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ju/-Weather

생각이 툭 끊겼던 그 대목을









어제는 종일 폭우가 쏟아졌다. 아침 출근 길에 집 앞 사거리가 침수되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두어 시간 있다가 다시 가려니 물이 더 불었다. 무릎까지 물에 빠지며 겨우 길을 건너서 지하철을 탔다. 종일 바지에서 냄새가 났다. 저녁 돌아가는 길에도 물은 완전히 빠지지 않았다. 아침 길에 본 침수된 자동차가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오늘 아침에 날이 갰다. 길 가득, 어제 물 넘친 흔적이 남아 있었다. 


만년필로 글씨 쓸 때, 종이의 질감에 민감해진다. 먹을 먹는 종이와 튕겨내는 종이가 다르다. 잉크의 굵기가 만드는 획의 질감도 있다. 펜이 흐르는 속도가 획에 그대로 드러난다. 글자마다에서, 생각이 툭 끊겼던 그 대목을, 만년필 획은 기록하고 있는 거다.

'@Jeju > -Weather' 카테고리의 다른 글

뭐, 딱히  (0) 2015.09.22
피를 머금고, 계단을 봤다  (0) 2015.08.31
성실하게 등떠밀리니 백지도 채워지고  (0) 2015.08.18
학교 운동장에 앉아 개미를 구경했다  (0) 2015.08.17
서쪽 하늘에 구멍이 나서,  (0) 2015.08.12
,

검색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