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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은 드러나고 기만은 물러가라.

마루는 열 살이다. 아침에 깰 때마다 아이를 바라본다. 같이 아침을 먹고, 학교까지 가는 3분 남짓한 길을 손잡고 걷는다. 걸으면서 매번 말해준다. “아빠가 마루 손잡고 학교 가는 거 얼마나 좋아하는 지 알지?” 마루의 대답은 간결하다. “네!” 횡단보도까지 바래다준 후에는 “인사 잘 하고, 오늘도 멋진 하루를 보내.” 인사한다. 마루는 또 “네!” 하고 학교로 뛰어간다. 

요즘은 매일 태권도를 다녀서 5시를 조금 넘겨 집에 온다. 씻고, 게임하고, 저녁먹고, 영상보고, 아내가 읽어주는 책을 듣는 것이 마루의 일상이다. 대부분 셋이 같이 잠드는데, 어쩌다가 마루가 먼저 잠드는 날이면 아내와 조용히 아이 옆에서 잠든 아이의 얼굴을 본다. 어쩌면 저렇게 예쁜지 감탄하면서.

그렇게 자란 아이가, 날마다 나를 조금씩 닮아가는 아이가 열 살이다. 저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얼마나 힘들까. 그게 만약 당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부당하게 당한다면 얼마나 억울할까 생각한다. 하물며 목숨이야,

그런 아이들이 침몰하는 배 안에서 빠져나오지 못 하고 죽은 것이 8년 전이다. 죽음을 예감한 아이들이 학생증을 꺼내 목에 걸었다는 이야기를 하며 아내는 울었다. 다시, 그날이다. 감당하기 벅찬 어려움이 닥쳤을 때 마루는 아빠엄마를 찾는다. 언제 어디에 있든 내가 찾으면 아빠엄마가 나타나서 나를 구해줄 것이라는 확신이 마루에게는 있다. 세상 대부분의 아이들은 비슷한 확신을 갖는다. 답을 주지 않더라고, 언제든 부모가 옆에 있을 것이라는 믿음. 그리고 모든 부모는 그런 아이들의 기대에 기꺼이 부응한다는 각오가 있다. 

무슨 말을 더 하랴. 그 아이들을 가슴에 묻고 여전히 한을 품고 사는 그 부모님들이 너무 마음 아프다. 온몸과 마음으로 아빠엄마를 찾았을 때 그 부름에 대답해주지 못 했다는 그 한의 크기는 가늠할 수 없이 크고 깊은데,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그 원통함은 조롱의 대상이 되어 있다. 그들이 죽은 아이를 조금이라도 편하게 마음에 내려놓을 수 있도록, 비밀은 드러나고 기만은 물러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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