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305 성실한 시간들을 살고싶다
오전부터 사진작업을 계속했다. 급하게 부탁받고 증명사진을 찍었다. 이제 고등학생이 된 지 이틀 된 모델은 낯설지만 호기심도 있는 날들이라고 했다. 초등학교 중학교를 함께 했던 친구들과 헤어져서 아쉽지만, 또 새로운 친구가 생길 것을 믿는다. 학교는 버스를 타고 30분 정도 가야한다.
오후에는 모처럼 바닷가 산책을 했다. 몇 년 전부터 마음에만 두고 있었던 요트 모형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요즘 간절해져서 마땅한 나무재료를 찾으러 갔다. 오랫동안 바닷가를 떠돌며 모양이 다듬어진 원목을 찾았는데 완벽하게 어울리는 것은 없었다. 갯바위 냄새가 좋았다. 날씨가 제법 따뜻해져서 이제 전갱이 낚시를 할 수 있겠다.
돌아와서 아내와 마당에 글램핑 사이트 만드는 이야기를 했다. 낯선 여행자들이 오고가는 날들이 올까.
저녁에는 사진관에서 태연씨 경매강의가 있어서 1층을 비워주고 나는 2층에서 작업했다. 열심히 사는, 좋은 자극이 많이 되는 친구다.
답답하고 조급하지만 일이 되지 않는 날, 허무하게 흘려보낸 것 같은 날들이 이어질 때가 있다. 그때는 시위를 당기는 중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한다. 큰 행위가 드러나지 않아도, 긴장의 활시위를 천천히 보이지 않는 속도로 당기고 있다고 생각한다.
괜찮다, 괜찮다.
더 이상 당길 곳이 없을 만큼 당겨지면 마침내 쏘아져나갈 거니까. 내 시간도 그럴 거니까 지금 이 답답한 시간도 괜찮다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해야 내가 나를 버리지 않고 버틸 수 있다.
성실한 시간들을 살고 싶다. 그래서 아주 나중에 아주 오래 전 인연들을 다시 만나게 되면, 차곡차곡 잘 살아서 마침내 여기에 닿았다고, 편안하고 단단한 인사를 건네고 싶다. 기꺼이 손을 마주잡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