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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13
OSHADAI 라는 옷이 있는데요,
OSHADAI라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중국 브랜드이고요. 매장은 상하이에만 있습니다. 작은 독립 브랜드죠. 주로 옷을 만들고, 주방이나 거실에 쓰는 패브릭 제품이나 소품을 만듭니다. 한글로는 오사다이. 중국어로 쓰면 哦沙袋입니다. 哦는 '오!'라는 감탄사가 되고요. 사다이沙袋는 모래주머니라는 뜻입니다.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작은 모래주머니, 바로 그겁니다. 그러니까, 오!모래주머니! 라는 브랜드입니다.
한 명의 디자이너가 모든 것을 디자인하고, 고향의 작은 공장에서 수공예로 제품을 만들어 냅니다. 디자이너가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영감을 수집하고, 유럽과 일본 등지에서 패브릭을 구해 오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오사다이의 디자이너를 인터뷰하는 잡지의 에디터와 함께 포토 자격으로 갔었습니다. 그리고 한참 뒤에 연락 받았습니다. 제가 찍은 사진이 참 마음에 들었다고, 기존에 찍혔던 다른 많은 잡지의 사진과 달랐다고. 그러니까 자기 브랜드 화보 작업을 같이 하자는 제안이었습니다. 그게 벌써 몇 년 전입니다. 그 뒤로 우리는 1년에 두 번씩, 시즌 화보를 찍고 있습니다. 이제는 사는 이야기 나누는 친구 사이가 되었습니다. 시즌 촬영이 끝나면 보통 찜해 둔 외투를 아내에게 선물합니다. 물론 조금 할인은 받습니다. 소재가 무척 좋아서 입고 있으면 보기 좋습니다.
대규모 브랜드가 아니어서 작업의 자유도는 훨씬 큽니다. 우리는 함께 모여서 아이디어를 산처럼 쌓아댑니다. 그렇게 쌓인 생각의 산에서 한 삽씩 퍼내면서 꼭 찍어야할 사진, 꼭 필요한 느낌만 남깁니다. 물론 현장에서 찍다보면 어느새 생각도 못한 계곡도 생기고 숲도 생기는 건 어쩔 수 없고요.
나중에 한 마디 덧붙이더군요.
네 사진, 참 좋아.
그런데 그거 좋아할 사람, 많지 않을 걸?
칭찬인 지 욕인 지, 안타깝게도 지금까지는 대충 맞는 말 같네요.
오사다이의 여러 사진에 대해 나중에 더 적을 일이 있겠지만, 우선 오늘 적는 것은 2017 S/S 시즌 작업입니다. 2016년 겨울에 찍었으니까 한참 전이네요. 보통 한 시즌에 20장 조금 넘는 사진을 씁니다. 찍은 사진들 중에 몇 번 걸러내고 나면 그래도 200여 장 넘게 남는데, 그 사진들을 모두 프린트해서 펼쳐놓고 같이 스토리를 짜면서 남길 사진과 순서를 결정해 갑니다. 보여줘야 되는 옷, 드러나야 되는 디테일이 있으니까 선택의 기준은 냉정하고 잔인합니다.
이번 시즌에는 유난히 남기고 싶은 이야기가 따로 있었습니다. 찍어두고 보니 그렇더라구요. 그래서 최종 인쇄 선택과 상관없이 별도의 스토리라인 하나를 적고 싶었습니다.
저기, 나 따로 사진 좀 추려서 블로그에 올려도 될까?
그럼, 물론이지.
그래서 골랐습니다. 물론 이 대화는 몇 달 전이었고요. 하하.
덧붙일 이야기는 없습니다.
다만, 사진가로서 이야기 하나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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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션 카페 촬영 할인 이벤트 !!
!! 인테리어 촬영 할인 이벤트 !!
안녕하세요. 사진찍는 모비입니다.
반치옥사진관은 오픈을 위해서 열심히 달리고 있습니다. 한참 짓는 중이라 가을에나 되겠지만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 팬션 카페 주택 촬영 할인 이벤트 !!
오픈 전까지 8월 9월 두달 간 이벤트를 진행합니다.
반치옥사진관의 모든 사진은 상담이 먼저입니다.
내 팬션, 카페에서 꼭 부각시켜야 하는 부분을 살려내야지요.
그리고 상담내용과 촬영한 사진은 에세이로 만들어서 공유합니다.
최근 작업한 내용을 참고해 주세요. 클릭하시면 새창으로 열려요.
[제주에 머물 집] 하소로 커피, 카페와 주택 http://forgogh.net/61
[제주에 머물 집] 애월가족숙소 별꿈팬션 http://forgogh.net/59
[제주에 머물 집] 독채팬션 곰곰. 그 중에 모래곰 http://forgogh.net/58
중요한 가격은,
일괄 40만원에 진행합니다.
- 촬영 일정이 다 찰 경우 조기 마감될 수 있습니다.
- 8월 9월 두 달간 한시적으로 진행하는 이벤트입니다.
- 카페, 팬션, 주택 등 모두 동일 가격 적용됩니다.
- 방 5개 이상 또는 3동 이상의 건물로 이루어진 단지형 팬션은 이벤트 가격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촬영문의
전화 010 2771 9911
카톡 forgogh
이상, 이벤트 공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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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머물 집] 하소로 커피, 카페와 주택
안녕하세요. 사진찍는 모비입니다.
또 한 곳, 좋은 공간을 촬영한 이야기입니다. 촬영 의뢰를 받으면 우선 현장에 가서 그곳의 주인을 인터뷰 합니다. 내용이 조금 다르기는 해도 인터뷰는 건축사진이든 인물사진이든 모두 진행합니다. 건물촬영의 경우에는 아무래도 건축 당시의 이야기, 가장 아름다운 빛과 시간대를 묻고, 이 공간과 이어진 특별한 기억을 묻습니다. 이번 촬영의 목적, 그러니까 이 사진의 용도에 대한 질문도 기본이지요. 그런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해서 꼭 찍어야 되는 장면이 결정되니까요. 그렇게 찍어서 완성한 하소로커피. 이제부터 소개합니다.
미끄럼틀이 있는 집
이번 촬영은 작은 로스팅 카페 한 곳과 그의 가족들이 살고 있는 주택입니다. 주택은 카페보다 몇 배 더 큽니다. 설계가 전공은 아니지만 설계 사촌 쯤 되는 토목을 전공하고 이런 저런 재주가 많은 주인은 집을 직접 설계했습니다. 가족 한 명 한 명에게 꼭 필요한 공간과 그들의 동선에 가장 어울릴 만한 모습으로 전체에서 세부에 이르기까지 배려한 집입니다. 촬영을 위해 집 안을 둘러보며 가족 구성원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공간 구성에 감탄했습니다.
집은 3층 구조인데,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싶은 공간들이 있습니다. 1층에서 3층까지 뚫려있는 수직공간은 면적의 효율성을 따지는 아파트나 작은 주택에서는 생각하기 어려울 겁니다. 집 내부 공기순환을 위한 공기굴뚝의 역할인데, 3층에서 들어본 빛도 이 통로를 따라 1층까지 내려옵니다.
아이들을 위한 아이디어도 돋보이네요. 우선 1층 거실에는 작은 실내 암벽이 있어서 아이들이 매달려 놀기에 좋습니다. 1층에서 2층으로 가는 계단 옆에는 미끄럼틀을 만들었고요. 아들 방으로 가기 위해서는 계단 없이 80cm 가까운 턱을 그냥 올라가야 합니다. 맞아요. 이게 남자 아이가 노는 방식이죠. 그리고 딸 방과 아들 방은 허리를 숙여야 들어갈 수 있는 구멍통로입니다. 아이들의 주문사항이었다는데, 아이들이 주문한다고 누구나 만들어 줄 수 있는 아이템은 아니지요. 2층 복도를 차지한 책장은 또 어떤가요. 수직과 수평 대신 이리저리 기운 책장은 생각이 만들어 지는 형태와 닮았습니다. 아이디어는 수직과 수평에 있지 않으니까요. 아, 못 만들어서 기운 거 아닙니다. 일부러 기울였어요. ㅎ
아직 채워지지 않은 3층은 본래 작업실로 쓸 용도였다고 합니다. 어떻게 변신할 지는 두고 보아야지요. 집은 뒷편으로 냇가에 접해 있습니다. 평소에는 말라 있어서 거의 물은 없지만 뒷마당에 앉아 고기라도 굽는 날이면 풍경이 제법 고기맛을 보탤 겁니다.
집이 뒷편 냇가에 가까운 반면, 카페는 2차선 길가에 있습니다. 동서로 길쭉한 땅에 길과 닿은 서쪽에는 카페, 동쪽은 집이 있는 형태지요.
말이 커피 뜯는 풍경
집을 직접 설계했다면, 카페는 아예 직접 지었습니다. 고쳐지었다는 표현이 맞겠네요. 낡은 현지 주택이었던 곳이니까요. 재주 많은 주인장입니다. 사실 이곳은 카페라기 보다는 로스팅 공방에 가깝다고 해야 할까요? 좋은 원두를 볶아 내고, 그렇게 만든 원두를 맛보이는 공간입니다.
커피 포대자루?가 카페 내부와 바깥 정원까지 꾸미고 있습니다. 하소로커피의 메인 테마인 목마도 여기저기 보이고요. 정원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나무 벽은 바닷가에서 직접 구해온 나뭇가지들을 직접 엮어서 만들었습니다. 여기저기 주인장의 섬세한 손길이 돋보입니다.
커피 맛에 대해 하소로의 로스터가 들려주는 공식은 대충 이렇습니다.
좋은 생두를 고르는 게 이미 90%이고요.
좋은 로스팅이 5%. 여기에는 좋은 로스팅 기계와 로스터의 숙련도가 필요하겠지요.
그리고 좋은 추출기계가 3% 정도,
마지막으로 바리스타의 실력이 2% 정도가 아닐까 한답니다.
개인적인 의견이니까 혹시 생각이 달라도 싸우지 마세요.
하소로의 원두 중에는 제주의 다른 곳에서 맛 볼 수 없는 것들이 여럿입니다. COE라는 저는 처음 들어보는 단어가 있더군요. 매해 가장 좋은 생두를 가리는 대회라는데 그 대회에서 수상한 스패셜티 생두를 수입해 옵니다. 적어도 생두에 대해서라면 제주에서 제일 좋은 생두를 갖도 있다는 자신이 엿보입니다.
그렇게 가져온 생두는 5Kg 용량의 반열풍식 PROBAT 머신에서 볶아냅니다. 사실 처음 듣습니다. 반열풍식? PROBAT? 잘 모르지만 저 기계, 육중한 게 비싸다는 인상을 강하게 풍깁니다. 비싼 것들이 온몸으로 내는 기운, 틀림 없을 겁니다. 머신 옆에 있는 작은 노트북은 주인장의 비밀병기입니다. 하루에 스무 번씩 로스팅하는 모든 데이터가 저기에 기록됩니다. 그렇게 쌓이는 노하우가 결국 더 좋은 원두를 만들겠지요.
좋은 커피 한 잔을 내린다는 것
좋은 커피 한 잔을 내려 먹는다는 것에 대해 물었습니다. 로스터는 생두를 볶으며 어떤 마지막 장면을 상상할까요? 이렇게 힘들게 구한 생두를 귀하게 볶아서 기본에 충실한 추출로 마침내 한 잔의 커피를 만들어 냈다고 칩시다. 그 첫 모금을 마시는 손님에게서 로스터가 기대하는 건 무엇일지 궁금했습니다.
"
맛있게 먹어주는 거지요.
아, 이 간단하면서 깊은 답. 좋은 생두는 좋은 원재료겠지요. 로스터는 그 맛을 발현시키고, 마시는 사람이 그 맛을 읽어낼 때, 로스터 입장에서는 마냥 고마울 뿐이랍니다.
그런 로스터가 요즘 추천하는 커피는 로미타샤Lomi Tasha! 이곳 주인장이 표현하려는 맛을 잘 담고 있다는 군요. 단맛과 꽃맛 그리고 적당한 산미까지. 개성 있지만 수용 가능한 범위 안에 있다나요?
아, 하소로 스패셜티 블랜딩도 있습니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의 블랜딩이 유명세를 떨치기도 했지요. 하소로 블랜딩은 엄선한 스페셜티 생두를 후블랜딩해서 만들어 내는 하소로만의 개성입니다.
참, 촬영 이야기니까 카페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더 했어야 하는데요. 커피는 생소한 부분이다 보니 궁금한 것이 많고, 대화는 어쩌다 보니 그쪽으로 흘러가 버려서 다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하소로 커피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는, http://blog.naver.com/syk4357
그리고 촬영문의는, 당연히
반치옥사진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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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머물 집] 독채팬션 곰곰. 그 중에 모래곰.
안녕하세요.
사진찍는 모비입니다. 팬션 촬영 이야기를 이어가 보려고 합니다. 단순히 찍는 데 그치지 않고, 호스트를 만나서 집에 대해 묻고, 그 이해를 반영하는 촬영입니다. 궁금하잖아요. 호스트는 왜 이런 집을 마련했는지, 이 팬션만의 특징은 무엇인지. 그리고 제주의 많은 팬션 중에서 왜 여기여야 하는 지! 그래서 직접 만나 물어보기로 했습니다.
첫 번째 찾아간 곳은 제주도 독채팬션, 곰곰입니다. 곰곰팬션은 집을 통째로 내어주는 독채팬션입니다. 두 채를 운영 중인데요, 제주도 서쪽 용수 마을에 한 채, 금능마을에 한 채가 있습니다. 마침 저희가 짓고 있는 집에 쓸 난로 때문에 물어보려고 갔다가 인연이 시작된 곳이지요. 두 곳 중에 금능 마을에 있는 모래곰을 촬영했답니다.
촬영은 오후 시간에 진행했습니다. 서쪽에서 들어오는 빛을 최대한 활용해 보려는 의도였습니다. 그리고 그대로 저녁까지 촬영한 후 일몰 시간의 외관을 찍는다는 작전을 세워봅니다. 흐려서 실패! 내부 전체를 밝힐 메인 조명과 필요한 세부를 밝힐 LED 조명을 함께 준비합니다. 호텔이나 빌딩을 촬영하던 예전에는 훨씬 많은, 부피가 큰 장비가 필요했었지만 LED 조명과 USB 전원 덕분에 장비가 한결 가벼워졌지요.
어쩌다 곰곰
곰곰은 부부가 함께 운영합니다. 정원 관리부터 내부 청소까지 다른 곳에 맡기지 않고 두 사람이 꼼꼼하게 직접 준비합니다. 뽀송뽀송한 이불 질감은 그런 노력으로 탄생한다는!
구석 있어요
곰곰을 짓는데 가장 고민한 부분은 이곳을 찾아와 머무는 사람들에게 어떤 시간과 공간을 선사할 것인가.였답니다. 생각의 결론은 소통과 구석!
집의 정원은 대문이 없어서 마을길에서 바로 들어올 수 있습니다. 마을 할머니가 지나가시며 안부를 묻는 수준이지요. 집 내부도 소통이라는 주제에 맞도록 문은 꼭 있어야 할 자리에 최소한으로 있고, 1층과 2층 방문은 언제든 모두 열어둘 수 있게 설계했습니다. 거실은 2층까지 뚫려 있어서 1층에서 언제든 2층을 불러내릴 수 있지요.
곰곰은 집 안에 숨을 수 있는 공간을 많이 만들고 싶었답니다. 숨바꼭질이 목적이었냐고 묻는다면, 혼자 살짝 들어가 머물 수 있는 틈을 선물하고 싶었다네요.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공간은 계단 밑에 만든 비밀통로입니다. 공간활용의 경제성으로 본다면 낭비에 가깝지만, 이곳을 찾는 아이들이 이 공간을 발견하고 정말 좋아합니다. 경제성? 그까짓!
여행에서 숙소라는 것은 낮 동안 관광지를 돌아다니느라 기진한 몸을 이끌고 들어와서 밤새 술마시며 이야기 나누는 곳이기 쉽지요. 그래서 나중에 숙소를 생각하면 침대와 식탁의 기억만 남고요. 곰곰은 게스트가 이곳에 가능한 길게 머물러 주기를 바랍니다. 평소 그렇지 않았던 사람들 사이에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고, 때로 집안 곳곳에 숨겨진 작은 공간에서 무엇인가 발견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가능한 2박 이상의 예약을 권하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 촬영을 진행하면서 집이 만드는 복합적인 선과 여러 다른 크기의 창문에서 들어오는 빛이 만드는 그림자를 발견하는 재미가 좋았습니다.
우연의 바다
포털에서 곰곰 팬션을 검색하면 아마도 함께 뜨는 단어가 우연의 바다일 겁니다.
팬션에 손님이 묵으면 그날 남자는 낚시 장비를 챙겨서 바다로 갑니다. 그렇게 잡은 생선으로 회를 준비해서 게스트에게 배달해 주는 이벤트가 바로 우연의 바다. 이제는 제법 우연의 바다를 노리며 곰곰을 찾는 게스트도 있답니다.
어떤 고기가 잡힐 지, 잡히기나 할 지 알 수 없습니다. 바다는 뜻대로 되지 않으니까요. 잡히는 것 자체가 우연, 그러니까 복불복입니다. 물론 곰곰은 최대한 우연을 필연으로 만들기 위해 애씁니다. 아무 것도 못 잡는 날이면, 방파제에 나가면 언제든 약속이나 한 듯 만날 수 있는 낚시 친구들에게서 고기를 얻어다 주기도 하니까요. 친구들마저 빈 손이라면, 안타깝지만 그날 게스트는 꽝.입니다. 우연이란 게 그렇잖아요.
이벤트의 탄생도 우연이었답니다. 따지고 계산해서 마케팅 포인트로 미리 계획된 것은 아니었던 거지요. 남자는 낚시를 제법 잘 했고, 냉장고에는 빈자리가 없었고, 잡아온 고기를 처리할 방법이 필요했던 겁니다. 그래서 어쩌다 게스트에게 배달된 회 한 접시.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지요. 두어 번 해 본 후에 정식 이벤트가 되었습니다.
덕분에 곰곰은 게스트를 더 얻고,
남자는 낚시를 꼭 가야만 하는 이유가 생겼습니다.
그가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가끔 몸살이 오거나 어깨가 아파도 낚시를 가는 것은,
날마다 물때를 살피며 이 물때와 이 바람에 고기가 나올 곳을 상상하는 것은,
새로운 낚시대는 얼마나 휨새가 좋고 감도가 우수하며 팔목에 피로가 덜 할까 따져보는 것도,
다른 이유 없습니다.
오로지 게스트에게 우연의 바다를 선물해야 한다는 호스트로서의 의무감 때문이지요.
보다 나은 팬션을 만들겠다는 눈물 겨운 노력! 이쯤 되면 절반은 어부지요.
아, 우연의 바다 이벤트는 용수에 있는 바다곰에만 해당합니다.
마루는 곰곰네 누나 둘과 새벽까지 놀았습니다. 태어나서 가장 늦게 잔 날이었어요. 마루가 누나들과 노는 동안 저희 부부와 곰곰네 부부는 늦은 시간까지 인터뷰를 빙자해서 수다를 떨었습니다. 시간에 비해 내용이 부족한 것은 다만 맥주 탓이고요.
제가 찍은 사진과 준비한 이야기는 이만큼입니다.
겨우 몇 시간의 촬영과 하룻밤 이야기로 알 수 있는 것은 적지요.
제주독채팬션 곰곰이 더 많이 궁금하신 분들은, --> http://blog.naver.com/jejugomgom
(여기에 없는 바람곰 사진도 볼 수 있어요. 바람곰도 대박 멋있어요!)
그리고 팬션촬영 의뢰는?
당연히,
반치옥사진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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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의 현장] 그룹사진을 찍을 때 고민할 것들
안녕하세요.
이번에는 그룹사진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네, 여러 사람을 한 장에 찍는 그 사진입니다. 인물을 찍는다는 면에서는 공통점이 있겠지만, 그룹사진은 개인 포트레이트와는 또 다른 분야입니다.
포트레이트는 주로 한 명을 찍지요. 한 명의 모델에게 질문을 거듭하면서 그 사람에게 있을 것 같지만 발견되지 않았을 표정을 찾으려고 애씁니다. 집중하기에 좋고, 1대1의 구도로 모델과 겨루는 그 순간의 느낌도 제법 즐길 만합니다.
하지만 그룹사진은 여럿이 대상입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의 표정이 아니라 군집의 표정입니다. 군집의 표정은 개인 표정의 총합이 아니고, 새로운 하나의 표정일 겁니다. 사진 속의 개개인은 모두 웃고 있어도 군집의 표정은 무겁게 가져갈 수도 있고, 반대의 경우도 가능한 겁니다. 가족이라면 화목함을 강조할 수 있겠고, 스타트업 기업이라면 젊은 에너지를 연출할 수도 있겠지요. 일반적인 기업 사진에서는 당당함과 편안함을 동시에 요구합니다. 기업으로서의 도전정신, 모험정신을 보여주어야 하고, 동시에 부드러운 기업문화를 놓치지 않으려는 의도입니다.
그런데, 그게 쉽지는 않습니다. 적게는 대여섯, 많게는 백 명 단위의 사진에서 사람들의 개별 표정을 통제하기는 어렵고, 하나의 순간에 모든 사람의 얼굴을 최고의 표정으로 묶어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그룹사진이라고 해도, 그 규모에 따라 촬영 방식을 다르게 해야 합니다.
우선 규모가 큰 단체사진의 경우, 개인적으로는 안전하게 가는 게 상책인 것 같습니다. 백 명 단위의 단체사진에서 온갖 새로운 시도를 해보았지만, 실패하고 수습하느라 힘들었던 기억이 많습니다. 우선 인원이 많으니 통제가 어렵고, 포즈 하나 바꾸거나 위치를 조금만 옮기고 싶어도 시간이 너무 걸립니다. 그리고 모델들이 조금씩 귀찮아하고 지루해하기 시작하면 그날 게임은 답도 안 나오는 겁니다.
보통 대형 단체사진의 경우 사전답사를 통해 미리 위치를 선정하고, 의자 등 필요한 소품을 준비시키고, 조명을 어떻게 쓸지 계산하고 필요한 전력을 끌어오는 것까지 사전단계로 진행합니다. 그리고 촬영 당일에는 최대한 신속하게 촬영을 진행시켜야 합니다. 전체 분위기가 지루해지기 전에, 다들 괜찮은 기분일 때 마무리 지어야 합니다.
가까이에서 광각렌즈로 찍는 것 보다는 가능하면 거리를 확보해서 표준 렌즈로 촬영하는 것이 더 안정적인 느낌을 만듭니다. 사다리를 써서 높은 곳에서 촬영하는 것도 쉽고 강력한 방법 중에 하나이고요. 아예 건물 위에 올라가서 찍기도 합니다.
인물사진이란 그 인물의 특별한 인상이 드러나는 순간을 포착하는 작업입니다. 그 순간에 사진가의 인상까지 보태서 최종적인 이미지를 만들지요. 그래서 저는 촬영 때 가능하면 모델을 가만히 두는 편입니다.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면서 그 모델이 제가 생각하지 못 했던, 또는 상상했으나 구체적으로 떠올리지 못 했던 표정을 만들어 내 줄 때를 기다립니다. 하지만 대형 그룹사진에서 이런 접근법은 쉽지 않습니다. 촬영 초기에는 어떻게든 해보려고 했지만 안 되더군요. 그래서 대형 그룹사진에서는 저도,
"김치~!"
이런 거 합니다. 그리고 퇴근하고 밥먹으러 가는 이야기하면서 다들 웃기를 기다리거나 그럽니다.
건물 지하에 있는 공간을 촬영 장소로 결정했습니다. 의자를 하나씩 놓아가며 스탭들을 앉혀서 구도를 짜 봅니다.
기본 조명을 맞추고, 모델들을 차례로 맞춰 봅니다.
촬영 후에는 가능하면 비어있는 공간을 한 장 더 찍어두는 게 좋습니다. 후반 포토샵 작업에 유용하게 쓸 수 있거든요.
현장 조명이 노란 색이니까, 역시 조명 앞에 노란색 젤을 붙여서 조명 색이 잘 어울리도록 합니다.
대형 그룹사진이 직업사진가로서 어쩔 수 없이 찍어야 하는 사진이라면, 그보다 규모가 좀 작은, 10명 내외의 그룹사진은 한 번 놀아볼 만한 작업입니다. 화면을 짜고 모델들을 요리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서두가 길었지만, 사실 오늘 이야기하려는 주제는 이 정도 규모의 사진입니다.
이 규모의 그룹사진을 찍을 때 제가 가장 중요하게 고민하는 것은 화면의 구도를 짜는 일입니다. 모든 인물을 하나의 선상에 세우거나 V자 형태로 배치하는 그런 사진은 별로 안 좋아합니다. 자연스럽게 흩어진 듯 모인 듯 배치하되 그 안에서 리듬감이 있어야 합니다. 낮고 높고, 앞서고 뒷서고, 크고 작고, 밝고 어두운 것이 모두 조화로워야 합니다. 이 작업은 어렵지만 재미있기도 합니다. 우선 너무 산만하지 않은, 좋은 배경을 찾습니다. 의자는 몇 개를 놓을 지, 몇 명을 세울 지 간단하게 개념을 잡고, 현장 스탭들을 데리고 시험 촬영을 합니다. 모델을 지금부터 세워버리면 너무 오래 걸리니까요. 그런 다음에 조명을 세우고, 화면을 확인해서 대충 준비가 된 것 같으면 모델들을 불러들입니다.
인물들은 중요도에서부터 생김새, 몸집, 그 날의 의상에 이르기까지 모두 고려의 대상이 됩니다. 이 변수들을 조합해서 마침내 가장 그럴 듯한 배치를 찾아야 합니다. 촬영보다 오히려 더 많은 시간을 쓰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 시간 동안 모델 한 명 한 명과 눈맞추고 위치나 포즈를 이야기하면서 관계를 만듭니다.
모델의 위치를 수정하는 과정과 동시에 조명 세팅도 체크합니다. 단체사진에서는 가능한 모든 인물에게 고른 빛이 들어오도록 합니다. 현장 조명이 오로지 자연광 뿐이라면 문제 없습니다. 맑으면 맑은 대로, 흐리면 흐린 대로 대체로 동일한 빛이 떨어지니까요. 다만 이때는 배경도 역시 동일한 빛을 받아서, 인물을 강조하기가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요. 그래서 자연광에서 단체사진을 찍을 때는 자연광을 주로 쓰고, 약간의 하이라이트 조명을 보태서 입체감을 드러내는 방법을 주로 씁니다.
우선 현장에서 스탭을 세워 대충의 느낌을 파악합니다.
조명과 소품이 자리를 잡고요.
지난한 수정 과정을 거치면서 모델의 최종 위치, 조명의 최종 광량을 결정합니다.
자, 준비됐나요? 찍습니다. 하나, 둘, 셋!
실내 인물사진에서는 보통 대형 사이즈 소프트박스나 엄브랠러 등을 써서 여러 사람에게 비슷한 정도의 빛이 떨어지도록 합니다. 스냅 촬영일 경우 천장 바운스 조명을 쓸 때도 있지만, 이 경우 빛은 약간 심심한 인상이 있어서 제대로 세팅해서 찍는 사진의 경우 저는 바운스 형태의 조명은 잘 쓰지 않습니다. 그것보다 대형 소프트박스를 양쪽에 배치하고, 필요에 따라 광량을 조절하면서 대비를 만드는 방식을 선호합니다. 배경을 함께 밝혀야 할 경우에는 반투명 엄브랠러를 쓰면 좋습니다. 인물들 주변의 배경을 최대한 살릴 지, 아니면 누를 지, 자연광을 살려서 찍을 지, 아니면 인공광으로만 찍을 지에 따라 광량과 조명 악세사리를 선택합니다. 광량 선택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조리개값입니다. 그룹사진이니까 여러 사람이 앞뒤로 설 경우가 많고, 지나친 개방조리개는 앞 사람만 선명하고 뒷사람은 흐린 참사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전체 인물들을 선명하게 보여줄 수 있는 심도를 확보해야 하고, 그만큼의 광량을 준비해야 합니다.
야간조명이 켜진 상하이 와이탄이 배경입니다. 몇 시간 전부터 와서 미리 위치와 각도를 살피고 조명을 준비합니다. 비가 내려서 조명에는 급하게 구해온 쓰레기봉투를 씌웠습니다.
우선 스탭들을 세워서 대충의 느낌을 파악합니다. 그런데 왜 건너편 빌딩들은 불을 안 켤까요? 마음이 불안하기 시작합니다.
다행스럽게 건너편 건물들은 조명을 밝혔습니다. 이제 다양한 분위기를 만들며 좋은 표정을 잡아내는 것만 남았습니다.
좋아요. 부어요. 마셔요.를 외칩니다. 에디터의 OK 사인은 아직 안 나왔습니다.
아마 최종 컷이었습니다. 최대한 카페 현장 조명이라는 생각이 들도록, 오른쪽 왼쪽 조명에 각각 노란색, 파란색 젤을 붙였습니다.
꼭 모든 인물을 동시에 조명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럴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요. 경우에 따라서는 두 세 명 단위로 끊어서 조명하기도 합니다. 카메라를 삼각대에 고정한 후, 조명을 들고 이동하면서 원하는 인물에 따로 조명한 후 포토샵에서 여러 사진을 합성합니다. 주로 컨트라스트가 강한 사진을 만들어야 될 경우 이 방법은 적은 개수의 조명으로 강력한 효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모델들이 제자리에 섰고, 조명 세팅도 다 됐습니다. 자, 이제 쇼타임입니다. 최대한 모델들과 소통하면서 개개인의 표정을 살피고, 나아가서 군집의 표정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물론, 이 경우도 필요하면 좋은 표정의 사진들을 모아서 합성하는 가능성도 열어 두어야지요. 없는 표정을 만들어 낼 수는 없지만, 있는 표정을 조합할 수는 있으니까요. 저는 그렇게 작업합니다.
다음 번에는 실내 클라이밍 사진 이야기로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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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오는 길,
안녕하세요.
사진찍는 반치옥입니다.
STUDIOMOBE (스튜디오 모비.라고 읽습니다;;) 반치옥사진관은
제주시 애월읍 장전리 332-3번지에 있습니다.
구주소 외우기 어려우시죠? 지도로 검색해 보면 이상한 비닐하우스 몇 동만 보입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지금 막 건축 시작했거든요.
아마 2017년 10월 가까워야 작업실이 완성될 것 같습니다. 새 길이름 주소도 그때 되어서야 나올 테고요.
그러니까 그때까지는 출장 촬영입니다. ㅎ
어떤 촬영이든 가능하지만 무조건 출장촬영이어야 한다는 것.
작업실이 완성되면 깔끔한 새 주소와 사진들을 올릴게요.
촬영 문의는,
forgogh@gmail.com
010 2771 9911
이렇게 연락주시면 됩니다.
어떤 촬영이든 문의해 주세요.
반치옥사진관, 사진은 참 잘 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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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의 현장] 노란색 와인을 만들어 주세요.
안녕하세요.
사진찍는 모비입니다. 이 게시판에는 촬영 현장 이야기를 올릴 작정입니다.
상업사진이 취미사진과 구분되는 큰 지점 중에 하나는 아무래도 조명의 활용일 겁니다.
그래서 촬영 현장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사진과 함께, 조명 활용에 초점을 맞춰서 하나씩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지난 사진들을 되돌아 보는 의미도 있을 테고요. 이 글을 읽으시는, 사진을 취미로 하시는 분들께는 조명에 대한, 그리고 촬영 전반에 대한 작은 힌트라도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첫 이야기는, 비교적 최근에 작업한 인물 사진입니다. 아, 제가 주로 찍는 분야는 인물사진과 건축사진입니다. 두 분야는 사실 많이 다른데요. 뭐, 그때마다 그에 맞는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이번 촬영의 클라이언트는 중국 와인 브랜드였습니다. 우선 촬영지까지 가는 것부터가 난관입니다. 대부분의 경우에 클라이언트는 빠듯한 예산으로 촬영을 진행합니다. 촬영은 중국 우루무치 남쪽의 작은 도시에서 진행했습니다. 사실은 그곳에서 다시 한 시간 이상 차를 타야 하는 곳입니다. 대규모의 포도밭이 필요하니까 도시 근교로는 어려우니까요.
그럼 이때부터 몇 가지 문제가 생깁니다. 우선 예산 때문에 어시스턴트를 데려 갈 수가 없습니다. 혼자 비행기를 갈아타며 가야하니까 장비도 최소한으로 챙겨야 합니다. 기본적인 카메라 장비, 테더링 촬영과 데이터 백업에 필요한 노트북, 조명 두 개와 베터리 충전기 등, 4일 동안 필요한 옷가지 등 최소한으로 챙겨도 트렁크 네 개가 나옵니다. 자, 어쨌든 준비는 됐습니다.
비행기가 우루무치 남쪽, 티엔산 산맥을 넘어가고 있습니다.
지방 도시의 작은 공항은 비행기에서 내리면 공항 건물까지 직접 걸어가야 합니다.
몇 장 안 되는 사진을 긴 시간 동안 작업하는 경우가 있고,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사진을 작업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 촬영은 후자였습니다. 회사의 전체 임원 사진을 다양한 형태로 찍어야 합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자신과의 타협이겠지요. 모든 클라이언트가 완벽한 수준에 도달한 사진을 원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들이 원하는 쓰임에 부합하면 됩니다. 포토가 보기에 조명이 하나 부족해도, 각도가 조금 아쉬워도 그걸 하나하나 다 만져가며 작업할 수 없습니다. 한계를 인정하고 다음 컷으로 넘어가지 않으면 예정된 일정 안에 끝낼 수 없으니까요. 어디까지 고집을 부리고 어디서부터는 내려놓을 것인지 결정해야 합니다.
검은 배경천을 내려서 개인 프로필 작업을 우선 하루 동안 진행했습니다. 남자의 경우에는 조명 각도를 과감하게 써서 강한 인상을 만들었습니다. 여자의 경우에는 조명 두 개를 아래위로 써서 화사한 느낌으로 만듭니다. 남성을 조명하는 방식으로 여성을 조명하면, 상당한 경우에 좋은 반응을 얻기 어렵습니다.
욕심을 냈던 와인저장고 촬영은 삼 일째에 진행했습니다. 지하저장고는 상상보다 더 거대했고, 추웠습니다. 그리고 전량 프랑스에서 수입하는 와인통에 어울리지 않게 낮은 색온도, 그러니까 푸른빛이 도는 조명이 공간 전체를 비추고 있었습니다. 우선 이 푸른빛을 해결해야 합니다.
프로포토 OCF 컬러젤입니다.
노란색과 더 노란색. 두 가지를 한 공간에 쓰면 색을 다양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조명 앞에 노란색 젤을 붙입니다. 이렇게 노란색으로 바꾼 조명을 강하게 쓰면 기존 실내 조명을 압도할 수 있습니다. 저장고 전체에 노랗고 붉은 기운을 넣어서 고풍스러운 내부에 어울리는 색을 만드는 것이지요. 두 조명에 쓰는 젤은 같은 색으로 쓸 때도 있지만, 저는 노란색과 좀 더 노란색, 두 가지를 씁니다. 그러면 사진 전체가 하나의 컬러로 묶이지 않고 그 안에서 다른 층을 만들어 낼 수 있거든요. 조명 하나는 인물에 맞추고, 나머지 하나는 배경을 가장 인상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위치에 둡니다. 인물에만 맞추면 이토록 매력적인 환경을 하나도 보여줄 수 없으니까요.
자, 조명은 준비됐습니다. 이제 인물을 불러야죠.
이 와이너리의 맛을 책임지는 담당자입니다. 와인을 체크하는 여러 동작을 보여달라고 주문한 뒤 그 중에서 가장 사진적으로 어울리는 동작으로 결정합니다. 옷이 조금 마음에 안 들고, 허리를 좀 더 세우고 싶고, 배를 좀 더 넣고 싶지만 일정상 계속 붙들고 있을 수 없습니다.
저장고와 쇼룸을 돌아다니고, 저녁마다 와인으로 파티를 하며 4일의 일정을 마쳤습니다. 촬영은 4월 초였는데, 중국 신장 지역의 포도밭은 혹독한 겨울 동안 포도나무 줄기를 모두 땅 속에 묻어둡니다. 그리고 5월 즈음에 다시 줄기를 꺼내 지지대에 연결하면 올해의 포도가 시작되는 겁니다. 아쉽게도 잠시 둘러본 포도밭은 지지대 밖에 없는 황량한 흙바닥이었습니다. 포도덩굴은 볼 수 없었지만, 산맥 아래까지 끝간 데 없이 뻗은 그 규모는 상상의 경계 밖이었습니다. 신장은 올 때마다 사람이라는 존재를 너무 작게 만들지만, 그 황량한 땅을 끝끝내 개척해내는 사람을 또 위대해 보이게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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