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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고 서럽고 무력한 날이다.

닭 우는 소리가 들린다. 아직 밖은 어두운데 멀리서 운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진 빚을 못 갚았다. 새벽에 대선 결과를 확인하고 잠이 안 와서 컴퓨터를 켜고 밀린 작업을 한다. 밀린 일만 열심히 생각하면 조금 괜찮을까 싶어서. 안타깝고 서럽고 무력한 날이다.

 

마루도 곧잘 이재명 대통령 이야기를 했다. 이제 아이가 잠에서 깨면 어떤 일이 있었는지 설명해 주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이재명이라는 이름 뒤에 붙는 대통령이라는 수식어를 떼어줘야겠다. 열살 아이에게 어떻게 알려주어야 할까. 권력의 폭력과 비밀스러운 부정이 만연할 것인데, 약한 것들을 짓밟고 다른 것들을 비웃는 것이 당연해 보일 텐데. 아이에게 해줄 말을 한 마디씩 생각하다가 가슴이 막힌다. 왜 정의로워야 하는지, 왜 혐오와 조롱의 시대 속에 물들면 안 되는지 나는 잘 설명해 줄 수 있을까. 가진 모든 것을 내어놓고 조금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싸워왔던 사람들이 이렇게 패배하는 장면을 앞에 두고, 나는 마루를 잘 설득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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