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ju/-Weather

내가 있을 자리가 저긴데

오후에 집 아래 구엄포구에서 열리는 플리마켓에 다녀왔다. 본래 아내가 나가는데 오늘은 마침 3.1절이고, 마루는 어린이집을 안 가고, 그러면 아내가 플리마켓을 가는 동안 내가 마루를 살펴야 하고, 마루를 살피는 것보다는 플리마켓이 편할 것 같아서 대뜸 내가 가겠노라고 나섰다.

새로 만든 상품이 없으니까 이제는 상품성이 다해 가는 엽서와 책갈피 등을 챙겼다. 포구에 도착해서 자리를 배정받고, 테이블을 펼치고 가져온 것들을 정돈했다.

손님은 많았는데 우리 엽서를 찾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빛은 따가워서 남쪽을 바라보고 앉은 얼굴이 다 탔다. 오랜만에 가져간 책을 펼쳐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물건이 안 팔리니까 책도 안 읽히고 시간도 안 갔다. 내가 앉은 뒤편으로 바다가 펼쳐 있고 그 너머에는 구엄방파제가 있다. 방파제 끝에는 언제나처럼 낚시하는 사람들이 몇몇 섰다. 뭐가 얼마나 잡히는 지는 몰라도, 저기 서 있는 게 어딘가. 내가 있을 자리가 저긴데. 여기가 아닌데. 오후 내내 속으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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