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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HADAI 라는 옷이 있는데요,
OSHADAI라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중국 브랜드이고요. 매장은 상하이에만 있습니다. 작은 독립 브랜드죠. 주로 옷을 만들고, 주방이나 거실에 쓰는 패브릭 제품이나 소품을 만듭니다. 한글로는 오사다이. 중국어로 쓰면 哦沙袋입니다. 哦는 '오!'라는 감탄사가 되고요. 사다이沙袋는 모래주머니라는 뜻입니다.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작은 모래주머니, 바로 그겁니다. 그러니까, 오!모래주머니! 라는 브랜드입니다.
한 명의 디자이너가 모든 것을 디자인하고, 고향의 작은 공장에서 수공예로 제품을 만들어 냅니다. 디자이너가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영감을 수집하고, 유럽과 일본 등지에서 패브릭을 구해 오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오사다이의 디자이너를 인터뷰하는 잡지의 에디터와 함께 포토 자격으로 갔었습니다. 그리고 한참 뒤에 연락 받았습니다. 제가 찍은 사진이 참 마음에 들었다고, 기존에 찍혔던 다른 많은 잡지의 사진과 달랐다고. 그러니까 자기 브랜드 화보 작업을 같이 하자는 제안이었습니다. 그게 벌써 몇 년 전입니다. 그 뒤로 우리는 1년에 두 번씩, 시즌 화보를 찍고 있습니다. 이제는 사는 이야기 나누는 친구 사이가 되었습니다. 시즌 촬영이 끝나면 보통 찜해 둔 외투를 아내에게 선물합니다. 물론 조금 할인은 받습니다. 소재가 무척 좋아서 입고 있으면 보기 좋습니다.
대규모 브랜드가 아니어서 작업의 자유도는 훨씬 큽니다. 우리는 함께 모여서 아이디어를 산처럼 쌓아댑니다. 그렇게 쌓인 생각의 산에서 한 삽씩 퍼내면서 꼭 찍어야할 사진, 꼭 필요한 느낌만 남깁니다. 물론 현장에서 찍다보면 어느새 생각도 못한 계곡도 생기고 숲도 생기는 건 어쩔 수 없고요.
나중에 한 마디 덧붙이더군요.
네 사진, 참 좋아.
그런데 그거 좋아할 사람, 많지 않을 걸?
칭찬인 지 욕인 지, 안타깝게도 지금까지는 대충 맞는 말 같네요.
오사다이의 여러 사진에 대해 나중에 더 적을 일이 있겠지만, 우선 오늘 적는 것은 2017 S/S 시즌 작업입니다. 2016년 겨울에 찍었으니까 한참 전이네요. 보통 한 시즌에 20장 조금 넘는 사진을 씁니다. 찍은 사진들 중에 몇 번 걸러내고 나면 그래도 200여 장 넘게 남는데, 그 사진들을 모두 프린트해서 펼쳐놓고 같이 스토리를 짜면서 남길 사진과 순서를 결정해 갑니다. 보여줘야 되는 옷, 드러나야 되는 디테일이 있으니까 선택의 기준은 냉정하고 잔인합니다.
이번 시즌에는 유난히 남기고 싶은 이야기가 따로 있었습니다. 찍어두고 보니 그렇더라구요. 그래서 최종 인쇄 선택과 상관없이 별도의 스토리라인 하나를 적고 싶었습니다.
저기, 나 따로 사진 좀 추려서 블로그에 올려도 될까?
그럼, 물론이지.
그래서 골랐습니다. 물론 이 대화는 몇 달 전이었고요. 하하.
덧붙일 이야기는 없습니다.
다만, 사진가로서 이야기 하나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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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살 마루, 만년필을 가지다
"아빠, 놀아주세요.
"잠시만, 아빠 이거 메모 좀 해야 해.
혼자 놀기 심심한 마루는 슬며시 아빠 옆으로 온다.
"이건 뭐예요?
"만년필
"나도 해 볼래요.
어떻게 쥐는 지, 왜 색연필처럼 누르면 안 되는 지 알려준다. 조심스럽게 마루가 그리는 글씨같은 그림. 딴에는 글자를 쓰는 거다. 세게 눌러쓰면 안 된다니까 겨우 닿을 듯 말 듯 종이 위를 지나는 만년필의 촉.
"아빠, 나 안 누르고 잘 했지요?
"마루, 만년필이 재밌어?
"네!
"마루 만년필 하나 줄까?
중국 마트에서 급하게 샀던, 여권지갑에 넣어두었던 만년필을 꺼냈다. 잉크는 벌써 말랐다. 물에 넣어서 굳은 잉크를 푼 다음 새로 잉크를 넣었다.
"마루야, 만년필은 손에 잉크가 묻고 불편한데, 글 쓰는 사람한테 참 멋있는 거야.
스케치북 몇 장을 크레파스 대신 만년필로 채우더니 이내 손에 묻은 잉크를 씻겠다며 나간다. 만년필은 아무렇게나 놓아두고. 다 쓴 후에는 꼭 캡을 닫으라고 알려주고 슬쩍 다시 회수해서 서랍에 넣었다. 어디에 두더라도, 이제 마루 만년필이다.
만년필이라...
마루는 어떤 글을 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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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의 현장] 클라이머의 등근육 구경하세요.
안녕하세요. 모비입니다.
간밤에 이상하게 잠을 못 잤네요. 한밤중에 깨어서 잠시 뭔일인가 상황 파악을 하고, 곧 잠이 오겠지 생각하면서 두어 시간 뉴스를 보다가, 들어가서 다시 누웠는데 결국 잠은 안 오고, 내 이불을 아내와 마루에게 덮어주고 나오니 어느새 창 밖에 푸른 빛이 돕니다. 새벽 낚시라도 가 볼까 하다가 시간이 어중간하고, 안 되겠다 싶어 글이나 쓰려고 준비해둔 사진들을 엽니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차라리 처음부터 글 썼을 걸요.
[사진가의 현장] 세 번째군요. 오늘 하려는 이야기는 실내 암장 사진입니다.
암벽은 개인적인 취미이기도 해서 오래도록 지켜봤습니다. 클라이머를 지켜보고 있으면, 동작은 마치 벽 위에서 춤추는 것처럼 아름답습니다. 비교적 낮은 3~4미터 높이의 벽에서 고난이도 동작을 구사하는 형태를 볼더링이라고 하는데요. 높이가 낮은 대신 하나하나의 동작(클라이밍에서는 무브라고 부릅니다.)이 클라이머의 한계를 시험하는 정도인데 힘과 균형을 모두 요구합니다. 손가락 하나 겨우 버티는 동작에서 발끝으로 체중을 지지하며 몸을 움직여 갈 때, 저것은 춤이구나. 싶습니다.
사진가의 마음이 어디 갈까요. 저거 저, 꼭 찍어봐야겠다. 벼르고 있었습니다. 상업사진을 직업으로 하면, 찍고 싶은 사진보다 찍어야 하는 사진이 월등하게 많습니다. 내가 원하는 사진보다는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사진이지요. 종일 촬영하고 파김치가 되어 돌아오면 카메라는 무겁기만 하고 다시 쳐다볼 힘도 없습니다. 없는 힘으로 다시 카메라를 드는 것은 결국 다음 클라이언트가 부를 때지요. 그러다 보면 상상하는 이미지를 만들 기회는 점점 줄어듭니다. 점점 소모되는 겁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욕심나는 프로젝트를 따로 만듭니다. 컨셉을 구상하고, 적당한 모델을 찾고, 부탁하고, 내 돈을 써서 준비하고, 촬영합니다. 개인작업은 우선 원하는 조명을 내 마음대로 써도 되고요. 결과물에 대해 평가받을 일도 없으니 마음 편하게, 놀이하듯 찍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한 번씩 이렇게 내 맘대로 찍어서 쓸 만한 사진 몇 장 만들고 나면, 아, 나 사진가구나.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상하이에 있을 때 자주 가는 암장 주인장과 제법 친해졌을 무렵입니다. 컨셉을 설명하고 제안했더니 당연하게 환영합니다. 설명했다고는 했지만 아직 세상에 없는 사진을 만들 텐데 그게 말로 제대로 설명이 되지는 않습니다. 괜찮습니다. 상상하는 이미지를 만들어 내서 보여주면 아마 깜짝 놀랄 겁니다. 그 감탄의 예상까지 즐거운 게 개인작업이지요. 난장판을 벌여놓고 엄마의 등장을 기다리는 마루의 심정이 그럴 겁니다.
Part 1.
이 암장은 쇼핑몰 꼭대기층에 있어서 위쪽으로 자연광이 들어옵니다. 의도한 사진은 주변이 완전히 어두워야 되니까, 늦은 오후쯤 도착해서 장비를 준비하며 해가 지기를 기다립니다.
조명은 두 개를 씁니다. 하나는 길쭉한 소프트박스를 장착해서 암벽 위에 올렸습니다. 이 조명이 근육의 질감을 최대한 강조해서 보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왼쪽에 있는 조명은 탑조명 하나만 썼을 때 생길 단조로움과 암부의 위험으로부터 사진을 구할 겁니다. 위에 있는 조명에는 푸른색 젤을 쓰고, 왼쪽에 있는 조명은 좀 더 푸른색 젤을 씁니다. 서로 다른 색의 젤을 쓰는 이유는 지난 번 글에서 설명드린 적이 있는데, 색의 깊이는 더하기 위해서입니다.
오늘 주제는 클라이머의 등입니다. 클라이밍은 온 몸의 근육을 쓰는데, 오래 운동한 클라이머들의 등근육은 특히 탐스럽습니다. 여러 동작 중에서도 특히 등근육을 최대한 긴장시킨 포즈를 같이 연구합니다. 조명도 물론입니다. 만약 위에서 내려오는 조명이 밋밋하다면 근육의 질감을 묻어버릴 겁니다. 가로로 긴 형태는 클라이머의 다양한 동작에 대응해서 클라이머가 어디로 움직여도 빛이 닿을 수 있도록 하고, 앞뒤로 좁은 형태는 내가 원하는 클라이머의 등에만 수직으로 빛이 떨어지도록 돕습니다. 다른 곳까지 너무 밝아버리면 사진을 보는 시선이 산만해 질거니까요. 그건 제가 원하는 게 아닙니다. 옆에서 들어오는 조명도 빛을 끊어내는 반도어를 장착해서 최대한 좁은 범위로, 원하는 부분만 빛이 닿도록 합니다.
조금씩 조명과 포즈, 카메라의 세팅을 수정하며 준비가 완료됩니다. 자, 쇼타임! 무심한 듯했지만, 오늘 머리 새로 하고 온 암장 마스터입니다. 옷 입고 있을 때는 좀 마른듯 보이지만 벗겨보면 군더더기 없는 몸. 딱 필요한 근육만 남겼습니다.
암장의 신흥 주력입니다. 처음 암장 오픈할 무렵에는 암장 스탭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듯도 했는데 몇 년 사이 성실하게 운동한 표가 납니다. 평소 행동은 참 겸손한데 몸은 전혀 겸손하지 않네요.
암벽 동작 중에 다이노라고 부르는 동작은 아무리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 곳으로 가는 동작입니다. 점프죠. 조명 위치와 홀드 거리를 체크한 후 손 보다 더 높은 곳에 목표지점을 정합니다. 하나, 둘, 셋. 날아요! 마스터! 왼쪽을 비추던 포인트 조명은 이때 오른쪽으로 옮겨왔습니다. 아래쪽으로 그림자를 만드는 등근육의 조명은 위에서, 척추 홈에 그림자를 만드는 조명은 오른쪽에서 오고 있습니다.
촬영 위치를 바꿔서 탑조명이 있던 위치까지 올라갑니다.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촬영하고, 모델에게 겨우 잡을 만큼 높은 곳에 있는 홀드를 잡아달라고 부탁합니다. 상상하던 이미지하고는 조금 다르게 나오더군요. 이걸 제대로 수정하려면 조명 위치부터 시작해서 바꿔야 할 게 참 많아 보입니다. 아쉽지만 이 정도로 찍고 오늘은 마무리합니다.
Part 2.
두 번째 촬영을 진행합니다. 한 번 더 찍어야 하는 이유는 한 가지! 여성 클라이머를 꼭 찍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처음 촬영 때 남성 여성 클라이머를 모두 찍겠다고 마스터에게 말해두었는데 마스터는 아무래도 가볍게 생각하고 넘겼던 모양입니다. 마침 마음에 드는 친구가 있어서 부탁하고 한 번 더 날을 잡았습니다. 탱크탑 상의에 청바지를 입어달라고 주문했습니다. 모델은 몸풀기 중.
라이팅으로 없는 근육을 만들어 낼 수는 없습니다. 다만 조금 있는 근육을 많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가능합니다. 첫 번째 촬영과 같은 세팅으로 촬영합니다. 가능한 팔을 멀리까지 뻗은 후 체중을 실으면 어깨와 등근육이 도드라집니다.
예쁘장하게 포즈만 잡는 친구는 아닙니다. 실제 아마추어 대회에도 나가는 열혈 클라이머입니다.
예정에 없던 컷입니다. 연속으로 이어진 어려운 동작을 마치고 다음 촬영을 진행하기 전, 벽에 기대어 쉬는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철수하려던 조명을 잠시 멈추고 얼른 찍어둡니다.
이번엔 기울기 각도가 더 큰, 상대적으로 복근을 더 많이 써야하는 벽 앞에 세웠습니다. 조명은 거의 같은 형태로 씁니다. 역시 머리 위에 하나를 설치하고, 측면에서 하나를 더 씁니다.
몸풀기를 주문하고 모델의 동작을 살피면서 어떤 자세가 가장 어울릴까를 생각합니다. 이 컷은 얼굴은 예쁘게 나오는데 전체적인 선이 어지러워서 탈락한 B컷입니다.
이 벽에서 나온 A컷입니다. 시원스럽게 화면을 나누는 몸선, 잘 드러난 복근, 공중에 매달린 자세인데도 나른하게 늘어진 몸, 살짝 드러난 눈빛도 마음에 듭니다. 힘겹게 버티는 게 아니라 벽 위에서 유영하는 저 느낌이 좋습니다. 왼팔이 조금 더 보였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긴 합니다. 화면 왼쪽 바깥에서 들어온 조명이 하이라이트 조명입니다. 배경에 수직으로 걸린 등반로프는 지금 모델이 매달린 벽의 각도가 어느 정도인지 알려줍니다. 본래 아래 바닥이 조금 보이는 컷인데 후반 작업에서 바닥을 지워내고 이미지를 완성합니다.
마지막 세팅입니다. 양쪽에 푸른색과 더 푸른색 조명을 준비합니다. 본래 의도대로라면 완전히 검은 배경이 나와야 하는데, 현장 이 생각보다 넓지 않아서 조명이 뒷배경에 닿습니다. 이게 클라이언트가 있는 상업촬영이라면 어떻게든 장비를 동원에 빛을 끊어내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같이 놀아보자고 진행하는 촬영이니 현장에서 수습 가능한 수준으로 진행합니다. 저, 주문 받아서 찍을 때는 그냥 넘어가지 않습니다. 하하.
이 사진에서 강조하고 싶었던 부분은 외줄 로프입니다. 현장에서 해결하지 못 한 부분들을 후작업으로 덮었더니 효과가 과해보이는 부분도 없지 않습니다.
구경하던 마스터도 이 벽에서 한 장 남깁니다. 설렁설렁하는 것 같아도, 벽에 있을 때 저 사람 표정은 언제나 진지합니다. 안 시켰는데도 가능한 어려운 홀드를 잡고 고난이도 자세를 만들어 내는 당신은, 이 시대의 진정한 참 모델인입니다! 아, 아래 바닥 보이시나요? 저 바닥을 여자 클라이머 사진에서는 지워냈던 겁니다.
Part 3.
개인작업한 사진들을 중국 SNS에 공유했습니다. 중국은 웨이신微信, 영어로 위챗이라는 SNS를 가장 많이 씁니다. 카카오스토리처럼 개인의 이야기를 적는 것도 같습니다. 모델들도 자기 사진을 많이 좋아해서 자신의 계정에 모두 올려댔습니다. 그리고 한참 후 프랑스 인공암벽 회사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난징에 인공암벽 공사가 있는데 촬영을 의뢰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선순환. 좋습니다. 재미있고 싶어서 진행한 개인작업이 누군가의 눈에 들고 그게 상업촬영으로 연결됩니다. 시간낭비, 돈낭비는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알아주는 사람 없어도 괜히 혼자 흐뭇합니다.
난징 현장에 도착해 보니 아직 공사가 한창인데, 여기 오너는 이 암벽에 홀드를 박아넣기 전 모습을 찍어두고 싶었답니다. 태국에서 온 그래피티 아티스트가 막 그림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이걸 어떻게 찍을까 생각하다가 작은 조각사진들의 조합으로 진행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현장 실무자와 상의합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클라이언트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소용 없습니다. 촬영자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기존의 이미지와 다른 신선한 한 장을 만들고 싶지만,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는 대상을 홍보할 수 있는 안정적인 이미지를 요구할 때가 많습니다. 그때는 최대한 의견을 낼 수 있지만 최종 결정은 클라이언트의 몫이고 사진가는 그 부분을 존중해야 합니다.
다행스럽게도 1.조각 이미지의 합성 느낌으로 간다. 2. 푸른색 색감을 부분적으로 더해서 찍는다.는 두 가지 의견 모두 받아들여졌습니다. 인공암벽은 수십 조각의 면을 조금씩 각을 비틀어 가며 붙인 형태입니다. 어떻게 하면 이 다이나믹한 면의 조합을 잘 살려낼 수 있을 지, 동시에 그래피티를 잘 표현할 지가 숙제입니다.
촬영하기로 했던 첫 날은 한참 공사중이라 도저히 촬영을 진행할 수 없었습니다. 아쉽지만 대충 각도만 확인하고 다시 상하이로 돌아왔습니다.
푸른색 조명을 쓰겠다고 말했지만, 주제와 배경의 밝기 차이를 어느 정도 둘 지에 대해 의견이 갈렸습니다. 클라이언트는 가능한 배경도 밝기를 바랬습니다. 그에 따라 세팅을 조절합니다.
작업 중인 그래피티 작가 아미지를 촬영합니다. 우선 왼쪽에 조명 하나를 넣어서 다양한 각도로 조합된 벽면의 선이 잘 드러나도록 합니다.
그리고 작업대 위에 조명 하나를 올려서 작가 상반신에 떨어지는 빛을 하나 더 준비합니다. 저 빛이 너무 넓게 퍼지면 안 되니까 앞에 반도어를 달아서 빛의 범위를 제한합니다.
그렇게 해서 첫 번째 컷이 완성됩니다.
바닥을 정리한 후 기념사진 한 장 남기자고 작가를 벽 앞에 세웠습니다. 그래피티 작가인 동시에 클라이머이기도 한 모델은 클라이밍장비 브랜드인 블랙다이아몬드의 후원을 받고 있답니다. 로고가 꼭 나와야 된다며 후원사의 외투로 갈아입었습니다.
클라이언트에게 전달한 최종 이미지 중 메인컷입니다. 벽면의 입체감이 잘 살도록, 그러나 너무 넘치지 않도록 사진을 더하고 빼면서 최종 이미지를 만듭니다. 클라이밍의 역동적인 에너지가 드러나도록 사진의 바깥 테두리는 울퉁불퉁하게 남겼습니다.
다양한 입면을 볼 수 있는 디테일 컷도 필요합니다.
배경에 조명 하나, 모델의 오른쪽에 조명 하나를 두고 찍은 포트레이트입니다. 거대한 벽을 함께 볼 수 있도록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며 촬영합니다.
촬영이 끝난 벽에 프랑스 스탭이 홀드를 설치하고 있습니다. 홀드가 다 준비되고 사람들이 클라이밍을 시작하면 저 벽은 금방 때가 묻을 겁니다. 온전한 벽을 촬영해 두려는 클라이언트의 뜻을 이해할 법도 합니다.
암벽 촬영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생각해 둔 컨셉이 두엇 더 있기는 한데 당장 갈증은 풀었으니 아마 다시 암벽을 찍는다면 한참 지난 후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다음에는 인물사진과 함께 제 주 촬영대상인 인테리어 촬영 이야기를 적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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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의 현장] 그룹사진을 찍을 때 고민할 것들
안녕하세요.
이번에는 그룹사진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네, 여러 사람을 한 장에 찍는 그 사진입니다. 인물을 찍는다는 면에서는 공통점이 있겠지만, 그룹사진은 개인 포트레이트와는 또 다른 분야입니다.
포트레이트는 주로 한 명을 찍지요. 한 명의 모델에게 질문을 거듭하면서 그 사람에게 있을 것 같지만 발견되지 않았을 표정을 찾으려고 애씁니다. 집중하기에 좋고, 1대1의 구도로 모델과 겨루는 그 순간의 느낌도 제법 즐길 만합니다.
하지만 그룹사진은 여럿이 대상입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의 표정이 아니라 군집의 표정입니다. 군집의 표정은 개인 표정의 총합이 아니고, 새로운 하나의 표정일 겁니다. 사진 속의 개개인은 모두 웃고 있어도 군집의 표정은 무겁게 가져갈 수도 있고, 반대의 경우도 가능한 겁니다. 가족이라면 화목함을 강조할 수 있겠고, 스타트업 기업이라면 젊은 에너지를 연출할 수도 있겠지요. 일반적인 기업 사진에서는 당당함과 편안함을 동시에 요구합니다. 기업으로서의 도전정신, 모험정신을 보여주어야 하고, 동시에 부드러운 기업문화를 놓치지 않으려는 의도입니다.
그런데, 그게 쉽지는 않습니다. 적게는 대여섯, 많게는 백 명 단위의 사진에서 사람들의 개별 표정을 통제하기는 어렵고, 하나의 순간에 모든 사람의 얼굴을 최고의 표정으로 묶어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그룹사진이라고 해도, 그 규모에 따라 촬영 방식을 다르게 해야 합니다.
우선 규모가 큰 단체사진의 경우, 개인적으로는 안전하게 가는 게 상책인 것 같습니다. 백 명 단위의 단체사진에서 온갖 새로운 시도를 해보았지만, 실패하고 수습하느라 힘들었던 기억이 많습니다. 우선 인원이 많으니 통제가 어렵고, 포즈 하나 바꾸거나 위치를 조금만 옮기고 싶어도 시간이 너무 걸립니다. 그리고 모델들이 조금씩 귀찮아하고 지루해하기 시작하면 그날 게임은 답도 안 나오는 겁니다.
보통 대형 단체사진의 경우 사전답사를 통해 미리 위치를 선정하고, 의자 등 필요한 소품을 준비시키고, 조명을 어떻게 쓸지 계산하고 필요한 전력을 끌어오는 것까지 사전단계로 진행합니다. 그리고 촬영 당일에는 최대한 신속하게 촬영을 진행시켜야 합니다. 전체 분위기가 지루해지기 전에, 다들 괜찮은 기분일 때 마무리 지어야 합니다.
가까이에서 광각렌즈로 찍는 것 보다는 가능하면 거리를 확보해서 표준 렌즈로 촬영하는 것이 더 안정적인 느낌을 만듭니다. 사다리를 써서 높은 곳에서 촬영하는 것도 쉽고 강력한 방법 중에 하나이고요. 아예 건물 위에 올라가서 찍기도 합니다.
인물사진이란 그 인물의 특별한 인상이 드러나는 순간을 포착하는 작업입니다. 그 순간에 사진가의 인상까지 보태서 최종적인 이미지를 만들지요. 그래서 저는 촬영 때 가능하면 모델을 가만히 두는 편입니다.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면서 그 모델이 제가 생각하지 못 했던, 또는 상상했으나 구체적으로 떠올리지 못 했던 표정을 만들어 내 줄 때를 기다립니다. 하지만 대형 그룹사진에서 이런 접근법은 쉽지 않습니다. 촬영 초기에는 어떻게든 해보려고 했지만 안 되더군요. 그래서 대형 그룹사진에서는 저도,
"김치~!"
이런 거 합니다. 그리고 퇴근하고 밥먹으러 가는 이야기하면서 다들 웃기를 기다리거나 그럽니다.
건물 지하에 있는 공간을 촬영 장소로 결정했습니다. 의자를 하나씩 놓아가며 스탭들을 앉혀서 구도를 짜 봅니다.
기본 조명을 맞추고, 모델들을 차례로 맞춰 봅니다.
촬영 후에는 가능하면 비어있는 공간을 한 장 더 찍어두는 게 좋습니다. 후반 포토샵 작업에 유용하게 쓸 수 있거든요.
현장 조명이 노란 색이니까, 역시 조명 앞에 노란색 젤을 붙여서 조명 색이 잘 어울리도록 합니다.
대형 그룹사진이 직업사진가로서 어쩔 수 없이 찍어야 하는 사진이라면, 그보다 규모가 좀 작은, 10명 내외의 그룹사진은 한 번 놀아볼 만한 작업입니다. 화면을 짜고 모델들을 요리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서두가 길었지만, 사실 오늘 이야기하려는 주제는 이 정도 규모의 사진입니다.
이 규모의 그룹사진을 찍을 때 제가 가장 중요하게 고민하는 것은 화면의 구도를 짜는 일입니다. 모든 인물을 하나의 선상에 세우거나 V자 형태로 배치하는 그런 사진은 별로 안 좋아합니다. 자연스럽게 흩어진 듯 모인 듯 배치하되 그 안에서 리듬감이 있어야 합니다. 낮고 높고, 앞서고 뒷서고, 크고 작고, 밝고 어두운 것이 모두 조화로워야 합니다. 이 작업은 어렵지만 재미있기도 합니다. 우선 너무 산만하지 않은, 좋은 배경을 찾습니다. 의자는 몇 개를 놓을 지, 몇 명을 세울 지 간단하게 개념을 잡고, 현장 스탭들을 데리고 시험 촬영을 합니다. 모델을 지금부터 세워버리면 너무 오래 걸리니까요. 그런 다음에 조명을 세우고, 화면을 확인해서 대충 준비가 된 것 같으면 모델들을 불러들입니다.
인물들은 중요도에서부터 생김새, 몸집, 그 날의 의상에 이르기까지 모두 고려의 대상이 됩니다. 이 변수들을 조합해서 마침내 가장 그럴 듯한 배치를 찾아야 합니다. 촬영보다 오히려 더 많은 시간을 쓰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 시간 동안 모델 한 명 한 명과 눈맞추고 위치나 포즈를 이야기하면서 관계를 만듭니다.
모델의 위치를 수정하는 과정과 동시에 조명 세팅도 체크합니다. 단체사진에서는 가능한 모든 인물에게 고른 빛이 들어오도록 합니다. 현장 조명이 오로지 자연광 뿐이라면 문제 없습니다. 맑으면 맑은 대로, 흐리면 흐린 대로 대체로 동일한 빛이 떨어지니까요. 다만 이때는 배경도 역시 동일한 빛을 받아서, 인물을 강조하기가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요. 그래서 자연광에서 단체사진을 찍을 때는 자연광을 주로 쓰고, 약간의 하이라이트 조명을 보태서 입체감을 드러내는 방법을 주로 씁니다.
우선 현장에서 스탭을 세워 대충의 느낌을 파악합니다.
조명과 소품이 자리를 잡고요.
지난한 수정 과정을 거치면서 모델의 최종 위치, 조명의 최종 광량을 결정합니다.
자, 준비됐나요? 찍습니다. 하나, 둘, 셋!
실내 인물사진에서는 보통 대형 사이즈 소프트박스나 엄브랠러 등을 써서 여러 사람에게 비슷한 정도의 빛이 떨어지도록 합니다. 스냅 촬영일 경우 천장 바운스 조명을 쓸 때도 있지만, 이 경우 빛은 약간 심심한 인상이 있어서 제대로 세팅해서 찍는 사진의 경우 저는 바운스 형태의 조명은 잘 쓰지 않습니다. 그것보다 대형 소프트박스를 양쪽에 배치하고, 필요에 따라 광량을 조절하면서 대비를 만드는 방식을 선호합니다. 배경을 함께 밝혀야 할 경우에는 반투명 엄브랠러를 쓰면 좋습니다. 인물들 주변의 배경을 최대한 살릴 지, 아니면 누를 지, 자연광을 살려서 찍을 지, 아니면 인공광으로만 찍을 지에 따라 광량과 조명 악세사리를 선택합니다. 광량 선택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조리개값입니다. 그룹사진이니까 여러 사람이 앞뒤로 설 경우가 많고, 지나친 개방조리개는 앞 사람만 선명하고 뒷사람은 흐린 참사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전체 인물들을 선명하게 보여줄 수 있는 심도를 확보해야 하고, 그만큼의 광량을 준비해야 합니다.
야간조명이 켜진 상하이 와이탄이 배경입니다. 몇 시간 전부터 와서 미리 위치와 각도를 살피고 조명을 준비합니다. 비가 내려서 조명에는 급하게 구해온 쓰레기봉투를 씌웠습니다.
우선 스탭들을 세워서 대충의 느낌을 파악합니다. 그런데 왜 건너편 빌딩들은 불을 안 켤까요? 마음이 불안하기 시작합니다.
다행스럽게 건너편 건물들은 조명을 밝혔습니다. 이제 다양한 분위기를 만들며 좋은 표정을 잡아내는 것만 남았습니다.
좋아요. 부어요. 마셔요.를 외칩니다. 에디터의 OK 사인은 아직 안 나왔습니다.
아마 최종 컷이었습니다. 최대한 카페 현장 조명이라는 생각이 들도록, 오른쪽 왼쪽 조명에 각각 노란색, 파란색 젤을 붙였습니다.
꼭 모든 인물을 동시에 조명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럴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요. 경우에 따라서는 두 세 명 단위로 끊어서 조명하기도 합니다. 카메라를 삼각대에 고정한 후, 조명을 들고 이동하면서 원하는 인물에 따로 조명한 후 포토샵에서 여러 사진을 합성합니다. 주로 컨트라스트가 강한 사진을 만들어야 될 경우 이 방법은 적은 개수의 조명으로 강력한 효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모델들이 제자리에 섰고, 조명 세팅도 다 됐습니다. 자, 이제 쇼타임입니다. 최대한 모델들과 소통하면서 개개인의 표정을 살피고, 나아가서 군집의 표정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물론, 이 경우도 필요하면 좋은 표정의 사진들을 모아서 합성하는 가능성도 열어 두어야지요. 없는 표정을 만들어 낼 수는 없지만, 있는 표정을 조합할 수는 있으니까요. 저는 그렇게 작업합니다.
다음 번에는 실내 클라이밍 사진 이야기로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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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의 현장] 노란색 와인을 만들어 주세요.
안녕하세요.
사진찍는 모비입니다. 이 게시판에는 촬영 현장 이야기를 올릴 작정입니다.
상업사진이 취미사진과 구분되는 큰 지점 중에 하나는 아무래도 조명의 활용일 겁니다.
그래서 촬영 현장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사진과 함께, 조명 활용에 초점을 맞춰서 하나씩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지난 사진들을 되돌아 보는 의미도 있을 테고요. 이 글을 읽으시는, 사진을 취미로 하시는 분들께는 조명에 대한, 그리고 촬영 전반에 대한 작은 힌트라도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첫 이야기는, 비교적 최근에 작업한 인물 사진입니다. 아, 제가 주로 찍는 분야는 인물사진과 건축사진입니다. 두 분야는 사실 많이 다른데요. 뭐, 그때마다 그에 맞는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이번 촬영의 클라이언트는 중국 와인 브랜드였습니다. 우선 촬영지까지 가는 것부터가 난관입니다. 대부분의 경우에 클라이언트는 빠듯한 예산으로 촬영을 진행합니다. 촬영은 중국 우루무치 남쪽의 작은 도시에서 진행했습니다. 사실은 그곳에서 다시 한 시간 이상 차를 타야 하는 곳입니다. 대규모의 포도밭이 필요하니까 도시 근교로는 어려우니까요.
그럼 이때부터 몇 가지 문제가 생깁니다. 우선 예산 때문에 어시스턴트를 데려 갈 수가 없습니다. 혼자 비행기를 갈아타며 가야하니까 장비도 최소한으로 챙겨야 합니다. 기본적인 카메라 장비, 테더링 촬영과 데이터 백업에 필요한 노트북, 조명 두 개와 베터리 충전기 등, 4일 동안 필요한 옷가지 등 최소한으로 챙겨도 트렁크 네 개가 나옵니다. 자, 어쨌든 준비는 됐습니다.
비행기가 우루무치 남쪽, 티엔산 산맥을 넘어가고 있습니다.
지방 도시의 작은 공항은 비행기에서 내리면 공항 건물까지 직접 걸어가야 합니다.
몇 장 안 되는 사진을 긴 시간 동안 작업하는 경우가 있고,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사진을 작업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 촬영은 후자였습니다. 회사의 전체 임원 사진을 다양한 형태로 찍어야 합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자신과의 타협이겠지요. 모든 클라이언트가 완벽한 수준에 도달한 사진을 원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들이 원하는 쓰임에 부합하면 됩니다. 포토가 보기에 조명이 하나 부족해도, 각도가 조금 아쉬워도 그걸 하나하나 다 만져가며 작업할 수 없습니다. 한계를 인정하고 다음 컷으로 넘어가지 않으면 예정된 일정 안에 끝낼 수 없으니까요. 어디까지 고집을 부리고 어디서부터는 내려놓을 것인지 결정해야 합니다.
검은 배경천을 내려서 개인 프로필 작업을 우선 하루 동안 진행했습니다. 남자의 경우에는 조명 각도를 과감하게 써서 강한 인상을 만들었습니다. 여자의 경우에는 조명 두 개를 아래위로 써서 화사한 느낌으로 만듭니다. 남성을 조명하는 방식으로 여성을 조명하면, 상당한 경우에 좋은 반응을 얻기 어렵습니다.
욕심을 냈던 와인저장고 촬영은 삼 일째에 진행했습니다. 지하저장고는 상상보다 더 거대했고, 추웠습니다. 그리고 전량 프랑스에서 수입하는 와인통에 어울리지 않게 낮은 색온도, 그러니까 푸른빛이 도는 조명이 공간 전체를 비추고 있었습니다. 우선 이 푸른빛을 해결해야 합니다.
프로포토 OCF 컬러젤입니다.
노란색과 더 노란색. 두 가지를 한 공간에 쓰면 색을 다양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조명 앞에 노란색 젤을 붙입니다. 이렇게 노란색으로 바꾼 조명을 강하게 쓰면 기존 실내 조명을 압도할 수 있습니다. 저장고 전체에 노랗고 붉은 기운을 넣어서 고풍스러운 내부에 어울리는 색을 만드는 것이지요. 두 조명에 쓰는 젤은 같은 색으로 쓸 때도 있지만, 저는 노란색과 좀 더 노란색, 두 가지를 씁니다. 그러면 사진 전체가 하나의 컬러로 묶이지 않고 그 안에서 다른 층을 만들어 낼 수 있거든요. 조명 하나는 인물에 맞추고, 나머지 하나는 배경을 가장 인상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위치에 둡니다. 인물에만 맞추면 이토록 매력적인 환경을 하나도 보여줄 수 없으니까요.
자, 조명은 준비됐습니다. 이제 인물을 불러야죠.
이 와이너리의 맛을 책임지는 담당자입니다. 와인을 체크하는 여러 동작을 보여달라고 주문한 뒤 그 중에서 가장 사진적으로 어울리는 동작으로 결정합니다. 옷이 조금 마음에 안 들고, 허리를 좀 더 세우고 싶고, 배를 좀 더 넣고 싶지만 일정상 계속 붙들고 있을 수 없습니다.
저장고와 쇼룸을 돌아다니고, 저녁마다 와인으로 파티를 하며 4일의 일정을 마쳤습니다. 촬영은 4월 초였는데, 중국 신장 지역의 포도밭은 혹독한 겨울 동안 포도나무 줄기를 모두 땅 속에 묻어둡니다. 그리고 5월 즈음에 다시 줄기를 꺼내 지지대에 연결하면 올해의 포도가 시작되는 겁니다. 아쉽게도 잠시 둘러본 포도밭은 지지대 밖에 없는 황량한 흙바닥이었습니다. 포도덩굴은 볼 수 없었지만, 산맥 아래까지 끝간 데 없이 뻗은 그 규모는 상상의 경계 밖이었습니다. 신장은 올 때마다 사람이라는 존재를 너무 작게 만들지만, 그 황량한 땅을 끝끝내 개척해내는 사람을 또 위대해 보이게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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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낼 것이 있는 얼굴이 좋다
작업실은 아직 지어지지 않았고, 밥벌이 사진은 아직 제주에서 할 게 없다. 어슬렁 어슬렁 탐나는 얼굴만 찾아 다닌다. 이 얼굴들을 모아서 개인작업으로 해볼까 싶다.
무엇인가 꺼낼 것이 있는 얼굴이 좋다. 이미 다 드러난 얼굴은 내가 끼어들 공간이 없는가 싶고, 별다른 흥미가 안 생기는 얼굴은 또 그대로 욕심 안 난다. 드물기는 해도, 나만 꺼낼 수 있는 얼굴이 종종 있다.
가마가 있는 도예가의 작업실에 다녀왔다. 보물처럼 모셔둔 흙더미, 잘 못 구워져서 바닥에 붙어버린 접시, 다음 번 불 넣을 때 쓸 장작 더미, 수학기호처럼 칠판을 가득 채운 메모가 있었다.
여러 도자기 중에 하필 옹기를 선택한 작가는 옹기처럼 말했다. 말은 수식어가 적고 매끄럽게 다듬지 않아서 옹기 표면처럼 덤덤하고 까끌했다. 가을 빛에 잘 마른 질감이었다. 장인과 작가의 경계에 대해, 작품과 상품의 균형에 대해 마침 내 상황과 겹치는 부분도 있어서 여러 가지를 묻고 싶었지만 그러지는 못 했다. 다음에 만나더라도 굳이 따져 묻게 될 것 같지는 않다. 답은 각자 찾자.
동그란 테 안경을 쓴 얼굴을 무심한 척 자세히 살폈다. 됐다, 저 얼굴, 할 수 있겠다. 명함을 건네고 사진을 찍고 싶다고 말했다. 어떻게 찍을 지는 안 떠오르지만, 얼굴 하나 모아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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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요배 작업노트 170317 2pm.
강요배 작업노트 170317 2pm.
오후 2시에 작업실 앞에 도착했다. 작업실은 큰 길에서 빗겨난 작은 길에 있다. 입구는 낮은 나무 대문이다. 대문 너머로 마당까지는 가파른 내리막이다. 이 내리막 덕분에 작업실은 길 밖에서는 지붕만 보인다. 엎드려서 감춘 작업실이다. 덩굴로 덮인 옛 작업실 옆에 새 작업실을 지었다. 2014년에 새로 지은 작업실은 노출콘크리트다. 보기 좋으라고 만든 것하고 달리, 아무 것도 덧대지 않은 그냥 콘크리트다.
선생은 마당에 서 계셨다. 한쪽 평상에는 한라봉 몇 개, 낫 하나와 방금 벗은 듯한 장갑이 놓여 있었다. 그림을 그리거나 정원 일을 하신다고 했다.
“차 갖고 오셨어요?”
선생의 첫 질문이다. 주변에서 전해 들어서 알고 있었다. 선생은 술을 많이 좋아하신다고 했다. 그러니까, 저 질문은 음료 선택을 위한 것이다. 술이냐? 아니냐?
다행히(?) 나는 차를 갖고 왔다. 낮술은 피한 셈이다.
작업실 안에는 작업중인 그림 몇 개가 있었다. 1993년 제주신문이 그림 아래 놓여있었다. 연동 개발을 시작한다는 기사가 메인이었다.
마당 평상에 앉아서 커피 마시면서 이야기했다. 선생은 빗겨 앉으셨다. 작업 의도를 설명하고, 고래를 위한 포트레이트. 글을 보여드렸다. 내가 찍을 사진에 대해 그보다 나은 설명이 없을 듯해서였다.
“허허, 그럼 내가 고래고, 반 선생이 에이헤브 선장인가?”
선생님, 싸우자고 제가 온 건 아니고요.;;
30분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중국 가봤더니 거기 술이 참 좋았더라는 말씀도 빼놓지 않으셨다.
40대에 10여년을 산으로 들로 다녔어요. 제주의 거의 모든 땅을.
이런 바다 저런 바다, 수백의 나무를 보았습니다.
이제는 끄집어 내어 쓰지요. 화면에 쏟아낸다, 관찰은 큰 문제가 아닌 시기지요.
율만 형성되면.
제주 구름, 제주 나무, 제주 돌.
몇 마디 말을 받아 적고, 첫 인사를 마쳤다.
1년쯤 찍어보자고 선생께 말씀드렸다.
서로 부담 안 되게 합시다. 나도 편하게 할게요.
어디 한 번 해봅시다.
원하던 답이다.
강요배. 작업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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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조용한 방이다.
날은 아직 춥다. 아침 저녁이 쌀쌀하다. 요즘 매주 서너 번, 새벽 운동 간다. 제주종합운동장에 있는 야외인공암장에서 경희와 만나서 한 시간쯤 벽을 오른다. 아직은 홀드 잡을 때마다 손을 호호 불어야 한다. 하지만 해뜨는 시간이 조금씩 당겨지고, 운동하는 중에 어느새 날은 밝아서 맑은 날에는 벽 위부터 천천히 따뜻한 아침 빛이 닿는다. 좀 더 지나면 시원한, 그리고 좀 더 지나면 더운 새벽 운동을 할 수 있겠다.
새 차를 계약했다. 얼마 동안만 타자고 맘먹고 구입한 낡은 중고 자동차가 오늘 새벽에 드디어 탈났다. 시동이 안 걸려서 운동 못 갔다. 보험사를 부르고 어찌저찌해서 겨우 마루 어린이집 출근은 시켰다. 오래 못 버틸 걸 알겠다. 더는 안 될 것 같아서 전기자동차를 예약했다. 드림카를 산 것도 아니고, 은행 빚을 얻어 사는 것이고, 당장 손에 쥔 것도 아니니 별다른 감흥은 없다. 큰 지름 뒤에 아무 감흥이 없다는 사실이 어째 서글프다.
새 대출을 받았다. 다행스럽게도 집지을 땅값이 올라서, 얼마간 대출을 더 받을 수 있었다. 건축 견적을 따져보면 여전히 빠듯하다.
네이버에 새 블로그를 만들었다. 아내와 함께 운영할, 내 제주 사진관 블로그다. 이런 저런 메뉴를 만들었다. 글쓰기는 참 편하게 만들어 놨더라. 그러면서 지금 쓰는 개인블로그에 대해 생각했다. 이 블로그는, 작고 조용한 방이다. 나는 이 방에서 가능한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내 작은 이야기를 조근조근 할 것이다. 굳이 대상을 생각하며 테그를 달거나 존대를 하지 않아도 된다. 가만가만, 적을 것이다. 고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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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재간 (0) | 2017.02.10 |
프로포토 Profoto Off-Camera Flash system B1, B2
프로포토 Profoto Off-Camera Flash system B1, B2 조명 사용기
빛? 만들어 쓰세요.
일러두기
- 여기 사용기에 쓴 사진들은 모두 profoto air B1, B2를 사용해 촬영했습니다.
- 리뷰나 사진을 다른 곳에 가져가실 때는 출처를 정확하게 적어주십시오.
- 제품 사진들은 프로포토 코리아 공식 사이트에서 스크랩했습니다.
- 지속광을 쓰는 인테리어 촬영은 이 조명을 쓰는 경우가 드뭅니다. 그래서 리뷰는 인물사진으로 구성했습니다.
- 어차피 프로포토를 써야하는 상업작가들에게는 별 의미없는 이야기일 겁니다. 더 나은 조명이 있다면 더 나은 사진을 만들 여지가 많은 사람들을 염두에 두고 썼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직업사진가입니다. 중국과 제주를 오가며 주로 인물사진과 건축사진을 찍습니다. 직업사진가라는 타이틀이 사진 실력에 대한 기준은 아닙니다. 다만, 사진으로 밥을 벌어먹고 삽니다. 밥벌이니까 절박하고 치열하게 찍습니다. 직업이란 그런 것 아닙니까.
모든 직업에 있어서, 밥을 벌어먹는 과정에는 온갖 변수들이 침범합니다. 그 변수를 통제하고 때로 변수에 집어삼켜지기도 하면서 끝끝내 주어진 일을 해냅니다. 다들, 비슷하게 삽니다.
사진촬영 현장도 다르지 않습니다. 언제나 상상 밖에서 달려드는 변수와 싸우지요. 초점은 문제 없는지, 노출값은 잘 잡았는지, 메이크업이 갑자기 몸살 났다고 안 나오지는 않는지, 클라이언트가 일정을 바꾸진 않는지, 옷, 날씨, 장소, 모델. 심지어 베터리와 메모리, 작은데 꼭 필요한 케이블 하나까지. 언제나 완벽한 준비는 없는 것 같아서, 다 챙겼다고 생각해도 어쩐지 하나쯤 빼먹은 것 같아서 항상 불안에 떱니다. 그때쯤이면 진인사대천명.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준비를 다 했고, 그럼에도 문제가 발생한다면 어떻게든 수습만 하자고, 클라이언트는 모르게 하자고 혼잣말을 합니다. 임기응변은 직업인의 덕목입니다. 촬영은 그 변수들을 통제하고 타협하고 어쩔 수 없을 땐 무릎 꿇고 수습책을 찾으면서 결과물을 만듭니다.
변수에 휘둘리는 나약하고 안스러운 직업사진가로서, 조명장비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많지 않은 몇 종류의 조명을 거쳤습니다. 지난 2년 동안은 Profoto에서 만든 휴대용 조명 profoto B1을 메인으로 쓰고 있습니다. 이 조명을 사용하기 시작한 후로 다른 조명은 잘 안 씁니다. 그러니까, 정착했다고 말해도 좋은 겁니다. 현재까지는요. 이게, 참 좋거든요. 이 좋은 걸 좀 소문내야겠다 싶어서 그동안 이 조명을 써서 찍은 사진들을 모으고 그때의 상황을 되살려서 이야기를 적으려고 합니다.
프로포토에서 금전적 지원을 받은 것, 없습니다. 프로포토에 아는 친인척, 없습니다. 써 보니 좋아서, 사진도 한 번쯤 정리해야 할 것 같아서 적는 후기입니다. 그러니까 주최측의 농간은 의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뭐, 프로포토에서 기특하다고 조명이라도 하나 옛다하고 싸게 준다면 사람 된 도리로 그것까지 마다할 수야 있겠습니까.
촬영 현장의 다양한 변수들 중에서도 조명은 제법 문제가 큰, 대접받는 변수입니다. 사진의 많은 부분은 빛을 포착하고 다루는 과정이지요. 원하는 양의 빛을 원하는 질감으로, 의도하는 부분까지 닿게 만들어야 합니다. 많은 상업사진에서 빛은 ‘인공 조명’입니다. 이 과정에서 사진가는 조명 장비에 의지하는데 이 조명이란 녀석이 말을 잘 안 듣습니다. 광량, 형태, 질감 등 신경 써야 할 것이 여럿입니다. 게다가 드물지 않게, 사진가의 의도를 무시하는 엉뚱한 빛을 쏘아대기도 합니다. 너무 밝은가? 그림자가 너무 짙은가? 서로 다른 빛이 너무 어색한가?
이 막막하고 난잡한 순간이, 프로포토의 조명이 힘을 발휘하는 지점입니다. 현장에서 느끼는 대로라면, 프로포토는 이 대단한 변수를 상수에 가깝게 바꿉니다. 상수는 고정된 값이지요. 이미 정해진 것이고, 따로 개입할 여지가 없는 겁니다. 정해진 시간 안에 기하급수로 늘어나는 변수의 조합을 처리해야 하는 작업에서 큰 변수 하나를 날려버릴 수 있는 겁니다. 뭐, 살짝 과장하자면, 이쯤 되면 축복입니다.
살펴봅시다. 촬영장에 축복처럼 쏟아지는 빛에 대해서.
프로포토는 스웨덴 태생의 사진조명 브랜드입니다. 상업사진판에서 조명으로는 제법 수위를 다투지요. 그들의 웹사이트를 보면 4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고 합니다. 다양한 사진 조명과, 그들이 쉐이핑 툴이라고 부르는 조명 액세서리를 만듭니다.
스튜디오용 파워팩, 전원을 연결해서 단독으로 쓰는 모노헤드 등 다양한 조명이 있는데, 그 중에 제가 쓰고 있는, 오늘 소개하려는 조명은 야외에서 쓸 수 있는 휴대용 조명입니다. 정식 명칭은 Profoto Off-Camera Flash system입니다. 줄여서 OCF입니다. 이 조명은 어떻게 하면 프로포토의 안정적인 조명을 야외에서, 별도의 전원 공급장치 없이 동일한 완성도로 구현할 수 있는가라는 고민에 대한 답일 겁니다.
그리고 그 고민의 연장선에서, OCF 시리즈에 특화된 다양한 라이트 쉐이핑툴을 함께 출시했습니다. 다양한 소프트박스와 뷰티디쉬, 컬러젤 등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 시리즈에 대응해서, 휴대하기 쉽도록 가볍고, 접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조명 컨트롤은 전용리모콘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현재 니콘, 캐논, 소니까지 발매되어 있습니다. 세 브랜드 외의 카메라는 공용 리모콘을 쓸 수 있는데 그 경우 TTL과 고속동조기능을 쓸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OCF조명과 OCF 쉐이핑툴, 리모콘이 세트메뉴입니다.
Off-Camera Flash에 현재까지 라인업은 B1과 B2 두 가지입니다. B1은 약 2년 동안 사용했고, B2는 프로포토코리아에서 진행한 리뷰프로그램으로 단 두 번의 촬영에 사용했습니다. 그래서 사용기 내용은 B1 비중이 높고, 제가 이해하는 프로포토는 아무래도 B1을 통해 얻은 것이 대부분입니다. 우선 B1을 이야기하고, 이어서 B2 이야기를 해보지요.
B1.
B1은,
http://profoto.com/offcameraflash/ko/the-products/b1/
이렇게 생겼습니다.
Spec.
이 조명을 선택한 첫 번째 이유는 단연 전원 공급을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휴대성이었습니다. 콘센트로부터의 독립이지요. 어디든 마음에 드는 배경에 모델을 세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충분한 광량, 심플한 조작체계도 선택의 중요한 이유였습니다.
외부 촬영에서 전원 공급은 큰 변수입니다. 좋은 배경을 찾으면 가장 먼저 할 일은 어디서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는지, 몇 미터짜리 전원 연장선을 준비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것이었습니다. 도저히 방법이 없으면, 아쉽지만 그 배경은 포기해야 했지요.
제 경우에, 미리 답사하지 못 한 촬영현장일 경우에는 15미터 연장케이블 2개, 8미터 연장케이블 1개, 혹시 몰라서 외부촬영용 대형 베터리 1개, 그리고 이도 저도 안 될 경우를 대비해서 휴대용 스트로보도 2개 준비합니다. 그래도 막상 현장에 도착해 보면 생각하지 못한 상황이 닥치고 조명을 어떻게 가동할까 고민해야 할 때가 많았습니다. 변수의 세상이니까요.
그런 상황에서 B1 광고를 봤습니다. 훅, 가슴으로 밀고 들어오는 그 녀석을 거부하지 못 했습니다. 가격이 참 잔인했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갖고 싶었습니다. 저 장비를 가진다면, 상상하던 모든 사진을 찍을 수 있겠다고 스스로를 최면 걸었습니다. 직업이라는 좋은 핑계도 있었습니다. B1은 두 가지 패키지로 판매됩니다. 조명 하나와 베터리, 충전기로 구성된 To-Go 키트, 조명 2개, 베터리 2개, 고속충전기가 포함된 Location 키트입니다. 고속충전기로 충전하면 완충까지 2시간이 안 걸리는 정도입니다. 저는 로케이션 키트에 베터리 두 개를 추가로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니콘 전용 리모콘도 구입했습니다. 이후에 추가로 컬러젤과 반도어를 구입했습니다.
득.템.!
이 장점은 큽니다. 고민의 큰 단계를 줄이거든요. 간편하기가 완전군장과 맨몸구보 차이입니다. 스킨스쿠버와 스노클링의 차이 정도 됩니다. 암벽으로는 인공등반과 볼더링입니다. 몸은 가벼워서 경쾌해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촬영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훨씬 간편하게, 안정적으로요.
바다 가운데서든,
바위 위에서든 마음껏 조명을 쓸 수 있습니다.
인터뷰 촬영 현장에서 일반적인 상황은 이렇습니다.
미디어들은 몰려들어서 인터뷰 순서를 기다리고 있고,
공간은 협소하거나 넓은데 사람으로 가득 차 있고,
오가는 사람들 때문에 바닥에 전원선을 늘어놓기는 걸리적거리고
무엇보다 모델은 바쁩니다.
이 와중에,
현장에 적당한 배경을 고르고 모델을 세웁니다.
조명을 세우고, 찍습니다. 끝.
어때요? 참 쉽죠?
B1이 내세우는 장점은 휴대성과 안정성 외에도 1. 강력한 광량 2. 짧은 발광지속시간 3. TTL 등입니다. 하나하나가 멋진 기능이지만 세부 설명은 후반부에서 실제 촬영 샘플로 대신하겠습니다. 이런 기능들이 조합되면 결국 쉬운 촬영이라는 목적지에 도달합니다.
이 장소에서 광량이 부족하지 않을까? 저 배경까지 함께 밝아지는 건 아닐까? 거리가 너무 먼데 동조는 문제 없을까? 저 자리에 콘센트가 없는데 어떻게 연결하지? 모델이 움직이는데 흐려지지 않을까? 자연광이 너무 밝은데 스트로보가 안 터지면 어떡하지? 연속촬영을 해야하는데 발광이 따라와 줄까? 짧은 시간 안에 세 곳의 배경을 충분히 이동할 수 있을까?
고민해야 했을 다양한 변수들을 이제 별로 신경 안 씁니다. 많은 변수들을 자연스럽게 잊게 만드는 것, 저는 그게 B1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예쁩니다. 깔끔하게 떨어지는 선, 일체의 군더더기 없는 완성도. 기능성만으로 도달한 극점! 잡았을 때 속이 꽉 찬 듯한 질감과 든든한 만듦새까지. 예쁘다는데, 무슨 말을 더 보탤까요.
#Smaple 01
모델은 오랜만에 상하이에 들린, 그림값이 아주 비싼 중국 화가입니다. 장소는 어느 브랜드샵의 개장 파티. 종일 붐비는 곳에, 여러 미디어가 함께 취재하는 상황입니다. 제게 주어진 시간은 10분 남짓합니다. 잡지 아트디렉터의 선택지를 넓혀주기 위해 느낌이 다른 2개의 배경을 선정하고, 우선 한 장소에 모델이 있을 자리를 정한 다음 거기에 맞는 조명을 세팅합니다. 그리고 이어서 두 번째 자리까지 미리 준비해 두고 역시 그에 맞는 조명을 계산해 둡니다.
합동인터뷰가 끝나고 모델이 옵니다. 시작합시다. 첫 번째 자리에 모델을 앉히고 촬영 컨셉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합니다. 그리고 몇 장 테스트 촬영을 해서 조명을 세밀하게 조정합니다. 3분쯤 찍고 모델에게 잠시 양해를 구합니다. 두 번째 촬영 장소에는 미리 소파를 가져다 두었습니다. 이제 조명을 옮길 차례. 미리 테이핑해둔 자리에 얼른 조명을 옮기고, 생각해 둔 쉐이핑툴을 조명 앞에 설치합니다. 다시 모델에게 컨셉을 설명하고, 3분 정도 촬영합니다. 끝났습니다. 모델은 후반 인터뷰 장소로 이동합니다.
미리 도착해서 한 시간 가량 전체 장소를 둘러보고 장비를 꺼내서 준비해둡니다. 모델이 들어온 뒤 전체 과정은 15분 정도에 끝납니다. 이 과정에서 프로포토 B1이니까 가능했던 몇 가지 순간이 있습니다. 가장 큰 것은 케이블이 없었다는 겁니다. 촬영 배경을 옮길 때 수 십 명의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케이블을 연결하고, 촬영 내내 주변을 오가는 사람들에게 혹시나 선이 걸리지 않을까 내내 신경써야 합니다. 무엇보다 시간이 더 걸립니다. 또 있습니다. 전용리모콘은 TTL을 지원합니다. 우선 모델을 앉히고, TTL 모드로 한 장 찍습니다. 기본 광량은 조명이 알아서 결정합니다. 화면으로 사진을 확인한 후에 광량을 조금만 더하고 빼면 원하는 조명효과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노출계로 일일이 노출치를 확인하는 수고와 시간을 덜어줍니다. 안정적인 광량과 신경 안 써도 되는 광질은 기본입니다.
#Smaple 02
#Smaple 03
전원을 공급받기 어려운 공간에서 진행하는 촬영도 충분합니다. 유기농 먹거리를 중국 전역에 회원제로 공급하는 회사의 임원들은 옥수수밭 앞에 섰습니다. 옷은 수수한 컨셉이고, 메이크업도 살짝만 했습니다. 유기농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조명도 쓰지 않은 듯 자연스러워야 합니다. 그렇다고 정말 안 쓸 수는 없습니다. 베이징의 날씨는 본래 스모그로 충만해서 흐립니다. 거기에 조명이 없으면 사진은 눅눅해 보일 겁니다. 빛을 살짝만 보탭니다. 살짝이라고는 하지만 밝은 날 야외에서, 여러 명을 동시에 조명하려면 휴대용 스트로보 광량으로는 어렵습니다. 옥수수밭에서 옆건물까지는 500미터쯤 됩니다. B1이 없다면, 이 배경은 처음부터 고려 대상도 아니었을 겁니다.
30년째 자전거를 만들어 온, 중국 자전거 천국의 전성기를 기억하는 공장장입니다. 자전거로 가득찬 공간은 어디서도 전기를 끌어올 수 없습니다. 빽빽하게 들어서서 조명 옮기기도 쉽지 않고요. 전원선이 없는 B1이니까, 충분한 광량으로 쉽게 조명할 수 있습니다. 빽빽한 인상을 강조하기 위해서 망원렌즈를 썼습니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리모콘으로 바로 광량을 조절해가면서 촬영하니까 더 쉽게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Smaple 04
역시 벌판에서 진행한 촬영입니다. 푸른 빛이 도는 새벽을 의도한 것은 맞지만 몇 장은 해가 떠오르는 새벽 느낌을 찍기로 했습니다. 어시스턴트 한 명에 B1 하나면 됩니다. 그리고 아이템 하나를 추가합니다. OCF 컬러젤입니다. 노란색을 선택합니다. 새벽 첫 빛의 느낌을 흉내낼 수 있습니다.
본래 오전 강한 빛이 있는 자리였는데 재료 준비하고 이리저리 배치하는 사이에 빛이 슬금슬금 가버리려고 합니다. 빛이 오던 방향과 높이를 생각해서 최대한 비슷하게 B1을 세우고 최대광량으로 조명합니다. 따뜻한 느낌만 살짝 보태면, 아침 식사준비 자리가 생겨납니다.
#Smaple 05
실내암장은 개인적인 취미이기도 해서 꼭 작업해 보고 싶었던 공간입니다. 힘쓰는 클라이머의 등근육은 참 예쁩니다. 근육의 선을 살리기 위해서는 조명의 각도와 크기가 중요합니다. 모델의 등에 가능한 날카로운 빛을 주기 위해서, 길쭉한 소프트박스를 장착한 B1 하나를 클라이밍 벽 위에 올렸습니다. 기존 조명이었다면 쉽지 않겠지만 상관 없습니다. 원하는 곳 어디든 B1을 놓을 수 있으니까요. 이 빛이 벽의 가운데를 비추는데 좌우로는 넒고 앞뒤로는 좁은 빛입니다. 그리고 반도어를 장착한 B1 한 대로 모델의 옆 라인을 조명합니다. 조명 두 대 앞에는 모두 푸른색 젤을 붙여서 역동적인 컬러를 만듭니다.
새 인공암벽 공사현장입니다. 암벽 자체가 파란색이라 파란색 조명을 한 번 더 보탭니다. 그래피티 아티스트가 작업하는 높이에 B1을 올립니다. 원하는 부분에만 빛을 보내도록 조명 앞에 OCF 반도어를 부착했습니다. 10미터 떨어진 아래에 있지만 방향을 맞추고 나면 광량은 문제가 안 됩니다. 조절은 리모콘 몫입니다. 주변 자연광에 어울리도록 TTL 모드로 촬영한 후 다시 메뉴얼 모드로 바꿔서 원하는 만큼 보태면 됩니다.
#Smaple 06
늦은 오후 빛이 들어오는 공장 안에서 제품을 검사하고 있는 연륜의 공장장이 필요했습니다. 날씨는 흐린데 창문까지 멀어서 빛을 만들어야 합니다. 노란색 컬러젤을 부착한 B1 하나를 먼 곳에 둡니다. 그리고 얼굴에 맞출 B1 하나를 모델 정면에 둡니다. 늦은 오후빛으로 충만한 공장이 나타났습니다.
#Smaple 07
구두를 만드는 여러 과정에는 숙련된 장인들이 본인의 과정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그들의 손을 클로즈업으로 작업한 후, 한 명 한 명에게 다른 배경 컬러를 써서 작업했습니다. 인물에게 좁게 떨어지는 빛 하나, 배경을 밝히는 빛 하나. 모두 B1입니다.
B2.
한국 제주에 정착하면서 조명에 대해 고민이 생겼습니다. 일은 여전히 중국에 많고, 제주에서도 일을 준비해야 하니까요. 처음에는 매번 카메라와 조명을 트렁크로 옮겼습니다. 그런데 이게 두어 번 해보니 촬영도 하기 전에 장비 옮기는 일에 먼저 지쳤습니다. 그래서 조명 세트를 양쪽에 모두 두는 가능성을 생각했고, 그러자니 마침 관심있었던 B2가 궁금해졌습니다. B1을 쓰면서 느꼈던 유일한 단점은 무겁다는 것이었습니다. 드물지 않게, 모델의 머리 위에서 내려오는 빛이 필요한데 B1의 무게로는 그런 위치까지 조명을 올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실내라면 붐스텐드를 써서 올릴 수 있겠지만 야외에서 스탭 한 명이 장대 끝에 매달린 B1을 들고 있기는 어렵습니다. 2년 동안 B1을 쓰면서 더 가볍게 쓸 수 있는 B2는 어떨까 항상 궁금했습니다. 리뷰 모집 안내를 보고 마침 B2를 써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겨우 두 번의 촬영 밖에 할 수 없었지만 그때 찍은 사진과 그때 받은 인상으로 B2 이야기를 적습니다.
말하자면 첫인상입니다. 첫인상이 나중까지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지만, 이것밖에 제가 말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B2는,
http://profoto.com/offcameraflash/ko/the-products/b2/
이렇게 생겼습니다.
B2의 가장 강력한 힘은 역시 휴대성입니다. B1과 달리, 발광부와 전원부가 분리된 형태입니다. 조절부와 전원부는 하나로 합쳐져 있고, 발광부와 케이블로 연결합니다. 헤드는 정말 가벼워서 한 손으로 들고 다른 손으로 카메라를 들면서 촬영할 수도 있습니다. 베터리팩 하나에 헤드를 두 개까지 장착할 수 있어서 동시에 두 개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실제 활용에서 더 유용했던 부분은 이 휴대용 조명에 최적화된 OCF 라이트쉐이핑 툴입니다. 별도의 어시스턴트 없이 단독으로 움직인다면 소프트박스, 뷰티디쉬 등 기존의 쉐이핑 툴은 부피 때문에 휴대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OCF 툴은 간편한 휴대가 가능하면서 원하는 대부분의 조명효과를 가능하게 만듭니다. 너무 익숙해져서 당연한 듯 쓰는 TTL 기능과 짧은 듀레이션 타임, 고속동조 기능 역시 절대적인 강점입니다. 이 기능들의 조합은 어떤 상황에서든 무엇이든 조명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만듭니다.
#Smaple 08
발레리나.
외부에서 들어오는 빛이 치마를 때리면서 발레리나의 다리 선이 잘 드러나도록 기본 노출을 잡았습니다. 조명 세팅은 모델의 오른쪽, 화각 너머에 있는 창문에서 빛이 들어온다고 가정했습니다. 그리고 발레리나의 등근육 질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빛은 너무 부드럽지 않게, 강해야 했습니다. 안쪽에서 오는 빛은 노란색 젤을 붙여서 더 자연스러운 색감이 나오도록 했습니다. 나머지 하나는 위에서 뷰티디쉬 화이트로 조명해서 등근육의 선을 살려냈습니다.
#Smaple 09
음악가.
바다에서 찍은 사진은, 주광에서, 멀리에서 소프트박스까지 끼우고 쓰기에는 광량이 부족했습니다. 샤프닝 툴을 모두 제거하고 시도했지만 여전히 광량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이 배경은 실패했습니다. 대안을 생각해야 했습니다. 조명을 가까이 두고 양쪽으로 조명해서 흑인의 피부에 집중한 사진을 몇 장 찍고, 해가 지기를 기다렸습니다. 붉게 타는 노을을 기다렸지만 흐린 날씨 때문에 저녁 붉은 빛은 없고 푸르게 어두워갔습니다. 때가 됐고, 조명이 힘을 쓸 만한 밝기가 만들어졌습니다. 바위벽 앞에 모델을 세우고, 조명을 벽 위에서 탑조명으로 세팅했습니다. 후작업으로 조명을 지워내고 결과물을 완성했습니다.
B2를 리뷰하면서 개인적으로 확인하고 싶었던 부분은 낮의 태양광을 누를 만한 광량이 가능한가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무게는 합격이니까, 광량만 만족한다면 충분히 B1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겁니다. 프로포토 웹사이트에 올라온 내용에 따르면 B2 헤드 하나는 일반적인 스트로보 세 개를 합친 광량과 비슷하다고 합니다. 히지만 스트로보 3개가 아쉬운 순간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부분은 B1이 유일한 선택이겠다 싶습니다. Profoto B2는 한낮의 태양과 정면으로 승부를 걸기는 어려웠습니다. 인물의 전신과 주변 환경을 함께 보여야 하는데, 한낮의 태양과 맞서서, 수 미터 떨어진 거리에서 라이트쉐이핑 툴까지 장착하면 광량이 부족했습니다. 대안은 두 가지였는데, 촬영범위를 좁히거나, 태양이 기우는 시간대를 기다리는 것이었습니다. 발레리나 촬영에서는 실내로 들어가서 광량 부족을 해결했고, 흑인연주자는 저녁 시간을 기다려서 작업했습니다.
기대했던 만큼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제대로 세팅하고 쓴다면 B1이 맞겠다 싶습니다. B2는 계속 이동하며, 조명의 미세한 조정보다는 부족한 빛을 채우는 역할에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바람 많이 부는 야외에서 쉐이핑툴을 장착한 조명은 따로 지탱해주는 사람이 없다면 넘어집니다. 그러니까 결국 조명 하나에 스탭 하나가 따라붙어야 합니다. 게다가 넓은 공간에서 촬영하려고 할 경우 모델을 중심으로 조명 두 개가 충분히 떨어진 거리에 있어야 하는데 하나의 배터리팩을 공유해야 하는 B2 로케이션 키트의 한계 때문에 조명 두 개를 충분히 벌려놓을 수 없었습니다. 결국 후반 촬영에서는 조명 하나만 사용하는 형태로 진행했습니다.
프로포토에서 제공하는 촬영영상에는 B2로 능숙하게 작업하는 작가들이 많이 나옵니다. 그래서 겨우 두 번 촬영으로 결론을 내리기가 조심스럽습니다. 제가 B1에 익숙해서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어쨌거나 제 결론은, B1을 추가로 구성하는 겁니다. 당분간은 체력을 키워서 제주와 상하이를 오갈 때마다 장비를 옮겨다니는 것이고요.
상업사진에서 상황에 꼭 맞는 장비도 있고, 그만하면 충분한 장비도 있고, 대안이 없는 장비도 있습니다. 조명이나 라이트 쉐이핑툴, 특수랜즈, 미세조정 헤드 등등. 그러나 많은 경우에, 이정도면 충분하다는 것들이 더 많습니다. 휴대성만 갖고 이야기한다면 작은 스트로보도 얼마든지 가능하지요. 이 어마무시한 가격을 감당하지 않아도 대안은 있는 겁니다.
우선 스트로보를 고민해볼 수 있습니다. 요즘 나오는 휴대용 스트로보와 무선동조기를 활용하면 대부분의 촬영이 가능합니다. 광량이 부족하면 몇 개 묶어서 쓰면 됩니다. 재충전 속도, 발광 속도의 문제는 있겠네요. 상황에 따라 몇 개의 반사판을 더한다거나, 스트로보만 가지고도 비슷한 효과를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애쓴다면 가능합니다. 애.쓴.다.면 말이지요. 다만 더 까다롭지요. 시간과 사람과 에너지가 더 필요합니다.
더 저렴한 브랜드에서 비슷한 형태로 나오는 조명도 대안입니다. 얄미울 만큼 빠르게 카피 제품도 나옵니다. 현대 사진에서 조명브랜드가 만드는 차이는 생각만큼 크지 않습니다. 예전에 비하면 말이지요. 안정적이고 균일한 광량, 정확한 색온도 등 프로포토가 전통적으로 내세우는 장점은 이제 많이 힘을 잃었습니다. 디지털로 넘어오면서, 그리고 중국을 선두주자로 다양한 조명 브랜드가 상향 평준화된 기술로 스튜디오 조명을 만들어 내면서 대부분의 스튜디오 조명이 쓸 만한 결과물을 만들어 줍니다. 가끔 안 맞는 색온도? 크게 문제되지 않습니다. 한 번씩 광량이 튀면? 한 장 더 찍으면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조명 참 좋아요라고 말하는 것은, 이들이 끊임없이 더 나은 조명을 고민하고, 그 고민을 제품에 담아내면서 결국에는 사진가들에게 더 절실한 조명을 만들어 내기 때문입니다. 프로포토 B1,B2를 권하는 것은 다른 조명들이 여전히 변수의 영역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외부 로케이션 촬영에 있어서라는 단서를 달자면 말이지요. B1을 쓰면서 제 작업 방식은 많이 간단해졌습니다.
#Smaple 10
같은 조건으로, 빛을 살짝만 보탰습니다. 맑은 날 오후이기는 했지만 그늘이 섞여있어서 자연광만으로는 모든 배경을 활용할 수 없었습니다. 선남선녀 모델을 어중간한 질감으로 죽일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강한 질감의 빛이 필요했으니까 은색 뷰티디쉬를 알맹이만 쓰기로 합니다.
마무리하겠습니다. 이 조명은 음, 비쌉니다. 객관적으로 비쌉니다. 사진을 직업으로 하고, 사진으로 장비값 이상의 금전적 가치를 생산하는 사람이라면 가격 탓하지 말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 땅에 풀린 수 많은 카메라 중에 그걸로 밥벌어 먹는 사람의 비율이라고 해봐야 얼마나 되겠습니까. 미미할 겁니다. 이런 조명을 그들만의 전유물로 남겨 두기에는 이 조명은 마땅히 좀 더 많은 사람이 써도 될 만큼 좋고, 그렇게 더 많은 사람이 쓰려고 보면, 그러니까 그냥 비싼 겁니다.
B1 조명 하나가 포함된 키트 가격은 250만원 전후인 것으로 압니다. 헤드 두 개에 고속충전기까지 포함된 로케이션 키트는 500만원 넘습니다. B2 역시 하나짜리는 250 전후, 두 개 세트는 400 가깝습니다. 리모콘이 50만원 입니다. 쉐이핑툴만 해도 소프트박스 하나가 20만원 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조명이 있다고 한 번 염두에 두면 좋겠다 싶습니다. 꼭 기억하고 있다가, 노려보고 있다가, 기회가 되면 적극적으로 써 보고, 또 더 기회가 되면 구입해서 촬영에 활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원하는 빛을 구현해 낼 수 있는가라는 부분이 물론 첫 번째 문제입니다. 하지만 그 기본을 해결하고 나면, 얼마나 더 쉽고 빠르게, 그리고 안정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가 다가옵니다. 쉽고 빠르게, 그리고 안정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면 나머지 에너지를 온전하게 사진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변수를 제거하고 그만큼의 주의력을 더 창의적인 사진을 만드는 것에 투자할 수 있다면 한 번 해볼 만한 시도입니다. 이왕 찍는 사진, 이 놈이라면 좀 더 재미있는 사진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빛, 만들어 쓰세요.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덧붙이며,
- 제품에 대한 더 자세한 소개는 프로포토코리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profoto.com/offcameraflash/ko/
- 프로포토코리아, 장비 좀 빌려주세요.
- 사진 필요하신 분, 저 일거리 좀 주세요.
- Spacewhu.net 에서 더 많은 사진을 보실 수 있습니다.
- 혹시 궁금하신 부분이 있다면 아는 데까지 답해드리겠습니다.
Mobe Ban 반치옥
직업사진가.
페이스북 www.facebook.com/mobe.ban
인스타 www.instagram.com/mobe_ban
블로그 forgogh.net / 웹사이트 spacewh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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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 사람 꼭 찍어보고 싶다.
생각이 든다. 내가 찍으면 저 사람 참 특별하게 찍어낼 수 있는데. 나만 찾아낼 수 있는 윤곽과 표정이 있을 텐데. 생각이 든다. 찍고 싶다는 갈증을 느끼면서 나, 점점 진짜 사진가가 되어가는 모양이다.
강요배.
찜했다. 처음 그림을 본 게 상하이 학고재에서 있었던 전시였다. 벽 하나 통째로 채운 바다 그림이었다. 마침 제주도 이주를 준비하던 때였으니까, 제주도에 가면 꼭 만나보고 싶다, 생각했다. 그러다가 이사 준비로 잠시 제주에 들렀을 때 마침 도립미술관에서 강요배 개인전이 있었다. 한쪽에서 화가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볼 수 있었는데, 화가는 바다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작업실을 두고 있었다. 제주 4.3을 다룬 그의 초기 작업도 봤다. 바다로 걸어가는 저 얼굴을, 느긋하게 한 일년쯤 따라다니면서 찍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빈 캔버스 앞에서 찍고, 물감을 개고 있을 때 찍고, 전시 준비중인 텅빈 갤러리에서 찍고, 산책가는 바다에서 찍고, 사나운 파도 앞에서 찍고, 물에 반쯤 담궈서 얼굴만 내놓고 찍고. 혼자 이런저런 구도를 상상하고 한 장 마다 어울리는 조명을 세웠다가 지웠다가 했다.
강요배를 취재해서 글쓴 사람을 발견해서 불쑥 연락했다.
- 강요배 선생님을 소개시켜 주세요. 저는 사진찍는 사람인데요, 꼭 찍어보고 싶습니다.
- 아마 직접 연락하시는 게 나을 겁니다. 제주 화단의 어른이시라 그분 의견을 여쭤얄 겁니다.
- 건너건너 소개받으면 좀 쉽게 허락하실 줄 알았지요. 네, 알겠습니다.
대화는 대충 이렇게 끝났다. 장비는 상하이에 있고 찍고 싶다는 생각 뿐 찍어서 어디에 쓸지 생각도 없으니 당장에는 기약이 없다. 그래도 꾸깃꾸깃 접어 셔츠 윗주머니에 넣고 잊은 메모지처럼, 언젠가는 꼭 찍는다. 그런 그림을 그리고 그런 이야기를 가진 사람이라면, 내가 끝내주게 찍어낼 수 있다. 그거 하나는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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