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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 박달씨의 이력

봄, 마당 한켠에 진한 초록잎으로 가득찬 나무는 박달씨다.

집을 짓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뒤편에 깔아둔 보도블럭 사이에서 나무줄기 하나가 솟았다.

저건 뭔가? 한 동안 두고 보았는데 제법 발목을 넘어 무릎 가까이까지 자라 올라간다.

기특한 식물들을 가만 못 보는 아내가 보도블럭을 치워내고 꺼냈다. 딱 블럭의 틈만큼 얇고 긴 뿌리를 내려자란 녀석.

어디서 날아온 나무 씨앗일까? 그 틈에서 그만큼 자란 것이 기특해서 마당 한쪽으로 옮겨두고 잊었다.

 

그런데 웬걸, 해 지날 수록 이 아이가 쑥쑥 큰다. 이름도 모를 것이 쭉쭉 자라서 수형도 번듯하다.

그때쯤이었을 것이다. 이 나무의 정체를 알아겠다고 마음 먹은 것이. 

아마 가을 끝무렵이었다. 잎이 다 떨어진 나무를 수피만 보고 나무도감에서 찾아보았으나 실패.

어서 다음해 봄이 오기를, 녀석의 잎이 돋아나고 이름을 알아낼 수 있기를 기다렸다.

 

이윽고 봄,

비슷한 것들 중에서 찾고 찾아서 우리가 내린 결론은 박달나무!

잎 모양부터 수피 형태까지 도감에서 알려주는 박달나무가 똑 너구나.

그때부터 나는 이 나무를 박달씨라고 부른다.

 

마당 반대쪽에 있는 유칼립투스와 함께 우리집 양대산맥이 된 박달씨.

작년 팬션공사 때문에 집 앞으로 잠깐 옮겨심었는데, 주방에서 바라보면 창 밖에 떡하니 박달씨가 보인다.

그 느낌이 참 좋아서, 그냥 이 자리에 붙박기로!

 

기다린 손님 오듯, 박달씨 가지에 연초록 잎이 오른다.

아, 봄이구나. 

 

어서와, 박달씨. 해도 마당에 신나고 멋진 일들이 많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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