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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04

종일 컴퓨터 앞에 있었다. 늦은 오후에 피자를 먹었다. 요트학교 연락을 받았다. 4월 말에 있을 도민체전에 출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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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03

요 며칠 나는 많이 예민하다. 결제일이 다가오고 통장은 비어있는 이유가 가장 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는 작업, 엉켜있는 일상이 모두 겹친 날들이다. 

 

아침에는 마루를 병원에 데려갔다. 낫는 듯 이어지던 감기가 콧물에 기침, 가래에 미열까지 따라왔다. 증상이 심하지 않아서 5일치 약을 받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이제 1교시는 넘겼다고, 습관처럼 학교가기 싫다고 말하는 아이 말에 그럼 가지 말라고 말하고 집으로 데려왔다. 불안을 느낀 아이는 학교에 가겠다고, 학교 앞에 내려달라고 말했지만 집까지 그냥 왔다. 학교 안 다녀도 된다고, 검정고시를 하고 다른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나는 짜증이 나서 작업실로 올라오고, 아이는 엄마와 이야기하고 학교에 갔다. 아빠가 가지 말라고 했는데, 가도 되냐고 엄마에게 사정했다고 한다.

 

마루가 학교에 다녀야 하는 시간은 적게 잡아도 10년이 넘는다. 그 시간 동안 원하지 않는 곳에서 등떠밀려 시간을 잡아먹게 될까봐 두렵다. 그 관성이 이어지면 결국 직장생활이든 여타의 사회생활에서도 원하지 않는 공간에서 어쩔 수 없이 살아가는 사람이 될까 두렵다. 그럴 거라면 당장 조금 두려워도 관성의 시간에서 아이를 빼내고, 좋아하는 것과 열심히 하고 싶은 것을 찾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내가 저지르고 후회하는 실수들을 내 아이는 조금이라도 비켜갈 수 있다면. 그래서 지금 내가 느끼는 이 패배감과 막막함을 조금 덜 겪을 수 있다면. 아이는 아이의 인생을 살겠지만, 그러니까 내 실패를 아이에게 투영하면 안 되겠지만.

 

학교를 마치고 태권도장에 다녀온 아이를 작업실로 불렀다. 우선 아침의 일을 사과하고, 감정적으로 쏟아냈던 이야기들을 차근차근 정리해서 다시 말해주었다. 목적 없이 등떠밀려 사는 시간의 무서움에 대해 말하고, 다른 대안들도 있으니 생각해 보자고 했다. 무엇보다, 지금 학교 생활을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재밌게 만들 수 있을 지 고민하자고 했다. 쉬는시간은 10분 동안 운동장으로 나가지만 않으면 뭐든 해도 된다고 했다. 오케이. 그 시간은 재밌겠구나. 점심시간은 아이들과 어울려 즐겁다. 오늘은 양념치킨이 나왔는데 자기는 배가 불러서 많이 못 먹었다고 했다. 그럼 남는 것은 수업시간인데, 대학교 때 열심히 들었던 강의 이야기를 해주며 방법을 제안했지만 마루에게는 먼 이야기일 것이다. 

 

아내는 화를 냈다. 도대체 아이를 불러다가 또 몇 십분간 무슨 이야기를 쏟아냈냐고 따졌다. 나도 화를 냈다. 적어도 내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먼저 물어봤어야 하지 않냐고.

 

늦게까지 작업실에 앉아서 더듬더듬 사진 작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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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02

5시에 알람을 해뒀는데 6시쯤 깼다. 블로그 글 하나를 쓰고 10분 동안 스쿼트를 했다.

 

마루는 오늘 개학했다. 4학년이다. 두 달을 쉬고 개학하고, 새로운 학년이 시작되고, 친한 친구들 여럿과 같은 반이 되었는데도 한결같이 학교가기 싫다는 아들과 함께 오랜만에 골목 끝까지 걸었다.

아내와 나가서 병원, 약국, 마트, 다이소, 철물점, 농약가게를 차례로 돌았다. 아내 대장내시경 검진결과는 큰 문제가 없다고 하고, 마루 감기약을 샀다. 고속충전 어댑터와 건전지, 분리수거용 바구니 몇 개를 샀다. 요즘 읽는 책 중에 자산과 부채에 대해 아내와 말했다. 아내에게 만들어주기로 한 작업용 테이블에 필요한 자재를 위한 견적을 받았다. 테이블쏘나 스킬쏘가 필요한데 차마 말은 못 꺼냈다. 잔디밭과 집 뒷쪽에 뿌릴 잡초억제제를 샀다. 

지난주 촬영한 사진들을 골랐다. 너무 많이 찍어서 고르기 어렵다. 정도껏 할 걸. 

뒷통수가 자꾸 당겨서 한의원에 갔다. 침치료를 했는데 그 순간에는 괜찮은 듯했는데 다시 불편한 느낌이 올라왔다. 당분간 계속 치료해야겠다.

진성 형이 잠시 다녀갔다. 잠깐 앉아서 차 한 잔 마셨다.

아내는 저녁으로 또띠야와 월남쌈을 차렸다. 내가 기분이 많이 안 좋아보여서 아내가 분위기를 살폈다. 카드 결제일이 가깝고 통장이 비어서 그러니 며칠만 지나면 괜찮을 거라고 안심시켰다.

유튜브를 켜놓고 사진 작업을 마저했다. 왼쪽 뒷통수도 아프려고 한다.

하려고 작정했던 작업량의 절반도 채 못 했는데 밤이다. 내일 새벽에는 메모 몇 개를 정리해야 해서 일찍 일어나야 한다. 그러니까 오늘 밤이 너무 늦으면 안 되는데 일은 얼마 못 해서 더 짜증이 난다.

 

조금만, 조금만 기온이 올라가면 근처 방파제에라도 낚시를 좀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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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을 또 잘랐다

아담스테이 촬영이 어제로 끝났다. 3일 동안 이어졌다. 몇 번 사전 답사를 하고, 이틀은 건물과 공간을 찍고, 마지막 하루는 모델을 섭외해서 진행했다. 순조롭게 마쳤다. 3일 동안 새벽 일출 시간에 현장에 도착해야 하니까 일찍 깼다.

 

아침에 모처럼 해뜬 후에 일어났다. 아침에 지민 아버님 증명사진을 찍었다. 지난해 연말파티에서 경품으로 드린 것이다. 그리고 지민네 가족과 함께 서귀포 암장에 갔다. 두 시간 가까이 운동하고 우동과 김밥으로 점심을 먹었다. 마루는 지민이네 차에 태워 보내고 나는 아내와 함께 다음 촬영해야 하는 현장을 답사하러 갔다. 건축은 외부가 거의 마무리된 상태였고, 완공되려면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우선 건축사무소 쪽과 일정을 조율해야겠다. 그리고 성엽형네 하소로커피에 갔다. 몇 년 사이에 실내에 심은 나무는 키가 훌쩍 자라서 천장에 닿았다. 카페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시작하던 때, 한가롭던 풍경을 기억하고 있었는데 낯설었다. 그 몇 년의 시간동안 카페와 사진관을 비교하느라 마음이 괜히 바빠졌다. 서둘러 커피를 마시고 집으로 왔다.

 

아내가 카페에 가방을 두고 와서 다시 갔다. 오는 길에 지민이네에 들러서 마루를 데려 왔다. 어느새 긴 머리카락을 또 잘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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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을 뻔했다

제주문화예술재단에서 지원하는 사업에 신청했고 어제 면접심사가 있었다. 5분 발표에 5분 질의응답 형식이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생각해서 발표했는데, 심사위원들의 질문을 받고 집에 돌아와 생각하니 놓친 부분이 자꾸 떠올라서 미련이 남는다. 내게 주어진 시간은 끝났고, 지금 떠오른 이야기들을 다시 전할 기회는 없지만 떠올리고 잊는 것보다는 정리해 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나는 사진작업으로 등록되어 있고, 이번 작업도 사진이 포함되어 있지만 내용 소개는 인터뷰와 영상촬영에 치중됐다. 사진은 이미 바탕에 깔고 있으니 그 이야기는 더 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내용을 잘 말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사진가로서 작업하는 내용을 충분히 말하고, 그 과정에서 이 프로젝트가 어떻게 연결되는 것인지 설명했어야 한다. 사진작업의 과정이 영상기록으로 남아서, 사진이 만들어지기 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보여준다는 멘트 정도가 추가됐으면 어땠을까 싶다.

 

예산 관련 질문도 있었는데, 사진작업인데 예산편성에서 사진 관련 비용은 안 보인다는 질문이 있었다. 나는 사진관련 작업은 내가 직접 할 수 있으니, 내가 할 수 없는 부분을 위주로 예산을 편성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답도 아쉽다. 올해는 컨텐츠 제작 위주로 편성했고, 사진전이나 도록 발간 등 비용은 내년 예산안에 반영했다고 말하는 것이 나을 뻔했다. 

 

 아쉬움이 많은 면접이 되었다. 다만 이런 뒤늦은 생각들을 잘 정리해서 작업에 반영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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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ju/-Weather

꾸역꾸역, 버티는, 살아내는, 아름다움, 예쁘다,

 

 

손을 펴 보았다. 학교까지 마루를 배웅하는 짧은 길, 돌아오는데 아침 빛이 낮게 온다. 손을 펴서 조금만 좌우로 돌려보면 작은 손바닥 안에도 깊고 높은 지형이 있다고, 빛이 알려준다. 작구나. 숨기는 것 없이 온전히 드러내는 빛 아래서 손바닥을 보며 생각했다. 이 작은 손에 몇 개의 단어나 온전히 담을 수 있을까 싶어졌다. 손안에 쥔 모래알처럼 단어가 빠져나간다던 소설가의 말처럼.

단어 하나하나가 작고 둥근 돌멩이의 몸을 가졌다면, 그 단어들을 하나씩 쌓아가는 문장은 참 위태롭겠다. 문장은 위태로운 단어의 돌탑이고, 그런 돌탑을 모아 만든 이야기는 산사태 직전의 돌숲 같을까. 곧 허물어질 것 같은 문장들 사이에서 나는 어느 하나에도 의지하기 어렵겠다. 단단한 생각의 구조물이라고 오해하고 기대면 와르르 무너질 수 있다. 어쩌면 젤리처럼 뭉개질 수 있다. 
 
내가 길어올린 몇 개의 단어를 웅얼거려 본다. 

꾸역꾸역, 버티는, 살아내는, 아름다움, 예쁘다, 

잘 쓰는, 제법 익숙하게 다루는 단어들. 꼬리를 무는 단어들은 힘겨운 날들에서 출발해서 마침내 얻어낸 아름다움일 수 있고, 아름다워야 한다는 최면이나 설득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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