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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새벽 5:30에 알람을 맞춰두고 잤다. 알람을 듣고 깨었다가 한참을 뒤척이고 6시에 거실로 나왔다. 어제 쓰다 만 와디즈 스토리를 마저 쓰다가 7시에 버핏과 스쿼트로 운동했다. 샤워하고 아침을 먹고 마루를 보내고 작업실에 왔다. 잠깐 작업하는데 뒷머리 저린 것이 더 심해진 것 같아서 작업할 수 없었다. 한의원에 다녀오겠다고 했는데 증상이 계속되니 병원에 다녀오라고 아내가 말했다. 김앤김신경외과에 가서 진료했다. 증상을 듣고 목 엑스레이를 찍었다. 일자목 때문이라고, 경추 4번과 5번 사이에 오른쪽에 조금 변성이 있다고 했다. 약을 처방받고, 메켄지 운동을 하라고 했다. 

 

병원 갈 때부터 뒷골이 불편하고 몸도 쳐지고 눈도 한쪽이 침침했는데 그게 모두 딱 들어맞는 증상이었다. 교과서처럼. 아마 요 며칠 아침부터 밤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게 무리한 모양이다. 집에 돌아와서 김밥으로 아내와 점심 먹고 도저히 작업을 할 수 없어서 잤다. 잠깐 잔다고 했는데 두 시간을 훌쩍 넘겼다. 일어나서 한의원으로 갔다. 병원과 한의원의 처방이 같았으니 치료는 계속 받던 한의원에서 받고,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먹기로 했다.

 

치료를 마치고 태권도장으로 가서 마루를 픽업했다. 

마루가 계란찜을 하고 나는 어제 태연에게 받은 뱅에돔을 구웠다. 아내는 마당에서 물 주느라 늦게 들어왔는데 식탁을 보고 놀라워 했다. 

저녁 먹고 다시 작업실에 와서 어제 오늘 못다 쓴 와디즈 원고를 드디어 마쳤다. 여러 행정 관련 정보를 마저 채우면 내일은 업로드해서 심사를 기다릴 수 있다.

 

제품촬영 견적서를 보냈다. 사진관에서 쓰는 견적서 폼이 너무 볼품없어서 새로 꾸미던 중이었는데, 새로 형식을 만들어 보내느라 오래 걸렸다. 한동안 조금씩 수정하며 최종본을 만들고 몇 년은 그 형태로 쓰려고 한다.

시니어모델 프로필 촬영 문의를 받았다. 나는 나이든 얼굴을 좋아하는데, 시니어모델은 재밌을 것 같다. 성사되면, 또 쭉 이어지면 좋겠다.

 

집에 있던 태블릿 거치대를 가져와서 노트북을 세웠다. 모니터 거치대로 마련해서 모니터를 높이려고 한다. 목을 가능한 위로 세울 수 있는 자세를 만들어야겠다. 그래야 문제없이 오래 일할 수 있다. 의자 높이를 낮췄다. 시선이 조금 더 위를 봐야 해서 고개가 펴진다. 당분간은 이렇게 써야겠다. 모니터 보는 시간을 조금 줄이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그건 마음대로 안 되니까.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나무에 새순이 돋는다. 정원에 나갈 때마다 새순 올라오는 것을 보는 게 요 며칠 즐겁다. 아침에 아내와 마당에 앉아서 대화했다. 올 연말까지 정말 열심히 해보고, 그래도 가능성이 안 보이면 사진관을 접고 그 자리에 차라리 숙박용 집을 지어서 팬션으로 운영하는 것도 생각해 봐야겠다고 했다. 사진을 직업으로 삼고 20년 만에, 처음 그런 말을 했다. 

 

나는 이제껏 정말 온전히 돈을 벌기 위해 애쓴 적은 없는 것 같아서, 올해는 진짜 제대로 사진관으로 돈을 벌어보겠다고 마음 먹고 있는데, 그렇게 마음을 먹고 했는데도 안 된다면, 내 밥벌이로서의 사진은 별로 가망이 없는 것은 아닌가. 20년 만에, 처음 그런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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