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어제 아내를 돕겠다고 한참 해변에 있었다. 날씨가 흐리고 파도가 제법 높았다. 흐린 바다 저편에 작은 바위섬이 하나 있었다. 제법 킬로미터 단위로 떨어져 있는 섬이다. 몸은 조개껍질을 주우며 머리는 저 섬으로 건너가는 방법을 생각했다.
1. 오리발을 차고 헤엄쳐서 간다.
안 된다. 이 섬과 저 섬 사이에 흐르는 조류가 만만할 리 없다. 아마 중간 어디쯤에서 조류에 쓸려 난바다로 흘러갈 것이다. 설사 조류가 없다고 해도, 저기까지는 좀 무섭다.
2. 카약을 타고 노 저어 간다.
이것도 무모하다. 역시 문제는 조류다. 시작부터 포기한다면 차라리 다행이다. 어디 중간쯤 가다가 두 팔에 힘 빠지면 카약은 나뭇잎처럼 망망대해를 흘러야 한다. 집에 못 돌아온다.
음, 지치지 않고 저기까지 가는 방법을 생각하다가 결론 내렸다. 바람을 타야 한다. 오늘 낮에 인터넷을 좀 뒤졌다. 딩기요트라는 것이 있다. 작고, 배우기 어렵지 않고, 강력하고, 무엇보다 제주에서 강습받을 수 있다. 물론 수업료도 이성적이다. 바람을 타는 법을 배울 수 있다면 저기 섬이 문제일까. 제주 한 바퀴를 돌아볼 수도 있을 테다.
결심했다.
요트를 배워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