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ju/-Weather

강요배 선생님을 소개시켜 주세요.





인상적인 공연을 보거나 특별한 이야기를 듣거나, 좋은 음악을 듣거나 깊은 감동을 받으면, 


아, 저 사람 꼭 찍어보고 싶다.


생각이 든다. 내가 찍으면 저 사람 참 특별하게 찍어낼 수 있는데. 나만 찾아낼 수 있는 윤곽과 표정이 있을 텐데. 생각이 든다. 찍고 싶다는 갈증을 느끼면서 나, 점점 진짜 사진가가 되어가는 모양이다.





강요배.


찜했다. 처음 그림을 본 게 상하이 학고재에서 있었던 전시였다. 벽 하나 통째로 채운 바다 그림이었다. 마침 제주도 이주를 준비하던 때였으니까, 제주도에 가면 꼭 만나보고 싶다, 생각했다. 그러다가 이사 준비로 잠시 제주에 들렀을 때 마침 도립미술관에서 강요배 개인전이 있었다. 한쪽에서 화가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볼 수 있었는데, 화가는 바다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작업실을 두고 있었다. 제주 4.3을 다룬 그의 초기 작업도 봤다. 바다로 걸어가는 저 얼굴을, 느긋하게 한 일년쯤 따라다니면서 찍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빈 캔버스 앞에서 찍고, 물감을 개고 있을 때 찍고, 전시 준비중인 텅빈 갤러리에서 찍고, 산책가는 바다에서 찍고, 사나운 파도 앞에서 찍고, 물에 반쯤 담궈서 얼굴만 내놓고 찍고. 혼자 이런저런 구도를 상상하고 한 장 마다 어울리는 조명을 세웠다가 지웠다가 했다.


강요배를 취재해서 글쓴 사람을 발견해서 불쑥 연락했다. 


- 강요배 선생님을 소개시켜 주세요. 저는 사진찍는 사람인데요, 꼭 찍어보고 싶습니다.

- 아마 직접 연락하시는 게 나을 겁니다. 제주 화단의 어른이시라 그분 의견을 여쭤얄 겁니다.

- 건너건너 소개받으면 좀 쉽게 허락하실 줄 알았지요. 네, 알겠습니다.


대화는 대충 이렇게 끝났다. 장비는 상하이에 있고 찍고 싶다는 생각 뿐 찍어서 어디에 쓸지 생각도 없으니 당장에는 기약이 없다. 그래도 꾸깃꾸깃 접어 셔츠 윗주머니에 넣고 잊은 메모지처럼, 언젠가는 꼭 찍는다. 그런 그림을 그리고 그런 이야기를 가진 사람이라면, 내가 끝내주게 찍어낼 수 있다. 그거 하나는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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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ju/-Weather

소소재간

소소재간




친구의 작업실 겸 작은 매장이 문을 열었다. 소소하게 떡을 마련해서 동네 이웃들에게 돌리고 치열하게 만든 소소한 것들이 판매 테이블 위에 자리를 잡았다. 며칠 전 갔을 때만 해도 워낙 진도가 안 나가서 이게 도대체 약속한 날짜에 될 일인가 싶었는데, 둘은 어엿하게 예고한 날짜에 문을 열었다. 며칠 밤을 새웠겠지만.


그래피티 작업을 하던 한디와 옷을 만들던 아내는 제주를 기억할 만한 작은 것들을 만들고 모아서 가게를 열었다. 자신들처럼 수줍게, 가게 이름도 소소.한 재간.이란다. 예쁜 이름이다.


이 섬은 멋지고 독창적인 사람들이 많이 모여든 곳이니까 그런 사람들을 닮은 가게도 많다. 그것들 모두 제 색깔로 빛났으면 좋겠다.  제주 정착 넉 달 만에, 나도 지인 가게라고 소개할 만한 곳이 하나 생겨서 좀 뿌듯하다. 한 뼘쯤 더 제주사람이 된 것 같아서.


개업축하하러 가서 나는 잡동사니를 넣어다닐 작은 천가방을, 아내는 아이패드를 넣을 파우치를 샀다. 마루는 개업 파티용으로 준비해 둔 사탕을 여러 개나 먹었다.


소소재간. 소소한 빛들이 오후마다 재잘거리기를 빈다.


- 귀덕사거리에서 보면 그래피티로 벽을 채운 가게가 보인다. 당근케익 가게 옆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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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ju/-Weather

시간은 느리게 가는데 세월은 참 빨리도 간다.






얘야, 시간은 느리게 가는데 세월은 참 빨리 간다.


백발의 할머니는 이제 가끔씩은 치매 기운도 있다고 했다. 마냥 꼿꼿해 보이시는데, 어떤 날은 하루 열두 통도 넘게 전화하신다고 했다. 마침 찾아뵈었을 때는 가만 방에 앉아 계시다가 우리 일행을 보고 말씀하셨다.


시간은 느리게 가는데 세월은 참 빨리도 간다. 사는 게 그렇다. 


아직 세월을 살아보지 않은 나는 다만 그 말이 아름답게만 들렸다. 


그러게요, 할머니. 여전히 참 정정하세요. 백발이 보기 좋아요.


아름다운 말을 잊을까 봐서, 돌아나와 얼른 메모장에 받아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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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ju/제주마루

창문을 열어 두니 침대 위로 빛이 떨어진다



섬 날씨는 종횡무진한다. 

바람이 오고 가기를 멈추지 않고 해는 났다가 숨었다가 한다. 

계속 흐리다가 잠시 빛이 났다. 

창문을 열어 두니 침대 위로 빛이 떨어진다. 

추워서 못 나가니까, 방에서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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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ju/제주마루

170122 마루 촬영노트










마루가 찍고 아빠가 고르다.

아빠, 엄마는 이불 찍은 저 사진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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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ju/제주마루

바람은 나무에서 태어나지요





바람은 나무에서 태어나지요 

나무가 흔들리니까요 

아, 그럼 바람은 새똥을 먹고 살겠다

새가 나무에 똥을 싸고 가니까요



- 바람에 대한 마루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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