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ju/-Weather

제주는 며칠째 폭설이다.

제주는 며칠째 폭설이다. 이런 겨울은 태어나서 처음 보낸다. 태어나고 자란 거제도나 계속 살았던 상하이 어디도 이런 겨울은 없었다. 제주도 이런 겨울은 처음이라는데, 그 처음을 제주 두 번째 겨울에 겪다 보니, 이 섬은 항상 이런가 싶다.


사진관 2층으로 짐을 옮긴 지 한 달 가까이 됐다. 작은 가스난로 하나를 켜고 작업하는데 손 안 시릴 정도는 된다. 어제 늦게까지 마무리해야 될 작업이 있어서 새벽 6시까지 작업실 컴퓨터 앞에 있다가 집에 와서 잠들었다. 내일 보내야 될 사진, 모레 보내야 될 사진이 차례로 줄 서 있다. 오늘 몸이 시원찮아서 어제 잠을 못 잔 탓인 줄 알았는데 저녁에 보니 열이 오른다. 감기가 올 모양이다.


오늘도 거의 새벽까지 작업해야 하니까 두툼하게 입고 작업실에 있을까 하다가 작업할 사진과 노트북을 챙겨서 집으로 건너 왔다. 보일러 배관이 지나는 샤워실 앞 바닥에 배를 깔고 누워서 포토샵을 연다. 큰 작업이야 내일 작업실 컴퓨터로 하더라도, 우선 오늘 밤에는 여기서 하면 되겠다.


저 뒤에 방에서 아내가 마루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다. 아내가 읽어주면 마루가 질문하고 아내가 대답한다. 보지 않아도, 저 목소리만 해도 참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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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ju/-Weather

실력 발휘하고 와요

"실력 발휘하고 와요."

아내가 말했다. 2주 내내 촬영이 이어진다.

상하이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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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ju/-Weather

OSHADAI 라는 옷이 있는데요,





OSHADAI라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중국 브랜드이고요. 매장은 상하이에만 있습니다. 작은 독립 브랜드죠. 주로 옷을 만들고, 주방이나 거실에 쓰는 패브릭 제품이나 소품을 만듭니다. 한글로는 오사다이. 중국어로 쓰면 哦沙袋입니다. 哦는 '오!'라는 감탄사가 되고요. 사다이沙袋는 모래주머니라는 뜻입니다.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작은 모래주머니, 바로 그겁니다. 그러니까, 오!모래주머니! 라는 브랜드입니다.


한 명의 디자이너가 모든 것을 디자인하고, 고향의 작은 공장에서 수공예로 제품을 만들어 냅니다. 디자이너가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영감을 수집하고, 유럽과 일본 등지에서 패브릭을 구해 오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오사다이의 디자이너를 인터뷰하는 잡지의 에디터와 함께 포토 자격으로 갔었습니다. 그리고 한참 뒤에 연락 받았습니다. 제가 찍은 사진이 참 마음에 들었다고, 기존에 찍혔던 다른 많은 잡지의 사진과 달랐다고. 그러니까 자기 브랜드 화보 작업을 같이 하자는 제안이었습니다. 그게 벌써 몇 년 전입니다. 그 뒤로 우리는 1년에 두 번씩, 시즌 화보를 찍고 있습니다. 이제는 사는 이야기 나누는 친구 사이가 되었습니다. 시즌 촬영이 끝나면 보통 찜해 둔 외투를 아내에게 선물합니다. 물론 조금 할인은 받습니다. 소재가 무척 좋아서 입고 있으면 보기 좋습니다. 


대규모 브랜드가 아니어서 작업의 자유도는 훨씬 큽니다. 우리는 함께 모여서 아이디어를 산처럼 쌓아댑니다. 그렇게 쌓인 생각의 산에서 한 삽씩 퍼내면서 꼭 찍어야할 사진, 꼭 필요한 느낌만 남깁니다. 물론 현장에서 찍다보면 어느새 생각도 못한 계곡도 생기고 숲도 생기는 건 어쩔 수 없고요. 


나중에 한 마디 덧붙이더군요.


네 사진, 참 좋아.

그런데 그거 좋아할 사람, 많지 않을 걸?


칭찬인 지 욕인 지, 안타깝게도 지금까지는 대충 맞는 말 같네요.


오사다이의 여러 사진에 대해 나중에 더 적을 일이 있겠지만, 우선 오늘 적는 것은 2017 S/S 시즌 작업입니다. 2016년 겨울에 찍었으니까 한참 전이네요. 보통 한 시즌에 20장 조금 넘는 사진을 씁니다. 찍은 사진들 중에 몇 번 걸러내고 나면 그래도 200여 장 넘게 남는데, 그 사진들을 모두 프린트해서 펼쳐놓고 같이 스토리를 짜면서 남길 사진과 순서를 결정해 갑니다. 보여줘야 되는 옷, 드러나야 되는 디테일이 있으니까 선택의 기준은 냉정하고 잔인합니다.


이번 시즌에는 유난히 남기고 싶은 이야기가 따로 있었습니다. 찍어두고 보니 그렇더라구요. 그래서 최종 인쇄 선택과 상관없이 별도의 스토리라인 하나를 적고 싶었습니다. 


저기, 나 따로 사진 좀 추려서 블로그에 올려도 될까?

그럼, 물론이지.


그래서 골랐습니다. 물론 이 대화는 몇 달 전이었고요. 하하.


덧붙일 이야기는 없습니다. 


다만, 사진가로서 이야기 하나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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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관에서 알려드립니다

!! 팬션 카페 촬영 할인 이벤트 !!

!! 인테리어 촬영 할인 이벤트 !!






안녕하세요사진찍는 모비입니다.



반치옥사진관은 오픈을 위해서 열심히 달리고 있습니다한참 짓는 중이라 가을에나 되겠지만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 팬션 카페 주택 촬영 할인 이벤트 !!



오픈 전까지 8 9 두달  이벤트를 진행합니다.


반치옥사진관의 모든 사진은 상담이 먼저입니다. 

 팬션카페에서  부각시켜야 하는 부분을 살려내야지요.


그리고 상담내용과 촬영한 사진은 에세이로 만들어서 공유합니다.


최근 작업한 내용을 참고해 주세요. 클릭하시면 새창으로 열려요.


[제주에 머물 하소로 커피카페와 주택 http://forgogh.net/61

[제주에 머물 애월가족숙소 별꿈팬션 http://forgogh.net/59

[제주에 머물 독채팬션 곰곰 중에 모래곰 http://forgogh.net/58




중요한 가격은,

일괄 40만원에 진행합니다.


  • 촬영 일정이   경우 조기 마감될  있습니다.
  • 8 9  달간 한시적으로 진행하는 이벤트입니다.
  • 카페팬션, 주택  모두 동일 가격 적용됩니다.
  •  5 이상 또는 3 이상의 건물로 이루어진 단지형 팬션은 이벤트 가격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촬영문의

전화 010 2771 9911

카톡 forgogh



이상, 이벤트 공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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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folio/Architecture

[제주에 머물 집] 하소로 커피, 카페와 주택




안녕하세요. 사진찍는 모비입니다. 

또 한 곳, 좋은 공간을 촬영한 이야기입니다. 촬영 의뢰를 받으면 우선 현장에 가서 그곳의 주인을 인터뷰 합니다. 내용이 조금 다르기는 해도 인터뷰는 건축사진이든 인물사진이든 모두 진행합니다. 건물촬영의 경우에는 아무래도 건축 당시의 이야기, 가장 아름다운 빛과 시간대를 묻고, 이 공간과 이어진 특별한 기억을 묻습니다. 이번 촬영의 목적, 그러니까 이 사진의 용도에 대한 질문도 기본이지요. 그런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해서 꼭 찍어야 되는 장면이 결정되니까요. 그렇게 찍어서 완성한 하소로커피. 이제부터 소개합니다.








미끄럼틀이 있는 집


이번 촬영은 작은 로스팅 카페 한 곳과 그의 가족들이 살고 있는 주택입니다. 주택은 카페보다 몇 배 더 큽니다. 설계가 전공은 아니지만 설계 사촌 쯤 되는 토목을 전공하고 이런 저런 재주가 많은 주인은 집을 직접 설계했습니다. 가족 한 명 한 명에게 꼭 필요한 공간과 그들의 동선에 가장 어울릴 만한 모습으로 전체에서 세부에 이르기까지 배려한 집입니다. 촬영을 위해 집 안을 둘러보며 가족 구성원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공간 구성에 감탄했습니다.


집은 3층 구조인데,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싶은 공간들이 있습니다. 1층에서 3층까지 뚫려있는 수직공간은 면적의 효율성을 따지는 아파트나 작은 주택에서는 생각하기 어려울 겁니다. 집 내부 공기순환을 위한 공기굴뚝의 역할인데, 3층에서 들어본 빛도 이 통로를 따라 1층까지 내려옵니다.


아이들을 위한 아이디어도 돋보이네요. 우선 1층 거실에는 작은 실내 암벽이 있어서 아이들이 매달려 놀기에 좋습니다. 1층에서 2층으로 가는 계단 옆에는 미끄럼틀을 만들었고요. 아들 방으로 가기 위해서는 계단 없이 80cm 가까운 턱을 그냥 올라가야 합니다. 맞아요. 이게 남자 아이가 노는 방식이죠. 그리고 딸 방과 아들 방은 허리를 숙여야 들어갈 수 있는 구멍통로입니다. 아이들의 주문사항이었다는데, 아이들이 주문한다고 누구나 만들어 줄 수 있는 아이템은 아니지요. 2층 복도를 차지한 책장은 또 어떤가요. 수직과 수평 대신 이리저리 기운  책장은 생각이 만들어 지는 형태와 닮았습니다. 아이디어는 수직과 수평에 있지 않으니까요. 아, 못 만들어서 기운 거 아닙니다. 일부러 기울였어요. ㅎ


아직 채워지지 않은 3층은 본래 작업실로 쓸 용도였다고 합니다. 어떻게 변신할 지는 두고 보아야지요. 집은 뒷편으로 냇가에 접해 있습니다. 평소에는 말라 있어서 거의 물은 없지만 뒷마당에 앉아 고기라도 굽는 날이면 풍경이 제법 고기맛을 보탤 겁니다.


집이 뒷편 냇가에 가까운 반면, 카페는 2차선 길가에 있습니다. 동서로 길쭉한 땅에 길과 닿은 서쪽에는 카페, 동쪽은 집이 있는 형태지요.











































말이 커피 뜯는 풍경


집을 직접 설계했다면, 카페는 아예 직접 지었습니다. 고쳐지었다는 표현이 맞겠네요. 낡은 현지 주택이었던 곳이니까요. 재주 많은 주인장입니다. 사실 이곳은 카페라기 보다는 로스팅 공방에 가깝다고 해야 할까요? 좋은 원두를 볶아 내고, 그렇게 만든 원두를 맛보이는 공간입니다. 


커피 포대자루?가 카페 내부와 바깥 정원까지 꾸미고 있습니다. 하소로커피의 메인 테마인 목마도 여기저기 보이고요. 정원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나무 벽은 바닷가에서 직접 구해온 나뭇가지들을 직접 엮어서 만들었습니다. 여기저기 주인장의 섬세한 손길이 돋보입니다.


커피 맛에 대해 하소로의 로스터가 들려주는 공식은 대충 이렇습니다.

좋은 생두를 고르는 게 이미 90%이고요. 

좋은 로스팅이 5%. 여기에는 좋은 로스팅 기계와 로스터의 숙련도가 필요하겠지요. 

그리고 좋은 추출기계가 3% 정도, 

마지막으로 바리스타의 실력이 2% 정도가 아닐까 한답니다. 

개인적인 의견이니까 혹시 생각이 달라도 싸우지 마세요.


하소로의 원두 중에는 제주의 다른 곳에서 맛 볼 수 없는 것들이 여럿입니다. COE라는 저는 처음 들어보는 단어가 있더군요. 매해 가장 좋은 생두를 가리는 대회라는데 그 대회에서 수상한 스패셜티 생두를 수입해 옵니다. 적어도 생두에 대해서라면 제주에서 제일 좋은 생두를 갖도 있다는 자신이 엿보입니다.


그렇게 가져온 생두는 5Kg 용량의 반열풍식 PROBAT 머신에서 볶아냅니다. 사실 처음 듣습니다. 반열풍식? PROBAT? 잘 모르지만 저 기계, 육중한 게 비싸다는 인상을 강하게 풍깁니다. 비싼 것들이 온몸으로 내는 기운, 틀림 없을 겁니다. 머신 옆에 있는 작은 노트북은 주인장의 비밀병기입니다. 하루에 스무 번씩 로스팅하는 모든 데이터가 저기에 기록됩니다. 그렇게 쌓이는 노하우가 결국 더 좋은 원두를 만들겠지요.











































좋은 커피 한 잔을 내린다는 것



좋은 커피 한 잔을 내려 먹는다는 것에 대해 물었습니다. 로스터는 생두를 볶으며 어떤 마지막 장면을 상상할까요? 이렇게 힘들게 구한 생두를 귀하게 볶아서 기본에 충실한 추출로 마침내 한 잔의 커피를 만들어 냈다고 칩시다. 그 첫 모금을 마시는 손님에게서 로스터가 기대하는 건 무엇일지 궁금했습니다.


"

맛있게 먹어주는 거지요.


아, 이 간단하면서 깊은 답. 좋은 생두는 좋은 원재료겠지요. 로스터는 그 맛을 발현시키고, 마시는 사람이 그 맛을 읽어낼 때, 로스터 입장에서는 마냥 고마울 뿐이랍니다. 


그런 로스터가 요즘 추천하는 커피는 로미타샤Lomi Tasha! 이곳 주인장이 표현하려는 맛을 잘 담고 있다는 군요. 단맛과 꽃맛 그리고 적당한 산미까지. 개성 있지만 수용 가능한 범위 안에 있다나요?


아, 하소로 스패셜티 블랜딩도 있습니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의 블랜딩이 유명세를 떨치기도 했지요. 하소로 블랜딩은 엄선한 스페셜티 생두를 후블랜딩해서 만들어 내는 하소로만의 개성입니다.


 












참, 촬영 이야기니까 카페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더 했어야 하는데요. 커피는 생소한 부분이다 보니 궁금한 것이 많고, 대화는 어쩌다 보니 그쪽으로 흘러가 버려서 다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하소로 커피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는, http://blog.naver.com/syk4357




그리고 촬영문의는, 당연히 

반치옥사진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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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ju/제주마루

다섯 살 마루, 만년필을 가지다

"아빠, 놀아주세요.
"잠시만, 아빠 이거 메모 좀 해야 해.

혼자 놀기 심심한 마루는 슬며시 아빠 옆으로 온다.

"이건 뭐예요?
"만년필
"나도 해 볼래요.

어떻게 쥐는 지, 왜 색연필처럼 누르면 안 되는 지 알려준다. 조심스럽게 마루가 그리는 글씨같은 그림. 딴에는 글자를 쓰는 거다. 세게 눌러쓰면 안 된다니까 겨우 닿을 듯 말 듯 종이 위를 지나는 만년필의 촉.

"아빠, 나 안 누르고 잘 했지요?
"마루, 만년필이 재밌어?
"네!
"마루 만년필 하나 줄까?

중국 마트에서 급하게 샀던, 여권지갑에 넣어두었던 만년필을 꺼냈다. 잉크는 벌써 말랐다. 물에 넣어서 굳은 잉크를 푼 다음 새로 잉크를 넣었다.

"마루야, 만년필은 손에 잉크가 묻고 불편한데, 글 쓰는 사람한테 참 멋있는 거야.

스케치북 몇 장을 크레파스 대신 만년필로 채우더니 이내 손에 묻은 잉크를 씻겠다며 나간다. 만년필은 아무렇게나 놓아두고. 다 쓴 후에는 꼭 캡을 닫으라고 알려주고 슬쩍 다시 회수해서 서랍에 넣었다. 어디에 두더라도, 이제 마루 만년필이다.

만년필이라...
마루는 어떤 글을 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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