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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분하지 않겠다.

통분하지 않겠다.

 

마루야. 너는 한참 분수를 배우는 중이다. 요즘 무렵에는 최대공약수와 최소공배수를 배우더구나. 왜 그 순서인가 했더니, 최소공배수 다음에는 그를 응용한 통분을 배우는 구나. 서로 다른 분자의 크기를 비교하기 위해 우선 분모를 같은 크기로 만든다. 듣고 보면 꽤 깔끔해서 아름답기까지 하다.

 

오늘 아빠는 운전 중에 불현듯 생각했다. 내 주변의 상황이 바뀌어서 지금의 나를 이루는 것들 중에 하나씩 둘씩 내려놓아야 한다면 무엇부터 그만 두게 될까. 그리고 나라는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마지노선은 어디까지일까. 그러다가 지금 아빠가 하고 있는 여러 가지의 가치를 따져보려고 시도하다가 멈췄다. 여러 가지의 가치를 따지기 위해서는 하나의 기준이 필요할 텐데, 제일 먼저 떠오른 기준은 돈이었다. 내 한 시간은 얼마쯤의 돈일까? 내 취미는? 내 작업은? 그리고 내 산책은 또 얼마쯤일까? 돈이라는 분모로 통분해보려다가 깜짝 놀란다. 도저히 그럴 수 없다는 걸 알고,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한다.

 

공통분모로 삼을 만한 다른 것들을 몇 개 떠올려보다가 관둔다. 마루야, 네게 자신있게 통분을 설명하던 아빠를 반성한다. 언제나 답이 있는 수학문제처럼 세상을 살라고 너에게 말하지 않아야겠다. 그런 경험이 반복되면 세상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는 공통분모를 찾으려고 애쓰고, 스스로 찾았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분모로 주변 모든 분자의 크기를 줄세우게 될까 무섭다.

 

마루야. 세상에는 통분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공통분모는 없을 때가 부지기수다. 그렇다고 틀렸다는 빗금을 긋지 말자.

통분하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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