있어서 한디네 집을 좋아한다.


한디가 작업하는 걸 구경하더니 이제 어디 바다에 가면 꼭 나무조각을 주워서는 한디 삼촌에게 줘서 작업하게 해야한다고 말한다. 조개껍질은 단골이다. 마루가 보기에, 이런 것들은 마땅히 한디 삼촌의 작품 재료가 되는 것이다.


보는대로 배운다. 어제 바다에서 엄마 선물이라고 주워 온 조개껍질 하나를 꺼내놓고 색칠을 시작한다. 바다탐험대 옥토넛의 기지를 종이 박스로 만들어 놀았는데, 작은 장난감 인형들은 조개껍질 색칠에 모두 출동했다. 아내는 색칠놀이용 물감을 모두 꺼내줬다. 마루는 고둥 껍질을 여러 가지 색으로 칠했다. 한디네 집에서 본 그대로다. 며칠 전 바닷가 카페에서도 비슷한 것을 보았었다. 


마루는 제가 그린 것이 썩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그런데 바닥에 묻어서 굳어버린 물감은 잘 안 지워지네? 아들아.









  1. 멜랑콜리 M/D Reply

    마루와 마루가 찍은 사진을 볼 수 있어서 그리고 반군의 글을 읽을 수 있어서 좋네요.
    아빠를 닮은 그 감성이 어디 가겠어요?
    언젠가 마루를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2. 반작 M/D Reply

    제주를 종횡무진하는 마루를 보여드릴게요!!!

@Jeju/제주마루

마루가 찍은 사진























이 사진들은 모두 마루가 찍었다. 내 카메라 Ricoh GR2를 썼다. 



마루가 사진찍는다. 오전에 아내는 회의하러 가고, 마루와 둘이서 바다에 갔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따뜻한 거 한 잔만 하자고 마루를 꼬드겼다. 바다 앞 카페에서 핫초코를 나눠마시는데, 마루가 사진찍는다. 그냥 시늉이 아니라, 진짜 찍는다.


아, 아들이 사진을 찍는다.


카페 안에 있는 큰 토토로 인형을 찍고, 색깔이 화려한 맥주병을 찍고, 아빠에게 브이.하라고 찍고, 창밖으로 보이는 바다를 찍는다. 카페를 나오다가 여러 색깔로 칠한 소라껍데기를 보며,


아빠, 정말 예쁘죠! 정말 예뻐서 내가 꼭 찍고 싶었어요.


하며 찍는다. 사진이 무엇인지, 사진을 찍는 행위가 무엇인지 이제 알기 시작한다. 다섯 살은 그런 나이인가. 사진도 제법이다. 초점이 나가도, 수평이 안 맞아도, 흔들려도 괜찮다. 다행스럽게도 네 아빠는 사진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이고, 다양한 시선의 사진을 두루 잘 볼 수 있는 사람이다. 다행스럽게도. 


마루가 찍은 사진은 썩 좋다. 아이의 높이에서 찍은 사진은 내가 보는 세상과 달라서 신선하게 보인다. 조금씩, 사진으로 대화하는 방법을 알려줄 수 있겠다.


유치원 고학년쯤 되면 여친 사진 찍어서 포토샵 돌린다고 아빠 컴을 뺏을 날이 올지 모른다. 





  1. 스윗라떼 M/D Reply

    사진 잘 보고갑니다~
    엄청 잘찍었네요 ^^ 솜씨가 있는 듯~!!
    다음에 또 놀러올게요~

    • 반작 M/D

      네.! 고맙습니다.

      잘 키워서 저 대신 사진 알바 시켜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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