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션 허가가 났다.
팬션 허가가 났다. 공사 1년만에 드디어. 지하철에 앉아서 내내 편션에 비치해둘 책자 내용을 다듬었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팬션주인으로 사는 인생을 생각해본적 없다. 처음 사진을 각오하고 상하이에 갔을 때, 깨어있는 시간 동안은 온종일 사진만 생각했다. 그래야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뒤를 돌아보지 않고, 주변을 두리번거리지 않았다. 현지 대학원에서 학위공부를 하는 한국유학생들과 함께 공부할 때도 나는 단지 사진에 도움이 된다는 마음으로 함께 스터디했다. 나중에 아내는 왜 그때 학위를 안 땄냐고 두고두고 아쉬워했다.
제주에 와서 사진관을 연 뒤에도 언제나 사진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각오가 있었다. 그러기를 8년,
이제 새로운 사업자등록증을 판다. 그동안은 타협의 시간이었을까. 현실을 배우고 받아들이는 시간이었을까. 나쁘다고 만은 할 수 없다. 결론지을 수 없는 그만큼의 시간이 지나서 이제는 이 순간을 패배나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게 됐다.
이왕 하는 거, 잘 되면 좋겠다. 그 ‘잘’에는 물론 경제적인 성과가 가장 기본조건이겠지만 그러나, 재미있으면 좋겠다. 그래야 지치지 않고 게스트와 더불어 진심으로 잘 놀 수 있을 것 같다. 새로운 놀이터를 준비하는 심정으로, 팬션에 새 이불을 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