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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다시 보자

계절이 바뀌었다, 불쑥. 더운 하루를 각오하고 땀흘려 일할 준비를 마치고 현관문을 열었는데 아침 기온이 훅, 다르다. 또 한 번의 여름이 간다. 올 여름은 집지으며 잘 놀았다. 아마 가을도 비슷한 일상이 이어지고, 제법 손 시릴 때쯤 되어야 마무리되겠지만, 여름 집짓기는 마무리될 모양이다. 카약은 꺼내지도 못 했고, 새벽 바다수영도 못 했다. 요트도 겨우 한 번 다녀왔다. 그렇게 보낸 여름이지만 꽉 채웠다는 감상으로 적을 수 있는 것은, 집짓는 일이 정말 재미있기 때문이다. 구상을 하고, 구상을 구체화시키는 계산을 하고, 필요한 자재와 장비를 사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자르고 용접하고 나르고 쌓고 허물고 바르고 닦아내는 과정이 정말 재미있다. 스케일을 아주 많이 키운 레고놀이. 팀은 합이 잘 맞고 아내는 필요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고 마루는 한결같이 잘 놀고. 대출받은 통장 잔고가 아직은 바닥나지 않았고.

여름, 내년에 다시 보자. 내년에는 하던 대로 바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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