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처럼 가지런하기 어렵다.
지난 겨울 동안 썼던 장작이 바닥을 드러냈다. 작업실 공간 전체를 데우려니 나무 한 짐 타는 게 금방이다. 마당에 널려있던 목재 팔레트 몇 개를 모아놓고 직쏘로 끊어낸 다음 기계톱으로 썰었다. 썰어 낸 장작이 한쪽에 무더기로 쌓였다.
장작이라면 마땅히 마당 한 켠이나 집 벽 바깥쪽에 가지런히 높게 쌓여야 한다. 온갖 이미지 속에서 내가 본 장작이 모두 그랬으니까. 그러나 막상 만들어 보니 어디 가서 돈 주고 사 오는 장작이 아닌 이상 좀처럼 가지런하기 어렵다. 우선 구해 오는 나무가 목재 팔레트부터 공사장 자투리 나무, 바닷가에서 주워오는 나무들까지 출신 성분이 다양하다. 생긴 것이 다르고 붙은 모양이 제각각이라 대충 난로 입구에 걸리지 않을 크기로 자르면 그만이다. 이리 저리 박힌 못은 하나하나 뽑는 것보다 태운 후에 못만 따로 걷어내는 것이 빠르다는 걸 알게 됐다. 각진 나무, 둥근 나무, 구부러진 나무, 못 박힌 나무들을 어떻게 쌓아봐도 차곡차곡이 안 된다. 어지러운 날들이 정신 없이 쌓인 한 달, 일 년이 꼭 저럴까 싶다.
매일을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일과로 움직였다던, 그래서 동네 사람들이 그 사람의 산책 시간을 보며 시계를 맞췄다던 철학자를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언제부터 였나 그럴 수도 있었겠다 생각이 들었다. 요즘 같아서는 공감을 넘어 부럽기도 하다. 무언가 집중하기 위해 다른 모든 것을 끊어내야 비로소 가능한 삶의 형태같기 때문이다.
산 속이나 신의 전당에 들어가 사는 수도자의 삶이 아닌 이상, 일상이 가지런하기는 어렵다. 잘 정돈된 삶은 돈 주고 사다쓰는 장작 같아서, 비슷해 보이는 삶도 들여다 보면 아무렇게나 쌓아 둔 장작더미 같을 거다. 한 사람의 일이, 하루의 사건이 키 맞춰 자른 나무토막처럼 열 맞춰 오지는 않는다.
괜찮다. 조금 엉클어져도 삐딱거리면서 간다.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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