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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9
인생을 저당잡히는 기분
은행에 들러 서류를 마저 썼다. 열흘쯤 전에 와서 대출관련 서류들을 쓰고, 오늘 다시 와서 통장 발급을 위한 업무를 처리했다. 지난 번에 이어서, 정체가 모호한 수십 장의 서류에 주소와 이름을 썼다. 주소는 내 집과 땅을 담보잡힌다는 것이고, 이름은 모든 사태의 책임을 내가 진다는 뜻이다. 서류를 가득 채우고 있는 글자들은 빼곡한데, 설명은 두어 마디로 끝난다. 간단한 설명과 복잡한 서류 사이는 멀어 보이는데, 그 간격을 제대로 따져볼 수 없다. 대충 눈대충하며 적어넣는 내 이름들. 인생을 저당잡히는 기분.
이렇게라도 내가 원하는 돈을 얻고, 그 돈으로 집을 짓고, 그 집으로 다시 돈을 모아야지. 뭐든, 해봐야지. 안 하고 내려놓으면 안 되니까. 시도하는 것만으로 의미는 생기는 거니까.
식은 밥상을 덮는 한 장의 조각보를 겨우 들고,
사진리뷰 세 개를 해야하는데 겨우 하나를 마쳤다. 하기로 한 다른 잡무는 거의 마쳤다. 더 하면 너무 늦어질 것 같으니 오늘은 여기까지 해야 한다.
기티는 아침에 발을 다쳐서 절뚝거리며 왔다. 내일부터 며칠 자리를 비우니까 심하면 오늘 병원에 데려갈까 하다가 두고보기로 한다. 다행히 저녁 때가 되니 아침보다 훨씬 수월하게 걷는다.
민박등록에 필요한 점검을 나왔는데, 마침 보일러실 문이 잠겼다. 필요한 설비를 다 설치하고 문을 닫는다는 것이 문고리가 고장나며 안에서 잠겨버렸다. 한참 열쇠를 찾았는데 못 찾았다. 담당 주무관은 헛걸음했다. 미안했다. 오후에 기술자를 불러 문을 따고 손잡이를 갈았다.
어머님 아버님이 오셨다. 곧 아버님 팔순인데, 가족 다 같이 해외여행 간 적이 없다고 아쉬워하셔서 짧게 대만을 다녀오려고 한다. 두 분을 모시러 공항에 가며, 오늘이 우리 결혼기념일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오늘 뭔가 있었는데? 하며 아내가 겨우 떠올렸다. 사납지 않아도 멈추지 않는 파도가 이는 바다처럼, 날마다 눈앞에 닥친 일들을 해치우며 살다 보니 오늘이다. 나보다 나은 점이 참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평소 생각대로 말해줬다. 고맙다.
내일 점심비행기로 대만으로 가서 목요일에 돌아온다. 마루와 새벽수영을 할 테고, 아버님 다리가 쉽게 지치시니 많은 것을 보기보다 맛있는 것들을 먹는 일정으로 잡았다.
오래된 인연들과 한참만에 다시 연락이 닿으면 마음과 기억은 순식간에 그때 언저리로 달려간다. 온전치 않은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겠지만, 어쩌면 그때는 하나의 색을 가진 한 장 보자기 같았을 수도 있었을까. 하나의 색이라고 믿고, 또 하나의 색으로 쭉 살 수 있을 거라고 믿었던 시간이 있었던가. 찢어지고 기우는 온갖 시간을 지나서, 식은 밥상을 덮는 한 장의 조각보를 손에 들고 선 것 같다. 부끄럽지도 밉지도 않고, 기워낸 자리마다 연민과 애정의 기억들.
자러 가자.
마루가 유튜브를 시작했다.
마루가 유튜브를 시작했다. 예전에 내가 개설해서 제주에서 사는 마루의 일상을 몇 개 올린 채널이 있었는데, 마루는 그게 싫댄다. 자기가 직접 원하는 영상만 올리고 싶다고 고집을 부렸다. 결국 새 채널을 하나 팠다. 이름은 구국이새. 도대체 무슨 뜻인지 모르겠지만 해달라는 대로 해줬다.
패드에서 낙서(내가 보기에는...) 비슷한 그림을 몇 개 에니메이션으로 묶어서 올리고서는 재밌다며 혼자 낄낄거리며 웃는다. 아빠는 구독자가 160명도 넘는다고, 아빠를 우러러보라는 식으로 이야기해줬다. 마루도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우리 아빠는 구독자 100명도 넘는다고 자랑을 하곤 했다. 그랬는데, 그랬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갑자기 실실 웃으면서 거실로 나온다. 또 무슨 사고를 쳤을까 싶어 물어보니, 어제 밤에 마루가 올려놓고 잔 짧은 영상이 오늘 아침에 확인해 보니 조회수가 1500회를 넘겼다는 거다. 그럴 리가? 잘 못 봤겠지.
낚시터에서 고기 손질하다가 생선심장이 뛰는 것을 찍어둔 것이 있는데, 그걸 올렸더니 글쎄 조회수가 그렇게 나왔다고 한다. 이런. 나는 공들여 준비하고 찍고 편집하고 올린 것들 중에서도 400회 좀 넘는 것이 제일 많이 본 것인데...
재미를 붙인 녀석이 별 요상한 것들을 만들어 올린다. 별 것 아닌 것 같으면서도 가만 보면 나는 도저히 만들 수 없을 것 같은 기괴하고 창의적인 것들이다. 아, 시대가 이렇게 다른 거구나 싶다.
그나저나, 마루 구독자가 나를 넘어서는 날이 어쩌면 생각보다 빨리 오겠다.
공인인증서와 싸움했다
그런 아이들이 있다. 가려움을 참지 못해 계속해서 몸을 긁어대는 아이들. 그러면 상처가 덧나고 더 가려워진다고 말려보아도 당장의 고통을 잊기 위해 더 느리지만 큰 고통을 제 스스로 가하는.
일상이 비틀리면서, 아슬아슬한 날들이라고 생각한다. 스트레스가 심해서 뒷목이 거의 고정값처럼 뻣뻣하고, 뒷통수 한쪽에 감각이 이상해진 것이 제법 되었다. 처음에는 이 무슨 일인가 싶어 병원도 가고 한의원도 다녔는데, 어느새 조금씩 익숙해졌다. 무섭게.
그러다가 오늘에야 문득, 내가 나를 할퀴어대고 있었구나 하는 작은 깨달음이 왔다. 아무도 나를 등떠밀지 않았는데, 혼자서 손톱을 세우고 시간을 들이고 자꾸 생각을 보태가면서 나를 상처내고 있었던가. 적어도 그러지는 말아야겠다고 오늘 종일 생각했다. 주문처럼, 내가 나를 할퀴지는 말아야지. 입속으로 웅얼거렸다.
은행에 가서 대출을 문의했다. 지금 조건에서 주택담보로 받기에는 중간에 거쳐야 하는 단계가 너무 많고 불편하다. 그래서 숙박업을 사업항목에 추가하고 시설비 항목으로 사업자대출을 받는 방법을 쓰기로 했다. 어차피 대출받아서 집을 짓고 에어비엔비를 돌리려던 것인데, 순서가 조금 바뀌었다.
오후 내내 공인인증서와 싸움했다.
나의 항해일지
어제 연습을 오늘 쓴다.
날씨가 흐렸다. 김녕쪽으로 넘어가니 안개가 짙고 비가 내리고 있었다. 9시 조금 넘겨 도착해서 옷을 갈아입고 범장했다. 바람은 동풍이고 다른 날보다 조금 잔잔해서 연습하기 좋겠다는 인상이었다. 물은 이제껏 본 적 없을 정도로 높이 차올랐다.
배에 올라서 테킹하며 동쪽으로 올랐다. 동쪽에는 해안이 있어서 가상의 목표점을 그리기 쉬웠다. 롤테킹을 연습했다. 타기 전에 육지에서 15분 가까이 동작의 순서를 반복하며 익혔다. 밀고 쿵 잡고 앉고 밀고 쿵. 바람이 클 때는 무서워서 시도하지 못 했는데 오늘은 마음껏 해볼 수 있었다. 하는 동안 시트가 자꾸 발에 감겨서 애를 먹기도 했다.
자이빙은 여전히 무섭다. 센 바람에서 자이빙하면 세일이 바람을 양껏 안아서 곧장 배를 뒤집으려 든다. 살금살금 겨우 한다. 자이빙을 준비할 때마다 가슴이 두근댄다.
중간에 코치님이 오셔서 방파제 쪽에서 부르셨다. 그 앞으로 가서 테킹 동작을 반복하고, 코치님이 부족한 부분을 지적해 주셨다. 조금 더 여유를 갖고 한 박자 느리게 움직일 것.
1시간 정도 연습하고 마쳤다. 로그를 보니 여전히 테킹 각도가 많이 아쉽다. 각의 끝이 단정하지 않아서 방향을 잡는데 다시 시간을 쓰는 각도가 많고, 들어온 각과 나가는 각이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단정하지 않은 각도는 기술이 부족한 것이고, 맞아떨어지지 않는 각은 바람을 읽어내는 것이 서툴기 때문이다.
연습 마친 후 코치님과 앉아서 이야기했는데, 지나가는 말처럼 어쩌면 5월쯤에 태국에 다녀오셔야할 수도 있다고 했다. 지인 중에 선장 한 분이 요트 딜리버리를 의뢰받았는데, 혼자 하기 어려우니 코치님께 같이 가서 배를 가져오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태국에서 한국까지는 1주일이 걸린다고 한다. 매력적이다. 어디 영상 기록맴버 필요하면 데려가 달라고 할까 생각했다. 아내에게 이야기하니 휴식 겸 다녀오라고 하는데...
요트클럽은 올 연말쯤 J24 요트를 한 대 가질 거라고 한다. 팀 단위 세일링 연습을 할 수 있다고 하니 기대한다.
나의 항해일지
트라우마라는 단어는 너무 만연한 것 같아서 잘 쓰지 않으려고 하는 단어다. 신체적 부상에 따르는 정신적 후유증. 살면서 크게 겪어본 적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요며칠 바다에서의 내 상황은 트라우마라는 단어 외에 쓸 것이 없다. 지난 겨울 그날, 세 번의 전복 이후 바다는 어찌나 무서운지.
오늘은 코치님도 육지에 가셔서 바다에 아무도 없었다. 바람은 북서풍이 6m/s로 불었는데 파도의 골이 깊었다. 오전 10시 조금 전에 도착해서 준비하고, 배를 채비해서 나갔다. 큰 숨을 여러 번 내쉬고서야 바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불어오는 바람의 90도 방향으로 만들어지는 코스를 빔리치라고 부른다. 우선 긴장도 풀겸 빔치리코스를 여러 번 오갔다. 부드럽고 정확한 테킹 동작을 여러 번 해보고, 이제 되겠다 싶어서 뱃머리를 돌려 우선 런코스를 타고 풍하로 갔다. 거기서 다시 테킹. 바람이 불어오는 쪽에 가상의 목표를 정하고 홀드 코스를 따라 지그재그로 바람을 거슬러 갔다. 계속 정확하고 부드러운 테킹을 신경쓰며 배를 몰았다. 서너 번 그렇게 타고, 스타트라인에서 배를 멈추고 기다리는 연습을 조금 했다. 런코스에서 조금 더 속도를 높이기 위해 시트를 당기는 연습도 해보았다. 유튜브에서 본 것들이다.
구해줄 수 없으니 조심해서 타라는 코치님의 당부도 있었고, 이 바다에서 한 번 뒤집히면 제법 고생을 할 것 같아서 겁도 많이 났다. 항을 많이 벗어나지 않고 조심해서 타다가 결국 한 번 빠졌다. 배가 뒤집힌 것은 아니고, 잠시 정신을 놓은 사이에 발이 안 걸리면서 빠졌다. 다행히 물은 생각보다 차갑지 않았고, 메인시트를 잡고 있어서 금방 다시 올라왔지만 놀란 마음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 우선 배를 바람 방향으로 세워서 잠시 숨을 돌리려고 했는데 파도가 높아서 그마저 쉽지 않았다. 잠깐 더 타고 서둘러 귀항했다.
만약에, 지난 겨울 캡사이즈 이후로 배를 더 이상 타지 않았다면 이 두려움을 평생동안 갖고가야 했을까. 다행스럽게 나는 적당히 나이가 들었고, 경험치도 쌓였다. 많은 종류의 두려움은 직시하고 도전하며 극복해낼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지금은 다시 배에 오를 때마다 가슴이 떨리고 무섭지만, 이 상황에 더 자주 나를 노출시키면 조금씩 나아지고 마침내 예전보다 훨씬 바람을 잘 읽고 배를 잘 움직일 수 있게 될 것을 안다.
나의 항해일지
올 첫 요트연습을 다녀왔다. 지난 토요일에 갔었는데 바람이 좋지 않아서 이론수업만 들었었다. 오늘은 바람이 적당해서 타기 좋았다. 작년 겨울 마지막 연습날에 바람이 거셌다. 그날 나는 자이빙에서 한 번, 런 코스에서 두 번 전복됐다. 제법 센 바람에도 곧잘 탄다고 자신감이 붙어있던 때라 마음 준비도 없었다. 배는 뒤집어졌고, 익숙하게 배운대로 다시 올라오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파도가 너무 높고 배는 옆으로 쓰러진 것이 아니라 완전히 뒤집혔는데 다시 뒤집는데 한참 걸렸다. 겨우 다시 올라탔는데 마스트가 댕강 부러져 있었다. 감독선에 이끌려 해안으로 돌아왔다. 그래, 그럴 수도 있는 거지. 점심을 먹고, 몸을 데우고 다시 바다로 나갔다. 이때까지는 각오가 제법 날카로웠다. 그리고 다시 오후 훈련. 오전에 전복됐던 자이빙은 순조롭게 했다. 그리고 돌아오는 런 코스. 이번에도 휘청. 전복이다. 조류가 빠른 날이었는데, 뒤집어지고 내가 잠깐 당황하는 사이 배는 내게서 빠르게 멀어지려고 했다. 뒤집혀서 물속에 잠긴 돛이 큰 면적으로 조류를 받으니 내달리듯 멀어졌다. 서둘러 헤엄쳐서 겨우 배를 붙잡았지만 뒤집는 것은 또 다른 일이다. 천신만고 끝에 뒤집고 배에 올라타니 뭘 더 해볼 기운이 없다. 그리고 채 얼마 되지 않아서 또 전복. 겨우 올라와서 서둘러 제일 가까운 해안가를 향해 배를 몰았다. 뭍으로 올라서 정신을 차렸다. 더 이상의 연습은 어렵고, 직선 거리 100미터 밖에 되지 않는, 작은 방파제를 돌아가야 하는 정박지까지 가는 것도 무서웠다. 애써 태연한 척하며 배를 몰아 돌아왔다.
그렇게 지난 줄 알았는데, 그 기억이 너무 무섭게 남아있었다. 그 전까지는 바람부는 바다를 보면 '오늘 신나게 탈 수 있겠다'했는데, 오늘은 근처까지 가서 바람부는 바다를 보고 괜히 무서워졌다. 코치님의 이론설명을 듣는 동안에도 가슴이 콩닥거렸다.
출항.
어차피 멀리 가지 말라고 했으니, 가까운 곳에서 우선 몸을 풀었다. 15분쯤 움직이니까 다시 조금씩 감이 왔다. 4월에 있을 시합 준비에 맞춰 연습했다. 멈췄다가 출발하는 연습, 정확하게 각도를 재서 꺽는 연습, 잡은 방향을 유지하는 연습을 했다.
다행이 전복 없이 오늘 연습을 마쳤다.
나의 항해일지에 전복이라는 소제목으로 다음 이야기를 써야겠다.
유튜브를 잘 보고 있다는 구독자의 전화를 받았다. 아직 몇 개 올리지 않았고, 올렸다 한들 내가 하는 이야기가 뭐 대단한 도움이 될 것도 아닌데 좋아해 준다니 고맙다. 유튜브는 개중에 나랑도 잘 맞는 것 같아서, 앞으로 꾸준히 계속 해도 재미있을 것 같다. 요트 연습장을 오고가며 컨텐츠를 생각했다.
그런 곳이 있었던가
어젯밤에 사진스터디 모집 글을 썼다. 이번에는 사진기초반부터 인물사진 응용반까지 모두 여섯 개 클래스로 나눴다. 하나씩 차례로 개설하고, 올해는 쭉 이어가야겠다.
아침을 먹고 지민이네 가족과 함께 바리메오름 주차장으로 갔다. 작은바리메오름을 올랐다. 아직 흙이 드러난 겨울인데 복수초가 많이 피었다. 흙바닥을 배경으로 노란색 꽃이 뚜렷했다.
마루는 지민이네 놀러가고 집에 와서 간단히 점심 먹고 나는 요트 타러 갔다. 4월 23일 오전에 있을 도민체전 준비를 시작했다. 도착해서 옷을 갈아입으려는데 오늘은 바람이 없어서 어렵겠다고, 이론수업으로 대체했다.
코치님은 시합의 기초지식 중심으로 설명하셨다. 스타트 법과, 위반하면 벌점을 받는 규칙에 대해 들었다. 그리고 범장과 해장 연습을 했다. 요트학교 뒤편에 버려진 호비16 바디가 자꾸 눈길이 간다. 오래돼서 돛과 돛대는 이미 없고, 바디도 염분에 삭아서 거의 폐기 수준이지만, 저걸 가져와서 좀 고쳐 타볼까 생각도 한다. 고치고 꾸미는 재미도 없진 않을 텐데... 괜히 청승인가 싶어서 선뜻 시작하지 못하겠다. 저걸 고쳐서 본래 것보다 크기가 작은 돛을 달고 5마력짜리 선외기도 하나 달아서 가까운 바다에 낚시 다니면 좋겠다.
집에 오니 아내는 정원 일이 한참이다. 혼자 놀고 온 것이 눈치 보이니까 얼른 장화로 갈아신고 삽을 들었다. 아내가 시키는 대로 수국을 삽질해서 파내고 마당 가운데 쪽으로 옮겨 심었다. 이제 저 수국들이 다시 무사히 자리를 잡고 무성해지면 그 사이에 낮은 의자 하나를 놓아주어야지. 그러면 사진관에 오는 사람들이 참 좋아하겠다.
건축촬영 의뢰를 받았다. 재작년 아산 주택과 작년 홍원항 주택을 의뢰했던 건축사님이다. 두 건을 의뢰하셨는데 하나는 천안, 하나는 논산이다. 거리가 있으니 두 곳을 오가며 하기는 어렵겠고, 우선 천안을 이틀 정도 찍고 논산으로 이동해서 다시 이틀을 찍어야겠다. 5일짜리 출장을 준비해야겠다.
저녁은 치킨을 시켜먹었는데 내가 주문을 잘 못했다. 나는 후라이드 치킨에 매운 간장 양념을 찍어먹겠다고 했는데, 받아와서 열어보니 매운 양념간장 치킨이 들어있다. 맛있는데 매워서 많이 못 먹었다. 아내는 눅눅해서 마음에 안 든다고 몇 개 안 먹었다. 내일 아침에 밥이랑 먹어야지. 먹은 지 몇 시간이나 지났는데 속이 쓰리다. 아...
중국에서 제주도로 오는 비행길이 다시 열였다고, 다이디가 연락해 왔다. 거의 3년 동안 못 왔으니 얼마나 오고 싶을까. 설레는 마음이 채팅창 너머로 느껴졌다. 이번에 오면 같이 산책이라도 다녀야겠다. 그 사이 새로 알게 된 맛집이나 카페도 같이 데려가야겠다. 그런데 그런 곳이 있었던가...
유튜브 컨텐츠 하나를 찍고 오늘을 끝내려는데 어째 이리 손이 안 가나... 그래도 하고 자야지.
20년 만에,
새벽 5:30에 알람을 맞춰두고 잤다. 알람을 듣고 깨었다가 한참을 뒤척이고 6시에 거실로 나왔다. 어제 쓰다 만 와디즈 스토리를 마저 쓰다가 7시에 버핏과 스쿼트로 운동했다. 샤워하고 아침을 먹고 마루를 보내고 작업실에 왔다. 잠깐 작업하는데 뒷머리 저린 것이 더 심해진 것 같아서 작업할 수 없었다. 한의원에 다녀오겠다고 했는데 증상이 계속되니 병원에 다녀오라고 아내가 말했다. 김앤김신경외과에 가서 진료했다. 증상을 듣고 목 엑스레이를 찍었다. 일자목 때문이라고, 경추 4번과 5번 사이에 오른쪽에 조금 변성이 있다고 했다. 약을 처방받고, 메켄지 운동을 하라고 했다.
병원 갈 때부터 뒷골이 불편하고 몸도 쳐지고 눈도 한쪽이 침침했는데 그게 모두 딱 들어맞는 증상이었다. 교과서처럼. 아마 요 며칠 아침부터 밤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게 무리한 모양이다. 집에 돌아와서 김밥으로 아내와 점심 먹고 도저히 작업을 할 수 없어서 잤다. 잠깐 잔다고 했는데 두 시간을 훌쩍 넘겼다. 일어나서 한의원으로 갔다. 병원과 한의원의 처방이 같았으니 치료는 계속 받던 한의원에서 받고,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먹기로 했다.
치료를 마치고 태권도장으로 가서 마루를 픽업했다.
마루가 계란찜을 하고 나는 어제 태연에게 받은 뱅에돔을 구웠다. 아내는 마당에서 물 주느라 늦게 들어왔는데 식탁을 보고 놀라워 했다.
저녁 먹고 다시 작업실에 와서 어제 오늘 못다 쓴 와디즈 원고를 드디어 마쳤다. 여러 행정 관련 정보를 마저 채우면 내일은 업로드해서 심사를 기다릴 수 있다.
제품촬영 견적서를 보냈다. 사진관에서 쓰는 견적서 폼이 너무 볼품없어서 새로 꾸미던 중이었는데, 새로 형식을 만들어 보내느라 오래 걸렸다. 한동안 조금씩 수정하며 최종본을 만들고 몇 년은 그 형태로 쓰려고 한다.
시니어모델 프로필 촬영 문의를 받았다. 나는 나이든 얼굴을 좋아하는데, 시니어모델은 재밌을 것 같다. 성사되면, 또 쭉 이어지면 좋겠다.
집에 있던 태블릿 거치대를 가져와서 노트북을 세웠다. 모니터 거치대로 마련해서 모니터를 높이려고 한다. 목을 가능한 위로 세울 수 있는 자세를 만들어야겠다. 그래야 문제없이 오래 일할 수 있다. 의자 높이를 낮췄다. 시선이 조금 더 위를 봐야 해서 고개가 펴진다. 당분간은 이렇게 써야겠다. 모니터 보는 시간을 조금 줄이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그건 마음대로 안 되니까.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나무에 새순이 돋는다. 정원에 나갈 때마다 새순 올라오는 것을 보는 게 요 며칠 즐겁다. 아침에 아내와 마당에 앉아서 대화했다. 올 연말까지 정말 열심히 해보고, 그래도 가능성이 안 보이면 사진관을 접고 그 자리에 차라리 숙박용 집을 지어서 팬션으로 운영하는 것도 생각해 봐야겠다고 했다. 사진을 직업으로 삼고 20년 만에, 처음 그런 말을 했다.
나는 이제껏 정말 온전히 돈을 벌기 위해 애쓴 적은 없는 것 같아서, 올해는 진짜 제대로 사진관으로 돈을 벌어보겠다고 마음 먹고 있는데, 그렇게 마음을 먹고 했는데도 안 된다면, 내 밥벌이로서의 사진은 별로 가망이 없는 것은 아닌가. 20년 만에, 처음 그런 생각을 했다.
230309 소나기처럼 후두둑
하루 종일 와디즈에 올릴 펀딩 글을 만들었다. 오늘은 꼭 올리려고 다짐했는데 못 했다. 펀딩 글을 다 쓰고 나면 다른 것도 하려고 3개쯤 더 줄세워 뒀는데 결국 오늘은 어렵겠다. 시간을 조금 더 밀도있게 쓰면 좋겠는데...라고 생각한다.
오전 일찍 한의원에 다녀왔다. 오른쪽 뒷목이 계속 뻐근하고 뒷통수 감각이 이상해서 몇 번 다녀왔는데 오늘도 갔다. 한동안 더 다녀야겠다. 오는 길에 다이소에 들러서 건전지와 케이블을 샀다.
그 뒤로는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만 있었네. 오후에 오기로 했던 서귀포 친구 경완은 컨디션이 안 좋아서 내일 오겠다고 전화했다. 내일은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내일도 안 되면 조만간 내가 서귀포로 가서 만나야겠다. 지원했던 예술가 지원사업은 떨어졌다. 떨어졌다고 진행하지 않을 것은 아니지만, 규모를 줄이고 소박하게 시작해야겠다. 규모보다, 금액보다 사실 더 원했던 것은 지원사업 핑계로 나를 등떠밀게 되는 상황이었다. 한다고 돈까지 받고 마감 날짜까지 있으니 어떻게든 해내게 될 그 상황을 원했는데, 안 됐으니 이번에는 어쩔 수 없다. 더듬더듬 내디뎌 봐야지.
5월 가족촬영을 예약했던 분께 문자가 왔다. 어머니 몸이 안 좋아져서 진행하기 어렵겠다고 취소하셨다. 이번 촬영을 위해서 어머니가 운동도 한다고 하셨는데, 순조롭지 않았던 모양이다. 걱정이 많으시겠다고, 촬영은 괜찮으니 얼른 회복하시면 좋겠다고 답했다.
제품촬영 견적 의뢰 전화를 받았다. 기본견적서를 만들어서 보내주겠다고 했다.
옆집 태연이 저녁에 불쑥 와서 뱅에돔 한 마리를 주고 갔다. 그의 지인이 낚시가서 잡아 나눠준 두 마리 중에 큰 것 한 마리를 내게 준 것이다. 내일쯤 구워먹어야겠다.
내일은 새벽부터 오늘 하던 작업을 마무리하고 싶은데, 요며칠 아침에 깨는 것이 어렵다. 새벽 5:30에는 깨어야 작업 조금 하고 아침운동하면 마루가 깨는 시간이 되는데, 오늘도 마루 깰 때 같이 깼다. 그러니까 아침 시간이 후두둑 소나기처럼 쏟아져서 지나가버린다.
내일은 반드시, 이 작업을 마무리하겠다.