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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folio/Architecture

[제주에 머물 집] 애월가족숙소 별꿈팬션




안녕하세요. 사진찍는 모비입니다. 팬션 촬영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이번에 촬영한 곳은 애월 수산리에 있는 가족숙소, 제주별꿈팬션입니다.


바닷가도 아니고, 울창한 숲속도 아닙니다. 여기가 맞나? 싶은 작은 길 안으로 들어가면 별꿈팬션이 있습니다. 개구장이 큐빅들이 저들끼리 장난스럽게 포갠 듯한 외관은 서로 다른 각도의 그림자를 만듭니다. 팬션은 오른쪽 왼쪽 각각 한 동씩인데 왼쪽은 별꿈동, 오른쪽은 달꿈동입니다. 두 동을 잇는 가운데 부분은 호스트 부부가 게스트에게 조식을 대접하고 카페로 이용하는 공간입니다.


두 숙소동은 2층 침실만 조금 다를 뿐 거의 같은 구조입니다. 실내는 나무계단으로 이어지는 복층 구조인데, 1층은 주방과 화장실, 거실이고, 2층은 침실입니다. 별꿈동 2층은 낮은 지붕이 주는 안락한 느낌이고, 달꿈동 2층은 한라산과 바다를 동시에 볼 수 있는 창문이 매력적입니다.





























모자를 쓴 부부


별꿈팬션은 부부가 운영합니다. 남자는 야구모자를 쓰고, 여자는 둥근 창이 예쁜 캐플린 모자를 씁니다. 남자의 야구모자는 개구장이 같고, 여자의 모자는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자가 된 감상을 한껏 전해줍니다.


인테리어가 직업이던 남자는 집 설계부터 시공까지 모든 작업과정에 직접 참여했습니다. 집 곳곳에 액자처럼 바깥 풍경을 끌어들이는 창문, 에폭시로 마감해서 거울처럼 반짝거리는 바닥, 인테리어의 끝은 조명이라는 생각으로 세세하게 고른 전등 하나까지 모두 그의 색깔입니다.


서울에서 생활하던 부부는 8~9년 전 한 교회의 부부학교를 통해 생활의 많은 부분이 변했고, 자신들이 겪은 좋은 변화를 여러 사람과 공유하기 위해 제주도로 왔습니다. 팬션이라는 공간 역시 그런 생각의 연장선이고요. 별꿈이라는 이름은 '뭇별과 같이 흩어져 향기를 내라. '는 말에서 따왔습니다. 


다분히 종교적인 이유이지만 그들의 모습에서 부담스러운 종교인의 모습은 없습니다. 향기나는 뭇별처럼, 다만 좋은 영향력을 전하는 것이 그들의 뜻입니다.







































한라산을 담은 액자


한라산이 보인다는  사실 특별한 것은 아닙니다제주는 어디서든 조금만 신경쓰면 한라산을   있으니까요정말 산이 품은 섬입니다. 하지만 산을 보기 위해 이리저리 움직일 필요가 없는 공간은 또 많지 않지요. 달꿈동 2층 침실에서는 한라산이 꼭 액자 속에 든 그림처럼 보입니다. 다른 편 창문으로는 바로 아래 초록 밭과 멀리 바다가 보입니다. 아하, 이 위치에 별꿈 팬션이 들어와 앉은 이유를 비로소 알 것 같습니다. 액자 속에 저 산과 저 바다를 넣으려고 그랬군요.






































































































아침 드세요


별꿈팬션을 가장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아침식사입니다. 별꿈동과 달꿈동 사이에 있는 카페 공간에서 매일 아침마다 정갈한 밥상이 준비됩니다.


최근 이들 부부가 준비하는 메뉴는 몸잡떡국!

몸은 모자반이라는 해초를 제주에서 부르는 이름입니다. 이 몸과 잡채까지 넣어서 만들어 내는 것이 몸잡떡국. 따로 몸떡국 전문점을 차려야 할까 고민했을 정도로 반응이 좋습니다. 떡국 레시피는 대외비이고,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여기에서만 맛볼 수 있습니다.



부부는 아침 8시를 조금 넘겨 이곳으로 나와 아침상을 준비합니다. 떡국 끓이는 두 사람의 모습은 진지합니다. 저 모습은 누가 시켜서 나오는 게 아닙니다. 저 사람들, 떡국 만드는 걸 즐겨요!


별꿈동과 달꿈동 게스트의 식사 시간은 분리합니다. 이러면 각각의 게스트에게 더 집중할 수 있습니다. 약속한 시간에 카페 공간에 앉으면 소박하고 아름다운 몸잡떡국 한 그릇을 받습니다. 그렇게 시작되는 아침 수다의 시간. 


함께 제주를 여행하자고 약속한 후 세상을 떠난 남편. 그 남편을 대신해서 딸, 손녀와 함께 별꿈팬션을 찾았던 노부인. 

매년 휴가는 봉사활동으로 보내던 가족이 관계의 위태로움에 처했을 때 마침 찾아왔던 부부.


어떤 사람들은 다시 맑아져서 돌아갔고, 어떤 사람들은 상처 위에 반창고 하나 겨우 붙여서 돌아가기도 했습니다. 인상적인 한 명 한 명의 게스트들도 이 아침식사가 없었다면 만나기 어려웠을 겁니다. 카페 공간까지 게스트룸으로 쓸까 잠시 고민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꼭 있어야 하는 소통의 공간이 되었습니다.


그들이 보내고 간 시간은 방명록으로 남아서 다음에 오는 누구든 읽어볼 수 있습니다. 한 장씩 들춰보면 여기를 다녀갔던 사람들이 얼마나 좋은 시간을 보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방명록은 주로 호스트 부부에 대한 감사, 그리고 아침 밥상에 대한 감탄이 섞입니다. 그리고 게스트들이 제주까지 들고왔던 고민의 흔적들도 함께 적혀 있어서 팬션사용설명서 같기도 하고, 일상의 문제를 푸는 참고서 같기도 합니다.





















아, 몇 가지 주의사항!

커플이나 부부를 제외하면, 혼숙은 안 된답니다.

반려동물도 안타깝지만 입장할 수 없고요.

실내는 당연히 금연입니다.




제주별꿈팬션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는,  --> http://blog.naver.com/soon5161




그리고 팬션촬영 의뢰는? 

당연히, 

반치옥사진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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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ju/-Weather

[사진가의 현장] 클라이머의 등근육 구경하세요.






안녕하세요. 모비입니다.


간밤에 이상하게 잠을 못 잤네요. 한밤중에 깨어서 잠시 뭔일인가 상황 파악을 하고, 곧 잠이 오겠지 생각하면서 두어 시간 뉴스를 보다가, 들어가서 다시 누웠는데 결국 잠은 안 오고, 내 이불을 아내와 마루에게 덮어주고 나오니 어느새 창 밖에 푸른 빛이 돕니다. 새벽 낚시라도 가 볼까 하다가 시간이 어중간하고, 안 되겠다 싶어 글이나 쓰려고 준비해둔 사진들을 엽니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차라리 처음부터 글 썼을 걸요.


[사진가의 현장] 세 번째군요. 오늘 하려는 이야기는 실내 암장 사진입니다.


암벽은 개인적인 취미이기도 해서 오래도록 지켜봤습니다. 클라이머를 지켜보고 있으면, 동작은 마치 벽 위에서 춤추는 것처럼 아름답습니다. 비교적 낮은 3~4미터 높이의 벽에서 고난이도 동작을 구사하는 형태를 볼더링이라고 하는데요. 높이가 낮은 대신 하나하나의 동작(클라이밍에서는 무브라고 부릅니다.)이 클라이머의 한계를 시험하는 정도인데 힘과 균형을 모두 요구합니다. 손가락 하나 겨우 버티는 동작에서 발끝으로 체중을 지지하며 몸을 움직여 갈 때, 저것은 춤이구나. 싶습니다. 


사진가의 마음이 어디 갈까요. 저거 저, 꼭 찍어봐야겠다. 벼르고 있었습니다. 상업사진을 직업으로 하면, 찍고 싶은 사진보다 찍어야 하는 사진이 월등하게 많습니다. 내가 원하는 사진보다는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사진이지요.  종일 촬영하고 파김치가 되어 돌아오면 카메라는 무겁기만 하고 다시 쳐다볼 힘도 없습니다. 없는 힘으로 다시 카메라를 드는 것은 결국 다음 클라이언트가 부를 때지요. 그러다 보면 상상하는 이미지를 만들 기회는 점점 줄어듭니다. 점점 소모되는 겁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욕심나는 프로젝트를 따로 만듭니다. 컨셉을 구상하고, 적당한 모델을 찾고, 부탁하고, 내 돈을 써서 준비하고, 촬영합니다. 개인작업은 우선 원하는 조명을 내 마음대로 써도 되고요. 결과물에 대해 평가받을 일도 없으니 마음 편하게, 놀이하듯 찍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한 번씩 이렇게 내 맘대로 찍어서 쓸 만한 사진 몇 장 만들고 나면, 아, 나 사진가구나.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상하이에 있을 때 자주 가는 암장 주인장과 제법 친해졌을 무렵입니다. 컨셉을 설명하고 제안했더니 당연하게 환영합니다. 설명했다고는 했지만 아직 세상에 없는 사진을 만들 텐데 그게 말로 제대로 설명이 되지는 않습니다. 괜찮습니다. 상상하는 이미지를 만들어 내서 보여주면 아마 깜짝 놀랄 겁니다. 그 감탄의 예상까지 즐거운 게 개인작업이지요. 난장판을 벌여놓고 엄마의 등장을 기다리는 마루의 심정이 그럴 겁니다.









Part 1.





이 암장은 쇼핑몰 꼭대기층에 있어서 위쪽으로 자연광이 들어옵니다. 의도한 사진은 주변이 완전히 어두워야 되니까, 늦은 오후쯤 도착해서 장비를 준비하며 해가 지기를 기다립니다.




조명은 두 개를 씁니다. 하나는 길쭉한 소프트박스를 장착해서 암벽 위에 올렸습니다. 이 조명이 근육의 질감을 최대한 강조해서 보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왼쪽에 있는 조명은 탑조명 하나만 썼을 때 생길 단조로움과 암부의 위험으로부터 사진을 구할 겁니다. 위에 있는 조명에는 푸른색 젤을 쓰고, 왼쪽에 있는 조명은 좀 더 푸른색 젤을 씁니다. 서로 다른 색의 젤을 쓰는 이유는 지난 번 글에서 설명드린 적이 있는데, 색의 깊이는 더하기 위해서입니다.




오늘 주제는 클라이머의 등입니다. 클라이밍은 온 몸의 근육을 쓰는데, 오래 운동한 클라이머들의 등근육은 특히 탐스럽습니다. 여러 동작 중에서도 특히 등근육을 최대한 긴장시킨 포즈를 같이 연구합니다. 조명도 물론입니다. 만약 위에서 내려오는 조명이 밋밋하다면 근육의 질감을 묻어버릴 겁니다. 가로로 긴 형태는 클라이머의 다양한 동작에 대응해서 클라이머가 어디로 움직여도 빛이 닿을 수 있도록 하고, 앞뒤로 좁은 형태는 내가 원하는 클라이머의 등에만 수직으로 빛이 떨어지도록 돕습니다. 다른 곳까지 너무 밝아버리면 사진을 보는 시선이 산만해 질거니까요. 그건 제가 원하는 게 아닙니다. 옆에서 들어오는 조명도 빛을 끊어내는 반도어를 장착해서 최대한 좁은 범위로, 원하는 부분만 빛이 닿도록 합니다.




조금씩 조명과 포즈, 카메라의 세팅을 수정하며 준비가 완료됩니다. 자, 쇼타임! 무심한 듯했지만, 오늘 머리 새로 하고 온 암장 마스터입니다. 옷 입고 있을 때는 좀 마른듯 보이지만 벗겨보면 군더더기 없는 몸. 딱 필요한 근육만 남겼습니다.




암장의 신흥 주력입니다. 처음 암장 오픈할 무렵에는 암장 스탭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듯도 했는데 몇 년 사이 성실하게 운동한 표가 납니다. 평소 행동은 참 겸손한데 몸은 전혀 겸손하지 않네요.




암벽 동작 중에 다이노라고 부르는 동작은 아무리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 곳으로 가는 동작입니다. 점프죠. 조명 위치와 홀드 거리를 체크한 후 손 보다 더 높은 곳에 목표지점을 정합니다. 하나, 둘, 셋. 날아요! 마스터! 왼쪽을 비추던 포인트 조명은 이때 오른쪽으로 옮겨왔습니다. 아래쪽으로 그림자를 만드는 등근육의 조명은 위에서, 척추 홈에 그림자를 만드는 조명은 오른쪽에서 오고 있습니다.




촬영 위치를 바꿔서 탑조명이 있던 위치까지 올라갑니다.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촬영하고, 모델에게 겨우 잡을 만큼 높은 곳에 있는 홀드를 잡아달라고 부탁합니다. 상상하던 이미지하고는 조금 다르게 나오더군요. 이걸 제대로 수정하려면 조명 위치부터 시작해서 바꿔야 할 게 참 많아 보입니다. 아쉽지만 이 정도로 찍고 오늘은 마무리합니다.










Part 2.





두 번째 촬영을 진행합니다. 한 번 더 찍어야 하는 이유는 한 가지! 여성 클라이머를 꼭 찍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처음 촬영 때 남성 여성 클라이머를 모두 찍겠다고 마스터에게 말해두었는데 마스터는 아무래도 가볍게 생각하고 넘겼던 모양입니다. 마침 마음에 드는 친구가 있어서 부탁하고 한 번 더 날을 잡았습니다. 탱크탑 상의에 청바지를 입어달라고 주문했습니다. 모델은 몸풀기 중.




라이팅으로 없는 근육을 만들어 낼 수는 없습니다. 다만 조금 있는 근육을 많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가능합니다. 첫 번째 촬영과 같은 세팅으로 촬영합니다. 가능한 팔을 멀리까지 뻗은 후 체중을 실으면 어깨와 등근육이 도드라집니다.




예쁘장하게 포즈만 잡는 친구는 아닙니다. 실제 아마추어 대회에도 나가는 열혈 클라이머입니다.





예정에 없던 컷입니다. 연속으로 이어진 어려운 동작을 마치고 다음 촬영을 진행하기 전, 벽에 기대어 쉬는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철수하려던 조명을 잠시 멈추고 얼른 찍어둡니다.




이번엔 기울기 각도가 더 큰, 상대적으로 복근을 더 많이 써야하는 벽 앞에 세웠습니다. 조명은 거의 같은 형태로 씁니다. 역시 머리 위에 하나를 설치하고, 측면에서 하나를 더 씁니다.




몸풀기를 주문하고 모델의 동작을 살피면서 어떤 자세가 가장 어울릴까를 생각합니다. 이 컷은 얼굴은 예쁘게 나오는데 전체적인 선이 어지러워서 탈락한 B컷입니다.




이 벽에서 나온 A컷입니다. 시원스럽게 화면을 나누는 몸선, 잘 드러난 복근, 공중에 매달린 자세인데도 나른하게 늘어진 몸, 살짝 드러난 눈빛도 마음에 듭니다. 힘겹게 버티는 게 아니라 벽 위에서 유영하는 저 느낌이 좋습니다. 왼팔이 조금 더 보였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긴 합니다. 화면 왼쪽 바깥에서 들어온 조명이 하이라이트 조명입니다. 배경에 수직으로 걸린 등반로프는 지금 모델이 매달린 벽의 각도가 어느 정도인지 알려줍니다. 본래 아래 바닥이 조금 보이는 컷인데 후반 작업에서 바닥을 지워내고 이미지를 완성합니다.




마지막 세팅입니다. 양쪽에 푸른색과 더 푸른색 조명을 준비합니다. 본래 의도대로라면 완전히 검은 배경이 나와야 하는데, 현장 이 생각보다 넓지 않아서 조명이 뒷배경에 닿습니다. 이게 클라이언트가 있는 상업촬영이라면 어떻게든 장비를 동원에 빛을 끊어내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같이 놀아보자고 진행하는 촬영이니 현장에서 수습 가능한 수준으로 진행합니다. 저, 주문 받아서 찍을 때는 그냥 넘어가지 않습니다. 하하.




이 사진에서 강조하고 싶었던 부분은 외줄 로프입니다. 현장에서 해결하지 못 한 부분들을 후작업으로 덮었더니 효과가 과해보이는 부분도 없지 않습니다.




구경하던 마스터도 이 벽에서 한 장 남깁니다. 설렁설렁하는 것 같아도, 벽에 있을 때 저 사람 표정은 언제나 진지합니다. 안 시켰는데도 가능한 어려운 홀드를 잡고 고난이도 자세를 만들어 내는 당신은, 이 시대의 진정한 참 모델인입니다! 아, 아래 바닥 보이시나요? 저 바닥을 여자 클라이머 사진에서는 지워냈던 겁니다.









Part 3.





개인작업한 사진들을 중국 SNS에 공유했습니다. 중국은 웨이신微信, 영어로 위챗이라는 SNS를 가장 많이 씁니다. 카카오스토리처럼 개인의 이야기를 적는 것도 같습니다. 모델들도 자기 사진을 많이 좋아해서 자신의 계정에 모두 올려댔습니다. 그리고 한참 후 프랑스 인공암벽 회사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난징에 인공암벽 공사가 있는데 촬영을 의뢰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선순환. 좋습니다. 재미있고 싶어서 진행한 개인작업이 누군가의 눈에 들고 그게 상업촬영으로 연결됩니다. 시간낭비, 돈낭비는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알아주는 사람 없어도 괜히 혼자 흐뭇합니다.


난징 현장에 도착해 보니 아직 공사가 한창인데, 여기 오너는 이 암벽에 홀드를 박아넣기 전 모습을 찍어두고 싶었답니다. 태국에서 온 그래피티 아티스트가 막 그림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이걸 어떻게 찍을까 생각하다가 작은 조각사진들의 조합으로 진행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현장 실무자와 상의합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클라이언트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소용 없습니다. 촬영자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기존의 이미지와 다른 신선한 한 장을 만들고 싶지만,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는 대상을 홍보할 수 있는 안정적인 이미지를 요구할 때가 많습니다. 그때는 최대한 의견을 낼 수 있지만 최종 결정은 클라이언트의 몫이고 사진가는 그 부분을 존중해야 합니다. 


다행스럽게도 1.조각 이미지의 합성 느낌으로 간다. 2. 푸른색 색감을 부분적으로 더해서 찍는다.는 두 가지 의견 모두 받아들여졌습니다. 인공암벽은 수십 조각의 면을 조금씩 각을 비틀어 가며 붙인 형태입니다. 어떻게 하면 이 다이나믹한 면의 조합을 잘 살려낼 수 있을 지, 동시에 그래피티를 잘 표현할 지가 숙제입니다.  




촬영하기로 했던 첫 날은 한참 공사중이라 도저히 촬영을 진행할 수 없었습니다. 아쉽지만 대충 각도만 확인하고 다시 상하이로 돌아왔습니다.




푸른색 조명을 쓰겠다고 말했지만, 주제와 배경의 밝기 차이를 어느 정도 둘 지에 대해 의견이 갈렸습니다. 클라이언트는 가능한 배경도 밝기를 바랬습니다. 그에 따라 세팅을 조절합니다.




작업 중인 그래피티 작가 아미지를 촬영합니다. 우선 왼쪽에 조명 하나를 넣어서 다양한 각도로 조합된 벽면의 선이 잘 드러나도록 합니다.





그리고 작업대 위에 조명 하나를 올려서 작가 상반신에 떨어지는 빛을 하나 더 준비합니다. 저 빛이 너무 넓게 퍼지면 안 되니까 앞에 반도어를 달아서 빛의 범위를 제한합니다.




그렇게 해서 첫 번째 컷이 완성됩니다.




바닥을 정리한 후 기념사진 한 장 남기자고 작가를 벽 앞에 세웠습니다. 그래피티 작가인 동시에 클라이머이기도 한 모델은 클라이밍장비 브랜드인 블랙다이아몬드의 후원을 받고 있답니다. 로고가 꼭 나와야 된다며 후원사의 외투로 갈아입었습니다.



클라이언트에게 전달한 최종 이미지 중 메인컷입니다. 벽면의 입체감이 잘 살도록, 그러나 너무 넘치지 않도록 사진을 더하고 빼면서 최종 이미지를 만듭니다. 클라이밍의 역동적인 에너지가 드러나도록 사진의 바깥 테두리는 울퉁불퉁하게 남겼습니다.




다양한 입면을 볼 수 있는 디테일 컷도 필요합니다.




배경에 조명 하나, 모델의 오른쪽에 조명 하나를 두고 찍은 포트레이트입니다. 거대한 벽을 함께 볼 수 있도록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며 촬영합니다.




촬영이 끝난 벽에 프랑스 스탭이 홀드를 설치하고 있습니다. 홀드가 다 준비되고 사람들이 클라이밍을 시작하면 저 벽은 금방 때가 묻을 겁니다. 온전한 벽을 촬영해 두려는 클라이언트의 뜻을 이해할 법도 합니다.









암벽 촬영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생각해 둔 컨셉이 두엇 더 있기는 한데 당장 갈증은 풀었으니 아마 다시 암벽을 찍는다면 한참 지난 후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다음에는 인물사진과 함께 제 주 촬영대상인 인테리어 촬영 이야기를 적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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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의 현장] 노란색 와인을 만들어 주세요.



안녕하세요.

사진찍는 모비입니다. 이 게시판에는 촬영 현장 이야기를 올릴 작정입니다. 

상업사진이 취미사진과 구분되는 큰 지점 중에 하나는 아무래도 조명의 활용일 겁니다.

그래서 촬영 현장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사진과 함께, 조명 활용에 초점을 맞춰서 하나씩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지난 사진들을 되돌아 보는 의미도 있을 테고요. 이 글을 읽으시는, 사진을 취미로 하시는 분들께는 조명에 대한, 그리고 촬영 전반에 대한 작은 힌트라도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첫 이야기는, 비교적 최근에 작업한 인물 사진입니다. 아, 제가 주로 찍는 분야는 인물사진과 건축사진입니다. 두 분야는 사실 많이 다른데요. 뭐, 그때마다 그에 맞는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이번 촬영의 클라이언트는 중국 와인 브랜드였습니다. 우선 촬영지까지 가는 것부터가 난관입니다. 대부분의 경우에 클라이언트는 빠듯한 예산으로 촬영을 진행합니다. 촬영은 중국 우루무치 남쪽의 작은 도시에서 진행했습니다. 사실은 그곳에서 다시 한 시간 이상 차를 타야 하는 곳입니다. 대규모의 포도밭이 필요하니까 도시 근교로는 어려우니까요.


그럼 이때부터 몇 가지 문제가 생깁니다. 우선 예산 때문에 어시스턴트를 데려 갈 수가 없습니다. 혼자 비행기를 갈아타며 가야하니까 장비도 최소한으로 챙겨야 합니다. 기본적인 카메라 장비, 테더링 촬영과 데이터 백업에 필요한 노트북, 조명 두 개와 베터리 충전기 등, 4일 동안 필요한 옷가지 등 최소한으로 챙겨도 트렁크 네 개가 나옵니다. 자, 어쨌든 준비는 됐습니다.




비행기가 우루무치 남쪽, 티엔산 산맥을 넘어가고 있습니다.






지방 도시의 작은 공항은 비행기에서 내리면 공항 건물까지 직접 걸어가야 합니다.


몇 장 안 되는 사진을 긴 시간 동안 작업하는 경우가 있고,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사진을 작업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 촬영은 후자였습니다. 회사의 전체 임원 사진을 다양한 형태로 찍어야 합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자신과의 타협이겠지요. 모든 클라이언트가 완벽한 수준에 도달한 사진을 원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들이 원하는 쓰임에 부합하면 됩니다. 포토가 보기에 조명이 하나 부족해도, 각도가 조금 아쉬워도 그걸 하나하나 다 만져가며 작업할 수 없습니다. 한계를 인정하고 다음 컷으로 넘어가지 않으면 예정된 일정 안에 끝낼 수 없으니까요. 어디까지 고집을 부리고 어디서부터는 내려놓을 것인지 결정해야 합니다.







검은 배경천을 내려서 개인 프로필 작업을 우선 하루 동안 진행했습니다. 남자의 경우에는 조명 각도를 과감하게 써서 강한 인상을 만들었습니다. 여자의 경우에는 조명 두 개를 아래위로 써서 화사한 느낌으로 만듭니다. 남성을 조명하는 방식으로 여성을 조명하면, 상당한 경우에 좋은 반응을 얻기 어렵습니다.





욕심을 냈던 와인저장고 촬영은 삼 일째에 진행했습니다. 지하저장고는 상상보다 더 거대했고, 추웠습니다. 그리고 전량 프랑스에서 수입하는 와인통에 어울리지 않게 낮은 색온도, 그러니까 푸른빛이 도는 조명이 공간 전체를 비추고 있었습니다. 우선 이 푸른빛을 해결해야 합니다. 






프로포토 OCF 컬러젤입니다.




노란색과 더 노란색. 두 가지를 한 공간에 쓰면 색을 다양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조명 앞에 노란색 젤을 붙입니다. 이렇게 노란색으로 바꾼 조명을 강하게 쓰면 기존 실내 조명을 압도할 수 있습니다. 저장고 전체에 노랗고 붉은 기운을 넣어서 고풍스러운 내부에 어울리는 색을 만드는 것이지요. 두 조명에 쓰는 젤은 같은 색으로 쓸 때도 있지만, 저는 노란색과 좀 더 노란색, 두 가지를 씁니다. 그러면 사진 전체가 하나의 컬러로 묶이지 않고 그 안에서 다른 층을 만들어 낼 수 있거든요. 조명 하나는 인물에 맞추고, 나머지 하나는 배경을 가장 인상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위치에 둡니다. 인물에만 맞추면 이토록 매력적인 환경을 하나도 보여줄 수 없으니까요.


자, 조명은 준비됐습니다. 이제 인물을 불러야죠.

이 와이너리의 맛을 책임지는 담당자입니다. 와인을 체크하는 여러 동작을 보여달라고 주문한 뒤 그 중에서 가장 사진적으로 어울리는 동작으로 결정합니다. 옷이 조금 마음에 안 들고, 허리를 좀 더 세우고 싶고, 배를 좀 더 넣고 싶지만 일정상 계속 붙들고 있을 수 없습니다. 





저장고와 쇼룸을 돌아다니고, 저녁마다 와인으로 파티를 하며 4일의 일정을 마쳤습니다. 촬영은 4월 초였는데, 중국 신장 지역의 포도밭은 혹독한 겨울 동안 포도나무 줄기를 모두 땅 속에 묻어둡니다. 그리고 5월 즈음에 다시 줄기를 꺼내 지지대에 연결하면 올해의 포도가 시작되는 겁니다. 아쉽게도 잠시 둘러본 포도밭은 지지대 밖에 없는 황량한 흙바닥이었습니다. 포도덩굴은 볼 수 없었지만, 산맥 아래까지 끝간 데 없이 뻗은 그 규모는 상상의 경계 밖이었습니다. 신장은 올 때마다 사람이라는 존재를 너무 작게 만들지만, 그 황량한 땅을 끝끝내 개척해내는 사람을 또 위대해 보이게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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