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ju/-Weather

직업 사진가로 돌아간다








에이전시에 보낼 새 포트폴리오를 준비했다. 제품 사진도 있고, 음식 사진도 있고, 호텔 사진도 있지만 그래도 제일 많은 것은 인물 사진이다. 고르고 보면 내가 고른 사진의 인물 표정은 무겁다. 웃고 있어도 바닥은 어두운 것 같다. 나는 무거운 표정이 좋다. 사는 일은 어쨌든 종말로 가는 일방통행이다. 그 사이에서 얻는 작은 기쁨도 크게는 종말의 방향성을 벗어날 수는 없다. 그러니까, 웃음 밑에도 어떤 비애는 깔려있는 것이 마땅하다. 역설적으로, 삶이 획득하는 아름다움의 상당 부분은 이 종말을 향하는 일방통행 때문에 생겨난다. 소설 모비딕.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 종말을 향하는 비극 속에 담긴 아름다움을 잘 포착했기 때문이다. 이 비극과 아름다움은 수컷에게 어울린다고 한동안 생각했는데, 아마도 모든 사람에게 잘 맞을 것이다.



























반 년 가까이 글쓰는 일을 직업으로 삼았다. 처음 몇 달은 준비 기간이었는데 마음은 글쓰는 일에 가 있었고, 나중 몇 달은 사진을 아주 접고 글을 썼다. 좋았다.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그 사람을 재료 삼아서 내가 세상에 내놓고 싶은 목소리를 마음껏 지르는 것이 참 좋았다. 내가 글을 정말 쓰고 싶어하고, 또 제법 쓸 줄 안다는 걸 이 몇 달을 통해 알았다. 


글을 쓰는 일은 즐거웠지만 일의 어떤 부분은 낯설고 힘들었다. 그래서 버티지 못 하고 쫓겨나듯 나왔다. 직업 사진가로 돌아간다.




'@Jeju > -Weather'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명함을 자주 바꿨다는 건  (0) 2016.04.25
봐야지. 만나야지.  (0) 2016.03.24
마침 그 자리에 그런 빛이 떨어지고 있었다.  (0) 2015.10.18
많이 연습하고 있다.  (0) 2015.09.29
꼭, 쓴다  (0) 2015.09.28
,

검색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