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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재간
소소재간
친구의 작업실 겸 작은 매장이 문을 열었다. 소소하게 떡을 마련해서 동네 이웃들에게 돌리고 치열하게 만든 소소한 것들이 판매 테이블 위에 자리를 잡았다. 며칠 전 갔을 때만 해도 워낙 진도가 안 나가서 이게 도대체 약속한 날짜에 될 일인가 싶었는데, 둘은 어엿하게 예고한 날짜에 문을 열었다. 며칠 밤을 새웠겠지만.
그래피티 작업을 하던 한디와 옷을 만들던 아내는 제주를 기억할 만한 작은 것들을 만들고 모아서 가게를 열었다. 자신들처럼 수줍게, 가게 이름도 소소.한 재간.이란다. 예쁜 이름이다.
이 섬은 멋지고 독창적인 사람들이 많이 모여든 곳이니까 그런 사람들을 닮은 가게도 많다. 그것들 모두 제 색깔로 빛났으면 좋겠다. 제주 정착 넉 달 만에, 나도 지인 가게라고 소개할 만한 곳이 하나 생겨서 좀 뿌듯하다. 한 뼘쯤 더 제주사람이 된 것 같아서.
개업축하하러 가서 나는 잡동사니를 넣어다닐 작은 천가방을, 아내는 아이패드를 넣을 파우치를 샀다. 마루는 개업 파티용으로 준비해 둔 사탕을 여러 개나 먹었다.
소소재간. 소소한 빛들이 오후마다 재잘거리기를 빈다.
- 귀덕사거리에서 보면 그래피티로 벽을 채운 가게가 보인다. 당근케익 가게 옆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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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느리게 가는데 세월은 참 빨리도 간다.
얘야, 시간은 느리게 가는데 세월은 참 빨리 간다.
백발의 할머니는 이제 가끔씩은 치매 기운도 있다고 했다. 마냥 꼿꼿해 보이시는데, 어떤 날은 하루 열두 통도 넘게 전화하신다고 했다. 마침 찾아뵈었을 때는 가만 방에 앉아 계시다가 우리 일행을 보고 말씀하셨다.
시간은 느리게 가는데 세월은 참 빨리도 간다. 사는 게 그렇다.
아직 세월을 살아보지 않은 나는 다만 그 말이 아름답게만 들렸다.
그러게요, 할머니. 여전히 참 정정하세요. 백발이 보기 좋아요.
아름다운 말을 잊을까 봐서, 돌아나와 얼른 메모장에 받아적었다.
창문을 열어 두니 침대 위로 빛이 떨어진다
섬 날씨는 종횡무진한다.
바람이 오고 가기를 멈추지 않고 해는 났다가 숨었다가 한다.
계속 흐리다가 잠시 빛이 났다.
창문을 열어 두니 침대 위로 빛이 떨어진다.
추워서 못 나가니까, 방에서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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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122 마루 촬영노트
마루가 찍고 아빠가 고르다.
아빠, 엄마는 이불 찍은 저 사진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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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나무에서 태어나지요
바람은 나무에서 태어나지요
나무가 흔들리니까요
아, 그럼 바람은 새똥을 먹고 살겠다
새가 나무에 똥을 싸고 가니까요
- 바람에 대한 마루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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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개껍질은 단골이다.
다섯 살 아이는 스폰지처럼 인식하는 모든 것을 빨아들인다. 제주로 내려온 그래피티 아티스트 한디는 최근 자주 만나는 이웃이다. 한디 부부는 곽지 근처 길가 집을 얻어서 소품을 만들며 지낸다. 마루는 한디 삼촌 집에 가면 바로 앞에 바다가 있어서, 한디 삼촌이 잘 놀아줘서, 갈 때마다 구워먹는 고기가 맛있어서 한디네 집을 좋아한다.
한디가 작업하는 걸 구경하더니 이제 어디 바다에 가면 꼭 나무조각을 주워서는 한디 삼촌에게 줘서 작업하게 해야한다고 말한다. 조개껍질은 단골이다. 마루가 보기에, 이런 것들은 마땅히 한디 삼촌의 작품 재료가 되는 것이다.
보는대로 배운다. 어제 바다에서 엄마 선물이라고 주워 온 조개껍질 하나를 꺼내놓고 색칠을 시작한다. 바다탐험대 옥토넛의 기지를 종이 박스로 만들어 놀았는데, 작은 장난감 인형들은 조개껍질 색칠에 모두 출동했다. 아내는 색칠놀이용 물감을 모두 꺼내줬다. 마루는 고둥 껍질을 여러 가지 색으로 칠했다. 한디네 집에서 본 그대로다. 며칠 전 바닷가 카페에서도 비슷한 것을 보았었다.
마루는 제가 그린 것이 썩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그런데 바닥에 묻어서 굳어버린 물감은 잘 안 지워지네? 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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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가 찍은 사진
이 사진들은 모두 마루가 찍었다. 내 카메라 Ricoh GR2를 썼다.
마루가 사진찍는다. 오전에 아내는 회의하러 가고, 마루와 둘이서 바다에 갔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따뜻한 거 한 잔만 하자고 마루를 꼬드겼다. 바다 앞 카페에서 핫초코를 나눠마시는데, 마루가 사진찍는다. 그냥 시늉이 아니라, 진짜 찍는다.
아, 아들이 사진을 찍는다.
카페 안에 있는 큰 토토로 인형을 찍고, 색깔이 화려한 맥주병을 찍고, 아빠에게 브이.하라고 찍고, 창밖으로 보이는 바다를 찍는다. 카페를 나오다가 여러 색깔로 칠한 소라껍데기를 보며,
아빠, 정말 예쁘죠! 정말 예뻐서 내가 꼭 찍고 싶었어요.
하며 찍는다. 사진이 무엇인지, 사진을 찍는 행위가 무엇인지 이제 알기 시작한다. 다섯 살은 그런 나이인가. 사진도 제법이다. 초점이 나가도, 수평이 안 맞아도, 흔들려도 괜찮다. 다행스럽게도 네 아빠는 사진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이고, 다양한 시선의 사진을 두루 잘 볼 수 있는 사람이다. 다행스럽게도.
마루가 찍은 사진은 썩 좋다. 아이의 높이에서 찍은 사진은 내가 보는 세상과 달라서 신선하게 보인다. 조금씩, 사진으로 대화하는 방법을 알려줄 수 있겠다.
유치원 고학년쯤 되면 여친 사진 찍어서 포토샵 돌린다고 아빠 컴을 뺏을 날이 올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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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118
1월18일 페이스북 메모를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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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비행기로 도착해서 택시 타고 집에 도착했다. 아내는 아직 밤 운전이 서투니까. 아내가 잘 교육시켜서, 문 열자마자 마루는 달려와서 안겼다. 새로 사 온 작은 자동차를 꺼내서 잠시 점수를 땄다. 와인레드 색깔이 매력적인 12cm 맥퀸 자동차다. 마루는 이게 뭐가 좋은 건지 모른다. 타오바오를 다 뒤져도 이 사이즈에 이 색깔은 하나 밖에 없었는데. 너는 아직 안목이 없다! 마루는 방으로 가서 갖고 있던 장난감들에게 새 장난감을 인사시켰다. 식구가 늘었다.
아이가 잠들고, 아내와 도란도란. 지난 열흘 넘는 시간 동안 출장 이야기도 하고, 만났던 사람들, 새로 한 생각들을 이야기했다.
없는 동안 바람이 빠져버린 자동차를 수리해야 하고 집 짓는데 필요한 사전 작업을 해야 하고 인허가 문제도 챙겨야 한다.
집 오니까 참 좋다.
다시 제주.
170114
1월 14일. 페이스북 메모를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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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한 가지 통로만 가지는 것이 더 멋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이렇게도 할 수 있고 저렇게도 할 수 있는 사람 말고, 자신이 지닌 단 하나의 수단으로 밖에 전할 수 없는, 그래서 그 하나의 수단에 절대적으로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작가가 더 멋있다.
그 하나의 수단을 빼면 불구에 가까워서 차라리 안스럽다. 안스러워서 아름답고 멋있다. 여러 예술 장르를 넘나드는 사람도 있다. 그들은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작가상은 아니다. 내 기준에서 보면 그들은 엔터테이너에 가깝다.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작은 창문만 가진 사람. 그 작은 창문으로 어떻게든 바깥을 보고 바깥에 소리치려는 작가의 절박함은 진심일 거다. 그런 작품을 듣고 보는 마음이 어찌 행복하지 않을까.
전인권의 노래 부르는 모습이 점점 힘겹다. 말도 점점 더 어눌해 진다. 그 어눌한 몇 마디 말을 마치고 노래를 시작할 때, 절박하고 절대적인 아름다움이 그에게 깃든다. 아, 예술가여.
어르신, 오래 건강하시라. 부디.
오랜만에 간 난징은 마침 날씨가 좋았다. 클라이언트는 준비가 덜 됐고, 나는 장비만 남겨두고 빈손으로 돌아왔다. 다음주에 다시 가서 찍기로 했다. 기차 타고 오가는 시간이 휴식같아서, 추가촬영 요구를 가볍게 받았다.
170108
낯선 것을 보여주는 사진은 시선을 끈다. 오지의 풍경, 이국의 사람, 갈 수 없는 곳을 찍은 사진은 그 내용으로 충분히 신선하다. 보는 재미가 있다.
낯설게 보여주는 사진도 시선을 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익숙하다고 믿었던 일상의 풍경이 한 장의 사진 속에서 생소한 대상으로 바뀌어 있을 때, 낯선 인상으로 드러날 때, 관람자의 당연함은 흔들리고 즐거운 충격을 받는다.
사진가는 다양한 방식으로 ‘낯설게 보여주기’를 시도한다. 카메라와 렌즈의 다양한 효과를 활용하거나 인상적인 빛을 발견하거나 때로 만들고 어울릴 수 없는 것을 한 화면에 조합하거나 시선이 포착할 수 없거나 포착하지 않는 순간을 노리기도 한다. 어떻게든 인식에 대한 기존의 공식을 깨려고 애쓴다.
사진가는, 당신의 확고한 질서에 균열 하나 내겠다고 악을 쓰는 악동이다.
뭐, 사진가 뿐이겠냐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