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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직업사진가.

 

 

그럭저럭 사진으로 밥을 벌어먹고 산 것이 15년 정도 된다. 취미로 시작해서 열정의 단계도 있었고 절반쯤 발만 걸친 때도 있었고 어쩔 수 없이 붙들고 있었던 때도 있었지만 그럭저럭 15년. 이제 내가 상업사진가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것이 불편하지 않다. 내 사진에 대한 확신은 여전히 없고, 아마 계속 없을 것 같지만 붙들고 있었던 시간 만큼 알게 모르게 실력이라는 것도 쌓였다. 한 분야에서 고민하며 단련하며 시간을 보낸 사람들이 갖게 되는 딱 그만큼의 실력이다. 더할 것도 없지만 덜할 것도 없는.

 

영상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으니까, 영상 언어를 모르면 한 시대의 문맹이 될 것 같아서 얼마 전부터 영상을 연습하고 있다. 유튜브에는 기초부터 시작해서 온갖 고급 정보까지 다 있어서 하나씩 보며 따라하며 또 모르는 것을 찾아보면 더듬더듬 배워볼 만하다. 이러다가 영상으로 전업하나 싶다가도,

 

나는 직업사진가.라고 자각한다. 조금 더 나은 사진을 찍어야 해, 작년보다 올해 사진이 더 좋아야 돼, 할 수 있어, 혼잣말을 한다. 새로운 사진 스타일을 찾아보고, 리터칭 방법을 고민하고, 잠들기 전에 눈 감으면 새 컨셉을 생각한다. 잘 찍은 사진을 보면 괜히 샘나고 내 사진에 대한 갈증이 뒤따른다. 문제 앞에서 사진적인 해결방법을 떠올리게 되는 내가 반갑다. 영상의 언어를 배우지만 그 언어로 전하려는 내용은 사진에 대해서일 것 같다.

 

헤어와 메이크업, 스타일링을 작업해 줄 파트너가 있으면 좋겠지만 제주에서는, 게다가 이 외각에서는 쉽지 않다.

단 한 장의 사진에 시간과 물량을 투입해서 기가 막히게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것을 이해하는 클라이언트가 있으면 좋겠지만 그도 어렵다.

손끝 하나까지 감정을 담고 카메라와 겨룰 수 있는 모델도 없다.

여러 한계가 있지만, 사진을 보는 사람은 카메라 너머 현장의 한계를 이해해 주지 않는다. 온라인의 시대에, 모든 직업사진가의 작업은 세계의 이미지와 경쟁하고 비교당한다. 그러니까, 숨을 수 있는 핑계는 하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정도 확신은 생길 만큼의 시간을 고민하고 배우고 견디면서 왔다. 나는 직업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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