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ju/제주마루

다섯 살 마루, 만년필을 가지다

"아빠, 놀아주세요.
"잠시만, 아빠 이거 메모 좀 해야 해.

혼자 놀기 심심한 마루는 슬며시 아빠 옆으로 온다.

"이건 뭐예요?
"만년필
"나도 해 볼래요.

어떻게 쥐는 지, 왜 색연필처럼 누르면 안 되는 지 알려준다. 조심스럽게 마루가 그리는 글씨같은 그림. 딴에는 글자를 쓰는 거다. 세게 눌러쓰면 안 된다니까 겨우 닿을 듯 말 듯 종이 위를 지나는 만년필의 촉.

"아빠, 나 안 누르고 잘 했지요?
"마루, 만년필이 재밌어?
"네!
"마루 만년필 하나 줄까?

중국 마트에서 급하게 샀던, 여권지갑에 넣어두었던 만년필을 꺼냈다. 잉크는 벌써 말랐다. 물에 넣어서 굳은 잉크를 푼 다음 새로 잉크를 넣었다.

"마루야, 만년필은 손에 잉크가 묻고 불편한데, 글 쓰는 사람한테 참 멋있는 거야.

스케치북 몇 장을 크레파스 대신 만년필로 채우더니 이내 손에 묻은 잉크를 씻겠다며 나간다. 만년필은 아무렇게나 놓아두고. 다 쓴 후에는 꼭 캡을 닫으라고 알려주고 슬쩍 다시 회수해서 서랍에 넣었다. 어디에 두더라도, 이제 마루 만년필이다.

만년필이라...
마루는 어떤 글을 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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