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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이 되었다

운동을 시작하고 꼭 한 달이 되는 날이다. 내게는 중요한 작은 성취니까, 기록해 두자. 

왼쪽 팔꿈치와 오른쪽 어깨가 아픈 지는 오래 됐다. 각각 테이스엘보, 회전근개파열 가능성 진단을 받았다. 왼쪽 무릎도 조금씩 이상해지려고 했다. 엘보는 거의 3, 4년쯤 된 것 같고, 어깨도 2년쯤 됐다. 최근에는 특히 어깨가 심하게 아팠다. 잠잘 때도 아파서 오른쪽으로 돌아눕기가 어려웠고, 아침에 일어날 때도 팔을 딛기 어려워서 몸을 빙글 돌려 일어나고는 했다. 일상 생활 중에도 통증 때문에 지장이 많았고, 특히 출장 촬영 때 조명 장비를 들어야할 때는 문제가 컸다. 여러 개인병원을 다니며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았지만, 비슷한 진단에 서로 다른 처방을 주었고 그때만 잠시 낫는 듯하다가 조금 지나면 다시 돌아왔다. 

그래,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보다. 이제 더 이상은 예전처럼 일하기 어렵겠다. 근력을 조금 덜 쓰고 일하고, 몸을 조금 덜 움직이고 돈을 버는 방법을 고민해야겠다. 클라이밍도 이제 다시는 못 하겠구나. 몸은 어떻게든 알아서 방법을 찾겠지. 아픈 부분을 조금 덜 쓰는 대신 다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겠지. 

대충 그렇게 생각하면 됐지만 어쩐지 조금 서글펐다. 요령도 생겼다. 두 팔의 아픈 부위는 달랐으니까, 팔꿈치에 무리가 가는 동작은 오른팔을 쓰고, 어깨에 부담이 가는 동작은 왼팔을 쓰는 식이었다. 미봉책.

그러던 중에, 여름 포구에서 다이빙을 하며 놀던 날이었다. 제법 높은 곳에서 뛰어내렸는데 오른쪽 어깨가 깨질 듯이 아팠다. 순간적으로 팔이 수면을 치면서 저항을 받은 모양이었다. 아, 큰일났다.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어서, 필요하면 수술이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지인에게 병원을 소개받았다. 그리고 MRI를 찍었다. 그 전에도 mri가 정확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초음파를 통해서 보아도 회전근개 문제라고 하고 증상도 꼭 회전근개 문제였기 때문에 그에 맞는 치료를 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의사는 내 mri를 본 후, 회전근개는 이상이 없다고 했다. 그 부위에 염증소견이 조금 있고, 약간 붓기는 했지만 회전근개 근육 자체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달랑 진통소염제 처방을 했다. 한 알이다. 한 번에 한 알씩, 하루에 두 번. 정말로 이걸로 되나?

저, 그럼 운동해도 되나요?
네, 뭐 근육은 문제가 없으니까, 하실 수 있으면 얼마든지 해도 됩니다.

해도 된다. 그래서 시작한 운동이 오늘로 딱 한 달이다. 농담처럼, 받아서 태어난 체력은 다 썼다. 이제는 만들어 써야 하는 나이다.라고 주변에 말한다. 나는 암벽 운동을 멈춘 뒤로 딱히 운동이라고 한 게 없다. 가끔 카약을 타고 자전거를 타지만 그때뿐이지.

작정하고 근력운동을 시작했다. 시간을 길게 잡으면 부담스러우니까, 짧게 하는 대신 강도를 높였다. 하루에 15분씩 상체와 하체를 번갈아 했다. 며칠 하고 조금 익숙해진 뒤에는 운동을 조금씩 추가해서 지금은 30분쯤 한다. 한 달 동안 딱 하루를 걸렀는데 그날은 새벽 5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한라산을 걸었던 날이니까 예외로 해도 괜찮다. 결과는 생각보다 금방 나타났다. 가장 먼저 변하는 것은 체력이다. 하루를 좀 더 밀어부칠 수 있는 체력이 생기니까 생산적인 에너지가 따라왔다. 하고 싶었고 하려고 했으나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하나씩 시도했다. 아플 조짐이 보이던 무릎은 어떤 통증의 기미도 없다. 왼쪽 팔꿈치도 많이 회복됐다. 오른쪽 어깨는 여전히 통증이 남아있지만 적어도 필요한 때 필요한 힘을 낼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중량을 들고 돌리고 몸을 끌어올리는 모든 운동 동작에서 어깨는 아무 문제없이 작동하고 있다. 다시는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모든 육체적 시도를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겨우 한 달만에.

요즘 내 일과는 새벽 4시에 시작한다. 일어나서 물 한 잔 마시고 곧장 글을 쓰기 시작한다. 6시까지 글을 쓰고, 운동을 시작해서 마치고 샤워까지 하면 7시다. 아침을 먹고 이런저런 업무를 처리하다가 11시가 되면 낮잠을 잔다. 1시간 조금 안 되게 자고 일어나서 점심을 먹는다. 그리고 다시 일상. 하루를 그렇게 보내고 11시 전에 잠든다.

겨우 한 달이다. 지난 경험에 비추어 보면, 대부분의 운동이나 경험이 몸에 익는 데는 석 달쯤 걸렸던 것 같다. 최소한 석 달은 해야 몸이 조금 적응하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아직 두 달은 더 긴장속에 운동해야 하고, 이제 겨우 열흘쯤 된 글쓰기는 앞으로 석 달을 더 지속해봐야 몸에 겨우 익을 것이다. 

작은데 단단한 성취가 이토록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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